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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넌 중학생이 되어서 공부는 안 하고 뭐 하니?"
"공부 걱정에 잠을 잘 수 없어요."
"엄마 친구 아들은 전교 1등 했다는데, 넌 이게 뭐야?"
"시험에 실패한 제가 너무 한심하고 못나게 느껴져요."
"학원에서 이번 시험 또 통과 못했다고 전화왔다. 성적 올리기로 약속했잖아! 자꾸 엄마 실망만 시킬 거야?"
"스스로 해내고 싶은데 엄마는 저를 믿지 않아요. 불안한 마음에 자꾸 자해를 해요"
우린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을까?
아이들이 힘겹게 내 민 도움의 손길을 매몰차게 뿌리치지 않았나!
충고, 조언, 평가, 판단없이 아이들에게 건네는 공감의 말.
27년간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의 고민과 생각을 공감의 대화로 풀어낸 청소년 공감대화 전문가 김선희의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이다.
저번보다 성적이 올라 기쁜 마음에 성적표를 엄마한테 건넸지만 겨우 이 정도 성적 때문에 학원 바꾼 거냐며 갈가리 찢어버린다. 분명 아이는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고 성적도 올랐지만 최고가 아니며 아무 소용이 없다는 엄마의 반응에 아이는 절망한다. 책은 청소년들의 학업, 친구관계, 질투, 부모와의 갈등,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로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헤아려주고 아이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이며 공감해 주는 김선희 교사의 실제 사례들이 담겨있다.
출석을 거부하고 거친 언어를 쓰고 폭력을 쓰고 가출을 하고 수업 중에 엎드려만 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저런 애들은 원래 그런 아이들이니 신경도 쓰지 말아야 한다. 교칙대로 진행하거나 전출을 보내며 된다는 말들로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아이들에게 주고 있었다. 이에 저자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아이들과 공감의 대화로 풀어내며 아이들이 청소년 시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 한편에선 그런 저자의 모습을 교권 운운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 또한 묵묵히 받아들이며 오로지 아이들이 아프지 않는지,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지만 생각한다.
"네가 옳아."
"지금 너의 마음이 어때?"
"아, 그런 마음이었구나"
"홀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 참 잘 살아가고 있구나."
마음과 마음을 잇는 공감 대화란 이런 것이구나!
늘 아이들과 대화의 끝은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서 숙제마저 하고 공부해!"로 마무리되는 나의 대화가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감당하긴 힘든 여러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공감 대화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모습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책을 읽으며 과거 힘들었던 학창 시절 방과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늘 응원해 주셨던 선생님이 생각나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는데, 그제야 나를 믿고 나를 응원해 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정말 바라는 건 비싼 물건도 좋은 학원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믿고 진심으로 알아주고 기다려주는 건데 말이다.
종종 학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는 생각이 없어요" "애가 뭘 아나요?" 같은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나는 27년째 교사로 살아오며 '잘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를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모든 아이가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서 더 발전하고 싶어 애를 쓰며 커가고 있다. 아이들은 믿고 기다려주는 어른이 있을 때 더 잘 해내고 싶어 힘을 내기 마련이다. _책 속에서
"그래, 좋아. 네가 함께 극복해 낼 힘이 생길 때까지 선생님이 동행할께."
지금도 아이들과 마음과 마음을 잇는 대화를 하며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저자와 함께 나도 그 길을 동행해 본다.
* 김영사 서포터즈 15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