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서 동생이 있는 강원도에 갔다왔다.
정확히는 강원도 고한..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대략 4시간 조금넘어
걸리는 곳이다. 예전에는 탄광이 있던 지역이어서 외지인과 교류가 많지 않은
산골있었는데 지금은 강원랜드 카지노가 들어와서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온 차들의
다양한 번호판을 구경할 수 있는 지역이 되었다.
동생도 석탄합리화사업단인가로 입사를 해서 종로 근처에 있던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다가 강원랜드가 오픈하면서 직장을 여기로 옮기게 되었고, 고한에서 살기 시작한지
대략 3~4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비교적 통제가 용이한 큰놈만 데리고 토요일 아침 8시쯤 집을 떠나 청량리 역에서 무궁화호
기차에 올랐다.
얼마전에 있었던 아이들 다니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아빠와의 기차여행"에서도 느낀 거지만,
기차 승객들의 기본적인 매너랄까 에티켓이 이제는 참아주기 힘든 수준까지 와 있다고 느껴진다.
등산복을 차려입은 단체여행객들은 기차를 타면 바로 술판을 벌이기 시작하고,술이 거나해지면
이 자리 저 자리 다니면서 자기들 일행에게 술을 권하고 신나게 떠들어 댄다.
마치 자신들이 기차를 전세낸 것을 지나쳐 기차의 주인인 듯 행세를 한다.
조용히 책보고 아이와 이야기 모처럼 부자간에 대화 좀 해보려고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원래 "개미"4권을 가는 기차편에서 다 읽으려 하였으나 소음과 큰놈의 끊임없는 질문공세에
지하철 1시간 타는 것보다도 못한 분량을 읽었다....
어디든 여행을 가보면 술판을 걸지게 벌이고,술판에 이어 춤판을 벌여야만 하는 이들을 보면서
오로지 이렇게 노는 것만이 그들에게 여행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 의구스럽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하간 조금은 불편한 심기로 4시간여를 보냈지만 모처럼 큰놈과 둘이서만 나름대로는 진지한
대화를 했다느 느낌은 받았다. ^ ^
나 : 뽀돌아(뽀뽀를 잘한다고 해서 내가 큰놈에게 붙여준 별명),너 여자친구 몇명이냐?
큰놈 : 아빠,근데 몇 시간 가야지 삼촌한테가?
나 : 응,한 세시간 정도 가야될 것 같은데... 유치원에서 여자친구는 몇명이니?
큰놈 : 이제 한시간 지났어?????
나 : 아니..이제 좀전에 아빠가 3시간 남았다고 했으니까,1시간은 아직 안 지났어..
그럼 여자친구 중에 누가 제일 좋니?
큰놈 : 삼촌 만나면 메이플스토리랑 마법천자문 사달라고 해도돼??
(이런 식의 동문서답이 시종일관 계속됨,끝내 큰놈의 여자친구 인원수 파악에 실패,그러나 제일
친한 여자친구는 누구인지 알아내었음)
김밥먹고, 구운 계란 먹고,바나나 우유 하나 먹으니 고한역에 오후 2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