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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밤불의 딸들
야 지야시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3월
평점 :
지난해 미국의 흑인차별을 반대하는 시위로 떠들썩했어요. 사람을 노예로 만든 잔혹한 과거가 오랜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밤불의 딸들]은 한 여성에서 시작되는 7세대 14인의 운명을 통해 말하는 비극적 노예사라니 기대되었습니다.

판티족 에피아의 마을에 영국군인이 들어와 결혼을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에피아는 추장 후계자인 아비쿠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두 명의 아내, 백인 혼혈인 밀리센트와 아레쿠아가 있어요. 추장이 된 아비쿠는 백인들과 계약해 영국에 노예 파는 걸 돕습니다. 지참금 욕심낸 부친에 의해 에피아는 백인 총독 제임스 콜린스가 에피아와 결혼해요 그는 영국에 아내와 두 아들이 있었죠.
케이프코스트 성에는 에피아처럼 백인과 결혼했지만 아내가 아닌 여자로 불리는 여성들이 많아요. 에피아의 아들 퀘이는 부친 제임스가 죽은 후 노예거래를 위해 삼촌인 피피를 만납니다. 피피는 영국에서 살다 온 퀘이가 진실을 자각하게 해요. 피피는 자신과 적대적인 아샨티족 왕의 딸을 납치해 퀘이와 강제로 결혼시켜요
"더 안전해? 왜? 영국인들은 노예를 찾아 숲을 헤매고 다니지 않아서? 그들은 손을 더럽히지 않고 우리가 일을 해서? 내 말 잘 들어라. 그들이 하는 일이 제일 위험한 거야."

네스는 새로운 노예인 샘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의 아내로 주어집니다. 샘은 네스와 영어와 길들여지는 걸 거부해요. 샘은 아기가 태어난 후 악마가 바라던 대로 말썽을 부리지 않는 노예가 됩니다.
네스가 지옥에 새로 온 뒤 그녀를 원하는 남자가 없자 주인은 새 노예 샘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녀를 준다. 처음에 샘과 네스는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네스는 샘의 이상한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그처럼 아름다운 남자는 처음 보아 경외심을 품는다.

퀘이와 정략결혼한 왕의 딸이 낳은 제임스는 백인들과 어울려 사는 것에 익숙해요. 백인 아버지의 보호하에서 부유하게 자란 퀘이과 그의 아들 제임스마저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살아가요. 제임스는 사랑을 위해, 죽은 척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요.
"나한테는 그 종교가 쓸모없어. 난 영국이 아닌 이 땅, 이 사람들, 이 관습을 선택했으니까."
"자네가 선택한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대신 선택해 준 건가?"

'용서는 사실 뒤에 이루어지는 행위, 즉 나쁜 행동 뒤 미래의 일부였다'는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흑인이 다른 부족을 노예로 백인에게 팔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예요. 이 책에서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노예 생활은 낯선 땅에서 더 가혹하고 차별의 괴로움은 세월이 지나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요. 개인의 역사를 통해 본 노예사는 미국이 왜 아직도 인종차별로 인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지 알게 하네요. 우리나라의 소설 토지처럼 인상적이고 선 굵은 이야기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