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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평점 :
육상선수로 금메달을 따고 싶은 꿈을 가진 아이가 구구아저씨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성장소설로 기대했습니다.

한국 육상계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다연은 예상치 못한 발목 부상을 입어요.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장소에서 다시 육상 연습을 하려했어요. 다연의 부상은 회복되었지만 아홉 살 때부터 달리던 다리는 멈추고 말아요.
다연은 실망한 마음으로 한강에 가요. 한강 공원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핫바를 사와 먹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핫바 한 입만."하는 목소리가 들려요. 주위에 사람은 없고 비둘기 한 마리만이 있었어요. 비둘기는 유창한 우리말로 핫바를 구걸해요.
"한 입만."
다연과 구구는 그렇게 서로를 발견했다.
"나 진짜 미쳤나 봐." p.22

이 장면에서 빵 터졌어요! 구구의 말도 다연의 반응도 너무 평범하고 익숙해서요. 비둘기가 말을 하고 핫바를 구걸하다뇨! 책 소개에는 구구아저씨가 비둘기라는 정보가 없었죠. 중대한 비밀이자 스포일러입니다.
구구는 정체를 밝히고 장황한 설교 후에야 핫바를 얻어먹어요. 구구의 말로는 그의 조상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한국으로 건너온 흰비둘기였답니다. 당시 그 흰 비둘기 대부분이 개막식 날 성화대에 앉았다가 바비큐가 되었다고 해요. 홍콩에서 건너온 흰 비둘기들은 그날의 비극에 상심해 한국 하늘을 떠나 홍콩으로 돌아갔어요. 1989년 오우삼 감독의 영화 첩혈쌍웅에 출연해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비둘기의 위대한 생존력을 과시했다는 말에도 계속 웃음이 나왔어요. 비둘기의 일부는 한국에 정착했고 구구는 그 후손이죠.
다연은 편의점 알바하는 해수와 친해져요. 취직해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해수의 말에 구구가 해석을 곁들여요.
"누군가를 언제나 진심을 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건 마음이 청춘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나이 든 사람들 중에서도 여전히 청춘인 사람들을 잘 살펴봐. 그들은 항상 타인을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해."p.61

"메달도 따지 못하고 좋은 대학에 못 가면....그래서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불행할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해수 양이 전주비빔 말고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가져온 날 확실히 더 행복했어. 비둘기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날도 있으니까."
"물론 비둘기 말고 독수리나 백조처럼 인간들이 더 좋아할만한 걸로 태어났으면 지금보다 나았을지 모르지. 근데 내가 인간들을 오랫동안 살펴보니까, 인간들은 어떻게든 싫은 이유를 만들어내는 족속들이더라고." p.228

이렇게 지적이고 허세투성이인 비둘기가 있을까 싶어요. 구구와 그 친구 비둘기 프린스와 어울리면서 다연은 이전에 상상도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해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지요. 코믹하고 신선하고 재미있는 현대판타지예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