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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평점 :
우리나라 역사에서 장보고가 해상을 장악하여 나라를 좌우하는 큰 권력자가 되었지요. [인류 모두의 적]은 대영제국을 탄생시킨 해적왕의 이야기라니 무척 기대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해적 헨리 에브리는 사람을 납치해 노예로 파는 바버리 해적을 소탕하는 해군으로 입대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수 세기 동안 인류 모두의 적이라는 분류는 해적에게만 적용되었다. 해적들이 일반적인 범죄 행위의 경계를 넘어서는 잔혹 행위를 서슴지 않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범죄를 법적 관할권이 모호한 공해상에서 행했기 때문이었다 p.65

잔인한 바버리 해적들처럼 인류 모두의 적이 있는 반면 드레이크처럼 성공한 사략선 선장들은 모험가이자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여 존경을 받고 작위 수여까지 있었습니다.
17세기 당시 1인당 GDP는 인도와 유럽이 비슷했지만 무굴제국 황제의 부의 편중은 영국인들이 경악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최상층 왕궁과 왕실의 모습은 더 화려했고 유럽인들에겐 인도가 더 앞선 문화로 여겨졌어요.
유럽인은 금괴 은괴로 후추와 옥양목의 값을 지불했지만 인도는 그 금괴와 은괴를 장식물로 활용해 유럽인들을 놀라게 했구요. 말하자면 복권에 당첨된 후 지폐를 벽지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였어요.
1600년 12월 31일 인류 역사상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가 설립됩니다. 투자에 따른 이익과 위험을 투자자에게 분산하는 주식 공모가 시작되었어요. 귀족, 성직자, 상인 등 부유한 영국인들이 주식 공모에 참여했습니다.
헨리 에브리는 스페인 원정 해운에 반대하여 선상 반란을 일으키고 스스로 선장에 올라 배 이름을 팬시호로 바꿉니다. 선장이 되어 가장 먼저 취한 조취는 초과 이익 공유 계획 발표입니다.
전리품은 각자가 맡은 역할 기준으로 포상 분배되고 중대한 일을 결정할때는 모두가 동등한 투표권을 갖습니다. 해적의 지배 구조는 상당히 민주적이었다고 해요
대부분의 해적선이 채택한 선상에서의 권력 분립은 미국 헌법의 뼈대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선장의 권한은 선원 투표를 통해 선장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의해 제한되었다 전투 중에는 선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대부분 일상적 문제는 항해장이 결정을 내렸다 p.133

해적들은 선상 민주주의. 권력분립, 공평한 보상 계획, 부상에 대한 보험 등 유럽 국가의 법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헨리 에브리의 팬시호는 무굴 황실 순례선 건스웨이호를 습격하는데 성공하고 막대한 보물을 손에 넣지만 배에 타고 있던 공주를 비롯한 여인들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그 일로 에브리는 지명수배자가 되었어요.
무굴황제는 영국에 자국의 배를 보호할 책임을 넘겼고 영국은 바다를 해적에게서 구하는 대신 인도와의 관계에서 법을 집행하는 권한을 차지했고 그로부터 60여년 후 동인도회사는 1억이 넘는 백성을 지배하는 회사 국가가 되었습니다.
해적들은 인간다운 권리와 자유를 지키고 정의가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경단이었다. 해적들은 자신들의 민주적인 국가를 리베르탈리아로 정했고 훗날 유럽 급진 사상가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p.339

해적의 잔악한 행위가 국가간 전쟁을 일으키는 빌미가 되고 동인도회사가 인도 아대륙을 지배하게 한 계기가 되었고 영국을 식민지 지배국으로 만들었어요. 그들의 사상과 자유가 시대를 앞섰던 반면 그들은 여전히 살인자였고 성폭행범이며 도둑이었습니다. 헨리 에브리의 미스터리한 행적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신기한 이야기였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