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성추행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갇힌 남자의 가족이 cctv를 직접 조사하여 누명을 벗은 사건에서 경찰이 cctv를 확인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뉴스를 봤습니다. 내부의 인물로 용의자가 추정되는 밀실 살인사건을, 경찰이 아니라 유력한 피의자로 몰리는
주인공이 직접 풀어야한다니 만취하여 기억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갈지 기대되었습니다.

야시마는 기억이 사라진 상태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는 연인이자 인기 만화가인 사야카와 연락이 되지 않아 그녀의 집에 찾아가요. 그런데
목에 노란 넥타이가 감긴 채로 싸늘한 시신이 된 그녀를 발견합니다.
암 진단을 받았던 사야카는 미리 녹음한 메시지로 자신의 동료이자
동생인 루카와 팬들에게 유언을 남겨요. 야시마는 선물받은 넥타이를 찾아보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경찰에게 범인으로 몰립니다. 그는 자신이 깨어났을
때 몸에 남은 상처와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공사 중' 간판, 가지도 않은 바의 영수증 등을 기억하고 할말을 잃습니다.
"야시마씨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이중인격
야시마는
취했을 때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항상 그 단어가 떠오르곤 했다.
P.109

야시마는 경찰이 작성하라는 조서는 마치 그가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써 있어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한 뒤 서명하지요. 그런데 열쇠에
대한 의문이 떠오릅니다.
"심하게 취해 있으면서도 당신은 현관문을 열쇠로 잠갔습니다. 잘 들으세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야시마 씨, 당신은 그 열쇠를 어떻게 다시 집 안으로 돌려놓은
거죠?"P.132

열쇠의 행방에 대해 형사 카토는 야시마를 심하게 추궁합니다. 야시마는 자신이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머리를 쥐어짜내고 카토는 마치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는 듯한 말투예요. 둘의 대화내용이 코믹하기도 어이없기도 해서 결국 상관인 세구치가 말을 자릅니다.
난감한 상황에
처한 야시마에게 사야카의 유언을 전했던 변호사가 전화를 겁니다
"야시마 씨, 당신이 그 밀실 살인의 범인입니까?"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테즈카 유타로가 그렇게 물었다.
혹시 야시마 씨가 체포된다면 저를 담당 변호사로 쓰지 않겠습니까 라는 소위 변호 업무
마케팅이었다.P.173

그런데 테즈카는 미스터리 팬이고 특히 밀실 살인 열혈마니아예요. 그는 야시마를 돕겠다는 건지 아니면 그에게 비밀을 알려달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열렬한 관심을 드러냅니다. 체포되면 꼭 써달라는 뜬금없는 요구를 하는 테즈카의 등장에 도대체 야시마가 술에 취한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추리는 더욱 미궁에 빠집니다. 용의자로 심증이 가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유혈 낭자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 범인의 심리나 피해자에 대한 감정보다 살인 방법에 집중하게 합니다. 야시마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등장인물들이 코믹하게 떠드는 걸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해요. 사실 범인을 맞추기란 불가능할듯합니다. 현대적 배경에 고전적인 밀실 트릭으로 무장한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