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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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보라고! 상승하고 있잖아! 하강해! 하강, 하강, 하강!"

"하강하고 있습니다!"

"아니, 상승하고 있다니까."

"제가요?"


혼란에 빠진 조종사들은 비행기가 상승하고 있는지 하강하고 있는지 다투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고함을 치며 조종간을 잡으려고 했다. 세 조종사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몇 초 뒤 비행기는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도로 대서양 바다와 충돌한다.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과 승객 228명 모두 즉사했다.


2009년 발생한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 참사는 끔찍한 진실을 품고 있었다.

베테랑 조종사들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진 진짜 원인은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아니었다. 지난 15년간 그들을 완벽하게 보좌해 온 '자동항법시스템'이 범인이었다. 시스템이 모든 마찰을 없애주자 인간은 예외 상황에서 대응하는 유연성을 잃어버렸고, 결국 완벽하다고 믿었던 기술이 인간을 가장 무력한 존재로 만들고 말았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신작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를 통해 바로 이 거대한 모순을 파고든다. 알고리즘이 뉴스를 골라주고 앱이 일정을 최적화하는 '완벽한 질서의 시대', 하지만 왜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하고 인간은 수동적으로 변해갈까? 저자는 효율과 최적화라는 이름 아래 모두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를 향해, 우리가 그토록 지우려 애썼던 ‘불완전한 인간성’을 다시 소환하라고 권한다.


"경이로운 지적 자극, 진정한 예술, 위대한 성공은 완벽한 알고리즘이 아닌 불편한 무질서에서 나왔다"

이 책은 단순히 '실수해도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역사, 철학, 과학, 경제, 심리학, 예술을 넘나드는 방대한 사례와 데이터를 통해 왜 무질서와 불완전함이 인간의 가장 강력한 '원천 기술'인지를 증명해 낸다.


망가진 고물 피아노가 만든 최고의 연주

스티브 잡스가 애플 사옥의 화장실 위치에 집착한 사연

사교율 '제로'의 신호 없는 교차로

위험할수록 더 짜릿하고 더 안전한 놀이터

정리정돈 강박이 만든 네덜란드의 대국민 사기극

다양성과 혼란이 만든 최고의 혁신


세상은 온통 '정리'와 '최대 효율'을 외친다. 책상 위는 깔끔해야 하고, 일정은 분 단위로 쪼개져야 하며,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법한 것들만 코앞에 갖다 바친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스템이 완벽해질수록 우리의 뇌는 말랑함을 잃고 굳어간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이들 전화번호조차 모르고(나만 그런가?)

계산기가 없으면 1+3 이상부터 암산이 되지 않는다.(이 또한 나만 그런가?)


팀 하포드는 "인공지능이 운전부터 채용 과정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더욱더 즉흥적인 인간만의 능력을 계속해서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력 경고한다. 매끈하게 설계된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오류로 멈춰 서는 순간, 빛을 발하는 것은 알고리즘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즉흥성과 모호함을 수용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코 책 속의 막연한 경고가 아니다.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 개발자 재고용 사태'가 이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한때 비용 절감을 위해 AI 코딩 도구에 전권을 맡기며 개발자들을 대거 해고했던 기업들은 최근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했다.


AI가 당장의 결과물은 빠르게 뽑아냈지만, 거시적 아키텍처를 짜지 못해 거대한 '기술 부채'를 남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숨은 버그를 해결할 숙련된 시니어 개발자마저 사라지자 시스템 마비를 겪은 기업들은 결국 다시 인간을 찾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통제된 AI 시스템이 멈춰 선 순간, 이를 복구한 것은 결국 인간의 즉흥적 대응이었다. 책이 경고한 '자동화의 역설'이 현실이 된 셈이다.


개발자들의 세계뿐만이 아니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AI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다움의 끝단에는 '불완전함'이 있다는 것. 실수하고, 방황하고, 가끔은 계획을 엎어버리는 무질서함에서 창의성과 혁신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살아있게 만든다.


때로는 조금 엉망진창이어도 괜찮다. 그 모호함과 여백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답고 단단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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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힘 - 200만 명의 데이터로 밝혀낸 습관 설계의 비밀
도다 다이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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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5분짜리 목표만으로 체중을 10kg이나 감량할 수 있다고?

고작 5분짜리 목표만으로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200만 명의 실증 데이터가 증명한 사실이다.

책 《꾸준함의 힘》은 의지력이라는 신기루를 좇는 대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낸 가장 현실적인 습관 설계 지침을 제안한다. 일본 1위 습관 앱 ‘계속하는 기술’의 사용자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왜 누군가는 끝까지 해내고 누군가는 작심삼일에서 멈추는지 그 과학적 이유를 파헤친다.


작심삼일 탈출?

새해가 되면 늘 한 해 계획을 세우지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이 있었던가?

사실 이 책도 여느 습관 관련 서적과 마찬가지로 꾸준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수백 가지에 달하던 파편화된 조언들을 단 세 가지 핵심 원칙으로 명쾌하게 압축했다는 점이다. 복잡한 이론은 필요 없다.

딱 3가지만 기억하라!


‘꾸준함의 3원칙’

원칙 1. 목표는 5분 이내로! : 준비 시간을 포함해 딱 5분만 투자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가 60분을 넘기면 실패 확률이 94.3%에 달하지만, 문턱을 낮추면 뇌는 저항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면 5분이 20분이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원칙 2. 정확한 타이밍을 설정하라! : 의지력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미 몸이 움직이고 있는 '생활 밀착형 타이밍'에 습관을 배치해야 한다. 씻으러 갈 때, 쓰레기를 버릴 때 등 이미 활동 중인 상태를 활용하면 실행 확률이 4.47배 높아진다.

원칙 3. 단 하루도 예외를 두지 마라! : 컨디션이 최악인 날이라도 '0'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도저히 할 수 없을 때는 단 17초라도 하거나, 아주 사소한 '대신 행동'을 통해 습관의 연결 고리를 유지해야 한다.


고작 5분?

처음엔 짧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타이머를 맞추고 실천에 옮기니 웬걸, 시간이 참 안 갔다. 저자가 말한 5분은 생각보다 밀도가 높았고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니 비로소 5분이 수월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그다음이다. ‘조금만 더 해볼까’라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더니, 어느덧 10분을 넘어 20분까지 행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5분의 마법이 진짜 시작된 것이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신의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꾸준함을 만드는 설계가 없었을 뿐이다."

꾸준함은 타고난 성실함이나 강한 의지가 아니라,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무언가를 중도 포기할 때마다 스스로의 의지박약을 탓하며 자책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실패의 원인을 내 인격이 아닌 '잘못된 시스템'에서 찾게 해준다. '1시간 운동'은 부담스럽지만 '5분 움직이기'는 해볼 만하다는 안도감을 주는 것이다.


결국 꾸준함이란 거창한 성취를 매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게 시작해 그 흐름을 끊지 않는 영리한 전략이다. 반복되는 실패에 지친 사람이라면, 자신을 다그치는 대신 이 정교한 행동 설계도에 몸을 맡겨볼 필요가 있다. 의지가 기술을 이길 수 없듯, 잘 설계된 구조는 반드시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오늘 하루쯤이야'

'내일 하면 되지'


우린 이미 '왜 실패하는지'를 알고 있다.

오늘 할 일을 내일 미루는 순간 영원히 안 하게 된다는 것을.

결국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자, 어떤 습관을 기르고 싶은가요?

이 책이 전하는 '꾸준함의 3원칙'으로 작심삼일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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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스페셜 양장 리커버 개정판)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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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참을 수 있잖아."
"그건 네가 예민해서 그런 거야."
하지만 누군가는 안다. 그 '정도'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자신에게는 아무 일 아닌 것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_p.69)

2025년 8월,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초판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해인 저자는 호기롭게 선언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문장을 내놓은 직후, 그녀는 생애 가장 '다정하지 못한 계절'을 지나야 했다. 가장 가까웠던 가족과의 법정 공방, 오랜 시간 쌓아온 인연과의 아픈 단절. "정말 다정한 사람이 이기는 게 맞긴 할까? 내 다정함이 오히려 나를 패배로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그녀의 내면을 거칠게 갉아먹었다.

이번 스페셜 양장 리커버판은 그 고통의 터널을 통과한 뒤, 더 단단해진 사유를 담아 돌아왔다.

우리는 흔히 다정함을 남에게 맞춰주는 유약함으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다정함이란 단순히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연약한 마음이 아니라, 상처받고 억울한 순간에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강인한 선택이자,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는 가장 투쟁적인 비폭력의 힘이라고.

그녀가 아픈 계절을 지나며 깨달은 다정함의 세 가지 방향은 명확하다.
다정함의 끝은 반드시 '나 자신'을 향해야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선 때로 과감한 '관계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외부의 소음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생산해 내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어다.

누구에게나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듯, 마음의 에너지에도 '긍정 총량의 법칙'이 존재한다. 우리의 다정함은 무한하지 않다. 긍정의 에너지가 바닥났는데도 억지로 친절을 짜내는 건 결국 자신을 소진시키는 일일뿐이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고 하지만 저자는 그 다정함을 억지로 꺼내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누구에게나 늘 다정할 수 없고, 모든 상황에 친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첫 번째 권리이자, 무리하지 않고 살아가는 '진짜 어른의 용기'다.

다정하지 못한 계절을 통과했지만 다시, 다정함을 선택하기로 한 그녀.

수많은 이별 속에서도 마음을 닫아걸지 않고, 내 곁에 남은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꺼이 다정해지기를 선택하려 한다. 남몰래 삼켜낸 고독의 시간이 결국 내 안의 단단한 뼈대가 되어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_p.24)

불행한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나를 구원한다는 사실. 결국 좋은 삶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다정하게 살아낸 루틴의 반복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그녀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여전히 나에게 다정함은 참 어려운 영역이다. 사회화와 인간화를 거치며 꽤 친절한 언어와 태도를 갖췄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함은 여전히 상대적이고 조심스럽다. "다정함은 노력의 결과이고, 관계는 우연이 아닌 선택의 산물이다"라는 말처럼, 타인에게 온기를 내어주는 일에는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책을 덮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몸이 부쩍 축나는 게 혹시 내 기준에서 너무 많은 다정함을 끌어다 써서 그런 건 아닐까?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데, 몸이 골골대는 걸 보니 내가 너무 세게 이기려고 했나 보다. '긍정 총량의 법칙'을 무시하고 다정함을 풀할부로 당겨쓴 부작용인 것 같기도 하고. 예전보다 꽤 많이 다정해진 게 병을 키웠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시 차가운 인간으로 돌아가야 하나 싶지만 조금 골골대더라도 다정함은 잃지 말아야겠지. 일단 당분간은 남에 대한 다정함은 셔터 내리고, 나 자신에게만 극도로 친절한 ‘셀프 다정 루틴’에 들어가야겠다. (이기적으로 마무리하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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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극우가 온다
정민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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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반에서 민주당 지지한다고 하면 '대깨'라고 놀림 받아. 대가리 깨졌다면서 병신 취급당한다고. 애들이 쉬는 시간마다 이재명 대통령 욕하는 밈 보면서 낄낄거리는데, 거기서 정색하면 나만 왕따 돼."

지금 10대들의 교실에서 민주당은 '꼰대' '위선' '조롱거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_p.63


“왜 내가 장애인 이동권 때문에 출근길에 늦어야 돼? 내 시간 손해 보는 건?”

“왜 내가 여성을 배려해야 해? 남자만 독박 징병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그래도 우리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지지 않겠냐”

“진지 빨지 마, 역겨우니까.”


단순히 "요즘 애들이 보수화되었다"는 통계 수치를 접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었다. <1020 극우가 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한 공포에 압도당했다. 책이 파헤친 1020 극우화의 실체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인을 모독하고 약자를 조롱하고 소외계층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행위가 일종의 '힙한 놀이'이자 '가장 쿨한 문화'로 자리 잡은 잔혹한 생태계였다.


01년생인 저자 정민철은 여의도라는 갈라파고스를 박차고 나와 아이들의 진짜 전장인 인스타그램과 틱톡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목격한 현장은 참혹했다. 아이들은 가장 자극적인 극우 유튜버의 논리를 흡수하고 그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소속감은 느꼈다.


도파민과 뇌 해킹: 과거 '일베'가 직접 찾아가야 하는 하수구였다면, 지금의 극우 콘텐츠는 알고리즘을 타고 릴스, 쇼츠를 통해 아이들의 뇌를 직접 공략한다.

혐오의 힙화(Hip): 이제 민주주의나 진보는 '지루한 꼰대 언어'가 되었고, 약자를 비하하고 금기를 깨는 행위는 '쿨하고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밀폐된 커뮤니티: 카카오톡이 아닌 디스코드나 익명 커뮤니티라는 벙커 안에서,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암호와 문법으로 결집하며 외부의 소통을 차단한다.


1020 세대는 더 이상 거리로 나가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 않는다. 그들은 온라인이라는 폐쇄된 벙커 안에서 알고리즘이 설계한 세상만이 유일한 진실이라 믿는 세대가 되었다. 우리의 뇌를 소리 없이 잠식하고 지배하는 알고리즘의 실체는 공포를 넘어 경악 그 자체였다.


'취업이 힘들다'고 검색하면, '여자가 네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혐오 영상을 보여주고, '군대 가기 싫다'고 검색하면 '페미니스트들이 군인을 비하한다'는 자극적인 클립을 무한 재생시켰다. 알고리즘은 타협이나 공존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선택만을 정답처럼 제시한다. _p.116


책을 덮고 나서 느낀 감정은 단순한 '놀람'을 넘어선 '공포'였다.

집에서는 욕 한마디 안 하는 착한 내 아이들이, 방문 닫힌 그 모니터 너머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혹시 알아?"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서로를 응시했다. 이미 내가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어떤 걱정을 하는지 다 안다는 눈치였다.

"엄마, 중학생은 그냥 다른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돼. 뭘 알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상 언어야. 나중에 그 뜻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돼. '씹선비'나 '진지충' 소리 듣기 딱 좋거든."


내 표정이 꽤나 썩어있었나 보다 "나중에는 나쁜 뜻인 걸 알고 이제 안 쓰니 걱정 마"라며 나를 위로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이며 타협을 모르는 새로운 '콘크리트 우파' 세대가 지금 아이들 방 안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다.


진실은 본래 지루하다. 거짓말은 자극적이고 재밌게 가공되지만 진실은 복잡하고 어렵다. 도파민에 중독된 1020세대에게 '점잖은 훈계'는 소음일 뿐이다. 진실이 거짓을 이기려면 진실도 '무기를 갖춰야한다._p.234


이 리뷰를 쓰면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는지 모른다. 300페이지 중 단 한 글자도 버릴 게 없었다. 모든 내용을 다 담아내고 싶은 욕심에 쓰고 또 쓰다 보니, 인스타그램의 글자 제한이 야속할 정도다.


혐오와 조롱이 넘쳐나는 전장에서 홀로 외로이 분투하고 있는 저자 정민철. 그에게 우리가 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연대는 이 책을 제대로 읽고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부디 더 많은 이들의 손에 이 책이 들리길,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거짓과 혐오의 어두운 벙커에서 벗어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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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양자역학 - 지구 생물부터 우주 행성까지, 세상을 해석하는 양자역학 이야기 최소한의 지식 4
김상협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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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피고, 사건 당시 건물 앞뜰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창 A와 B 가운데 어느 쪽으로 침입했습니까?"

전자: "저는 두 창을 동시에 통과했습니다."

아인슈타인: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피고가 A에 있었으면 B에 없고, B에 있으면 A에 없다는 건 자명합니다. 목격자가 있었다면 금방 확인됐을 일입니다."

전자: "하지만 사건 당시, 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보어: "아인슈타인 검사님, '목격자가 있었다면'이라는 조건을 너무 쉽게 일반화하시네요. 목격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두 곳을 동시에 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게 가능해? 혼란하다 혼란해. 🤯

근데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짜 모습, '양자역학'의 세계다.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보통 복잡한 수식과 슈뢰딩거 고양이부터 떠올리며 도망가고 싶어질 거다. 그런데 이 책, 《과학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양자역학》의 저자 김상협은 "계산은 맞는데, 나도 이게 뭔 소린지 안개가 낀 것 같았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수식으로 증명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양자역학이라는 '마스터키'를 들고 우리 주변의 문들을 하나씩 열어젖힌다.


이 책의 백미는 양자역학을 물리 안에만 가둬두지 않고 화학, 생물, 천문학으로 연결한다는 거다.

[화학] 벤젠의 미스터리한 결합 구조? 양자역학이 없으면 설명이 안 돼.

[생물]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1조분의 1초 만에 찾는 비결? 그게 바로 '양자 중첩' 덕분이야.

[천문] 다 타버린 별인 '백색왜성'이 중력을 견디고 붕괴하지 않는 이유? '불확정성 원리'가 별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지.

[일상] 지금 네 손에 든 스마트폰의 플래시 메모리? 전자가 벽을 통과하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이용한 거야.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세 가지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A는 큰길, B는 공원길, C는 골목길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론 한 번에 하나의 길만 갈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세계는 다르다. 분신술을 써서 세 명이 동시에 A, B, C를 걷는다.


이 분신들이 집 앞에 도착하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여러 경로를 따라온 에너지들이 반응 중심에서 만나면, 서로 리듬이 맞지 않는 비효율적 경로는 상쇄되어 사라지고 리듬이 딱 맞는 경로만 강화되어 살아남는다. 결국 별도의 계산 없이도 가장 효율적인 경로가 자동으로 선택되는 거다.


오늘 내가 집으로 오는데 내 몸은 분명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집으로 갔을 거다. 최종적으로 집에 도착했을 때 남아 있는 하나, 그것이 바로 가장 효율적인 나인 셈이지.


이쯤 되면 "에이, 그건 눈에 안 보이는 미시 세계 이야기잖아!"라고 하겠지?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순간에도, 우리 손안에서는 더 기가 막힌 '초능력'이 벌어지고 있다.


앞에 아주 높고 단단한 담벼락이 있다. 공을 던지면 튕겨 나오고 달려가면 부딪힌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절대로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이 '고전 역학'의 세계다.

그런데 양자 세계의 입자들은 좀 황당하다. 벽 앞에서 "어? 벽이네? 근데 난 파동이기도 하니까..." 하면서 벽 너머로 '스르륵' 통과해 버린다. 마치 해리포터가 9와 4분의 3 승강장 벽 속으로 쑥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양자 터널링'이라고 부른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싶겠지만, 이게 없었으면 우린 지금 인스타에 사진 한 장도 저장하지 못했을걸?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의 플래시 메모리가 바로 이 '벽 뚫기' 원리를 이용한다. 전자가 단단한 절연체 벽을 터널링으로 통과해야 비로소 데이터가 저장되는 거다. 결국 우리는 매 순간 분신술(중첩)로 최적의 길을 찾고, 벽 통과(터널링)로 정보를 저장하는 마법 같은 물리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데, 저자가 일상의 언어로 콕 집어주면 마치 SF 보듯, 법정 드라마 보듯 너무 재미있다는 거다. 이제 계산은 수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저 이 경이로운 세계를 즐기자!


복잡한 수식 한 줄 없어도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거다. 이제 길가에 핀 꽃 하나를 봐도 "오, 너 지금 양자 중첩으로 효율 뽑고 있구나?" 하고 아는 척할 수 있다. (난 준비됐다구)



아인슈타인: "의심하게"

보어: "믿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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