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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이문현 지음, 박윤수 감수 / 포르체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버닝썬은 아이돌까지 연루되었던 큰 사건인데 잠잠해졌어요 사건의 내용을 다뤘다니 기대되었습니다

기자가 사건을 처음 접한 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보 글이었습니다.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술을 마시다가 보안요원에게 폭행 당해 갈비뼈가 부러졌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피해자를 폭행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일주일 만에 조회수 50만인 글이지만 사건을 다룬 기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의아해하며 피해자를 만났고 그는 얼굴 공개를 선택해 신뢰성을 높여 본격적으로 취재가 시작됩니다. 단순한 폭행 사건이라 9시 메인 뉴스에서 다루지 않을 정도라는 말을 들었지만 저자는 계속 취재를 이어갔어요.
취객끼리 욕하고 주먹다짐하는 일은 뉴스거리가 안 되겠지만 버닝썬처럼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최고급 클럽 임원이 손님을 무자비하게 폭행한다는 건 뉴스 가치가 있다.
폭행 사건이 클럽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흔히 발생한다는 건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적한 뒷골목이 아닌 호텔 로비와 클럽을 잇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폭행했다. 자신이 벌인 일이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뜻이다.
이런 폭행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만 현행범 체포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P.82

사소한 폭행 사건에서 발단이 된 취재는 점점 그 내막의 엄청난 사건을 파고들게 되지요. 버닝썬의 클럽 MD들이 VIP를 유치하기 위해 여성 손님에게 GHB를 먹여 성폭행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MD들은 GHB를 술에 넣는 행위를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작업한 여성들의 나체와 얼굴 사진을 VIP에게 보내 유인했다. 버닝썬을 찾은 중국인 남성 4명에게 작업한 여성 3명을 넘긴 건데 여성들은 모두 20살이었다.P.170

실험을 통해 GHB라는 약물이 순식간에 의식을 잃게하고 멀쩡한 것처럼 행동해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내용은 섬뜩합니다. 전문가들조차 차라리 알려지지 않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약물이에요.
중국 여인 린 사모는 버닝썬 초기 투자금의 40%를 부담했고 지분 20%를 소유했습니다. 지드래곤과 같은 층의 아파트를 비롯해 부동산 투기만으로도 상당한 부를 가졌지만 측근이 말한 설명은 추가적인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녀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라는 것이다. 린 사모는 자신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버닝썬을 일종의 세탁기로 이용했다. 데리고 다니는 20대 청년들을 버닝썬의 유령 MD로 등록시켜 자신이 주문한 술 값보다 2-3배 많은 금액을 결제하고 그 MD들의 통장으로 되돌려 받은 뒤 현금으로 찾아 전달받았다. 버닝썬을 세탁기로, MD청년들의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이용해 깨끗한 돈을 확보한 것이다.P.222

버닝썬은 폭행, 강간, 마약, 돈세탁, 탈세 등 범죄 백화점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이 범죄의 주축으로 가담했다니 삼합회가 연상되고 범죄영화 같아요. 사건은 관련자들 일부가 형을 선고받고 종결되었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남아 있어요.
이 사건으로 인해 약물 사용 성범죄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는 건 다행스러워요. 묻혀버릴 수 있는 사건을 냄새맡고 파헤쳐 세상을 바꾸는 것이 기자의 본능이자 야성이 아닌가 싶어요.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열정을 불태운 기자들이 대단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