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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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  p.39


테드는 공항 라운지 바에서 만난 릴리와 대화 중 아내 미란다의 외도를 털어놓습니다. 릴리는 미란다가 죽기를 바라는 테드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부추기죠. 테드는 그녀와 다시 만나기로 합니다. 

사실 릴리는 어린시절 자신의 고양이를 괴롭히는 고양이를 죽이고 자신을 성추행한 남자를 살인한 경력이 있어요. 들키지 않은 살인 경험이 그녀를 더 대담하게 만드는 듯 합니다. 릴리는 테드에게 살인 후 시체를 숨기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테드는 미란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불륜 상대도 죽이고 싶다고 말해요.


가끔 뉴스에서 흉악범을 보면 죽여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증오가 큰 경우 차라리 세상에서 없어지기 바라기도 하겠지요. 이 책은 테드와 릴리가 각자 1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나옵니다. 테드의 과거에 이어 릴리의 과거도 알게되지요. 릴리의 비밀을 알게될수록 그녀가 더 무서운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요. 그런데 테드와 릴리는 만나 살인계획을 함께 준비하면서 점점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은 예상 밖이네요. 의외로 잘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 안타깝기도 합니다. 히치콕 감독의 흑백영화가 기억나기도 하는 내용이었어요. 긴장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이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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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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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진화할 수 있을까? 때로는 그들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들을 도와주어야하나? 아니면 그냥 그들의 운명에 맡겨 두어야 할까? p.15



작가의 전작인 [개미]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도 관련있는 내용입니다.

시작에서 '나'는 지구입니다. 웰즈 교수 일행은 키가 17미터를 넘고 수명이 천년가량 되는 거인족의 시신을 발견해요. 주인공 다비드는 호모 사피엔스는 과거의 인간과 미래의 인간 사이에 있는 과도기 종이고 미래의 인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짐작합니다.


이 책은 지구가 화자로 자신의 생각을 중얼거리고 다비드는 거인족과 미래 인류의 비밀을 밝히려 동분서주해요. 대통령을 앞에 두고 설명하는 미래의 길에서 야만적인 자본주의, 종교적 광신, 지배적 로봇, 우주 식민지화, 유전공학, 여성화, 소형화는 흥미로워요. 특히 여성이 방사능에 저항력이 강해서 여성화한 인류가 생존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기이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1권의 끝에 마침내 다비드의 앞에 신인류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결말이라 다음 권에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하기 어려워요.


작가는 이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황당하다고 할 만한 이야기를 논리적인 내용으로 풀어냅니다. 역사, 인류학, 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뒤섞여 있어요. 소설 자체가 백과사전처럼 생각되네요. 때문에 베르나르의 소설을 읽고나면 뭔가 대단한 문제를 해결한 듯한 기분이 들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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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하나가 자랄 때
김그루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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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근데 넌 운명을 믿어?"

파스텔 색조의 옷을 입은 여자가 뿔테안경을쓴 남자에게 물었다.

"난 그 사람이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다만 운명을 확신하고 내가 먼저 나선 게 문제였지. 그게 운명을 빗겨 가게 한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내가 가진 가능성을 이미 예전에 모두 잃어버렸단 걸 알았지." 

p.15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


[낙엽 하나가 자랄 때]라는 제목은 낙엽이 떨어지기만 앞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끝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걸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도 마찬가지의 뜻을 담고 있는 걸로 보이고요. 시적인 감성을 담은 제목들과 소개된 도입부를 통해 감각적이고 속도감있는 이야기가 기대되었어요.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는 시를 길게 풀어낸 듯한 기분이 듭니다. 운명일 수 있었던 여자에 대해 '피어나'는 순간이거나 이제 막 아름다움을 피우고 지기 시작하는 순간 같던 여자라고 표현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여전히 그녀와 나 사이에 어떤 운명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 운명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도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벚꽃잎 떨어진 자리에서 그녀를 다시 떠올려 봤다. 그날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p.18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


제목과 같은 '낙엽 하나가 자랄 때'는 공원 저수지 매점 부부의 아이와 그곳에 자주 산책을 가는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부모가 그곳을 떠나면서 노인은 홀로 남게 되지요.


'황보 사영'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천재 화가, '지구가 멈추던 날에, 첫눈'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 친구의 꿈, '일어났어'는 결혼얘기를 꺼내자 결별을 선언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 '열두 시의 무대'는 짝사랑하는 여자를 따라다니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에 있는 '...어느 날의 기록'은 단편 소설이라고 하기엔 짧은 시와 같은 글들입니다. 천천히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소설 내용과 연관되어 화자의 내밀한 감정을 말하는 듯 합니다. 이 글들의 내용이 좋아서 소설보다 더 반복해 읽게 되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여전히 인간의 결정적 오류는 언어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림이나, 음악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92 ...어느 날의 기록


전체적으로 사랑, 외로움과 그리움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좀 짧은 분량에 격렬하다기보다 잔잔하고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 이 리뷰는 지식과 감성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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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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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 후에, 일 분 후에, 한 시간 후에, 하루 후에, 혹은 일 세기 후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P.15


첫 장면은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린 청년의  회중시계 문자판에 나타나는 시간과 사망확률입니다. 그가 안심한 순간, 트럭이 폭발합니다. 

카산드라라는 이름에 이미 단서가 나와있지 않은가 싶었어요. 교장은 일어날 일들을 볼 수 있다는 카산드라가 해친 아이들에 대해 말한 뒤, 카산드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알려줍니다. 신화 속의 카산드라는 신의 저주로 미래를 보게 되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죠. 그녀는 자신을 추행하려는 교장의 귓볼을 깨물고 달아납니다. 그녀에게 전달된 회중시계는 5초후 사망확률 98%를 나타내고 있고 개에 물려 죽을 뻔한 그녀를 낯선 남자가 구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예감하지. 즉 미래를 미리 느끼고 있어. 

이 능력은 주의력의 한 형태지.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예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P.36

카산드라는 남자를 따라가고 이상한 무리를 만납니다. 스스로를 폐기물 한가운데 살고 있는 인간 폐기물이라고 하면서도 서로를 귀족의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들. 카산드라는 고대 카산드라와 만나는 꿈을 꾼 뒤 테러를 예언하고 "당신들은 그들을 구해야해요."라고 소리쳐요. 

카산드라는 그들로부터 쫓겨나고 자신이 가진 시계와 오빠 다니엘에 대해 알게 됩니다. 다시 그들과 만난 카산드라. 그들은 카산드라를 도와 폭발 테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폭발물을 제거해요. 하지만 세상은 그들이 목숨을 바쳐 사람들을 구한 것을 알지 못합니다.





중간에 나온 삽화가 그래픽 노블을 연상시키네요.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와 흥미진진한 사건의 연속으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함을 고조시킵니다. 과학적 소재와 신화를 결합시킨 독특한 방식으로 작가의 색채가 묻어나네요. 어차피 짐작하긴 어려우니 부지런히 이해를 하며 따라가는 수 밖에 없는 글일기 입니다. 베르나르 다운 예상못한 결말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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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과 순례자 - 가문비나무의 노래 두 번째 이야기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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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이라는 순례자





나에게는 듣고 쓰는 일이 일종의 기도입니다.  p.7

사랑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 p.17

바이올린 선율은 가끔 사람의 음성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린은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랜 세월 명성을 지킨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근에 제작된 바이올린에게 완패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그 비슷한 에피소드가 이 책에도 나와요),아마도 아직까지 바이올린 제작에 평생을 바치는 장인들의 열정이 대단하기 때문이 아닌가 했어요. 


『바이올린과 순례자』는 바이올린 장인이자 영적 순례자인 마틴 슐레스케가 쓴 두번째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종교적 성찰과 더불어 삶에 대한 지혜를 담은 내용이 정신을 정화시켜줄 걸로 기대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만들고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으로 인해 우리 안에서 부지불식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p.33 

모든 마음에는 영원의 열쇠가 놓여 있습니다. 이 열쇠가 우리 삶의 의미를 열어 줍니다.

스스로를 너무 비하하거나 자신의 말과 행동이 복의 통로가 될 수도 있음을 잊어버린다면 그것은 겸손이 아닙니다. 우리가 왕의 딸이며, 왕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은 악한 일입니다. p.210


삶에 환멸을느끼는 자들에게는 길 떠나는 사람들의 희망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들에게 희망은 유치하게만 보입니다. 

그들은 비판적 이성의 가장 저속한 모습이 냉소주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p.293


모든 음은 연주자와 악기 사이의 거룩한 동시성입니다. 아름다움만 더하거나 덜할 뿐입니다. 

이런 동시성만이 진정한 현존이고, 영원한 삶입니다. p.317


저자가 나무를 소중히 깎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끊임없이 연마하고 자신의 마음이 무녀지지 않게 하는 모습은 철학자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와 다른 철학자들의 차이점은 그가 바이올린 을 만들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구매자들과 상대해야하는 상업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세상과 떨어져 명상으로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보다 어쩌면 사람들과 부딪히는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는 내용이 더 진실되게 들리나 봐요.


바이올린의 소리는 나무가 만들어 낸다든가,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 따로 있다는 사실, 음악가와 악기의 관계 등 바이올린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흥미로웠어요. 자신이 제작한 바이올린에 대한 애정은 마치 갓 태어난 아이를 대하는 듯 감동적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자신을 내맡긴 인간이 고유한 울림을 갖는 것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특별하게 울리는 것"이라는 경애와 찬사도 멋지고요. 과다니니에 대한 묘사는 이태리제 스포츠카를 연상시켰어요. 


세계적인 솔리스트들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바이올린 마이스터지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함을 간직한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페이지 중간중간 글과 어울리는 목판화는 바이올린을 제작하고 남은 가문비나무로 제작하였다니 더 의미가 있어 보여요. 그는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강조합니다. 단순하지만 모든 것의 해답이 사랑이라니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이 글을 읽으며 소리라는 감각을 향유할 수 있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새삼 깨달았어요. 바이올린 독주를 감상하며 읽으면 또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고요하고 사색적인 글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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