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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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의 본질을 찾아나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교교하게 눈에 불을 밝히고 사위를 예리하게 더듬는 듯한 한 마리의 올빼미. 그 눈빛이 마치 존재하는 그 어떠한 것 너머를 꿰뚫어보는 듯하고, 흐느끼는 듯한 울음소리가 어쩐지 으스스하기까지 하니 불운과 죽음을 상징하는 미신의 존재로 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새이다. 이런 올빼미의 이미지와 ‘죽은’이라는 수식어를 덧대어가며 이미 충분히 음울하고 기괴한 하나의 장치를 고안해낸 백민석 작가는 거기에 농장이라는 뜻밖의 생산적인 이미지를 결합시켜 낯설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그간 그로테스크하고 엽기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의 이력에 비추었을 때 현실과 비현실 경계 사이에서 담담하다 못해 냉정하게 넘나드는 특유의 필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제목이다. 죽은 올빼미 농장은 어디에 있을까? 소설 속의 ‘나’가 그러했듯 나는 어디에도 잊지 않을 것 같은, 그러나 뜻밖의 지점 그 어디에선가 발견될 것만 같은 그곳을 향해 이끌리듯 소설을 읽어나갔다.

 

 

  

 

 

 

죽은 올빼미 농장과 폐허 같은 도시 속 현대인의 자화상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죽은 올빼미 농장’으로부터 두 개의 편지가 도착한다. 대중가요의 가사를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던 ‘나’는 잘못 배달된 편지를 우연히 뜯었다 알게 된 기이한 이름의 죽은 올빼미 농장으로 편지를 돌려주러 떠난다.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지내온 ‘인형’과 함께.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 죽은 올빼미 농장을 아는 이가 과연 있을까. 정말로 농장의 이름이 그것이 맞긴 한 걸까. 반신반의하며 고성으로 떠난 나와 인형은 농가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마을에서 수소문을 하고, 읍사무소 직원을 통해 약도까지 받지만 찾으려던 장소는 보이지 않는다. 겨우 짐작 가능한 하나의 장소를 발견하기는 하나, 농장은 이삼십년 전에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지금은 샘도 말라 농장이라기에는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 되었다. 과연 편지에서 가리키는 곳이 맞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름은 꽤나 기괴하지만 그래도 그럴 듯한 농장을 기대했는데, 그냥 이렇게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는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후 뜻밖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땅 주인을 만나게 되면서 그는 사건을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농장이라 하기에 쓸 만한 땅이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한 젊은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두 아이를 데리고 근근이 살다가 굶주림으로 죽고 아이들의 행방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편지에서는 여자의 아이들로 짐작되는 이들이 현재까지도 살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었기에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이렇듯 소설은 시종일관 ‘죽은 올빼미 농장’이라는 존재할 듯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미스터리한 장소와 사연에 독자들이 몰입하도록 이끈다.

 

 

나는 실수처럼 그 편지들을 들고 들어왔고 뜯어 읽어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 편지 두 통을 뜯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내 힘으론 해결할 길이 없는 다른 어떤 무엇이 열린 것일 수도 있었다. 다른 어떤 무엇, 다른 어떤 세계, 그 세계의 풀 길 없는 어떤 난센스들, 그런 어떤 것들이. 그저 우편함에서 편지 두 통을 꺼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침침한 우편함 너머로 헤아릴 길이 없는 다른 어떤 세계가 보이지 않는 어떤 고리 같은 것에 의해 줄줄이 꿰어져 있었던 것이다. / 102p

 

 

 

   이처럼 소설은 죽은 올빼미 농장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면서,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과 보다 실존적인 문제들을 품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모호한 경계를 드리운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인형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유아기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나’와 남자이지만 앉아서 오줌을 누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작곡가 ‘손자’, 이문세의 5집 같은 곡의 앨범을 내고 싶다는 약간은 되바라진 듯한 가수 지망생 소녀, 화자인 나와 친구인 듯 연인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민’ 등 어쩐지 모순되고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히 인형과 민은 이 소설에서 특별한 의미를 차지한다. 인형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나’와 감정적인 유대관계 및 대립관계를 유지하는데, 현대인들의 유약한 내면과 미처 성숙하지 못한 자아를 비추는 거울로써 존재한다. 한편, 민은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현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 아파트의 살풍경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른바 ‘아파트먼트 키즈’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황폐한 감정을 허물어가는 아파트에 비유한다. 그래서 그녀는 올빼미 농장의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이미 우리의 생활 반경에서 늘 반복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폐허가 된 올빼미 농장을 누구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존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던 것처럼, 단지 내를 꽉꽉 채우고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아파트 역시 곧 올빼미 농장처럼 되어버릴 것이기에.

 

 

나는 모래가 깔리고 놀이기구가 있는 그런 놀이터가 없는 동네에서 자랐다. 하지만 민의 얘기를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공중에 들린 채로 유아기를 보내는 아이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규격 유리창들, 아이들에겐 너무 까마득한 건물들, 차고 축축한 모래들, 공장에서 찍어낸 놀이기구들……. 그리고 그런 것들에서 유아기의 아이들이 갖게 되는 생애 최초의 감각들. 손끝에, 발바닥에, 시선에 닿게 되는 최초의 어떤 느낌들. 생애 최초의 실감들. 인형도 그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아파트촌의 황혼은 너무 묽다는 것이었다. / 114p

 

흰배 까치 농장이건 죽은 올빼미 농장이건 빈 땅이 한때나마 농장이었다고 증명해주는 건 읍사무소에 있는 지적도와 등기부 등본, 토지대장 따위뿐이었다. 그런 서류들에 적인 주소들뿐이었다.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맘에 따라선 변형도 시킬 수 있는 실체인 이 빈 땅은, 정작 무엇도 가르쳐주고 있지 않았다. 먼 길을 온 내게 정작 가르쳐주고 있는 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다라는 사실뿐이었다. 지금 보고 있는 것 외의 다른 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사실뿐이었다. 빈 땅 외의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 176p

 

 

 

   주인공인 나는 민과 함께 허물어진 아파트 현장을 다녀오고, 계속해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30년 동안 함께 지내온 인형을 올빼미농장에 수장시킴으로써 단절되고 어긋난 세계로부터의 회귀를 시도한다. 낡아진 아파트 역시 언제고 다시 재건축되어 또 다른 누군가들의 터전이 될 것이듯, 그가 가망이 없을 것 같은 마른 땅에 다시 물꼬를 틔우려했던 시도 역시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실, 얄팍하고 허물어지기 쉬운 허공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폐허 같은 삶에 나름 대응하려했던 작가의 의식이 빛을 발하는 장면인 듯하다.

 

 

 

   이렇듯 <죽은 올빼미 농장>은 2003년에 출판된 것이긴 하나, 개정출판된 지금에 와서 읽어도 흠결 없이 잘 읽힌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중편소설은 읽어보지 못한 편인데 단편소설이 주는 문체의 강렬함과 장편소설이 지닌 스토리의 완성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 묵직한 힘을 지닌 작품을 만난 기분이었다. <죽은 올빼미의 농장>을 시작으로 하여 작가정신에서 출판된 다른 소설향 시리즈 역시 찾아보고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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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핏 - 건강하고 마른 여자들의 기적의 작은 습관
카비타 데브간 지음, 양희경 옮김 / 스토리3.0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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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만 거듭하는 다이어트는 잊어라!

날씬함과 건강함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작은 습관들!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만삭에 가까웠던 몸무게가 좀처럼 빠지질 않고 있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몸은 고된데 어째서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예전에 사두었던 옷이 맞을 리가 없으니 큰 치수로 다시 옷을 사야겠는데, 제법 넉넉한 치수로 샀다고 여긴 옷마저 몸에 맞지 않는 내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다. 이렇게 내 몸을 내버려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뒤늦게야 나는 나를 살찌우게 하는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에 문제점이 없는지 확실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짐작하건데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창 활동량이 많은 아이가 식사와 간식을 먹을 때마다 내가 꼭 함께 먹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그치면 다행인데 아이가 먹던 것을 남기기라도 하면 꼭 그것을 해결하려는 잘못된 습관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먹고 또 먹고 있었다. 결국, 아이가 먹는 간식을 절대로 같이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의식적으로 먹는 양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이와 병행해 하루에 6,000~8,000 걸음을 반드시 걷기를 실천하면서 나는 무려 7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이렇게 꾸준히만 하면 살이 계속 빠지겠거니 했는데 현재 몇 주째 몸무게가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감량해 목표하는 몸무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하리라.

 

 

 

 

 

 

조금만 노력해도 마를 수밖에 없는 50가지 습관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헬스장에 갈 수는 없고, 집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체중 감량법에 대해 알고 싶었던 나로서는 때마침 출간된 <미라클 핏>이라는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 책은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먹자’를 목표로 하여 체중을 성공적으로 줄이고 유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습관들을 일러준다. 일단, 저자는 살을 빼는 일이란 정신과의 싸움으로 왜 살을 빼고 싶은지 스스로 알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살을 뺄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점검하기를 권고한다. 나를 살찌게 했던 가장 나쁜 습관 중에 하나가 간식 섭취에 방심했던 것이듯 책 역시 과자 몇 개, 차 몇 잔 섭취가 알고 보면 어마무시한 양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흔히들 하루에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할 때 야금야금 주워 먹은 간식의 칼로리는 잊곤 하는데, 이렇게 사소한 것을 놓치는 데에서 비롯되는 허술한 마음가짐이 곧 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살을 빼려면 좋은 습관을 좋은 목표와 연결해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등 강력한 동기 부여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사탕’은 ‘살찌고’, ‘피자’는 ‘피둥피둥해진다’와 같은 부정적인 연상 작용을 통해 음식을 절제할 수 있는 유용한 팁도 제공한다.

 

 

 

   앞서 살을 빼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마인드를 점검해봤다면,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식습관이다. 그녀는 살을 뺀다고 해서 평소에 먹지 않던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지 말라고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아주 소량으로 식단에 첨가하면서 싫어하는 음식도 싫어하지 않을 다른 방식으로 섭취하는 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즉, 행복한 다이어트여야 몸도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음식은 그 자체로 나쁜 음식이란 없다, 극단적으로 섭취할 때만 나쁠 뿐이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다이어트 책들이 칼로리에 집중을 하는 반면, 이 책은 칼로리가 아닌 영양소에 집중하라고 한다는 점이다. 영양상의 포만감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우리 몸은 음식을 더 먹고 싶다는 충동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복합탄수화물, 단백질, 포만감을 주는 소량의 지방, 섬유소 등 몸이 건강해지는 영양소를 챙기는 데 보다 집중하다보면 몸은 저절로 날씬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칼로리는 그저 이야기를 구성하는 한 부분일 뿐이다. 칼로리가 이야기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살을 빼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칼로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여러 음식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가 들어 있는지, 어떤 음식이 고칼로리인지, 어떤 음식이 허용 범위 내에 있는지, 그리고 목표로 하는 올바른 식사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관해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략 그 정도면 그만이다. 매일 매 끼니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먹었는지 강박적으로 계산하면서 인간 계산기로 변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 126p

 

 

 

   이 외에도 총 스물한 번의 식사 중 두 번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자는 의미에서 ‘21-2규칙’, 배가 약간 덜 부를 때 식사를 멈추는 ‘80퍼센트의 포만감’, 전체 시간 중 90퍼센트 동안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10퍼센트 동안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라, 아침 30퍼센트, 점심 30퍼센트, 저녁 20퍼센트, 간식 20퍼센트로 하루 칼로리 비율을 유지하라, TV나 휴대전화를 끄고 식사하라,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먼저 먹어라 등과 같은 습관들은 익혀두면 매우 유용할 듯하다. 또한 배가 고프지 않은데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손이 가곤 하던 간식이나 음식이 생각난다면 ‘15분 미루기’를 실천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전화기를 집어 들고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잠시 밖으로 산책을 나가 먹고 싶은 욕구와 갈망을 15분 뒤로 미루다보면 이를 잊을 수 있을 거라는 의미이다. 그 중 간과하기 쉬웠던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맥주나 와인 등과 함께 먹는 음식은 우리 몸에서 오로지 지방으로 작용한다는 점이었다. 맥주 칼로리가 체내에서 우선 처리 대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함께 먹은 음식이 알코올에 대사 기회를 빼앗긴 채 우리 몸에 그대로 축적된다는 점은 그간 내가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마른 여자의 일상은 2% 다르다

-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 주방에 소금 통을 놓지 않는다.

- 텔레비전을 식사 장소와 분리한다.

- 간식은 손이 닿지 않는 곳이나 불투명한 통에 보관한다.

- 아침과 점심 식사 사이에 물 1리터를 마신다.

- 여럿이 함께 식사할 때는 천천히 먹는 사람 옆에 앉는다.

- 80퍼센트 정도 포만감을 느끼면 음식이 남아도 식사를 멈춘다.

- 뷔페에 가면 샐러드와 수프를 가장 먼저 먹는다.

- 탄수화물과 철분은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한다.

-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 운동은 반드시 아침에 한다.

- 여러 운동 중 몇 가지를 골라 정기적으로 바꿔 가며 한다.

 

 

 

   이 밖에도 거창한 운동이 아닌 일상이 운동이 되는 생활습관을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주로 걷기를 생활화하고 무엇보다 잠을 충분히 잘 것을 권고한다. 수면부족은 과식이나 당 함량이 많은 음식 섭취로 연결되므로 반드시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의 질 높은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책은 마음가짐과,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에 도움을 줄 다양한 조언을 수록함으로써 일상이 다이어트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제안하는 월별 플래너, 주별 플래너, 일별 플레너, 그 밖의 팁을 통해 3개월 동안 실천할 수 있는 일정표도 함께 제공한다. 저자가 외국인이다보니 한국인이 적용하기에는 거리가 먼 각종 식사 레시피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거창하지 않아도 이렇게 작은 습관만으로도 체질 개선과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인 듯하다. 이 책의 힘을 빌어 몸무게의 앞자리수가 바뀔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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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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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아름다우면서 두려웠던 시절,

서로가 서로에게 눈부신 친구가 되었던 소녀들의 이야기! 

 

 

 

 

   이른바 ‘얼굴 없는 작가’로 정체를 숨긴 채 나폴리 4부작을 출간한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를 향한 찬사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때 얼굴 없는 가수라는 특유의 기획으로 우리 음악 시장에도 파문을 일으킨 전례가 있듯, 이 역시 철저히 기획된 노림수인지 혹은 대중의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작가 특유의 고집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뜻하는 바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나를 비롯하여 뭇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읽기 전에는 이 부분에서 회의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작가의 정체가 작품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접근법을 간과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스스로를 자조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책은 한 번 출간되고 나면 그 이후부터 저자는 필요 없다고 믿는다’는 코멘트를 통해 오로지 작품으로 모든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역량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인생은 너로 하여금 설명될 수 있었던 거야

 

 

   <나의 눈부신 친구>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60년간 이어져온 두 소녀의 우정을 그린 자전 소설로 4부작 중 1권에 해당한다. 소설은 노년이 된 엘레나 그레코(레누)가 라파엘라 체룰로(릴라)의 아들인 리노로부터 친구인 릴라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는 데서 시작한다. 평생 나폴리를 벗어난 적이 없는 릴라는 30년 전부터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마치 자신이 살아온 66년이라는 세월을 통째로 지워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감쪽같이 증발해버렸다. 레누는 사라진 릴라의 흔적을 다시 붙들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들이 자라온 유년시절부터의 기억들을 회상해나간다.

 

 

 

   앞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려고 한 릴라의 이 극단적인 행동은 사실 과거의 이력에 비추어 크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릴라는 예측할 수 없는, 이른바 못된 아이였고 화자인 레누는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가 되고 싶었던 진중하고 착한 아이였다. 그러나 릴라는 여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들 보다도 강한 의지를 지녔고, 날카롭고 도발적일 만큼 완벽한 지성을 지녔으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치명적이면서 자신의 의지에 확고한 태도를 지닌 남다른 아이인 것은 분명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려는 모방심리가 있는데, 레누는 릴라를 보며 그녀를 향한 모방과 경쟁 심리로 끊임없는 충동을 겪는다. 그들은 누가 더 용기 있는 아이인지 입증하려는 놀이에 빠져 위험을 자초하기도 하고, 「작은 아씨들」과 같이 좋아하는 책을 탐독함으로써 문학과 학문의 성취감에 몰두하기도 하며 때로는 다른 친구와 더 다정하게 지내면서 서로의 관계에서 상처와 질투를 공유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모든 것이 아름다우면서도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던 시절, 그들이 관통해야 했던 유년 시절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은 단순히 그녀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나도 겪었고, 또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이 그저 떠밀리듯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던 우리 모두는 그렇게 그녀들처럼 시절을 통과해왔다.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여기가 길이고, 우리 집 현관이고, 이 사람이 엄마이고, 아빠이고, 지금은 낮이거나 밤인 것이다. / 29p

 

 

‘우리 이전’이라는 화두가 재등장했다. 초등학교 때와는 확실히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릴라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네에 있는 모든 것이, 돌멩이 하나에서부터 나무 한 조각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존재했지만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성장해온 것이라고. / 210p

 

 

 

   그러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명석하고 뛰어난 학업 실력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진학을 할 수 없었던 릴라는 집안의 가업인 구두수선이나 집안일을 도와야했다. 이와 달리 레누는 비록 집안의 반대는 있었으나 꾸준히 학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둘의 길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라의 명민하고 총명한 기질은 혼자서라도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익혀 레누를 능가할 만큼 뛰어난 것이어서, 그들은 내면에 서로 다른 열등감을 지니면서도 서로가 자극제가 되어 학교를 넘어서 둘 만의 정신적 공동체를 지속한다. 하지만 릴라는 학교 밖의 현실이라는 냉혹한 세계를 몸으로 체감하고, 결혼이라는 상징적인 제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의 한계를 일찍 깨닫는다. 결국,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돈 아킬레의 아들인 스테파노와 약혼을 함으로써 두 소녀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 회의감에 젖은 릴라가 레누에게 건네는 말은, 일종의 라이벌 같은 관계였지만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상대에게 투영시킴으로써 서로가 우정 이상의 존재였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결국, 그들의 삶은 어느 한쪽이 있지 않고서는 설명되거나 채워지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넌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2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해. 그러면 끝이지.”

“아니. 절대로 멈추지 마. 필요한 돈은 내가 줄게. 넌 항상 공부해야 해.”

나는 조그맣게 웃어 보인 후 릴라에게 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언젠가는 학교 공부를 마칠 수밖에 없어.”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 416p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에는 이것을 크게 체감할 수 없는 편이기는 하나, 이 소설의 배경인 1950년대에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세계의 중심이었고 그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있던 시대와 다름없었다. 이 소설 역시 단순히 소녀의 우정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과 가족군이 등장하고, 그들의 복잡다단한 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수많은 스토리를 자아낸다. 특히 부모들로부터 시작된 증오와 경쟁, 경제적 종속 관계들은 후대인 자식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는데 그들의 무절제한 경쟁심이 화를 자초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어두운 일들을 극복하고, 사회로부터 겪는 부조리함을 극복하려는 일련의 자세들은 변화를 맞이하려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주기도 한다.

 

 

 

릴라의 말로는 스테파노가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이었다. ‘우리 이전’에 일어난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이 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며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버지가 한 일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 아버지 자리에는 나와 내 가족이 있으니 그만 멈추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222p

 

 

하지만 나는 해내야만 한다. 이제는 복종만 할 수는 없다. 언젠가 올리비에로 선생님이 우리 집에 와서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을 내 부모님에게 강요했을 때처럼, 나도 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전히 내 한쪽 팔을 붙잡고 있는 어머니를 무시해야 한다. 나는 이탈리아어, 라틴어, 그리스어에서 1등을 한 데다 종교학 선생님께 맞섰고, 내 이름이 적인 기사가 잘생기고 영리한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의 글과 함께 잡지에 게재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 430p

 

 

 

   두 소녀의 유년과 사춘기 시절에 집중된 1부작에 이어 2부작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그들을 어떤 세계로 이끌어갈지 무척 기대된다. 근래에 읽은 책 중 문학적 성취와 대중적 취향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점에서 4부작이라는 꽤 긴 장편 연재라는 점이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곧 3부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2부작으로 서둘러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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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 - 모든 것은 마드리드에서 시작됐다
마멘 산체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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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 폐간을 막기 위한 다섯 여인의 유쾌한 범죄 코미디!

시종일관 예기치 못한 전말과 좌충우돌 스토리의 매력에 빠져들다! 

 

 

 

   만약 내가 몸을 담고 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다면? 보스의 아들이 그 충격적인 비보를 들고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날아오고 있다면? 이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면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당장 생계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일단 미뤄두고, 어떻게 하면 보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먼저 궁리하게 되지 않을까. 혹 이렇다 할 수단이 없다면 보스의 주변에 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서 이 일이 관심에서 제외되길 바라거나, 그의 아들이 타고 있을 비행기의 사고 소식 따위를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잡지사 <리브라르테>를 숙명처럼 여기며 몸담았던 다섯 명의 여직원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영국의 출판 명문 크라프츠먼사에서 파견된 보스의 후계자, 애티커스가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 있는 이 잡지사를 폐간시키기 위해 마드리드로 향하고 있다는 비보였다. 큰 키에 잘생긴 금발 머리를 한 이 영국 사내의 출몰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은 머리를 맞대고 잘리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강구해야만 했다. 이미 소설은 크라프츠먼사의 보스인 말로가 마드리드 경찰인 만체고 경위에게 아들의 실종을 신고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과연 애티커스는 어디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일까, 그의 실종에 정말로 그녀들이 연루된 것일까. 만체고의 시선을 따라 애티커스의 행방을 쫓아가다보면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어만 간다.

 

 

 

   이렇듯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은 갑자기 마드리드에서 종적을 감춘 애티커스의 행방을 쫓아가는 추리 및 범죄소설의 형식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소설, 추리 소설이라 하기에는 어딘지 우스꽝스럽고 엉뚱 발랄한 매력들이 다분하다. 소설은 애티커스가 사라진 경위를 추적하면서도 <리브라르테>의 다섯 여인들, 만체고 경위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일상을 매우 유쾌하면서 사랑스럽게 펼쳐나간다. 특히 50대가 되도록 모태솔로 노처녀로 살고 있는 편집장 베르타,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경력기자 아순시온, 잡지사의 경리를 담당하는 똑순이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 가계를 책임지며 살아온 탓에 사랑받으며 살기를 원하는 위기의 주부 마리아, 애정 넘치는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늘 조바심을 느끼는 가비, 뛰어난 몸매와 외모를 갖춘 매력 넘치는 신입기자 솔레아의 이야기는 때로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때로는 나와 내 이웃 여성들의 고민을 들을 때처럼 공감을 산다.

 

 

 

둘은 말없이 와인만 홀짝였다.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어떤 문제를 두고 딱히 해결책은 모색하지 않고 그저 몇 시간씩 대화만 나눌 수도 있다. 다음 행보를 계획하지 않고 그저 입안이 마르고 눈물이 멈추고 눈동자가 아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될 때까지 주야장천 수다만 떠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서 헤어지면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의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는 것이다. / 164p

 

 

 

   실종 사건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사건의 전말이 유출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뒷 내용을 쓸 수는 없지만, 폐간을 막기 위한 다섯 여인의 좌충우돌 이야기와 허당미 넘치는 캐릭터들의 반전미가 어우러진 이 책은 여성들이 더욱 선호할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여성 작가이다 보니 여성들의 고민이나 습성을 잘 다루고 있음은 물론, 로맨스 소설처럼 곳곳에 녹아든 러브 스토리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영국과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상반되는 풍토와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습성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국적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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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력 - 사람을 얻는 힘
다사카 히로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관계를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일곱 가지 마음습관!

잘못도 결점도 있는 미숙한 자신을 안고 살아가는 법!

 

 

 

 

   나는 타인으로부터 미움 받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유독 인간관계를 평화롭게 지속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 편이다. 이를 테면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를 읽어내는데 민감하게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나의 입장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일을 우선으로 두는 일 따위이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평탄하게 흘러가는 편이었고, 다툼 또한 일어나지 않으니 늘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라는 평을 듣곤 했다. 그러던 내게 뜻밖의 일이 찾아왔다. 그 무렵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면서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일에 잠시 소홀해졌다고 생각했을 즈음, “너, 변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만 것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 관계를 놓아버렸다. 이 정도에 흔들릴 관계라면 굳이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굳이 다시 끊어진 관계를 이어 붙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때의 일을 계기로 나는 일종의 허탈함을 느꼈고, 그 뒤로 관계에 연연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문제는 다소 불편하거나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특유의 유연함을 발휘해 끌어안았던 노력들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넓었던 대인관계가 얄팍해지고 지속력도 떨어지더라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습관은 생각보다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인간관계의 갈림길 앞에 선 당신에게    

 

 

   일본 직장인들이 가장 현실적인 멘토로 꼽는다는 저자 다사카 히로시의 <인간력>은 나와 같이 인간관계를 성숙하게 만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마음 습관 실천법을 알려준다. 그는 ‘인간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은 물론, 자립한 하나의 인간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한 종합적인 능력”을 기를 것을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력을 기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잘못도 결점도 없는 인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도 결점도 있는 미숙한 자신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점이다. 즉, 흠결이 없는 사람은 없으므로 자신의 미숙함을 찾고 다듬어 겸허히 인간력을 키우기 위한 수행에 정진할 것을 권한다. 특히, 인간관계에서의 불화와 불신, 미움과 반발, 대립과 충돌, 혐오와 증오 등 괴로운 경험은 대처 방법만 올바르게 기른다면 인간을 수양하고 인간력을 높이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대처 방법이란 대체 무엇일까? 저자는 크게 일곱 가지의 마음습관을 소개한다.

 

 

 

인간관계가 원활해지는 마음습관 일곱 가지

1. 자신이 미숙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2. 먼저 말을 걸고 눈을 맞춘다.

3. 마음속 작은 자아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4. 상대방의 결점을 개성으로 바라본다.

5. 말의 두려움을 알고 말의 힘을 살린다.

6. 멀어져도 영원히 인연을 끊지 않는다.

7. 악연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 / 39p

 

 

 

 

 

 

인간을 수양한다는 것은 바로 ‘마음의 거울’을 닦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습관으로 ‘수용’의 자세를 앞세운다. 즉,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이에게 끌리는 법이라고 말이다. 한때 완벽한 우등생이라 자만하고 스스로의 행동에 단 하나의 의심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던 저자가 원숙한 노교수로부터 “자네는 붙임성이 없어!” 라는 지적을 받은 일을 회상한다. 여기서 말하는 붙임성이란,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과 결점을 인정하고 미숙함을 인정하는 유연함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사람인 이상 누구나 잘못이나 결점 그리고 미숙함을 지니기 마련이다. 이러니 미숙한 인간끼리 서로의 감정이 부딪치거나 마음이 멀어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관계가 소원해졌다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 것을 제안한다. 서로 감정이 부딪쳤을 때 상대방도 나처럼 불편하고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런 경우 내가 먼저 사과하면서 관계의 물꼬를 튼다면 어긋났던 관계가 전보다 훨씬 깊어지는 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이는 수용감각을 열리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나의 결점과 미숙함까지 받아주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안정감 있는 관계형성을 마련할 수 있다는데 근거를 둔다.

 

 

 

인생이란 원래 다른 사람과 엮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타인과 부딪치지 않는 인생, 가까웠던 누군가와 마음이 멀어지지 않는 원만한 인생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타인과 부딪치고 마음이 멀어졌다가 그것을 또 초월하여 깊이 이어지는 인생. 그것이야말로 좋은 인생이다. / 86p

 

 

 

 

 

 

 

 

   일곱 가지 마음습관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새겨두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의 힘을 터득하면 관계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다. 웃으니까 즐거운 것이다”는 말처럼, 말은 우리의 심층의식에 작용하여 마음의 상태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상대를 싫어하기 때문에 혐오의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혐오의 말을 하니까 상대가 싫어지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말은 자기암시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매일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면 그 말은 반드시 심층의식에 침투하고, 누군가를 험담하면 하기 전보다 그가 더 싫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험담할 때 본래의 이유를 넘어서 홀로 정교한 시노리오를 쏟아 내거나 좀 더 과장되게 말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마음 깊숙한 곳에 무심코 감정적으로 반응해버린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의 감정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저자는 가능하다면 마음속으로 세 가지 성찰을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다면 말의 두려움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첫 번째, 누군가를 감정적으로 비판했을 때 마음 깊이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나 자기혐오의 감정이 생겨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두 번째, 상대를 감정적으로 비판한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어 하는 작은 자아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세 번째, 상대의 결점이나 잘못을 더 찾아내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작은 자아의 움직임을 깨닫는다. / 175p

 

 

 

   <인간력>을 읽으면서 끊어진 관계를 이어 붙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다. 멀어져도 영원히 인연을 끊지 않을 것, 악연의 의미를 깊게 생각할 것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타인과의 만남은 모두 자신이라는 인간의 성장을 위해 주어진 것이다’로 말한다. 행복한 만남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만남에도 모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곧, 이 만남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자세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일컫는 말인 듯하다.

 

 

 

인간을 수양한다는 것은 바로 ‘마음의 거울’을 닦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속 작은 자아를 조용히 바라보고 그 작은 자아로 인해 항상 흐려지는 마음의 거울을 닦는다. 이것이 ‘인간을 수양한다’는 말의 참 의미일 것이다. / 246p

 

 

 

   책을 다 읽고 보니 뒤늦게야 표지에 있는 돌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표지의 이 이미지는 인간관계란 거친 숫돌과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거친 돌이 매끄럽게 되기까지 얼마나 숱한 연마의 과정이 필요했겠는가. 결국 나라는 존재 역시 타인과 만나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으며, 내 마음속의 작은 자아를 깨닫고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고. 이렇듯 책은 미숙한 자신을 안고서 성장하며 쉼 없이 걸어가는 인생, 느리거나 서툴러도 괜찮으니 인생을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걸어갈 것을 희망한다.

 

 

 

   인간관계를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마음습관 실천법을 읽다보면 내 안의 비뚤어진 마음이 차분해지고 유연한 지혜가 쌓여가는 느낌이다. 점차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곤 하는 나에게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오늘날처럼 관계에 연연하기보다 개인주의의 성향이 짙은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은 관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인 듯하다. 특히 누군가와 사이가 소원해졌거나, 직장 내에서 관계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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