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기 부르뎅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현대 사진계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어릴적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경험이 그를 매우 복잡다단한 성격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아뭏든 그는 성년이 되어 당대의 유명한 사진가 만 레이를 만나 사진의 꽃을 피운다. 어시던트 생활을 하면서 첫 개인전을 열고 이후 보그지의 패션사진을 찍게 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908/pimg_7119501871272747.jpg)
이후 신발 디자이너인 찰스 주르당의 후원으로 쇼킹한 광고사진을 많이 남겼다.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기억하는 부르뎅의 사진은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손으로 인물의 눈을 가리고 있는 사진이다. 붉은 립스틱과 어우러져 강렬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이 빨간 매니큐어의 손이 4사람이나 중복되어 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미지를 보는 것이 더 빠르리다.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아래처럼 나온다. 맨 오른쪽 4번째 그림이다.
그의 작품을 몇가지 소개해보자. 우리나라 전통시장에 가면 도살된 돼지머리를 떡 한 올려놓고 파는 곳이 있다. 그리고 제사 같은 것을 지낼때는 돼지머리를 올리고 그 입속에 돈을 넣고 하는 풍습도 있는데.....이와 비슷한 풍경이 프랑스에도 있는 것 같다. 하긴 뭐 푸줏간이라는 곳이 대개 그렇지 뭐.
제목이 'chapeaux-choc(hat shocker), vogue paris: hat by claude saint-cyr, february 1955.' 이다. 그런데 돼지머리가 아니고 소머리다. 도살된 소의 정수리에 갈고리가 꽂혀져 천장에 매달려있다. 모두 5마리인데 사후반응 때문인지 모두 혀를 내밀고 있다. 털은 말끔히 제거되어 맨살이 드러나있다. 그 아래로 넓은 차양의 모자를 쓴 모델의 상반신이 나온다. 하얀 모자챙에는 선글라스 모양의 리본이 달렸고 여성은 양 손에 흰 장갑을 끼고 모자를 살짝 만지고 있다. 상의는 검은색이라 --흑백사진이지만 진짜 검은색으로 보임, 믿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흑백사진에서 약간의 컬러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소머리와 모자가 대비를 이룬다. 여성은 망사천을 뒤집어 쓰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네의 돼지머리를 보면 문화적 충격을 느끼듯이, 나는 소머리를 보면서 당시의 파리를 생각해본다. 아니 그런데 왜? 오래전의 영화인 아담스 패밀리가 생각나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