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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악아 지음 / 봄름 / 2019년 1월
평점 :
며느리는 남이다.

봄볕은 며느리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말처럼 며느리는 아무래도 남이 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며느리가 여럿인 집안엔 항상 명절에 일을 많이 하는 며느리가 있는 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생색만 내며 일에서 빠지는 며느리가 꼭 있어요.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에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미운 며느리보다 적당히 노련하고 영악하게 희생하지 않는 정도로 자신을 챙기는 며느리의 비법이 담겨있을거라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부터 시댁과 크고 작은 마찰이 생깁니다. 예식장, 청첩장, 표정 관리 등 별거 아닌데 사람을 지치게하는 일들이 있었네요.
결혼 후 시댁의 제사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며느리의 인생이 시작되었어요. 시댁에서의 첫 제삿날, 남편은 해외 출장에 회사일이 바쁜 상황에 시어머니의 제삿날 알림. p.38-39

미운 시어머니보다 더 얄미운 시누이의 얌체짓까지 드라마에서 보던 전형적인 며느리의 생활이에요.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는 남자들은 대부분 쉬고 여자들은 음식 준비로 분주하지요. 저자도 일을 하긴 마찬가지고 산더미같은 설거지를 도맡아해야 했어요. 명절마다 시댁에서 설거지를 하는 보상으로 친정에선 남편에게 설거지를 시킨다니 대단하네요. p.63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기에 외로움 같은 건 평생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이제 와 외로움이 무엇인지 느낀다니 아이러니하다.p.139

저자에겐 그나마 배려해주는 남편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생각해보면 집안일에 남자와 여자를 나누는 건 성차별이죠. 전업주부가 반드시 여자가 되어야할 필요도 없고 만약 여자가 경제력이 더 있다면 남자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방법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경우가 아니면 얼마든지 솔로몬이 될 수 있는 시댁과 며느리의 관계입니다. 가족끼리 편을 나누는 게 우습긴 하지만 시어머니나 시누이가 올케를 칭찬하는 경우가 드물듯이 반대의 입장에서도 거의 불가능하지요.
결국 시댁과 며느리는 남편과 아이를 중간 다리로 둔 남남일 뿐이에요. 피를 나눈 혈육을 우선하는 건 당연하고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사는 게 최선으로 보여요.
수십 년을 다른 생각으로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그걸 이해하고 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들장미 소녀 캔디도 시월드에 입성하는 순간 눈물 한 바가지 쏟으리라 장담한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엔 우산을 미리 챙기면 되고 날이 추울 땐 패딩으로 무장하면 된다.
시가와의 충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대신 미리 준비하면 의외로 상황은 쉬워진다. p.191

너무 기대하지 말고 댓가를 바라지도 말고 마음을 비우고 적당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기며 일하는 게 최선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명절동안 자신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함께 애써주시는 시어른이 있는 경우라면 좀 견디기 수월하겠지요. 집안 일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부디 이번 명절동안 가족간 불화가 없이 며느리들도 웃을 수 있고 다들 평화롭게 지내길 바랍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