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비밀의 화원
양지바른 / 벨벳루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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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이러지 않았잖아, 바닐라."
그가 말을 놓을 때마다 바닐라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특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벌써 내 얼굴에 질렸나?"
바닐라의 내면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저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두고 질리다니!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19 살의 바닐라는 라우렌가의 외동딸. 부친은 수도에서 사업 중이고 외딴 곳에 사는 터라 바깥 사정에 어둡죠. 어느날 부친의 부고와 파산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 소식을 전하러 온 상대는 바로 흑요석의 왕자라는 알렌 미드워치. 라우렌 의 채권자였어요. 졸지에 빚더미 가문이 되고 알렌이 고용인을 해고해요. 그는 상속 서류 처리를 위해 바닐라를 수도로 데려갑니다.


그는 바닐라에게 3가지 선택지를 제안해요. 상속 포기, 재산 상속 후 빚 갚기, 재산 상속 후 그의 피후견인이 되기. 바닐라는 빈몸으로 떠도느니 그의 피후견인이 되어 좋은 혼처를 찾기로 합니다. 그런데 알렌은 아이처럼 순수한 바닐라를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려는 속셈이 있었죠. 그는 잘생기고 부자인 남편을 잡을 방법을 알려준다며 유혹합니다.


여주 이름이 '바닐라'라니 확실하게 '그레이'시리즈를 연상시키네요. 큰 소리도 칠 줄 모르는 연약한 바닐라가 알렌의 손에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겠죠. 바닐라의 엄청난 순진함이 알렌의 허를 찌릅니다. 다행히 알렌은 악당이 아니라 해피엔딩이에요. 산업혁명 후 배경이라 고전적인 느낌이 나요. 킬링 타임용으로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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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여행 베트남어 - 현지에서 바로 먹히는 나의 첫 여행 회화 시리즈
동양북스 교재기획팀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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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행에 한 키의 지혜!


쌀국수로 익숙한 베트남이 적은 비용으로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방송에 자주 소개되는 걸 보고 있어요. 패키지 여행은 일정에 맞춰 정신없이 눈도장만 찍고 움직여야해서 정신이 없는데 느긋하게 맛집과 관광지를 골라 여행하고 싶네요. 

『나의 첫 여행 베트남어』을 통해 베트남 여행 중 먹을 것, 숙박, 선물 등을 포함한 필수 정보를 얻길 기대했습니다.



베트남 표기가 영어와 비슷하긴 하지만 읽는 방법은 많이 다르네요.

가장 먼저 나오는 파트는 여행 가서 살아남는 생존 단어와 여행 가기 전에 알면 좋은 생존 패턴 10 입니다. 이후에 더 자세하게 다루지만 중요한 내용이라 맨 앞에서 정리해 놓았어요.



거리에서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일이 많겠지요. 일단은 기본적인 문장 구조를 보여주고 많이 묻는 건물인 백화점, 편의점 등 사용하는 단어가 소개되었어요. 다른 단어는 뒤에 더 나오구요.

가장 긴급한 상황인 "화장실이 어디예요?"부터 사진을 제외한 문장으로 다시 확실하게 알려줍니다. 정확한 발음이나 높낮이는 QR코드로 MP3를 무료 다운로드 해서 확인하면 되고요.


기내에선 승무원들이, 공항에선 관광안내원들이 영어를 사용할테니 부담감이 덜해요. 그 다음에 교통수단 안내가 있고 영화 속 그 장소를 안내합니다.



'콩 스컬 아일랜드'의 배경이고 유네스코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롱베이와 영화세트장인 짱안은 들러봐야할 필수 코스네요. 지폐 속 장소도 있고요.


숙소에서 체크인, 체크아웃, 문제 해결하기 등을 알려주고 거리와 식당에서 필요한 말들도 알려줍니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는 방법도 유용하겠죠. 관광할 때는 사진찍기에 관련된 내용도 다뤄요.

시장이나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하면서 반드시 세 곳 이상 가격을 비교해 본 뒤에 사라는 팁도 알려줍니다. 여기서 핵심 표현은 "좀 싸게 해 주세요"입니다.  

베트남하면 커피가 유명하죠. 외국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점의 무덤이라고 할 만큼 베트남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많다고 해요. 제일 이름난 커피전문점도 알려주네요.



긴급 상황과 귀국시의 표현까지 알고나면 맨 마지막에 화폐 단위와 기본 표현으로 인사하기, 자기소개 등이 나옵니다. 만약 회화 공부책이었다면 맨 처음에 나왔을 내용이죠.

여기선 부록으로 나만의 여행 다이어리를 만들 수 있는 '나의 여행 메이트'를 제공해요. 책안에서 잘라 들고 다니면 된답니다. 필요한 순서에 따라 알아보기 편하게 잘 정리해 놓았어요. 중요 핵심부터 파악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요. 


이 책을 읽으며 일년 내내 따뜻한 날씨에 과일과 먹거리가 풍부한 베트남을 그려보고 있어요. 구체적인 코스를 짜서 다음 기회엔 꼭 방문하고 싶은 베트남이에요. 베트남을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다닌다면 잘 이용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쓰면 더 친근하게 느끼듯이 저도 해외에선 되도록 현지어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툴지만 노력해봐야겠죠. 

깜언!(감사합니다)   


 원문:http://blog.yes24.com/document/10699167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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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그녀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강선재 옮김 / 솟을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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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리처드는 예쁘고 젊은 나의 대체물과 함께 있을 것이다. 

가끔은 내게 속삭이던 달콤한 말들을 그녀에게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심장이 쿵쿵거린다. 박동 하나하나가 거의 통증처럼 아프다. P.18



전처인 버네사가 전남편의 재혼을 방해한다는 설정부터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런데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여자를 떼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듯하네요.

『우리 사이의 그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처의 존재가 끊임없이 새신부를 괴롭힌 '레베카'처럼 극적인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일지 기대되었습니다.


그녀는 입구에서 발을 멈추고 뒤를 흘낏 본다. 나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기분이다. 

그녀가 내 시선을 느끼는 건가. 

시선 감지라고 한다지, 인간이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음을 감지하는 능력을.

나는 이러한 방어능력을 길러왔다. 

그런 경고를 무시하면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나는 알고 있다. P.9

버네사가 전남편 리처드의 재혼 상대를 관찰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결혼을 앞둔 넬리는 발신자 제한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불편해해요. 


이모는 내가 희생자라고, 중년이 되자 내쳐진 수많은 여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와 나의 종말에서의 내 역할을 알게 된다면 이모의 표정에서 동정의 빛이 사라질 것이다. P.22-23



"리처드가 약혼했어." 힐러리의 목소리는 아주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떠내려오는 것 같다.

내 머릿속의 굉음 때문에 힐러리의 다음 말은 들리지 않는다. 

나는 탈의실로 간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P.31

그런데 버네사가 이모 앞에서 하는 생각은 이혼에 뭔가 내막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녀가 위자료를 받지 못하고 이혼한 사실과 리처드의 약혼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은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요.  리처드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 건지, 넬리의 불안한 심리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하게 합니다. 버네사는 둘을 감시하고 리처드가 자신과 가던 곳에 약혼녀를 데려가는 걸 지켜봅니다. 

나는 리처드 이전에 사랑한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리처드 이전에 증오한 사람 역시 없음을 깨달았다. P.48 

나의 시간이 바닥나고 있다. 나는 그녀를 봐야 한다. 

오늘 그녀의 아파트 밖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겁을 먹었나? 나는 궁금하다.

다가올 미래를 감지한 걸까? P.155



리처드 제발 그 여자랑 결혼하지 마요

내가 그 말을 입 밖으로 낸 걸까? 갑자기 식당 안이 고요해진다. 

사람들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P.175

나는 내 주변을 아주 예민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시선 감지 능력을 습득했다.

성적 흥분과 공포의 징후들은 마음속에서 혼동될 수 있다.

결국 내 눈은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P.338


결말이 완전 의외네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겹쳐집니다. 워낙 반전이 많아서 나중엔 정신이 없을 지경이에요. 작은 문장이나 대사 하나가 갑자기 상황을 돌변시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소하게 지나쳐 버릴 단서들이죠. 게다가 빠른 전개로 가다가 갑자기 완전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가버립니다. 한 남자를 둘러싼 여자들의 이야기가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해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어둠이 더해지는 기분입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놀라게 하는 솜씨가 대단하네요. 살인 없는 스릴러가 이렇게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공동 저자인데 다음에도 이런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원문:http://blog.yes24.com/document/10698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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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짐 폴.브렌던 모이니핸 지음, 신예경 옮김 / 앳워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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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이야기하기 전에 실패하지 않는 법부터 배워라!



사업계획서를 구상할 때는 순탄히 될 걸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예상치못한 장애물이 나타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고 계획을 수정해 계속해야할지 손해를 여기까지 보고 끝내야할지 고민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로스』에서는 성공의 공식보다 피해야 할 실패의 공식을 확인시켜 준다고 되어 있어요. 여태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 비용이 아까워 결정내리지 못하는 경우 최선의 판단을 제대로 내리기 위한 방법을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PART ONE 어느 투자자의 추억담

1 촌스럽고 가난한 시절

2 진짜 세상으로

3 목재 트레이드와 미다스의 손

4 바닥을 만나다

5 전문가들의 조언


PART TWO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6 로스의 심리적 역학

7 투자와 도박

8 감정과 군중


PART THREE 심리와 투자의 통합

9 규칙, 도구, 그리고 바보들 



성공은 실패를 조성한다. 우선 성공을 경험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대단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없다. 만약 이전에 어떤 성공도 실패도 경험하지 못한 채 중립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당신은 승률이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p.17

PART ONE에서는 저자가 경험을 통해 실패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를 밝힙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돈을 밝히면 안좋다는 인식 때문에 미국 아이들에 비해 금전감각이 늦게 발달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자는 어릴때부터 컨트리 클럽에서 캐디로 일해 돈을 벌고 돈벌이에 대해 빨리 터득하게 되었죠.


골프가방을 들고 다니며 느리지만 정직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벌든 

동전을 벽에 던져 단시간의 노력으로 돈을 벌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큼의 돈을 버는가였다. p.31

그는 고수익을 얻는 직업을 갖기위해선 교육 수준이 높은 쪽이 유리하다는 생각에 돈을 모아 대학에 다니고 경제학을 공부하고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저자는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거침없이 전진합니다. 육군에 들어가 사관생도들의 강사가 되고 MBA 과정을 거치고 선물 브로커로 성공가도를 달립니다. 하지만 대두유 가격의 폭락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고 자살직전까지 몰리지요.


PART TWO는 정신과정, 행동특성, 시장에서 돈 잃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 검토합니다.



인생은 리스크투성이다. 리스크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생의 어떤 활동도 성공한다는 혹은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P.163 



개인은 추론과 숙고, 분석을 한 뒤에 행동한다면 

군중은 느낌과 감정,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게 생각해내는 반면 

군중은 추론보다는 감정적인 관점에서 많이 흔들린다. p.191


PART THREE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말합니다.



추측, 투기적 사업, 기업 활동 등 위험을 감수하는 모든 일에서 

당신이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손실이다. 

객관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기 위한 첫걸음으로 

손절매의 기준부터 잡아보자.p.276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없고 쉽게 성공한 사람은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리스크 관리가 바로 손실을 피하는 것임을 복잡한 공식없이 필요한 내용을 강조하여 잘 인식시켜요. 감정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감정주의와 군중 심리에 휩쓸리는 걸 피하고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지 미리 정해두라고 하고요. 정해둔 손실까지 하락하면 빠져나가기를 실천하는 게 답이네요. 투자든 주식이든 더 큰 손해를 보기전에 손절매 해야한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버는 것보다 가진 걸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가능해 보입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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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의 꽃 1
최정원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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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결이 한순간 시야를 가득 메웠다.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크게 펄럭였다 천천히 가라앉는 옷자락.

장신의 남자였다. 그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솔을 건너다보았다.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확실했다. 눈이 마주쳤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 이건... p.13



[묵호의 꽃]은 망령을 쫓는 무사, 일명 ‘저승사자’민훈과 새와 같은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자 솔이의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캐릭터 소개와 짧은 책 속의 내용을 보니 속도감있고 코믹하게 벌어질 판타지 로맨스가 기대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이솔이 잔칫집의 일을 거들고 돌아오는 길에 저승사자를 만나는 걸로 시작됩니다. 솔은 화살에 맞을 뻔하지만 저승사자가 집까지 데려다줘 무사히 돌아와요.  

마을 제일의 장사라는 이태출의 외동딸 이솔은 스무 살에 복사꽃처럼 고운 얼굴(부친과는 전혀 닮지 않은)을 자랑하는 아이입니다. 이현 도련님과 가까이 남매처럼 지내더니 글도 읽고 쓸 줄 알죠.



이태출은 행복했다. 딱 두가지 문제만 빼면.

하나. 이 딸이 도통 시집을 갈 생각을 안 한다는 것.

둘. 이 딸이 가끔씩 영문 모를 헛소리를 한다는 것. P.40

솔이 다섯 살 되던 해에 마을에 온 세살 연상 이현은 동네 꼬맹이들과 어울려 놀던 사이였어요. 솔은 양친 없이 거구의 석도와 살림을 돌보는 미랑과 셋이 사는 현을 오라버니로 생각합니다. 비록 그가 사대부여서 그렇게 어울릴 사이가 아니지만요.  


약간은 지친 듯한, 낮지만 넓은 울림을 가진 그런 목소리.

이현의 잔잔하고 따뜻한, 듣는 이를 감싸주는 듯 부드러운 음성과는 전혀 다른...

날카롭진 않지만 메마르고 차가운, 공허한 목소리였다.

달 없는 밤 같네.

어이없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p.49


솔은 저승사자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는 이번에도 솔을 도와줍니다. 그의 진짜 정체는 병판의 아들 검은 호랑이라는 뜻의 묵호 서민훈입니다. 북방 오랑캐가 쳐들어 왔을 때 누이를 잃고 오른팔을 다쳐 겉으로는 기루를 드나드는 한량이 되었죠. 하지만 그는 은밀히 나라를 위협하는 자하원이라는 비밀 세력을 조사 중이에요.


처음엔 어디서 새하얀 목련이 내려앉았나 싶었다. 

옷보다 더 새하얀 얼굴은 자기처럼 곱고 맑아 한밤의 어둠도 감히 덮지 못할 듯했다.

p.62-63

민훈은 산 속에서 솔을 보고 반해요. 활달한 솔의 다른 모습을 본 그가 목련이라고 표현하는 게 멋집니다. 그는 솔이 이현과 가까운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껴요.



그 품에 기대어 눈을 깜박이던 그녀. 이름...이름을 불렀다. 

수천 번도 더 불러 본 듯 익숙하게. 서로가 서로를.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갑자기 덮치는 통증에 민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P.182



"이솔"

솔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 맺힌 그 두 눈을 민훈은 마주 들여다보았다. 깊이. 아주 깊이.

"너는 이제 손 떼라."

의식 저 멀리서, 마지막 한 마디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래. 다시는 만나지 말자."  P.295 


기대한 대로 빠른 진행이고 현대적인 문체여서 페이지가 잘 넘어갑니다. 배경은 조선시대이지만 솔이 당돌해서 사대부인 현에게도 스스럼없이 대해요. 저승사자인 민훈에게도 처음엔 겁을 먹지만 차츰 대범해지고요. 이래저래 아는 사람도 많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외향적인 성격이에요. 천진하고 당당해서 귀엽네요. 민훈은 과묵하지만 솔을 좋아하는 마음을 비교적 일찍 깨닫게 되지요. 일편단심의 기운이 느껴져서 호감이 갑니다. 그와 정혼한 사이인 시호와는 어떻게 끝을 낼 지, 자하원과 솔의 관계, 이현의 정체 등 많은 의문들을 남기고 1권이 끝나요. 흥미진진한 전개가 바로 2권을 보고 싶게 만드네요.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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