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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이 높은 식당
이정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사회 지도인사들의 미투가 연이어 터지고 가까운 이웃에게조차 갑질하는 기사를 접하고 세상이 참 어둡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전체가 일자리 부족으로 신음하는 걸 들으니 [천장이 높은 식당]에서 다루는 경단녀의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경단녀 승연은 화장품 회사에 영양사로 재취업합니다. 5년 동안 경력 단절이었던 승연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바쁘던 어느날 이상한 전화를 받아요.
"새로 왔다는 영양사, 맞죠?
"네, 그런데요."
"이미 뽑아놓고도 오랫동안 비워놓는다 했는데, 드디어 앉혔네요."
"죄송한데 누구시죠?"
"알 것 없고요. 그 자리 얼마나 갈 거 같아요?"
"...."
"남의 자리가 그렇게 좋으냐고요."p.49

전 직장에서 승연은 관리실 팀장으로부터 그녀가 황 과장과 짜고 자금을 횡령했다는 추궁을 듣고 자신이 누명을 쓴 걸 알게됩니다. 그 일의 기억때문에 두려웠던 승연은 전임자인 신유라에게서 성추행 사건을 접하고 곤란해져요.
여직원들은 승연에게 성명서에 서명하고 같이 행동하자고 강요하고 승연은 마지못해 동참하기로 해요.
승연은 김자경이 동의를 구하는 사람은 영선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무엇 때문에 얼굴까지 찌푸려가며 이름도 기억 못 하는 사람을 위해 나서준다는 건지, 전혀 고맙지 않았다.
"재계약 때문에 그래요?"
승연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테이블을 내려다봤다 p.113

성추행 당한 소문의 인턴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승연이 그를 발견해요. 그 사람이 남자라는 사실은 의외였어요.
성공한 기업가로 소개됐던 본부장은 한낱 추행범이었고 억울하게 쫓겨났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신유라는 거짓말이라고 하기도 허술한 말을 천연덕스럽게 뱉고 있었다. 모두 더러운 장난을 치고 있었다.p.132

신유라가 다시 출근하게 되어 해고당할 처지에 몰린 승연은 기자에게 인턴 자살사건을 흘리고 회사는 비난을 받습니다.
무척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 답답했어요. 파견직이라 고용 불안과 여러가지 다툼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힘든 상황이 안타깝구요. 통쾌한 폭로가 있고 나름대로 해피엔딩입니다. 현실에선 이런 결말도 어려울거란 생각이 들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