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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평점 :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직업과 나이의 5인이 여행지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가 소설 대상이라니 어떤 내용일지 기대되었습니다

중학교 교사인 김설은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 오후에게 설렙니다. 설은 가부장적인 부친의 죽음 이후 피학적인 성행위에 빠졌어요. 자신감이 부족하고 위축된 그녀는 당당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번역가 남하나를 동경합니다.
혼자 걷는 일과 함께 걷는 일은 지구만큼의 차이다. 곁에 선 사람, 바라볼 수 있는 등, 보폭을 맞춰 걷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모든 것이 아름다운 노래가 된다. 함께 걷던 후가 없으니 낮은 풀들과 담뿍한 꽃향내, 설산과 푸른 숲, 지저귀듯 흐르는 물줄기도 없는 것이 된다.p.45

남하나는 여행지에서 룸메이트가 된 설이가 애인이던 유부남 연극배우와 이별한 얘기를 듣고 신경쓰이기 시작해요. 사실 후와 관계한 적 있어서 설이가 더 의식됩니다.
밤은 우리를 이상한 존재로 만들어버려 단지 취했거나 혹은 성탄이 다가온다거나, 심지어 그의 손가락이 길고 굵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랑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밤 동안 둘이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누고 삼켜버려 어떤 욕심과 욕망도 남지 않은 아침, 진실은 찾아온다. 벗은 그를 남겨두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러니 역사는 밤에 이루어질지 몰라도 관계는 아침에 매듭지어진다.p.75

하나는 키스방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그녀는 상대한 단골 남자들을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려 합니다.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날 리 없는 질문을 만드는 일. 현실에서 숱하게 마주치는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도 빠듯하게 살아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한 사람이 택한 답보다, 스스로 만든 질문이 더 많은 걸 말해주지 않을까. 모든 거짓말엔 이유가 있듯, 질문에도 탄생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질문을 던진다는 건 자신이 딛고 선 장을 발 아래를 내보이는 일인지도 모른다.p.115

나이든 작가는 하나의 가슴에 손을 대다 들키고 이혼한 아내가 보낸 메일과 입금된 돈을 확인하고 웃음을 터트리다 눈물 흘립니다.
여대생 전나은은 손목을 그은 상처를 감추려 타투를 했어요. 오후는 설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지만 그 마음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요.
여행지에서 뭔가를 얻기도 버리기도 합니다. 물건뿐 아니라 감정도 마찬가지예요. 책 속의 5인은 인간의 무리 속에 홀로 외계인처럼 느낍니다. 모두 저마다의 약점이 있고 그걸 떨쳐내기위해 애쓰기도 하구요. 낯선 사람들이 비밀을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삶의 고비에서 손을 놓지않고 서로 붙잡아 줍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