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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병원에서 만난 삶과 사랑
고문주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9년 11월
평점 :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놀라운 정신세계를 다룬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재활 병원에서 만난 삶과 사랑』은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의사의 소견보다 인간으로 환자를 바라보고 환자와 그 가족의 삶까지 바라보며 담은 이야기라니 따뜻한 희망을 담은 내용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재활의학과는 대부분 삶의 위기를 넘긴 분들이 후유증과 싸우는 곳입니다. 저자는 몸보다 마음이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같아 자괴감도 들었구요. 사이다가 생각나는 고구마 같은 분야라고 표현해요. p.21

서핑을 즐기던 청년이 허리에 통증을 느낀 후 척수 경색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후로 다리가 마비되어 걷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재력가 아버지를 둔 청년은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후엔 가족을 알아보지도 혼자 생활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침상에 누워 소리만 지르는 아들을 간호하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도 할 수 없어요.
프레스기에 한쪽 팔을 잃고 환상통에 시달리는 청년, 아내와의 불화로 재활 후 외롭게 세상을 떠난 남편 등 환자의 증세와 재활병원까지 오게된 과정도 다양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갑자기 불행이 닥쳤고 그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었다는 겁니다. 아무런 도움도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할 저자에게 하소연할 정도로 마음의 상처가 많고요.
아픈 얘기만 있는게 아니라 기적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중년의 트럭 운전사가 경추 척추가 골절되어 팔다리는 자극을 주면 움찔하는 정도일뿐 마비되어 누워지내야 했습니다. 그는 매우 담담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대여섯 달 후 지팡이를 짚고 혼자 걸어서 퇴원했다고 해요. p.55

내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행히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인생에서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행복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p.56-57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신경 일부가 칼로 베이는 듯, 불에 덴 듯 아픈 신경인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도 있습니다. 심부 뇌자극술이라는 뇌에 전기자극기를 심는 수술을 감행 후 통증이 더 심해진 환자가 재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주사나 약물 치료로 통증이 줄어든 후 퇴원을 권유하자 환자가 의료사고라며 난폭하게 행동했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병원비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한 불안감으로 벌인 일이라고 해요.
남들이 잘 알지 못할 뿐 누구에게나 완벽한 삶이란 없는 것 같다. 내가 마주하는 환자분들은 그것이 신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것일 뿐 삶이 완벽하지않고 부족한 점 투성인 것은 나를 포함해서 세상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게 암울할 것만 같던 상황에서도 소박한 행복이 다시 찾아온다. 조금 나아졌을 뿐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런 중에도 소소한 기쁨이 찾아온다. p.152-153

이 책에 나오는 환자들의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마비가 되거나, 뇌의 이상으로 마비가 되거나, 어린 나이에 선천적으로 또는 사고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경우가 나와요.
왜 이런 불행이 악인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에게 닥치는가에 대한 회의도 듭니다. 저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적을 일으키고 가족, 연인의 도움을 받아 다시 웃음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는 걸 말합니다. 괴로운 일로 인해 자살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신체에 장애를 입은 환자들도 있고요. 현재 우리가 가진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 운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겸허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