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 그러니까 군대생활을 남들보다 조금 짧게 마치고 복학을 해서
3학년 정도 되었을 때 주변의 모든 것들이 왠지 싫어지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져
무작정 학교와 집을 떠났다. 갖고있던 돈이 몇푼 안 되어서 멀리는 못가고 마석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석에 가면 수동면인가 있는데 그곳에는 공식명칭 "한림대 부설 태동고전연구소",
동네사람들은 지곡서당 내지는 그냥 서당으로 부르는 연구소가 있다.
당시에 무척이나 따르던 형이 거기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 형을 보기 위해 잘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중간에 헤매기도 하면서 갔었던 기억이 난다.
형이 간만에 왔다고 반가움의 표시로 동동주 받아오고,부엌에서 자신이 익힌 요리 솜씨를
자랑한다고 불고기와 부침개를 해 주었다. (지곡서당에서는 연구원들이 돌아가면서 장도
보고 식사도 준비한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고...)
한옥집이 몇 채가 있고 모두 아랫목이 뜨끈뜨끈해서 오느라 피곤했던 몸이 좌악 풀리고,
거기다 동동주까지 추가되니 짜증으로 가득차 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재미있고 기이한 경험들(형이 사서삼경 중의 일부를 외워서 들려주었는데 옛날 선비들이
정자에 앉아 이러고 놀았나 싶었다. 그리고 당시에 나는 전혀 몰랐지만 그 서당을 이끄시던 분이
한학계의 거목인 임태순 선생이라고 한다. 그때에도 그분의 글씨는 시가로 치면  입이 딱 벌어질
가격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나의 관심수준은 딱 요 정도이다 ^ ^ )  그 글씨 몇 점도 구경을
했고...)로 밤 깊어 가는 줄 몰랐다.
새벽 3시정도 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9시 넘어 일어났고, 형과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간단히
인사를 했다. 다들 공부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었지만 내가 자주 접한 고시공부하는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서로 통성명하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는데 어떤 분이 비디오 테이프를
구했다고 같이 보자고 했었다.

비디오를 틀어주던 분이 "야,이거 일본 만화야,일본 거"이러신다.
비디오를 보러 휴게실에 모인 이들 모두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 장면은 왠 소녀인지 소년인지 모를 사람이(방독면을 해서 식별이 안됨) 글라이더 비슷한 장비를
이용해서 하늘을 나는데 짧은 미니스커트(라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차림이었다.
그러자 다들 이것이 소위 들어만 본 헨타이 아니면 일본 AV애니메이션이라고 한마디씩 한다.
 하지만 계속 되는 장면은 그런 거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전혀 섹슈얼한 아니 최소한 로맨틱한 장면
하나 없었다. 한글 자막도 없어 도대체 뭔 이야기들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고.. 기껏 알아듣는게
"아리가또" 정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만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언어의 한계로 인하여 분위기 파악으로 스토리를 때려잡았지만 각 장면의 독특한 비주얼과
화려한 공중전 장면,그리고 무시무시한 벌레들...

몇 년이 지난 뒤에야 그때 내가 보았던 만화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틈 나는대로 수집을 했다.
처음으로 갖게 된 비디오 테이프가 "이웃집의 토토로"..
아마존에서 구입을 한 것인데 영어 더빙이고 자막은 없다. 그래도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비디오로 10번이상 보고 지금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심화학습을 하고 있을 정도로
토토로 팬이다.
이번 주에는 밤마다 하야오의 작품을 하나씩 보고 잤다.
월요일에는 "천공의 성,라퓨타", 화요일에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수요일에는 "붉은 돼지"..
모두 수려한 화면과 흥미만빵의 스토리라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 세편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 집에서 보는 만화 전문 방송 "투니버스"에 은근한 불만을 갖게 되었다.
이리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아이들 주 시청대에 틀어주는 만화들을 보면 지나치게 폭력적 요소나
성적 은유를 집어넣고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지나친 과장과 뻔한 유머로 이게 과연 어린이용이
맞는지 의문을 드는 것들이 많았다. 
현재 상영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많은 사람들이 본 것 같다.
아직은 둘째 녀석이 어려 극장가서 볼 형편은 안되고 조만간 DVD나 비디오 테이프로 출시되면 
반드시 구입해 보아야 겠다.
하야오와 관련해서 이틀동안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은 것 같다. 이제 일해야 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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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매일 오전 10시면 제공하던 할인 쿠폰행사가 2004년 12월 31일자로 끝났다.
요거 좀만 더 오래 진행되었으면 우리 집 가계를 파탄낼 뻔 했다.
매일 10시면 전투적으로 쿠폰을 받아가지고 무엇을 살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낼름낼름 사 버려 실버회원에 불과했던 내가 단박에 골드회원이 되버린 것이었다.
작년 막판에 신청했던 책이 대략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내 손에 들어왔다.
모두 4권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김두식
  (<헌법의 풍경>의 저자 김두식 교수의 책이다. 2002년에 출간된 책이니까
   <헌법의 풍경>보다 일찍 나온 책인데 그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한 것 같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기독교 평화주의를 다루었다고 한다.
   옛날 옛날 아주 머-언 옛날에 헌법시간에 배운 양심적 병역거부를 
   우리나라 상당수의 기독교도들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기독교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야기하고 있어 호기심 해소
   차원에서 구입했다)

 <일본어 한자읽기 사전> 김영진
 이 책은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면서 구입했던 책인데,
  다시 일본어 자료를 번역할 일이 생겨 집에서 열심히 찾았는데도 도저히 찾지를
  못해서 부득이 눈물을 머금고 구입한 책이다.
  그런데 몇몇 글자가 아예 나오지 않는 등 구입하자 마자 조금 마음에 안들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宛名 같은 한자는 안 나옴)



<공선옥,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공선옥 님의 책은 단 한권도 접해보질 못했다.
 진즉부터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왠지 소설책 사는데는 조금 인색한 경향이 있어
 망설이다가 결국 소설책을 사지는 못하고 이 책을 구입하였다.



<미국헌법과 민주주의> 로버트 달

 예전에 장호순 교수의 <미국헌법과 인권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에 대한 심화학습 차원에서 구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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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1-0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모르겠고...공선옥은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

짱구아빠 2005-01-0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 님은 제가 보고싶지 않은 부분을 자꾸 보여주려 해서 그동안 꺼려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바뀌는 건 없겠죠??
 

지하철만 타면 왜 이리 졸린지 모르겠다.
어제 퇴근하면서 지하철 자리를 잡고 앉으니 5분만에 졸음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현재 읽고 있는 만만치 않게 두꺼운 책을 한 손으로 들고
고개는 90도로 꺾어진채 졸아대었으니 참으로 가관이었을게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한테 "이 책 보실래요?" 하고 내미는 모양새를 취했지 싶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여 열심히 읽어야할 강준만 교수의
책을 어제 오늘 끽해야 40여페이지 밖에 못 읽었다.
이번 주 안에 끝내고 진도나가야 하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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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1-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주문 넣었어요! 좋은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짱구아빠 2005-01-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넷 !! 감사합니다. 오는 즉시 붙잡아서 읽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
 

 








올해 3번째로 손에 잡은 책은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이다.
우선 기존 2권의 책(월간 인물과 사상,현태준 이우일의 도쿄여행기)들에 비하여 분량이 만만치 않다.
대략 600여페이지 한참 초과...
저자는 서문에서 기존 서구에서 나온 교양 관련 책들에 대하여 한국적 현실에 맞는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자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100여 페이지정도 읽었는데 이 책에서조차 여전히 서구 이론과 학자에 대한 인용이
상당수 있어 이의 극복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주는 이 책을 읽는데 독서시간의 대부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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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 들어 두번째로 읽은 채근 <현태준,이우일의 도쿄여행기>이다.
한가닥하는 만화가 현태준씨와 이우일씨의 일본 특히 도쿄여행에 대한 안내서이다.
이들은 장난감과 만화,음반을 싼 가격에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도쿄여행을 자신들의 관심사와 연결하다보니 일반적으로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는 생략하고 나카노 브로드웨이와 같은 곳을 집중 소개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쿄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만화가인지라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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