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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계백아, 니가 거시기해야 쓰겄다."
"여그 황산벌 전투에서 우리의 전략전술적인 거시기는 한마디로 머시기할 때꺼정 갑옷을 거시기한다."
_영화 황산벌 대사 중
아니 이 거시기한 말은 무슨 뜻이지... 영화를 보며 대혼란에 빠진다.
이미 알고 있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답답함을 나타내는 주어가 '거시기'이고 언어로는 줄 긋기 어려운 삶의 의미를 횡단하는 행위의 술어가 '머시기'라는 이어령 선생의 말씀. 그런데 이 말도 난 참 어렵구나.
언어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쓰는 것은 왜 중요한가?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의 『거시기 머시기』 이다.
<<거시기 머시기>>는 말과 글과 책을 주제로 한 이어령 선생의 대중 강연과 대담 모음집으로, 시인, 소설가, 평론가, 교육자로서 60여 년 보내며 '언어'에 관한 다양한 주제와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의 언어가 '거시기 머시기'라는 저자는 단지 이 두 마디 말만 가지고서도 서로의 복잡한 심정과 신기한 사건들을 교환할 줄 안다고 말한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강연에서 이어령 선생은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언어와 이념은 다르지만 예술이라는 소재로 서로 생각과 느낌을 더듬고 찾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이 탈경계성 언어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좋아 죽겠다', '죽여준다' 라는 '죽음'이라는 모순과 역설적인 표현의 아름다움, 전자책과 종이책의 상호보완을 예견하며 '디지털 시대의 집단 기억 장치'를 강조한 강연과 번역에 대한 저자의 경험 등 총 8편의 강연이 담겨있다.
특히 난 <시인 세계> 발간 10주년 특별 좌담 '시의 정체성과 소통'에 관한 강연이 무척 흥미로웠다.
'시란 무엇인가?'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인들은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시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그냥 쓸 뿐이다 등 시적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눈다. 이에 이어령 선생은 "인생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막연한 질문에 "네가 한번 살아봐"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시란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너도 시를 써봐'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시란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이라는 아치볼드 매클리시의 말을 인용한다.
이 책을 꽤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거 같다. 그만큼 '언어'의 세계는 광범위했고 그 상상력과 창조의 근원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이어령 선생 말마따나 같은 언어를 두고도 다르게 해석하며 서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이 세상에서 제발 서로 물어뜯지 않고 서로 생명의 언어가 되길 바라본다.
경상도 출신인 나에게 '거시기 머시기'는 해석하기 어렵지만 '가가 가가가'는 쉽다.
'니가 그카이 가가 그카지 니가 안그카믄 가가 만다코 그칼끼고'
언어의 경계를 넘어~
* 김영사 서포터즈 15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