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에게 툭툭 말을 건넨다 - 고딩을 위한 발칙하고 유쾌한 문학 수업
장인수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를 가까이.


학생시절에는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입시에 시달려 문학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어요. [시가 나에게 툭툭 말을 건넨다]는 재밌는 문학 수업으로 학생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탐색 활동만을 모은 내용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예를 들며 음유시와 같은 노래가사들도 알려줘요.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등 좋은 가사가 많네요. 저자가 뽑은 음유시인은 가수 조용필입니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라는 가사가 좋아요.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문장에선 최고의 시 구절을 찾아봅니다. 멋진 구절은 곡 시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소설. 수필, 동화, 과학책 등 어떤 책이든 좋고 두 문장을 찾아오게하는 과제를 냈다고 해요. 너무 놀라 염통이 쫄깃해졌어라는 코믹한 문장도 있어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 서정주. 자화상 중에서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 기형도, 기억할 만한 지나침P.58-59



디지털 영상 시대에 맞춰 SNS에 올리는 사진과 함께하는 시를 디카시라 부르고 멀티 언어 예술이라 말합니다. 5행 이내,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해 순간의 시적 감흥을 담는 게 특징이에요. 짜릿하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시인이 학생들과 창작한 디카시가 소개되어 있어요. P.79



역발상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미생, 메밀꽃 필 무렵, 슈렉 등이 있어요. 특히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가장 좋은 토론 주제는 슈렉이었다고 합니다. 기존 가치개념과 규범을 전복시켰기 때문이에요. P.98



김소월, 황진이, 김수영 등 시인들의 시와 이야기도 있습니다. 먼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는 김소월의 먼 후일이란 시는 14살에 결혼한 김소월이 다른 여성과 교제 중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남편의 학대로 자살 후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한 직후 썼다고 합니다. 

시 작법, 시를 쓰는 방법, 문장을 찾는 방법 등 문학 수업에서 실제로 이용된 방법을 알려줘서 도움이 됩니다. 여기 실린 문장도 좋아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터 SHORTER -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안기순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고 굵은 단축 근무제.


근무시간 단축으로 기업도 직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쇼터]에서는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니 알바의 근무시간 정도로 직원은 급여와 삶의 만족, 기업은 높은 생산성을 얻는 윈윈의 방법이 기대되었습니다.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고 해요.  창의적이고 지식 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입해도 업무를 완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출근해도 정신적 신체적 상태가 좋지않아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프리젠티즘 현상과 과도한 노동은 창의적인 산업에서 특히 해롭다고 해요. 


한국 화장품 제조사 에네스티는 2010년 워킹맘들을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해 큰 성공을 거두고 모든 직원 대상으로 확대 시행했습니다. 일본 야후재팬, 훼미리마트, 유니클로 등도 마찬가지고 그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어요.


*근무시간 단축 장점

1 극도의 피로 감소 : 창업자와 리더에 휴식과 재충전 제공

2 직원 채용과 유지에 긍정적

3 삶과 일의 균형

4 조직의 지속 가능성

5 창의성 상승P.105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기 위한 3단계

적응 : 더욱 압축된 일정에 맞춘다

맞춤화 : 회사의 새로운 관행과 도구개발

공유 : 직장에 최적의 관행을 공유하고 새 기준 세움P.165



*집중 시간을 확보한다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 작업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업에서는 만만치 않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낮 시간대를 나눈다.

1. 25분 집중 - 5분 휴식

2. 3시간 근무-점심 1시간-3시간 근무

3. 90분 단위로 적색 시간, 황색 시간, 녹색 시간으로 나눠 90분간 고도 집중하는 적색 시간 갖는다

-녹색 시간 15분 

P.197



이 책에서는 근무 시간 단축만을 무조건 강조하지 않고 시행 단계와 기간을 두고 시험 시행 후 전면적으로 시행하도록 알려줍니다. 구체적인 근무시간의 진행과 유연성에 대해서도 국내외의 기업들 사례를 들어 설명해요. 기업에서는 근무시간을 줄어도 고용부담이 늘어 억지로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을테니 업종과 직원들의 만족도와 성과를 잘 파악하여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택하는 성별.


선천적보다 후천적 동성애자가 더 많다고 들었어요. [적어도 두 번]은 태어나 의사나 부모의 판정에 의해 특정 성별로 ‘지정’되어 등록되는 세계를 통해 정체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적어도 두 번'은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유파고는 미성년자 이테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습니다. 유파고는 오히려 자신은 3살때부터 혼자하는 성적 유희를 알았다며 사람은 자기 유년에 관해서는 맹인이라고 주장해요. 유파고와 이테의 행위가 묘사되어 있어서 당황했어요.


니체란 사람은 죄책감이란 타인에게 빚을 진 마음이라 하더군요. 도덕의 계보는 양심이나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진 마음에서 나온 거라고요. P.70



스물다섯에서 스물아홉 살까지 나는 우주의 어떤 법칙을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행복했고 충만했으며 나 자신이 아름다웠다 P.90


'물질계'에서는 부모 없이 자라 집안을 말아먹었다는 무당의 말을 들었던 시기를 지나 과학에 몸담고 만족하며 살다가 세른넷에 대박이 난다는 사주팔자를 듣습니다. 레즈비언 사주팔자라는 사람을 만나 10년간 함께 사랑하며 지내게 되구요. 


한때 나는 과학의 세계를 신뢰했다.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작용하는 중력과 계산 가능한 마찰력을 믿었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목이버섯의 말이 맞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으며 나에겐 주사위 던지기 속 확률 구하기 정도가 어울렸다. P.99



나는 내가 이미 죽은 사람이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죽고 나의 찌꺼기들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연기했다. 무엇을 연기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결말이 정해진 드라마의 단역 배우였고 내 역할은 오직 다른이의 기쁨을 위한 경쟁률의 오른쪽 숫자였다 P.176


단순히 젠더감성만 담은 것이 아니라 경쟁사회에서 겪는 실망과 좌절, 우울함도 느껴져요. 줄거리를 파악하기보다 내밀한 감정에 집중하게해요. 충격적인 요소가 있어서 여러모로 생각도 하게 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보다 재밌다.


영혼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 행동하는 자신이 가끔 좀비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는 한국형 좀비열풍을 잇는 좀비소설로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 세계를 다룬다니 바이러스 공포를 겪는 우리에게 현실 공포를 느끼게할 소설로 기대되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ZA 102년 지구를 떠났던 인간들이 다시 지구에 발을 내딛습니다. K-기준은 이전에 한반도로 불린 지대에 착륙하고 좀비가 출몰하여 그의 팀을 공격해요. 그는 생존자들의 도피처에서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일기에는 아칸소 독감이 유행하여 공항이 폐쇄되고 유튜브에도 의문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사람들은 가게 약탈을 합니다. 누군가는 미국의 생화학 바이러스가 유출된거라고 해요. 현재 우리가 뉴스로 듣는 전염병 상황과 비슷해서 으스스해집니다.


사람들은 무리지어 요새를 만들어요. 리더 격인 조태준을 중심으로 밖에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게 하고 6명의 남자에게 '나'의 지시를 받고 복종하게 합니다.


좀비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후 정부는 계엄령 선포에 대해 언급합니다. 참모총장은 약탈 행위 시 즉각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군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어제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과 인천, 온양에서 감염자들이 나타났다.P.109


감염된 아들을 내놓지 않으려는 아버지가 분신자살하고 슈퍼와 편은점 등에선 먹을 것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아수라장이 됩니다. 결국 정부에서 아칸소 독감이 좀비 바이러스라고 인정해요.

이제 영원히 이렇게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졌다. 정범은 앞으로 다시는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P.127


폭주족들이 좀비를 공격하고 태준 일행도 처음으로 좀비를 목격해요. 밖에선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고 그들은 죽은 군인들의 무기를 가져오게 됩니다. 좀비 영화에서 탱크 화력이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이 책에서도 탱크, 전차와 로켓포가 사용되네요. 전투 장면의 묘사가 스릴넘치고 오싹해요. 아무리 화력이 대단해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좀비에게 숫적 열세라 상황은 악화됩니다.


전차 뒤쪽에 있던 K-21장갑차 세 대가 방향을 틀어서 좀비 대열을 향해 뛰어들었다. 

나도 모르게 두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가던 찰나였다. 후진하던 장갑차 한 대가 지하철 입구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장갑차의 무한 궤도가 헛도는 사이 좀비들이 벌레처럼 몰려들었다. 힘을 합쳐 밀자 그 큰 장갑차가 조금씩 지하철역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데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를 보는 기분이었다. P.151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지난 몇 달간 소설 속에서나 있을법한 일들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떤 인간은 좀비가 되었고 어떤 인간은 짐승이 되었다. P.178


아기를 살려달라던 엄마가 아기를 게걸스럽게 뜯어먹는 비참한 모습에 절망합니다. 일행은 진희를 구하게 되고 모두 남자, 6명을 넘기면 안된다던 조건에 어긋나지만 받아들입니다. 좀비에게 잡혀 산채로 먹히는 정범을 죽이고 생존자가 있다는 평택으로 향해요.


참고문언 형식으로 ZA용어사전으로 좀비에 대한 설명을 해놓았어요. 좀비는 인위적인 조작과 실험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발생설과 오랜동안 인류와 공존했으나 갑작스럽게 인류를 몰살한다는 공존설이 있다고 해요. 어느쪽이 진실이든 인간과 좀비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좀비는 당연히 육식을 하고 평균 보행속도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감염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인간은 불리합니다. 


일기를 쓴 '나'의 관점에서 좀비의 발생이후 치열한 싸움과 인간의 배신이 생생하게 그려져 정신없이 끝까지 읽었어요. 그 결말은 현실적이고 암담해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고 잘 짜여진 스토리예요.  

]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 하늘, 각자의 시선
감도엽 외 지음 / 글ego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용기와 공감의 글.


자신의 글을 출판한다는 것 깊은 의미가 있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같은 하늘, 각자의 시선]은 ebook카페 회원님이 공동저자로 출판하신 책이라니 격려와 기대를 보내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10명의 저자가 쓴 글이 있어요. 소설, 시, 에세이처럼 보이는 글이 담겨 있어요.   

'괜찮은 날들'에서 재이는 임용고시에 불합격한 후 가족과도 힘겨운 날을 보냅니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러 바다로 떠나요. 마지막 순간 공포심에 포기합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안녕. 잘 있어요. 듣는 이 하나 없지만 혼자만의 작별인사를 건네본다.

바다는 우울이란 심해를 부유해온 나의 마지막 순간에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삶과의 이별에 실패한 나는 그저 나의 지난날에게라도 이별을 고해 본다. 마지막 쪽지에 적었던 대로 이제는 부디 괜찮지 않은 날들을 살기를 바라며. p.109-110


'나의 모든 당신들에게'는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호한 기분을 들게해요. 갑작스럽게 암으로 엄마를 잃은 후 친척들과 친구들의 사랑으로 상처가 아물 수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주로 그 사건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곤 한다. 누군가와 이별을 했으니 나쁜 것이고 사랑을 시작했으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의 슬픔이 글이라는 매개체를 만나 누군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당신의 슬픔 혹은 아픈 기억 역시 또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인생은 정말 공평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내가 겪었던 기이한 경험처럼 여전히 비가 오고 있는 당신의 세상속에서도 조금만 길을 걷다 보면 분명 햇빛 가득한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p.131


'사소하고 특별한'은 이별, 추억, 희생, 외로움 등에 대한 시들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저 별들 중에는 이미 사라진 별도 있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이 지구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래서 우리는 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거야

나는 우리가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우리는 저 별들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었나봐

너는 이미 내 곁에서 사라졌는데 자꾸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p.138


시화집처럼 그림과 함께하는 시들도 있어요. 여기 실린 글들에선 외로움, 상실, 슬픔, 어려움 등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현실이 어둡고 쓸쓸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건지 모르겠어요. 책의 제목처럼 같은 하늘아래 사는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공감이 심장으로 스며드네요. 정성들여 쓴 글들에서 용기와 희망을 느낍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