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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과 순례자 - 가문비나무의 노래 두 번째 이야기 ㅣ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8월
평점 :
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이라는 순례자
나에게는 듣고 쓰는 일이 일종의 기도입니다. p.7
사랑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 p.17
바이올린 선율은 가끔 사람의 음성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린은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랜 세월 명성을 지킨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근에 제작된 바이올린에게 완패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그 비슷한 에피소드가 이 책에도 나와요),아마도 아직까지 바이올린 제작에 평생을 바치는 장인들의 열정이 대단하기 때문이 아닌가 했어요.
『바이올린과 순례자』는 바이올린 장인이자 영적 순례자인 마틴 슐레스케가 쓴 두번째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종교적 성찰과 더불어 삶에 대한 지혜를 담은 내용이 정신을 정화시켜줄 걸로 기대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만들고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으로 인해 우리 안에서 부지불식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p.33
모든 마음에는 영원의 열쇠가 놓여 있습니다. 이 열쇠가 우리 삶의 의미를 열어 줍니다.
스스로를 너무 비하하거나 자신의 말과 행동이 복의 통로가 될 수도 있음을 잊어버린다면 그것은 겸손이 아닙니다. 우리가 왕의 딸이며, 왕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은 악한 일입니다. p.210
삶에 환멸을느끼는 자들에게는 길 떠나는 사람들의 희망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들에게 희망은 유치하게만 보입니다.
그들은 비판적 이성의 가장 저속한 모습이 냉소주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p.293
모든 음은 연주자와 악기 사이의 거룩한 동시성입니다. 아름다움만 더하거나 덜할 뿐입니다.
이런 동시성만이 진정한 현존이고, 영원한 삶입니다. p.317
저자가 나무를 소중히 깎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끊임없이 연마하고 자신의 마음이 무녀지지 않게 하는 모습은 철학자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와 다른 철학자들의 차이점은 그가 바이올린 을 만들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구매자들과 상대해야하는 상업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세상과 떨어져 명상으로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보다 어쩌면 사람들과 부딪히는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는 내용이 더 진실되게 들리나 봐요.
바이올린의 소리는 나무가 만들어 낸다든가,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 따로 있다는 사실, 음악가와 악기의 관계 등 바이올린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흥미로웠어요. 자신이 제작한 바이올린에 대한 애정은 마치 갓 태어난 아이를 대하는 듯 감동적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자신을 내맡긴 인간이 고유한 울림을 갖는 것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특별하게 울리는 것"이라는 경애와 찬사도 멋지고요. 과다니니에 대한 묘사는 이태리제 스포츠카를 연상시켰어요.
세계적인 솔리스트들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바이올린 마이스터지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함을 간직한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페이지 중간중간 글과 어울리는 목판화는 바이올린을 제작하고 남은 가문비나무로 제작하였다니 더 의미가 있어 보여요. 그는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강조합니다. 단순하지만 모든 것의 해답이 사랑이라니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이 글을 읽으며 소리라는 감각을 향유할 수 있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새삼 깨달았어요. 바이올린 독주를 감상하며 읽으면 또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고요하고 사색적인 글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