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제저격수였다. 경제저격수란 대기업과 미 정부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엘리트 조직, 즉 현대판 ‘살인 청부업자’를 일컫는다. 나의 공식 직함은 듣기에도 그럴듯한 수석 경제학자였다.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상적인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우수한 경제학자와 경영컨설턴트, 금융 분석가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담당한 진짜 임무는 제3세계 국가들을 속여 강탈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자사에서 갈망하는 무언가를 보유한 나라를 찾아낸다. 그 대상은 귀중한 자원일 수도 있고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부동산일 수도 있다. 그런 다음, 경제저격수들이 출동해 세계은행을 포함한 각종 국제기구에서 엄청난 금액의 돈을 빌려야 한다고 해당 국가 지도자들을 설득한다. 지도자들은 국제기구에서 빌린 돈이 직접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며, 발전소나 항만, 산업 공단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미국 기업에 돈이 흘러들어 간다는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 과정에서 경제저격수들은 지도자에게 확신을 심어준다. ‘국제기구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당신은 물론 당신 친구들까지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친구란 전기나 수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등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기업체를 소유한 극소수 부유한 현지 가문을 뜻한다. 다만, 경제저격수들은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미국 기업들이 최고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따로 일러 주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난 후, 경제저격수는 그 나라를 다시 찾아가 말한다. ‘몇 해 전 빌린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갚기 힘들어 보이는군요.’ 그 나라 지도자가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하면 경제저격수는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몇 가지를 제안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석유(혹은 다른 자원)를 저의 회사에 싸게 팔고, 우리 회사 업무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환경법과 노동법을 폐지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다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저희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귀국 생산 제품에 무역장벽을 세우고, 귀국 공익시설, 학교, 기타 공공기관을 민영화하여 미국 기업에 매각하고, 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하는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시기만 하면 됩니다.‘<경제 저격수의 고백 2>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이다. 수익증권인 주식이 기계와 건물 등 고정자본에 묶여 있는 투자자본을 유동화 시키기 위한 것이고, 주식 소유를 통해 카르텔과 트러스트 등 독점이 생길 뿐 아니라 독점적인 은행자본과 산업자본 결합인 ‘금융자본’이라는 최고 형태의 독점자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자본이 경제를 지배하게 되면 기업들의 수평적, 수직적 결합이 광범하게 형성되기에, 독립적인 상업자본은 쇠약하게 되고 상품 투기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힐퍼딩은 여기에서 자본주의가 ‘조직화된’ 사회로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대중 주머니를 털기 위해, 독점가격은 기승을 부리고 증권거래소는 여전히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국내에서 독점이 강화되면 금융자본 이윤추구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임금을 인하하고 가격을 인상해야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일반대중 구매력이 저하하여 독점이 생산하는 상품들이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자본은 국내시장을 넘어서는 더 넒은 경제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힐퍼딩은 자본의 해외수출에서 상품들을 수출하거나 대부자본(화폐자본)을 수출하는 것보다는 해외에서 철도나 공장을 짓는 직접투자가 훨씬 더 경제영역 확대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직접투자는 본국으로부터 화폐자본뿐 아니라 생산재 등 상품들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직접투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본국 정부의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지원이 필수불가결하게 되며, 자본주의 열강 사이에 식민지와 종속국 등 경제영역을 둘러싼 투쟁과 전쟁이 불가피하게 된다고 힐퍼딩은 전망한다. 그리고 힐퍼딩은 금융자본의 경제정책인 제국주의에 대해 프롤레타리아가 ‘자유경쟁을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타도를 통해 경쟁을 완전히 지양’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금융자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