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손자병법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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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을 이제까지 몇 번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으로 여러 번 읽었지만 괘 오래전에 우연히 보게 되었던 중국 드라마의 장면들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50여편이 넘는 우리나라로 치면 아마 대하드라마였을 거 같은 분량과 전투장면도 괘 공을 많이 들인 드라마였다.

오자서와 월나라 왕 구천도 기억나니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손무의 이야기가 주로 이루었을 것이다.

소설은 손무와 그 후손인 손빈의 이야기로 나눠어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의 사대 미인 중 지금의 기준으로 봐아도 가장 아름다웠다는 서시가 바로 이 시대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미인이었다는 서서는 월나라 왕 구천의 신하 범려가 오나라의 왕 부차에게 바치기 위해 철저하게 교육시킨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오나라를 망하게 한 후에 다시 범려가 데리고 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로 이 소설에서는 끝이 나지만 역사적으로는 그리 행복한 인생은 아니었다는 것으로 기억난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병법을 기록해둔 것이다.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병사와 병사들이 맞붙는 전투의 승리가 아닌 전쟁의 준비부터 전쟁 후의 뒤처리까지 완벽하게 해야 한다.

범려와 손무는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승리 후에 그들의 곁을 떠나 물러났기에 평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었지만 전쟁의 신이라고까지 추앙받는 오자서는 전투와 복수에는 성공했지만 뒷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손무가 아버지인 손빙과 함께 제나라의 내부 분란을 피해 고국을 떠나 병법을 공부하면서 역사 속 장소를 직접 찾아가면서 공부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되어 손무의 5대손 손빙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한 스승 아래서 함께 수학한 친구라고 믿었던 방연에 의해 갖은 고초를 당하고 결국 앉은뱅이가 되어서도 복수를 하는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바로 손빙이다.

고대 중국의 요순 시대부터 노자나 공자가 생존했던 춘추 전국 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시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예전에 읽었던 어느 책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 등의 한자 생활권은 물른이고 미국의 유명한 기업가들도 빠지지 않고 읽는 책 중 하나가 손자병법이라고 했다.

현대에 이런 병법서를 진짜 전쟁에서 활용할 일은 없지만 하루하루가 전쟁인 현대이기에 더욱 유용한 내용인 셈이다.

어느 시대를 살든 어떤 인생을 살든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이상 사람의 심리에 대해 이보다 더 적확하게 배울 수 있는 손자병법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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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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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독서를 즐겨 하시는 부모님에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었던 가정 환경 덕분에 집에는 항상 책이 많았다.

남들은 참고서 사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운 그 시절에 부모님은 우리 남매를 위해 다양한 책들을 구매하셨다.

그중에 하나가 안데르센 전집이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림형제 전집 와 한 세트를 이룬 괘 고급스럽고 비싼 책이었다.

도서관도 서점도 없는 시골에서 방 하나 가득한 책이 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사치스러운 생활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책들이 지금의 나의 독서 습관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 된 후에도 안데르센 관련 책들을 다양하게 읽으면서 그 시절 내가 읽었던 그 동화들이 그저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쌍하고 가엾은 이야기는 괘나 잔혹한 그 나라 그 시대의 현실이 비참하리만큼 그대로 담겨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는 처음에는 사실 충격도 괘 받았던 거 같다.

하지만 안데르센이라는 한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도 알게 되고 그가 어떤 환경에서 동화를 집필했는지도 알게 되면서 '동화'의 '동'자 가 어린이 '동'이 아닌 움직일 동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었다.

같은 동화라도 읽는 사람이 아는 정보에 따라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은 안데르센이 작품 중에 내가 알지 못했던 작품들이 이렇게 많았나~ 아니면 읽었는데 내용을 잊어버린 이야기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인어공주나 백조 왕자, 그리고 의미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빨간 구두의 이야기에서 빨간 구두가 소녀의 욕망과 운명을 나타냈다는 것도 어린 여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당시의 통념이 표현된 이야기라는 점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소녀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소녀에게 삶 자체가 저주라 고 생각되기도 한다.

욕심의 종착지 편에서는 전쟁의 잔인함과 그 전쟁이라는 그늘 아래서 인간이 타인 특히 자신보다 약한 여자와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그 근본적인 악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원작에서 군인들의 행위가 얼마나 잔인하게 표현되었을지를 생각하니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장미의 요정 편도 제목처럼 예쁜 내용이 아닌 여동생의 연인을 죽인 오빠에게 장미의 요정이 복수를 한다는 섬찟한 내용이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머니 이야기는 어린 시절에 읽으면서 참으로 찝찝했던 동화였다.

가시덤불을 품에 안아 상처를 입고 두 눈을 주고 젊음을 주고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되찾으려 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는 아무리 많은 희생을 치러도 운명은 바꿀 수 없었지만 자신이 아이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만족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시통이라는 제목의 동화는 읽는 동안도 읽고 나서도 가장 여운이 남았다.

동화의 기본인 권선징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등의 나쁜 짓을 하는데도 끝까지 잘 살아남아 공주와 결혼해서 왕까지 되어서 끝까지 행복하게 산다

어린 시절이었다면 뭐 이런 동화가 있어 했겠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노력이나 착한 마음과 성공이 큰 상관이 없다는 것도 또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동화는 책을 덮고 나서도 세상에 대한 씁쓸함을 남겼다.

동화라고 하면 예쁘고 착한 이야기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그 동화의 진짜 배경이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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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한 투자
김주완 지음 / 가넷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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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하면 잘 할 거 같다는 은행원 친구의 권유와 코로나 시대의 주식 폭등에 호기심이 들어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딱히 경제적인 부족함을 느낀 적도 없는 평온한 인생을 살아온 덕분에 '부' 에 대한 욕심도 크게 없던 나에게 주식 투자는 어린 시절에 했던 게임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수익률 인생역전을 바라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손해만 나지 않는 은행 예금 보다 조금 더 수익을 내는 정도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저 무난한 주식 투자 아니 주식 게임을 하면서 급등주를 보면서 짜릿한 수익률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매일 상한가를 치는 종목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수익을 맛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모험을 좋아하지 않으며 위험한 일에는 절대로 손대지 않는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현실을 잘 알기에 그저 잘 됐네~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이 책의 제목을 잠깐 안심했었다.

나태한 투자~ 그동안 나의 투자를 한마디로 한다면 바로 나태한 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착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 투자는 저자가 말하는 성공적 수익을 낸 나태한 투자가 그저 안일하고 게으른 바보의 실패한 투자였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투자의 세계를 이상한 엘리스가 사는 전문가의 능력을 인정받고 믿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유일한 세계. 가장 전문가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라고 한다.

각종 방송에 개인 채널까지 온갖 경제+투자 전문가가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종목을 추천하는 요즘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에는 단기는 투기이고 장기는 투자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욕심을 내다 적절한 매도 시점을 놓쳐서 비자발적 장기투자를 하게 된 지금 저자가 말하는 합당한 수익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주식에서 수익을 올리는 저자의 말처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을 이루는 것은 꾸준함과 시간과 변동에 대한 인내 그리고 변화를 잡아내고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얼마나 벌었는가' 가 아닌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생각만으로 답답해서 떠올리는 것조차 꺼렸었다.

저자의 책을 통해서 '돈' 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에 새로운 시점으로 볼 수 있었고 돈의 능력에 대해서도, 왜 돈을 벌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투자를 시작했던 지금까지의 나의 잘못된 점을 알 수 있었고, 안일함이 아닌 진짜 스스로가 행복한 나태한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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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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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질병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까지 세계는 나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던 거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역과 분업이라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상업활동을 기초로 그리고 미국이라고 하는 하나의 거대 강국의 힘 아래서 질서를 유지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은 같은 건 존재할 리 없다는 듯이 곳곳에서 내전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미국의 비호 아래 강대국으로 자라난 중국은 이제 미국을 뛰어넘는 강대국이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고 발톱을 드러냈다.

코로나19는 무서운 전염병 앞에서 세계화니 글로벌 사회이니 하는 가치가 얼마나 힘없는 단어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고, 각국 정부는 자국만의 이익을 최선으로 지켜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명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처를 괘 잘 했고 마스크 한 장이 없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해 굶주리는 사람들에 비해 잘 지나온 거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원이라고는 없이 무역과 기술력으로 먹고사는 그것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한계 또한 여실히 드러냈다.

지배의 법칙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지배하는 강대국과는 상관이 없이 지배의 법칙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대한민국 같은 약소국에게 더욱 절실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그저 러시아가 나빠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각국의 대통령들이 국제재판소를 들락거리며 자신들의 입장을 웅호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명분이 있어야 다른 나라들에게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다양한 방면에서 국제적인 제재를 받게 되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니 열심히 자신들을 변호해야 한다.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무턱대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억지를 부릴 수만은 없으니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제들을 하나씩 탄생시키고 그것들을 명분으로 자신들보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약한 나라들을 더욱 억압한다.

강한 나라가 더욱 강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세계 버전인 셈이다.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 국제법이지만 그 법률 아래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또한 약소국의 운명이고 생존 방법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일본과 중국, 미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것도 모자라 북한이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가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 지리적으로도 불안정과 불리함을 이렇게 다 안고 있는 데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노동력도 세계 평균을 휠씬 넘어버린 고령화, 저출산화로 마이너스로 바뀐지 오래다.

이렇게 가진 것이 없는 약소국이기에 더욱 국제법을 잘 알고 작은 이익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 규칙들을 더욱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전쟁터는 주인이 없던 극지방과 우주로까지 뻗어나갔다.

남극과 북국에서 연구라는 이름아래 자원과 영토 전쟁이 진행중이며 우주는 이제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의 상업 활동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국가가 관여하면 나라 간의 분쟁이 일어나지만 '뉴스페이스'라는 이름 하에 민간 주도로 기업을 앞세워 기술 개발이라는 명분과 상업적 이익 아래 국가 이익까지 얻어낼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대륙인 남극과 바다인 북극해는 그 이용 가치도 받는 제제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북극해 연구를 위한 다산과학기지가 있고, 남극 대륙에는 세종 기지가 있다.

세종 기지는 남극대륙에 존재하기에 경기도 지역 번호인 032로 시작되는 우리 전화선이 연결되어 있지만 북극의 다산기지는 노르웨이 국제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가치를 모르거나 과학기술이 부족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때는 상관없던 극지방과 우주가 이제 자원이 있는 '돈이 되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당연히 분쟁의 소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범죄도 그렇고 우주나 극지방에서의 분쟁도 이제는 경계선이 확실치 않은 전쟁터에서 싸우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도태되는 최후만이 남겨질 것이다

이념이 아닌 이익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국제 규율을 잘 활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느냐가 또 다른 국력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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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2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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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

도대체 이 네 편의 고전들이 어떤 공통점이 있어 이렇게 한 권에 실린걸까?

나름 책을 괘나 읽었다고 생각하며 왠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네 편의 고전들의 공통점도, 왜 이 네 편이 '욕망' 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것인지도 의아하기만 했다.

무엇보다 놀부도 아닌 흥부에게 무슨 욕망이 있다는 것인지 하는 의문은 책을 읽으면서 욕망과 욕심의 차이 그 자체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흥부와 놀부에서 진짜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까지는 당연히 놀부였지만 그들 중 누가 나쁜 사람인지는 그들과의 관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은 안다.

놀부는 자신의 가족과 놀부로 일자리를 구해서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좋은 사람일 것이다.

한마디로 심술쟁이 놀부는 자신의 사람에게는 능력 있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가족들이 배고프게 하지는 않았다.

흥부를 보면 요즘은 아니지만 실속보다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 그저 한심한 체면치레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우리네 옛 아버지들이 생각난다.

남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욕망만 가져서 흥부의 가족들은 불행했지만 흥부는 그마저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은 무능한 아버지, 한심한 남편, 자식들에게 나태만 가르쳐 준 인간쓰레기 이하의 그 무엇인 거 같다.

저자는 욕심이 넘쳐서 심술이 되어버린 놀부나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으면서 한탕만 노리는 흥부나 보이는 모습은 반대인 거 같지만 욕망의 본질은 같은 사람들이라고 결론짓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작품은 춘향전.

이름부터 그녀는 성춘향이 아닌 그저 기녀 월매의 딸 이름도 춘향. 의미는 봄 향기

기생의 이름으로 이보다 더 맞는 이름이 있을까 싶은 정도로 지금 생각하니 괘나 의미심장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춘향전과 에로티시즘은 한 번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춘향전을 검색하니 주로 아동용 책이 많다는 것만 봐도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춘향전을 줄거리 외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

주인공 춘향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춘향전의 악역인 변사또나 그녀의 연인 이몽룡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오해하고 있었다.

춘향을 열녀로 만든 이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여성 인권 운동가였으며 변사또는 그냥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신임 사또라는 자신의 위신을 지켜야만 했던 지방 공무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사람은 자신의 업무를 등한시하고 상사에게 업무 거부한 춘향도, 자신이 할 일을 했는데 여색이나 밝히는 탐관오리가 된 변학도도 아닌 바로 암행어사라는 높은 직위를 얻었지만 자신의 할 일은 하지 않고 직위를 애인에게 폼 잡는데만 활용했던 한심한 남자 이몽룡이었다.

홍길동~ 이 이름 앞에는 항상 의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가 의적 행위를 한 것은 목적이 아닌 도구 그것도 의도치 않게 행하게 된 도구라는 점이다.

구운몽은 사실 예전에 제대로 된 책으로 읽은 적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거 같다.

조카가 왕비가 되었을 정도로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 역시 학식이 뛰어났던 김만중이 한때 조카의 남편이었던 숙종에 의해 벼슬에서 쫓겨나 유배지에서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쓴 이야기라는 점을 그 의도를 알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흥부전도, 춘향전도, 홍길동전도 구문 모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이 이야기들은 전래동화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읽는 어린이용 동화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오래전에 우연히 읽은 백설 공주나 빨간 두건 소녀 같은 서양의 동화도 원본을 읽으면 완전히 다르듯이 우리네 전래 동화도 제대로 된 원래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볼 생각을 지금까지 한 번도 못 했던 것이 아쉬웠다.

이 책에 실린 네 가지 이야기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다 안다고 생각했던 그 많은 전래동화들을 원래 이야기들을 찾아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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