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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기억은 심장에도 머물러. 인간의 마음은 문자 그대로 여기에 있으니까.

위즈덤하우스의 첫번째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보고 오랜만에 무척 감동받았었어요. 둘의 몸이 바뀐 코믹스런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이 이어지고 첫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아름다웠습니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의 소개에서 한 달마다 기억이 리셋되는 수학 천재 소녀가 기억하는 건 소년의 전화번호뿐이라니 '너의 이름은'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전향성 건망증."
그것이 그녀가 내게 건넨 첫 마디였다.
그것이그녀의 고백인지 아니면 독백인지 판단이 서지는 않았지만
나를 향한 말이라는 것은 분명했다.p.7
공통점이라고는 같은 학교,같은 반에 속한다는 것뿐인 아스나가 어느날 말을 건넵니다.
아스나는 그의 생일인 2월 20일이 친화수라는 듣기만 해도 복잡한 수학 숫자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친근감을 느낀 거였어요. 아스나는 자신의 기억이 한 달 주기로 리셋된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되어달라고 해요.
"내가 사랑하는 건 너의 숫자야. 말했잖아.나는 숫자밖에 사랑할 수 없다고."p.16
그는 자신의 핸드폰 번호와 생일이 좋다는 이유로 사귀자는 그녀가 특이하게 느껴졌죠. 하지만 그녀가 말
한 약속 장소에 나갑니다. 그녀는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의 핸드폰 번호를 보고 돌변하죠.

"대단해. 네 핸드폰 번호는 친화수구나.
친화수의 한쪽 수, 심지어 나랑 한 쌍이네."
"그렇구나. 그래서 지난달의 내가 너를 사랑한 거구나."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가진 숫자를 사랑한 거겠지만."p.39
그녀는 기억을 잃는 주기가 짧아져 더 악화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고 합니다. 친구를 만든다. 그 친구와 여행한다. 미해결 수학 문제를 푼다. 그는 그녀를 돕기로 해요.
그는 친구 리에의 죽음 이후 다른 친구 유이치와 사이가 멀어진 걸 말합니다. 점차 둘은 더 가까워져요. 그녀와 단둘이 떠난 여행에서 아스나는 주기가 매월 하루씩 짧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내 기억이라는 게 그렇게 소중한 걸까?"
"소중해."
"어째서?"
"아키야마 양의 기억에서 내가 없어지면 슬프니까."
"그럼, 네가 죽을 때까지 나를 기억해주면 되잖아.
내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네가 그 기억만큼 기억해주면 되잖아.
그러면 나는 살아 있을 수 있어.
네가 70살까지 산다면 나도 70살까지 살 수 있는 거겠지."
p.115 -117
"만약에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더라도 나를 좋아해줄래?
어딘가에 있는 나를 찾아내서 고백해서 나의 연인이 되어줄래?"p.153
"내가 너를 잊더라도 너는 절대로 나를 잊지마. 혹
내 기억이 너를 잃는다 해도 이 마음이 너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p.204

나는 지금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분명 그는 나를 맞이하러 와줄 것이다. p.243
아스나는 숫자와 수학자에 대한 내용이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아요.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는 점점 아스나에 대해 알아갈 수록 마음도 따르게 되는 걸 느낍니다. 아스나에게는 기억을 잃는 것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결말이 비극으로 끝날까봐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해피엔딩이에요. 일본 소설 특유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감성적인 소설이었어요. 아닌게 아니라 '너의 이름은'과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예요. 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사람에게 추천해요.
그리고 위즈덤하우스에서 라이트노벨이 출간된 걸 축하합니다!
내용 뿐만 아니라 책의 구성, 편집, 디자인도 감각적인 위즈덤하우스에서 앞으로 나올 수준높은 라이트노벨들을 기대하겠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