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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지음 / 봄름 / 2022년 1월
평점 :
교도소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었어요. 죄수들도 알고보면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 중에는 실수로 볼 수 없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지요. 실제 교도관이 말하는 교도소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강력범죄 사건을 접하고 인간이길 거부한 자들의 행위에 분노하기도 한다고 해요.아이러니하게 그 사건의 범인이 눈앞에 나타나기도 했구요. 솔직히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지키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자는 선배에게서 살인자를 제압하는 법, 강간범과 대화할 때 필요한 것, 조폭과 마약사범에게 지시할 때 참고사항, 목을 맨 사람을 발견했을 때 등의 노하우를 전수받습니다. 손톱깎이를 먹었을 때란 내용에 의아해하자 건전지, 치약 뚜껑, 숟가락, 젓가락..눈에 보이는 건 다 먹는다고 들어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밑바닥을 마주하는 곳이 바로 교도소입니다. 이 책을 통해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의 실생활을 알게되었어요.
같은 방 수감자에게서 폭행당한 노인을 위해 가해자인 조직폭력범을 다른 방으로 옮긴 후 노인이 아동 성폭행 6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순간 내 안에 품고 살아가던 어떤 가치관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의 표정을 밝아졌다. 곧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몸을 그 전에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매일매일 운동장을 뛰고 팔굽혀펴기를 해댔다.
피해 아동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조직폭력범과 교도관인 내 행동 중 어떤 편에 손을 들어줄까. p.27

선풍기가 떨어져 다친 수감자가 교도관을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고소해 검찰에 조사까지 받게 합니다.
조사실을 나오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던 이유는 이 고소 때문에 우리 교도소의 기관 평점이 낮아져 조직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점점 조직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지워가고 있었다.p. 56

성폭행범이 교화에 부적합한 음란한 내용을 포함한 잡지를 불허당하자 소송을 걸어 결국 고등법원에서 승소했다고 해요. 현장 근무자들에겐 그로인한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돌아갔구요. 정말 어이가 없어요. 폭력성을 이유로 나이프를 뿌옇게 처리하고 청소년보호법으로 교복입은 성인의 야한 포즈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교도소의 성범죄자들 볼 권리는 존중된다니 정말 화가 나요.
상습적 강간범에 대한 물리적 거세는 인권 보호란 이유로 시행되지 않지요. 인권을 침해한 자들의 인권이 보호되는 역설이 참기 힘들어요. 성범죄는 살인, 강도 등 다른 강력범죄 중에서 재범율이 가장 높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고관을 갖고 있답니다.
성범죄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회가 만든 피해자니 사랑으로 보살피니 허울좋은 말만 떠드는 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문가는 단 하루라도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인과 24시간 붙어 대화하며 그들을 들여다본 적이 있을까.
물론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치료와 교육이 동반되는 구금이 재범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장 근무자다.
반성하지 않는 그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들었을 때 나는 분노한다. 강력한 처벌과 교화, 그 갈림길에서 나는 매일 길을 잃는다.p.69

이 책을 읽으면서 평범한 사람도 교도소에 갈 수 있지만 그곳엔 사회로부터 반드시 격리되어야할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겼어요.
친딸을 성폭행하고 어차피 무기징역일테니 너는 꼭 죽인다고 소리친 사이코패스가 5년 후 출소하고, 강간죄로 복역 후 출소해 채팅앱으로 만난 여자를 살해한 자가 법정에선 눈물콧물 쏟아 감형받고, 살인 후 사체훼손한 자가 다른 사람을 죽이지 못해 자해하고, 맞으면서도 부모의 품을 찾는 아이를 죽인 아동 학대범 등 읽으면서 분노를 참기 어려웠어요. 기사에는 범죄 내용만 나올 뿐 그 범죄자가 이후 교도소에서 어떻게 지내는 지 모르지요.
이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영화 밀양에서 피해자의 엄마가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 고통을 참지만 정작 가해자는 마음의 평화를 찾고 편하게 지내고 있었죠. 현실은 그보다 더 끔찍하네요.
법 집행은 선량한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재범을 막고 범죄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방법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감자들의 이유없는 항의와 고소 남발로 교도관과 교도소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였구요. 수감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는 이상으로 교도관들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당연하지요.
범죄자 인권, 교정공무원의 인권감수성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과 함께 교도관 체험을 추천합니다. 교화가 불가능한 흉악범들을 마주하고 교도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부디 그분들의 몸과 마음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