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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평점 :
길가메시와 죽음에 대한 철학.

길가메시가 마블 히어로로 나온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바빌로니아의 신화라는 [길가메시 서사시]가 기대되었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서로 다른 서너 시기에 서너 가지 언어로 점토판 형태로 현재도 활발하게 출토되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은 총 4부로 다양한 원전 텍스트로 서사시의 다양성을 충분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인에게는 심연을 본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어요.
수메르어는 친족 언어를 찾기 힘든 인류 최초의 언어입니다. 이 책은 앤드류 조지가 세계 최초로 수메르어로 된 서사시 5편을 영어로 번역해 출간한 내용이에요.
길가메시 왕의 압제가 심하자 백성들은 신에게 하소연하고 신들은 길가메시의 맞수가 될 야생 인간 엔키두를 창조합니다. 야생동물들이 키우던 엔키두는 덫 사냥꾼에게 발견되어 동물 무리를 떠나고 매춘부에게 유혹당해요. 길가메시는 꿈에서 엔키두를 봅니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싸우지만 화해한 뒤 친구가 되어 함께 모험을 떠나요. 둘은 숲의 왕 훔바바와 맞서 싸웁니다. 훔바바를 죽인 후 엔키두가 죽게됩니다.
"그대와 온갖 고초를 견딘 나이니
친구여, 나를 기억해주게,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잊지 말게!"
"나의 신이 나를 저버리셨네.
나는 전장에서 스러지는 사람처럼 죽는 게 아니네.
난 전투가 두려웠네, 하지만...
친구여, 전투에서 스러지는 자는 이름을 남기네.
하지만 나는, 나는 전투에서 스러지는 게 아니니, 이름을 남기지 못하네." p.114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죽음으로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황합니다. 그는 현명한 여신을 만나 엔키두가 죽은 사연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말해요.
내가 그다지도 애틋하게 사랑했던 내 친구 엔키두
나와 함께 온갖 위험을 겪어냈던 사람
죽어야 하는 운명이 그를 옭아맸소.
난 그를 위해 엿새 낮과 이레 밤을 통곡했소.
나 역시 죽을까 봐 겁났소.
점점 죽음이 두려워졌고 그래서 야생을 방랑하오. p.141

길가메시와 저승의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와요. 길가메시는 엔릴 신 앞에서 엔키두의 죽음에 대해 울며 호소합니다.
아버지 엔릴이여 제 공이 저승에 떨어졌나이다, 제 방망이가 간지르에 떨어졌나이다.
제가 그것을 가지러 엔키두를 보냈는데 저승이 그를 붙잡았나이다!
제가 총애하는 하인, 제 변함없는 동반자, 제게 조언한 이를 저승이 붙잡았나이다! p.231

길가메시 서사시는 폭군이었던 길가메시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영생에 대한 열망으로 방황하다 지혜를 얻어 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를 다뤄요. 길가메시의 짧은 에피소드도 있어요. 헤라클레스처럼 거창한 모험보다는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환희와 경이로움을 느꼈을 정도라고 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이런 깊은 철학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저도 놀라워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