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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평점 :
불륜 부부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서 다들 말은 안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바람난 의사와 이웃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50을 넘긴 의사 엘린은 남편 악셀과 떨어져 병원에서 지내고 어느 순간부터 냄새에 민감해져요. 그녀는 예전 애인인 비에른에게서 온 메시지를 읽습니다.
점점 걱정이 돼서 불안해. 최소한 살아 있다는 표시라도 하나 보내주면 안 될까. 괜찮다는 걸 알 수 있게 말이야.
하지만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 괜찮았던 적은 까마득히 오래된 일이다. 이 인간은 대체 뭘까. 나는 모든 걸 깨부쉈는데 그는 이렇게 변태 같은 말이나 하고 있다. p.53

비에른과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고 비에른이 보낸 메시지를 보게 됩니다.
우리가 굳이 만날 필요는 없지. 그저 생각일 뿐이었어. 너를 부담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 메시지는 자정 직후 보내진 것이었다. 나는 집을 청소하고 점점 올라가는 혈중알코올농도로 그에게 썼다. 안녕 비에른! 네 소식을 듣게 돼 기뻐. 너랑 커피 한잔하고 싶은데.
그런 식으로 토요일 오후 버전의 나라는 인물이 밤 버전의 나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거기 서서 자주 그러하듯 무언가에 묘하게 빠져들고 있었다. p.86

비에른은 남편 악셀을 만나기 전의 남자친구였어요. 그는 아내 린다와 결혼해 낳은 아이들과 손주까지 있었습니다. 결혼 8,9년 차에 막 넷째를 얻은 상태였을 때 10년 후 엘린과 함께 살고 싶다고 적었다는 고백을 해요. 그는 인터넷을 통해 엘린이 언제 결혼했고 언제 아이들이 태어났고 의사 면허를 받은 시기와 악셀의 경주 성적까지 알고있다고 합니다.
비에른이 묘사하는 과거는 나에게 비현실감을 선사했다. 마치 드라마처럼 시간을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버렸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으니까. p. 107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감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유가 있어요. 그건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엘린은 의학적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이 초인종을 누르는 경우가 많아 초인종 건전지를 뺐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베란다 문을 두드렸어요. 날이 밝는 대로 주치의에게 전화하는 편이 낫지 않냐고 해도 아이들이 병원에 갈 수 없을 만큼 절체절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아이들이 사회적 책임과 연대에 높은 소득을 주장하기도 하구요.
심지어 바람난 남편을 둔 거의 처음보는 여자가 찾아와 하소연하기도 했어요. 비에른과의 재회는 악셀도 알고 있었지만 서로의 부부 관계를 얘기한 건 몰랐지요. 엘린은 비에른과 불륜을 저지르고 매번 끝내려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해요.
엘린의 환자들의 이야기가 마치 액자형 소설처럼 느껴집니다. 엘린과 악셀은 바람을 피우는 걸로 젊어진 기분을 느끼는 환자를 두고 우울증처방을 하라며 웃었지만 그녀 자신의 바람이 들통나면서 결혼은 위기에 빠집니다.
현실적인데 코믹하기도 하고 깊이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결론이 예상과 달랐어요. 노르웨이 특유의 감성인지 서늘하면서도 사색하게 만드는 점이 있구요. 마냥 가볍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