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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ㅣ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평점 :
사전을 외우고 먹었다는 옛날 공부법을 들은적 있어요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는 이야기를 먹는 화괴가 등장하는 MZ세대 작가의 글이라니 신선한 감각을 기대했습니다

도서부장인 세월은 도서관에서 책을 먹는 괴물을 발견해요. 괴물의 정체는 임혜성이고 그는 자신이 화괴이며 책이나 이야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월은 그를 위해 고민 상담부 동아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먹게해줄 사람을 찾기로 하구요.
그는 걱정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어느새 흘러내린 내 머리칼을 조심스레 올려 주었다. 그 순간마저도 정말로 나를 걱정하긴 하는 걸까 의심부터 들었다.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 그리고 사람에게 배척당하면서 살았으면서 정말로 사람을 걱정할 수 있긴 한 건지.P.67

이야기를 먹어 달라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김해원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소설가의 꿈을 먹어달라고 했어요.
그가 그 종이를 읽는 짧은 순간 동안, 주변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긴장이 온 사방에 내려앉아 주변의 소리란 소리는 모두 삼켜 버렸다.
"그러니까, 난 원래 소설가가 꿈이었고 그 꿈으로 고통받는 게 싫어서 꿈 자체를 지워 달라고 부탁했던 거구나. 내가 잘 이해한 게 맞아?" P.153

권다경은 친구 서별의 자살 시도로 인해 그녀와의 기억을 잊고 싶어했어요. 서별은 부모님의 성적 압박과 폭언에 충동적으로 칼을 휘둘렀고 다시 다경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혜성이 화괴란 걸 아는 소원은 화괴와 가까웠던 사람을 불행하게 했다며 경계해요. 혜성은 세월에게 자신이 가까웠던 친구를 독차지하기위해 마을 사람들에게서 그 아이의 기억을 먹었다고 말합니다.
원래는 적당히 괜찮은 말을 꾸며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속에 답을 정해 둔 강직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머릿속으로 꾸미고 있던 온갖 핑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과거를 겪었음에도 나는 결국 괴물이었는지, 이야기를 먹어야겠다는 식욕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죄책감을 지워 버렸다. 허락을 받아야만 이야기를 먹는다. 그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 내게는 그때의 흔적 중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기억을 먹으면 그 사람이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허락을 받았다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먹기도 했다. P. 236

책이나 기억을 먹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혜성은 인간에 가까워지지만 그걸 피하려합니다. 세월과 혜성의 서투른 감정이 커져가요. 서로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어긋나 상처받고 치유됩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때론 지워주는 과정을 통해 둘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요. 독특한 소재로 청소년 다운 감수성과 희망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