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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실루엣 -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이 책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아이스퀼로스(BC523-456), 에우리피데스(BC480-406), 소포클레스(BC497-406)의 작품 20편을 토대로 신고전주의 화가들이 그린 명화 201점을 소개한다. 이 세명의 비극작가들은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는데, 당시는 그리스가 문화적으로 가장 성숙한 시대였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리스 비극은 영웅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 외에 코러스(합창단)가 나와 상황을 설명하거나 전개를 암시하고 관객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특색이다. 등수를 매겨 1등을 한 작자는 큰 명예를 얻었다.
아이스퀼로스는 13회나 우승하였으나 7개의 작품만이 전해지며,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이 3부작으로 온전히 전해진다. 그리스 비극의 창시자로 '그리스 비극의 아버지'라 불린다. 소포클레스는 18회나 우승했으며 7개 작품이 전해진다.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극찬한 <오이디푸스왕>은 비극의 전형이 되었고, 프로이트에 의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굳어진다. 에우리피데스는 5회 우승했고, <메데이아> <트로이의 여인들> <헤라클레스>를 비롯해 18작품이 전한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작품과 명화의 만남이라는 참신한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비극작품의 내용소개와 명화의 연결은 아주 자연스럽고 상세하다. 화가의 약력까지 소개한다. 화가들은 신고전주의에 속하는데, 신고전주의는 1770년에서 1830년까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유럽에 나타난 예술양식이다. 고대에 대한 동경이 사회전반에 풍미하였다.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48~1825)가 있으며, 앵그르Jean-Auguste Dominique Ingres(1780~1867)에게 계승되어 프랑스 회화의 한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신고전주의 양식은 인물을 대리석 피부결로 표현하고, 그림의 구조는 수평과 수직으로 구성하며, 아름다운 몸매를 묘사한다. 그림을 보는 순간 '아! 무슨 내용이구나'라고 할 만큼 명료하다. 참고로 낭만주의는 애매한 판타지처럼 그린다. 아래 '그림172'가 신고전주의 양식이고, '그림173'이 후기 인상주의 양식이다.
그리스 비극은 어찌보면 막장드라마 같다. <아가멤논>에서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머니를 죽이는 것은 정당한가?에 대한 갈등과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오이디푸스> 3부작에서 운명의 장난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프스는 두 아들의 권력 싸움에 밀려 눈이 먼 상태에서 추방당하며 안티고네의 도움으로 임종할 곳에 도착한다. <메데이아>는 사랑하는 이아손을 위해 아버지와 오빠까지 죽인 메데이아가 결국 버림받고, 남편의 새로운 여자 글라우케와 그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의 두 아이까지 살해하며 복수한다.
그리스 비극과 명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전문적인 설명과 삽화로 들어간 수많은 명화로 구성된 이 책은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볼 책이다. 그리스 비극과 명화에 관심있다면 이 책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