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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ㅣ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보경심 이후로 중국 연정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어요. 고전적인 옷과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눈도 마음도 즐겁게 해요.
누명을 쓰고 환관으로 신분을 숨긴 황재하 이야기를 다룬 [잠중록]을 연재를 통해 읽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징조가 있었고 뛰어난 능력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그녀가 한 가문을 몰살한 희대의 악녀로 몰려 환관으로 꾸미고 궁에 들어가게 되는군요.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피어나는 연정에 '삼생삼세 십리도화'에서 야화로 열연한 조우정 주연이라니! 드라마에 대한 기대만큼 원작이 더 기대되었습니다.
황재하는 도움을 받아 궤짝에 숨어 기왕의 마차를 타게 되었어요. 갑자기 기왕이 궤짝 안에 물을 뿌리고 재하를 끌어내 제압합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황재하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칠흑같이 검고 그윽한 눈과 높고 곧게 뻗은 코, 굳게 다문 입술에서 세상에 대한 냉담함과 무심함이 엿보였다.
은은하게 풍기는 그 무심함과 냉담함 때문에 더욱 우아해 보이는지도 몰랐다. P.20

기왕 이서백은 재하가 여자란걸 알아차리고 그녀의 거짓말을 간파합니다. 자신의 정체를 들킨 재하는 억울함을 호소해요. 그녀는 그가 해결을 바라는 사건이 있다는 걸 추측하여 거래를 제안합니다.
기왕은 그녀를 기왕부에 두고 재하는 환관으로 꾸미고 그의 곁에 머물러요.
살인 현장에 불교의 상,아,락이라는 글자가 남아있어 사방안 사건으로 불리는 미제 사건을 두고 재하는 열흘 안에 해결하겠다고 장담합니다. 그녀가 범인이 있을 위치를 알아내고 기왕과 둘이 범인을 잡아 황제로부터 칭찬을 듣습니다.
기왕은 재하로부터 그녀가 누명을 쓴 사건을 듣기로 하죠.
당시 재하는 부친이 거둬들인 고아 우선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기에 왕 가의 왕온과 정혼된 사실을 알고 분노합니다. 그날 저녁 일가족이 황재하가 손수 떠준 탕을 마시고 독살당한 거였어요.
재하가 비상을 샀다는 사실 때문에 범인으로 몰린거였죠. 재하는 우선과 독살 사건을 실험해보기위해 산 거라고 합니다.
기왕은 그녀에게 약속합니다.
"오늘부터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없다."
순간 황재하는 마음속 깊은 호수에 시큼털털한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해 여름날 만개한 연꽃 위로 큰 바람이 불어오던 장면이 환상처럼 눈앞을 스쳤다. 그때 그 사람도 황재하의 손을 잡고 똑같은 말을 했었다.P.89

그 맑은 눈동자가 마치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연꽃처럼 순간적으로 부드럽고 찬란하게 빛났다.
이서백은 줄곧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엇으나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P.263

재하가 과거 한 소년과의 만남에 대한 꿈을 꾸고 기왕은 자신의 사주에 얽힌 저주를 말합니다. 모친의 죽음과 자신이 독에 당해 왼팔을 못쓰게 된 것, 그리고 불길한 혼인에 대해서요. 그는 가장 예쁜 왕약을 왕비로 간택하고 재하는 그녀의 신분이 가짜임을 눈치챕니다. 그런데 예비왕비가 실종되고 말아요.
재하가 쓴 살인 누명과 기왕이 받은 저주를 중심으로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기이한 사건들을 추리하는 방법이 재미있고 재하와 기왕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도 긴장을 더해요. 당시에 가능했을 검시방법과 코믹한 주변 인물들은 덤입니다.
남다른 추리력과 관찰력을 가진 재하와 뭐든 기억하는 기왕이 서로 추리 대결을 벌이는 듯한 부분도 좋아요. 무심한 냉미남 기왕이 점차 재하에게 감정을 드러낼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암기왕인 기왕과 명탐정 재하의 콤비 플레이도 재밌고요. 과한 추리물로 흘러가지 않고 둘의 감정선과 밀당을 적절히 조절한 로맨스예요. 범인의 이유있는 살인과 안타까운 사연이 억지스럽지 않고 적절해요.
책이 두꺼운데 속도감있어서 손을 떼지 못하고 다 읽었어요. 두 사람의 사건에 숨은 비밀은 무엇일지 둘 사이는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네요. 다음권이 바로 읽고 싶어집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