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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 - 조영남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
조영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조영남 님은 구설수도 많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직설적이고 솔직한 심정으로 밝히는 조영남 님의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시작은 미술 대작 사건 판결부터입니다. 그림 가격이 상당하다는 말에 이어 그 그림들을 타인이 그렸다는 사건이었지요. 타인이 대신 그렸어도 아이디어가 조영남 님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인정되어 대법원 무죄로 종결되었습니다. 그 일을 겪은 후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고 해요.
미술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첫사랑에 대해 고백합니다. 탁구 동아리의 여학생이었고 한 장 남은 사진을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 식당이나 안방 벽에 붙였답니다. KBS 피디가 그림 속 인물에 대해 묻다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것이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가수 조영남하면 자동적으로 쎄시봉이 연관되지요. 쎄시봉을 찾았을 때 음대를 다니는 촉망받는 성악도였다고 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거길 왜 갔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송창식이나 윤형주한테 물어봐도 소용없다. 내가 분명 그네들보다 훨씬 앞서 쎄시봉 출입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p. 57

고교 성악 콩쿠르 1등, 서울대 음대 재학생으로 푸치니 오페라의 주인공이 되어 공연했을 만큼 촉망받는 성악가 지망생이었어요. 그는 다니던 대학과 교회에 대한 반발심으로 쎄시봉을 찾았고 팝과 대중가요에 빠지게 되었을거라 말합니다. 성악가로서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도 있었구요.
음대 성악과 학생이 대중 가요에 빠졌다는 사실은 당시 클래식계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그는 학비를 벌기위해 알바를 시작했고 미8군에서 악단 단원으로 쇼를 하기도 했어요. 악단이 한 달 후 받은 월급이 음대 한 학기 등록금에 가까워 음대에서 공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두번째로 대학을 중퇴하고 맙니다.
첫번째는 한양대 음대를 중퇴한 건데 이유는 사랑때문이었어요. 상대는 한 살 연상녀로 몸이 약해 병원 생활을 하다 담당 의사와 약혼한 상태였어요. p. 107

그녀의 약혼자가 조영남 님이 구두 뒤축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요란할 정도로 달달 떠는 걸 보고 돌아섰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우스워요. 전액 장학생이 남의 가정을 파괴하면 어쩌냐는 교무처장의 훈계에 그는 학교를 포기했어요. 이후 서울대 음대에 들어가니 돈 많은 부잣집 딸들이 더 많아 그녀를 성악과 선배에게 소개했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해 미국으로 이민갔고 이혼 후 외국인과 재혼해 살다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로맨스의 끝이 황당하네요.
우리나라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 없겠죠.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바람 피운 남성에게 우아한 복수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전시회가 취소되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어요. 그가 보기에 그녀는 나탈리 우드를 닮았고 철저하고 억척스러운 구석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 거였어요. 배우는 목숨 걸고 안 하면 안 돼. 훌륭한 남편 두고 천천히 놀면서, 그래 이 역할은 내가 해 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은 기분 나쁜 연기가 된다고, 한 신 한 신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어 있는 거라고."
이 말은 배우 윤여정의 말이다. 어떤 일을 목숨을 걸고 살기 위해서 한다는 것, 이 얼마나 프로다운 태도인가. 나는 평생 뭘 할 때 목숨을 걸고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까지 짝퉁 아티스트로 살아왔다. 적어도 윤여정 앞에서는 말이다. p.344

조영남 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연애도 예술도 바람도 하고 싶은 만큼 하고 거리낌없이 사는 모습이 가끔 아연할 때가 있어요. 기인같은 분으로 여겼지만 그 내면은 더 복잡하고 이해불가네요. 솔직하게 털어놓은 인생이 소설같았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