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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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접하면서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는 것, 저자의 에세이에 담긴 강릉을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들려주는 저자의 글엔 빨리빨리가 아닌 한 템포 늦추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은 느림의 시간들,. 이동이 아닌 나 스스로의 보폭을 조절하며 걷는 시간에 대한 흐름들에 대한 소중함이 절로 느껴진다.



어떤 형식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  처음 시작에서부터 리듬감을 타며 시간과 글에 나를 맡기며  읽어가는 내용들이 좋다.








평소에는 잘 살펴보지 않은 주위 풍경에 대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묘사나 그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사물의 겉모습들이 눈에 어떻게 바치는가에 따른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언어에 대한 감각과 일기들을 통해 전달해 주는 장소가 지닌 공기는 산책하는 느낌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주변부들을 함께 어우러져 살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뭣보다 책에서 주는 산책자의 마음은 천천히 걸으면서 사유의 시간을 갖고 그것을 통해 바라보는 시야를 넓게 해 준다는 것, 걷는다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살피는 시간도 될 수 있으며 잠시나마 여백이 주는 기분을 만끽하며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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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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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계 미국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첫 소설작품, 먼저 출간된 '기쁨의 황제'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다.



소설에서 문장의 흐름이 시적언어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번 작품 또한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바, 삼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피하고 가족을  위해 미국이민을 선택한 사람들, 전쟁이 준 트라우마 속에서 상처를 담고 살아가는 엄마 로즈, 할머니 란, 그리고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리틀독-



총 3부로 나눠 들려주는 이들 가족들이 갖고 있는 아픔이나 고통들은 전쟁으로 인한 한 개인들이 겪는 피해의식과 고통, 끝내 죽으면서까지 고향을 잊지 못한 할머니 란의 이야기는 역사란 큰 바퀴 속에서 작은 바퀴에 해당하는 개인들의 아픔들을 보인다.







특히 리틀독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란 것이 실은 영어를 못하는 엄마에게 보내고 그가 성장하면서 느끼는 첫사랑에 대한 상실감들은 언어를 통해 들려주고 있기에 그들이 저마다 갖는 침잠된 분위기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미국이란 큰 땅에 정착했지만 정작 유색인종이란 편견으로 이민자들에게 냉혹한 현실이 있었음을, 홀로 떨어진 듯한 그들의 삶을 비추는 여러 가지 시적언어로 쓰인 문장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유년시절부터 청년에 이르면서 간직한 상처와 아픔, 여기에 상실이 더해지면서 가족사에 담긴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는 문장들은 제목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다소 시적인 표현들 때문에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들도 담겨있어 되새겨 보며 읽는다면 그 느낌이 훨씬 깊게 다가온다는 것도 저자 글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 산다는 것은 그러니까 시간의 문제. 타이밍의 문제죠_15p 


-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인생 전체를 짧게나마 그것으로 채우는 일이죠._p236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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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잔해를 줍다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6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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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문학 출간을 소개하고 있는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



제26권으로 만나게 된 작품은 미국  미시시피 연안의 가상마을인 부아소바주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소중함과 유대관계를 그린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사태는 뉴스 보도를 통해 많은 희생자와 집과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 바 있다.



이 소설에서 이를 연상케 하는 카트리나가 다가오기 전 열흘과 당일, 그리고 다음날까지 총 12일간에 걸쳐 벌어진 흑인 가족의 이야기는 자연재해를 막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실상과 그 속에서 끈끈한 감정들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가족의 힘은 무얼까를 되새겨 보게 한다.



막내 출산 후 세상을 떠난 아내와 그 아내자리를 어린 소녀인 에시가 동생까지 돌보는 일은 물론 농구로 대학 입학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큰 아들 랜들, 투견이자 출산한 차이나와 새끼들을 돌보는 둘째 스키타, 엄마의 기억이라고는 없는 막내 주니어, 그리고 이 가족의 실질 가장이자 술에 절어 사는 아빠까지, 이들 가정에는 오로지 자신의 목표를 향하거나 무심한 행동처럼 살아가는 듯 보이는 가족이 겉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말없는 관심을 두고 있으며 실제 폭풍이 몰아치고 에시가 당한 일련의 일들을 통해 비로소 가족의 힘이란 무엇인지를  오빠란 존재의 힘에 대한 조금은 시원한 장면들을 보인다.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민낯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저자는 생생한 표현력과 희망이란 이름으로 다시 그려볼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글로 탄생시킨다.




가난이란 이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이들 가족들이 감내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스럽게 보이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는 흐름은 흑인 특유의 유대감도 있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 대한 두터운 신뢰란 바탕이 있기에 가능할 수 있었음을 느낀다.




요즘 시대에 모든 것이 개인 위주로 이뤄지는 삶의 형태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더할 나위 없는 따뜻함을 전해주는 소설이라 국적을 막론하고 진실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음을 느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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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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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6일은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날이다.



와~ 250주년이라니, 한  세기가 두 번을 넘고도 지금까지 고전작품으로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읽어오면서 작가가 살았던 당 시대의 제도적, 신분적, 계급적, 여성들의 지위에 이르기까지 주요 풍속과 불합리한 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들을 이뤄나간 주인공들의 심리가 돋보이는 면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주요 작품들의 근간을 이루는 이러한 구성요소들은 이번 엘리에서 출간된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에서 더욱 가깝게 접할 수가 있는데 이는 화자가 바라본 관점에서 들려주는 내용들이 친근감이 더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고전 작품에서 읽었던 다소 딱딱했던 일명 고전체라고 느끼는 대화나 주요 장면에서의 어색함들이 이번 책에서는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게 적절한 해설과 그 해설에 담긴 당시 풍속도를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편리함이 돋보인다.



이미 영상에서도 접한 부분들과 원작에서 다루는 주요 장면들을 비교해 보며 읽은  작품은 세 자매인 엘리너, 메리앤, 마거릿과 이복 오빠와 어머니란 가족 구성원들이 펼치는 결혼과 유산상속에 대한 제도의 불합리성, 여기에 각자  행복한 사랑과 결혼을 통해 지금의 처지에서 벗어나 좀 더 행복함을 꿈꾸는 각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게 그려진다.



등장인물들 나름대로 그들이  속에 품고 있는 돈을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속물이 있는가 하면 불행한 결혼생활이지만 타인들 앞에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부부들의 숨겨진 사연, 여기에 결혼 상대자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드러나는 반전의 묘미 또한 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높인다.









시대를 생각해 보면 제인 오스틴이 펼쳐 보인 작품 속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인간탐구도 재미를 주지만 뭣보다 그녀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보고자 했던 여성들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관습과 제도적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점들을 꼬집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진정한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그런 감정 앞에서 이성과의 조화는 얼마나 중요한지를, 250년 전에 이미 제인 오스틴이 들려주고 있는바, 고전을 통해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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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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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에 만나게 된 '해리 보슈 시리즈' 18번째 작품이다.



내용상 2015년도가 배경으로 나오는 만큼 국내에 출간된 시기가 늦은 감이 없지 않은데 시리즈를 읽어온 독자라면 뭐 말해 뭐 하겠나 싶을 정도로 해리의 능력은 여전하다.



경찰출신으로 경찰국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졸지에 퇴직하게 된 해리, 이복동생이자 링컨을 타는 변호사로 알려진 미키 할러의 도움으로 소송 전을 벌이고 있는 이때 미키가 도움을 청한다.



다름 아닌 자신이 맡고 있는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수사관으로서 활약한 형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경찰국에 몸 담았던 자신이 되려 범인일수도 있는 이의 무죄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갈림길에 고민하는 상황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다.



작품의 주요 재미는 두 사람 간의 법과 사건을 바라보는 결과에 대한 관점이다.



전직 수사관답게 사건전체 개요를 통해 모든 것을 파악한 후 무엇이 조사과정에서 빠져있는가에 대한 구멍을 찾으면서 증거를 찾아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기 위해 범인을 추적하는 해리가 있다면 미키의 경우 변호사 입장에서 판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법정 안에서 증거물을 어떻게 이용해야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승소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해 집중한다는,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우연이 사실은 필연이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피고인의 심리와 차례대로 연이은 죽음이 펼쳐지는 정황 가운데 증거가 사라지거나 조작되는 사태에 직면했을 때 노련한 해리의 수사능력은 몸담아왔던 동료들의 시선과 그 시선을 제처 두고 사건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사항인지를 인지하는 모습은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실력과 동물적인 감각은 여전한 추리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다.



하나의 물건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쓴 이가 있고 그 누명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미키의 믿음도 그렇지만 해리가 보인 냉정한 모습들은 수사기법에서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본격적인 사건의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진행이 역시 해리 보슈였다.



나이가 들고 딸과의 대화에서 활용하는 앱의 사용법이 서투른 아버지의 모습이 있는 해리의 다른 면도 보이고 결국 미키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정황에   빠져 사건 속으로 들어가는 해리의 고민들이 사뭇 직업적인 애로사항으로도 느껴졌다.



아직 국내에 미출간 된 작품들이 있는 만큼 빠른 후속작품을 출간해 주었음 하는 바람이 더욱 크게 다가온 작품, 다음 편에서는 제대로 된 로맨스도 하고 사건도 해결하는 중년의 해리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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