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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 - 곡물 트레이더, 중동 사막에서 싱가포르 항구까지 글로벌 식량 전쟁터를 누비다
최서정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한계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어서 뒤집어보지 않으면
어느 한쪽을 놓칠 수 있다. p.8

'미생'만화와 드라마를 보고 종합상사의 사람들이 세계 유수의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걸 알았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생필품과 식자재도 알고보면 그런 분들의 피땀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식량을 책임지는 곡물 트레이더인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사학과 출신으로 역사학자가 꿈이었습니다. 그러다 '미생'을 읽고 종합상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고 마침내 대우 종합상사에 입사후 곡물부에 배정되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 어떤 회사는 입사원서의 사진을 얼마나 정성들여 찍었나에 점수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부분이 좀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그도 회사에 선택받는 입장이었기에 선택되기 위한 충고가 현실적으로 와닿네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묻는 말에 가장 확신을 가지고
명료하게 대답할 수 있는 건 당사자다.
모든 질문에 진심을 담아 확신에 찬 대답을 한다고
회사 또한 반드시 나를 좋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p.43
저자는 이 책에서 종합상사에서 하는 일, 상사맨으로서의 매력, 고충 그리고 상사맨이 되기 위한 방법 등을 다양하게 얘기합니다. 곡물 장사꾼이 되고 싶은 미생에게 추천하는 세 가지 언어로 필수적인 영어 이외에 러시아어, 프랑스어, 중국어를 말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흥미로워요.
1.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세계 식량의 공급이나 수요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
2.해당 언어의 사용자들이 영어를 꺼리거나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애착이 강할 것
3. 2개 이상의 나라에서 해당 언어가 널리 사용될 것 p.67
야심 찬 젊은이들의 인재사관학교라고 할 만큼 종합상사의 영업부서는 다방면으로 개인을 성장시킨다고 합니다. 해외 비즈니스 능력은 물론 비즈니스 예절, 관습 등도 포함해서요.

영업부서에 있는 상사맨은 자신이 맡은 아이템과 관련된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하므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게된다.
그래서 종합상사를 인재사관학교라고들 한다. p.80-81
저자가 신입시절 처음으로 맡은 업무에서 실수를 하였을 때, 차장님이 몇 시간만에 해결하였다고 합니다. 궁금한 마음에 차장님께 비결을 물었고 차장님은 다음 계약에서 조금 돈을 깎아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셨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자는 자신의 말을 꼭 지키는 습관을 몸에 익혔다고 해요.

여기서 트레이더 한 명의 실력, 그가 쌓아온 신뢰와 평판의 힘,
그리고 말의 무게를 깨달았다.
단순히 현재의 문제 상황에서 도피하고 뒤로 미루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당신들과 계속 거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p.131

해외 주재원들은 해외 영업 지원자들의 막연한 환상처럼 살고 있지만은 않다.
오히려 음지에서 많은 고생을 하는 존재들이고 그 가족들도
낯선 해외에서 겪는 남모를 고통이 있을 것이다. p.151
해외 주재원들과 현지 채용인의 어려움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특히 해외 주재원들은 본사 출장자를 책임져야하고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신경쓰기 때문에 고생이 많아 보였어요. 현지의 인맥과 현지인들과의 교류로 많은 정보를 쌓는 그분들이 진정한 민간 외교사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상사맨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더라는 속설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상사맨으로서의 자부심, 긍지, 그리고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 많아요. 저자는 다른 회사로 이직했지만 첫 직장이자 자신이 경험을 쌓은 회사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습니다.
젊은 패기로 세계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싶은 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상사맨에 도전해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낮없이 세계를 누비는 상사맨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