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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ㅣ 섹스/라이프
BB 이스턴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오래된 부부사이의 애정표현은 줄어들게 마련이죠. 그런 상황을 바꾸려는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양념을 더했습니다. 분명히 19금이고요. 사랑하는 남편에게 열정이 사라지고 둘 사이가 무미건조해진 부부. 아내 비비는 남편 켄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들킬걸 염두에 두고 비밀일기를 쓰기로 해요.
나는 켄을 나를 무지막지하게 사랑하는 다정다감한 남자로 변신시킬 비도덕적 실험을 하기로 했다.
나는 내 남편 켄의 발전 상황을 추적 기록할 공간이 필요해. 그리고 세상 그 어떤 남자도 임신 축하 파티를 위한 기저귀 케이크 만들기 폴더 속 파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지.p.62

첫 남자친구는 스킨헤드였던 나이트와는 수갑을 차고 첫경험을 해요. 시작부터 범상치않죠. 열여섯 살에 만났던 스물두 살 할리는 교도소 드나들길 밥 먹듯 했고 비비에게 잘 해줬지만 마약중독자였어요.
비비는 할리를 만나면서 좋았던 순간이 지나고 이성이 돌아오면서 그에게 참을 수 없는 단점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끝내요. 미성년자가 하는 경험으로는 절대 평범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와는 정서의 차이가 심합니다.
나는 켄이 감기에 걸리는 게 너무 좋아. 타인의 고통에서 기쁨을 찾는 것은 악한 일이란 걸 알지만 내 남편 켄은 아프면 이만저만 귀여워지는 게 아니거든.
엄밀히 말하면 아픈 켄이나 평소의 건강한 켄이나 똑같긴 해. 다만 편안한 후드티를 입었을 뿐이지.
후드티의 후드와 비니 모자는 예전부터 매번 내 가슴을 잡아끌었지. 나는 용의 선상에서 막 제외된 것 같은 나쁜 남자한테 환장했거든.p.136

비비는 로커인 한스에게 빠졌었죠. 그와 남의 집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도주하기도 했어요. 미성년자, 무단 가택침입 등 범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기도 합니다.
남자의 침착하고 자신만만한 분위기에 빨려들어 동화 속 마법의 나라에 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 이상한 남자들이 술 취한 십대 소녀를 성폭행하는 일이 다반사인 파티 장소에 와 있는 게 아니라.p.166

올블랙을 입은 켄은 타투도 없고 피어싱도 안 했고 범죄 경력도 없지만 그에게 빠져들고 말았어요. 비비는 켄에게 일기를 들키고 둘은 열정적인 부부가 됩니다.
특이한 건 비비가(저자) 학교 심리상담사라는 점이에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다독이며 상담하는 사람이 이렇게 솔직한 성고백서를 쓰고 공개하다니 결국엔 전업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과감하고 노골적이지만 생각보다 야하지 않은 과거와 현재의 남자들 이야기였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