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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평점 :
최근 한 대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으로 사회가 떠들썩했어요. 현실에선 사건이 명료하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네 번째 여름]은 핏자국이나 뻔한 반전없는 심리적 자극으로 가득한 미스터리 스릴러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성범죄자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유명한 황금엉덩이 검사 정해심은 치매인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성폭행 피의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놀랍니다. 해심과 같은 이름의 피해자는 욕조에 빠져 익사할 뻔했고 그 아들은 합의금으로 1억을 요구해요. 피의자는 치매 환자이고 피해자는 파킨슨병 환자여서 당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요.
검사라는 직업상 죄를 추궁하는 입장이었던 해심은 역설적으로 아버지가 무죄라는 걸 밝히기위해 애씁니다. 요양보호사에게서 피해자가 아버지를 따라다녔다며 여자가 먼저 꼬리를 쳤다는 표현까지 듣고는 스스로 혐오감을 느껴요. 해심은 생일잔치 영상에서 뭔가 기묘한 장면을 발견합니다.
그 종이배에 불이 붙는 순간 고깔모자를 쓴 채 바보처럼 웃고 있던 정만선의 눈빛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놀라 일어서도 소리를 지르는 사이에도 그는 동요가 없다. 뚫어져라 고해심만 바라보고 고해심 또한 깊은 시선으로 응시한다. p.63

뜻밖에도 해심은 아버지와 피해자가 같은 곳에서 태어나 함께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고해심은 정만선을 처음부터 알아봤던 것이다.
"예전에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우연히 요양원에서 딱 만난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시 사랑에 불이 붙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는데요!" p.87

피해자가 아버지에게 종이배를 접어 줬고 그녀가 가진 땅의 주인이 아버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궁금증을 갖게 합니다.
해심이란 딸을 가진 정만선이 자기가 아는 정만선이 아닐 수가 없다는 이상한 확신. 그제야 그동안 접힌 책갈피처럼 마음을 뜨게 했던 것들이 하나둘 펴지는 기분이다. p.135
무화과 향기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치던 고해심,
올해가 그 해라고. 유난히 무화과 향기가 진동하는, 자기 생전에 맞이하는 네 번째 여름이라고. p.144

고해심의 양녀이면서 열 살 연하이자 같은 고향에서 자라온 덕자는 고해심과 정만선의 관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주변인이면서 다각관계에 속해있어요. 과거의 사랑과 복수를 이해한 뒤에야 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끈질긴 집착은 고해심과 정만선 뿐만 아니라 정해심의 엄마, 덕자, 영석, 영석의 생부도 마찬가지여서 사건은 현실적이고 복잡하게 꼬입니다.
다른 사람의 성범죄를 단죄하던 검사가 아버지가 피의자가 되자 성범죄 피의자를 기소하는 것마저 망설일 정도로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 입장이 되어야 누군가는 무고하고 억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발단은 경악할 만한 사건이지만 그 이면의 진실은 뭔가 아련하네요. 전개과정이나 과거의 이야기는 고전적인 느낌이 들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