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중국과학과 sf소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세계 최고의 sf 소설상을 휩쓴 켄 리우가 쓴 단편집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표지의 뿔 달린 동물은 사슴을 닮았지만 몸의 비늘을 보니 신비로운 가상의 동물인듯 해요. 새초롬한 눈이 인상적이어서 내용에 호기심을 갖게하네요.
'호'는 서른살 정도의 모습으로 100년 넘게 살아온 불멸의 여인 레나 오젠의 이야기예요. 레나는 16살에 미혼모가 되어 아들 찰리를 부모님 집 앞에 버리고 보디워크스라는 회사에서 일합니다. 그 회사는 인체 신비전에서 본 것처럼 시신을 부패하지 않게 보존하는 곳이에요. 레나는 회사 창립자의 아들 존과 사귀고 존은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이 의미 있는 거잖아."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는 거짓말이에요. 우리는 이제 무력하지 않아요.
단지 수백 년을 살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 기간 동안 내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우리 몸속의 생체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는지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P.39

첫번째 실험체인 레나가 성공하고 젊음의 샘은 인간의 삶을 바꿔놓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자인 존은 부작용으로 암에 걸려 세상을 뜨고 맙니다. 레나는 71살에 존의 정자로 아이를 임신하고 56년 만에 아들 찰리를 재회합니다. 딸 캐시는 할아버지처럼 터울이 나는 오빠와 잘 지내요. 찰리를 먼저 보내고 레나는 데이비드를 만나 새로운 사랑의 결실인 세라를 낳습니다. 첫 아들 찰리와는 100년 터울이에요. 이후 레나는 재생 시술을 그만두고 자연스러운 노화를 맞이합니다.
한 여자의 삶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린 채로 내 인생은 하나의 기다란 호 弧가 될 터였다. 시작과 끝이 있는.
"나는 여러 번의 삶을 살면서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 법이란다."
"난 엄마가 죽는 거 싫어요. 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미신이에요."
"그게 미신이라면 나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 될 거야."P.61
고대 중국에 떨어진 우주시대 여자 타이라는 고대 남자 페이젠과 사랑에 빠지지만 항생제 치료 후 사랑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그녀가 고대에서 감염되었던 장내 세균들이 분비하는 화학 물질이 신경계에 화학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되지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기발한 발상이에요.
내 안의 생물들이 나 대신 생각을 했단 말이지. 사랑에 빠진 건 나였을까, 아니면 박테리아들이었을까?
인간의 의식은 하나의 물리 현상으로서 이 세계에 존재하며 이 세계의 질서를 따른다. 우리 배 속의 박테리아는 우리 사고의 총합을 생성하는 체계 속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이다. P.101

'카르타고의 장미'는 살아있는 인간의 두뇌를 얇은 표본으로 만들어 복사하는 실험에 자원한 리즈가 사망한 이야기입니다.
암흑 속에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고정되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자신의 손가락도 발가락도 호흡을 위해 노동하는 폐의 움직임도 느낄 수 없는 상태로 끝날 기약이 없는 시간 동안 함께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뿐이라고. 통 속에 든 두뇌는 끝내 미쳐버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몸이었다.
리즈는 자신의 몸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후에, 곧바로, 정신에서도 벗어났다.P.191

'뒤에 남은 사람들'에서는 인간의 두뇌를 스캔하여 기계 속에 업로드하는 싱귤래리티가 도래한 후 세상에 남은 사람들을 잔류자라 부릅니다. 망자들은 잔류자의 아이들을 노려요.
잔류자들은 디지털의 혜택을 잃고 점점 과거로 퇴행합니다. 의사조차 찾기 어려워져 목숨을 잃어요. 엄마가 죽어가자 아빠는 엄마와 함께 업로드를 선택해요. 누나 로라도 떠나고 자녀 루시와 잭도 업로드로 떠납니다. 시뮬레이션 된 세계에서 의식만 남은 사람들의 삶이란 기이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어요.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에선 싱귤래리티로 의식만 남은 엄마가 감각으로 가득한 세계를 그리워하고 로봇의 몸에 들어가 먼 행성의 탐사를 떠나려합니다.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에서 관형님이란 뜻의 라오관을 미국식 로건으로 불리는 관우가 나옵니다. 울버린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어요.
이 책은 무척 현실적인 공포를 다룬 SF소설집이에요. 황당하지 않고 실제 논문이나 기사를 토대로 하여 현실에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중국적인 분위기가 많고 철학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