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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뿔
권정현 지음 / 노블마인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사회의 기득권세력을 대표하는 대권주자(그는 명문이라고 레테르가 붙은 학교는 다 거쳤고,대법관,국무총리 등을 거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다)와 자신이 속한 당에서 조차 별로 대선 후보 대접을 받지 못한 대권주자(그는 고졸 학력이 전부였지만,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붙어 인권변호사와 국회의원,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지만,지역 감정 타파를 부르짖으며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연달아 고배를 마신바 있다..그래도 앞서 언급된 이에 비해서는 경력이 아무래도 화려하다 할 수는 없다)가 있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박빙의 차로 후자가 결국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지금 대통령인 그의 지지율은 바닥에서 헤매이고 있으며,당시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수많은 사람들 조차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그는 새로운 제안을 내세우며,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 하지만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만약 그의 상대방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득권 세력의 돈과 권력의 뒷받침을 받아
강력한 리더쉽을 행사하여 다툼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갔을까?
저자는 권력장악을 꿈꾸는 이들은 명분 불문하고 다 똑같은 목적을 숨기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유흠이 왕망이나 상홍문을 모두 권력을 탐하는 자들로 보고 선비들이 정치를 해야 진정 백성을 위한 정치가 실현될 것이라는 연설을 하는 장면이 말미에 나오는데,조선시대 중기이후 소위 도학정치는 당쟁으로까지 엇나가지 않았던가?? 힘없는 민초로 내가 맘 편하게 살수 있는 세상,정치인을 진정 마음으로 존경할 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하기만한 걸까?
이렇게 거대하고 답이 없어보이는 문제를 나의 머릿속에 던져 놓더니 마무리는 앞서 제기한 문제에 비하면 너무 왜소하게 느껴졌다. 추리 소설의 형식을 갖고서 두 가지 이야기를 어떻게 절묘하게 결합시킬 지 자못 궁금했는데 막상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이나 결과는 지극히 쉬워 보였고,범인이 그렇게 하고 다닌 이유도 생뚱맞아 보였다고 하면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
시사코리아에 연재되는 형식을 띤 <동한연의>는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내가 잘 모르는 시대이기도 하고,
(왕망이 한 광무제한테 망했다는 이야기는 세계사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반첩여,상홍문은 처음 만나는 인물들이다) 역사 소설 특유의 박진감이 있었다. 반면 현재 시점을 배경으로 부분은 대통령 후보들간의 이전투구의 모습만 비추이고 있을 뿐,최악을 면하는 차악,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 배제된 정치 허무주의적인 요소만 가득한 것 같다. 등장인물인 은영,오주임,병준에게서는 별다른 느낌이 꽂히지 않던데,특히 은영의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에 대한 원망만을 깊숙이 간직하고 있어 솔직히 좀 갑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