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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ㅣ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평점 :
청소년기에 자유보다 억압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틀에 박힌 일상을 보내는 친구들을 다룬 [일주일]에서 트리플 시리즈의 새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세 편의 단편이 있어요. 일요일, 수요일, 금요일이라는 제목이에요. 가장 인상 깊은 건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서로 다른 일요일이에요.
'나'와 성당 유치원에서 처음 만나 9년 동안 같은 학교를 다닌 도우와 민주는 비밀을 털어놓는 사이에요. 도우는 공부 잘하고 랩도 잘하고 바이올린 연주도 잘해요. 어떤 아이들은 도우를 연예인처럼 대하고 누군가는 도우에 관해 나쁜 소문을 지어내요. 도우가 신경쓰는 건 성적뿐이에요.
도우는 이기고 싶어 했다. 도우의 라이벌은 동급생이 아니라 이미 성공한 부모님이었다. 성공한 자리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기를 내려다보는 부모님과 자존심을 걸고 싸우던 도우. 도우에게 공부는 노동이었다.p.19

민주는 춤과 패션을 좋아하고 도우와 민주는 방학이면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지만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실습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해요.
3학년 봄부터 출근한 회사에서는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실습생의 시급조차 챙겨줄 수 없을 만큼 사정이 어려운 회사에 미래가 있을까.
회사는 사정이 안 좋았던 게 아니라 실습생에게 돈을 주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일해서 번 돈으로 나의 삶을 사는 것. 그게 나의 꿈이었다. 일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일은 점점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일은 나를 하찮은 존재로 만들었다. p.45

수요일은 가출한 지형의 보호자에게 지형의 여자친구 영주의 자살을 비롯해 지형에 대해 아는 걸 말해요.
금요일은 학교 교장의 손녀이자 학교 재단에 친척이 있다는 주희의 폭력적인 말과 행동에 시달리다 학교를 벗어나려는 장하지의 이야기예요. 하지는 고등학교에 들어와 연극반 동아리에서 연극 대본을 쓰며 새로운 생활을 기대했지만 결국 실망해요. 하지는 엄마에게 자퇴에 대해 말하고 자퇴 후 계획을 써서 보여줘요.
이지의 대답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나이 들수록 바보, 멍청이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고. 이대로 내가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어른이 될까 봐 두려웠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엄마는 말했다.
후회해도 돼.
후회할 수도 있는 거고 후회는 잘못이 아니야.p.127

어린 학생들을 속이고 이용하는 나쁜 어른이 있고 집안의 배경을 믿고 못되게 구는 아이가 있고 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부모가 있어요. 현실적이라 슬프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결정도 있구요. 십대의 생존도 힘들어요.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꿈을 갖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건 평범한 듯해도 어렵네요. 지금 십대들의 진짜 이야기였어요. 잘 읽었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