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양자역학 - 지구 생물부터 우주 행성까지, 세상을 해석하는 양자역학 이야기 ㅣ 최소한의 지식 4
김상협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3월
평점 :
아인슈타인: "피고, 사건 당시 건물 앞뜰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창 A와 B 가운데 어느 쪽으로 침입했습니까?"
전자: "저는 두 창을 동시에 통과했습니다."
아인슈타인: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피고가 A에 있었으면 B에 없고, B에 있으면 A에 없다는 건 자명합니다. 목격자가 있었다면 금방 확인됐을 일입니다."
전자: "하지만 사건 당시, 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보어: "아인슈타인 검사님, '목격자가 있었다면'이라는 조건을 너무 쉽게 일반화하시네요. 목격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두 곳을 동시에 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게 가능해? 혼란하다 혼란해. 🤯
근데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짜 모습, '양자역학'의 세계다.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보통 복잡한 수식과 슈뢰딩거 고양이부터 떠올리며 도망가고 싶어질 거다. 그런데 이 책, 《과학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양자역학》의 저자 김상협은 "계산은 맞는데, 나도 이게 뭔 소린지 안개가 낀 것 같았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수식으로 증명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양자역학이라는 '마스터키'를 들고 우리 주변의 문들을 하나씩 열어젖힌다.
이 책의 백미는 양자역학을 물리 안에만 가둬두지 않고 화학, 생물, 천문학으로 연결한다는 거다.
[화학] 벤젠의 미스터리한 결합 구조? 양자역학이 없으면 설명이 안 돼.
[생물]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1조분의 1초 만에 찾는 비결? 그게 바로 '양자 중첩' 덕분이야.
[천문] 다 타버린 별인 '백색왜성'이 중력을 견디고 붕괴하지 않는 이유? '불확정성 원리'가 별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지.
[일상] 지금 네 손에 든 스마트폰의 플래시 메모리? 전자가 벽을 통과하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이용한 거야.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세 가지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A는 큰길, B는 공원길, C는 골목길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론 한 번에 하나의 길만 갈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세계는 다르다. 분신술을 써서 세 명이 동시에 A, B, C를 걷는다.
이 분신들이 집 앞에 도착하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여러 경로를 따라온 에너지들이 반응 중심에서 만나면, 서로 리듬이 맞지 않는 비효율적 경로는 상쇄되어 사라지고 리듬이 딱 맞는 경로만 강화되어 살아남는다. 결국 별도의 계산 없이도 가장 효율적인 경로가 자동으로 선택되는 거다.
오늘 내가 집으로 오는데 내 몸은 분명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집으로 갔을 거다. 최종적으로 집에 도착했을 때 남아 있는 하나, 그것이 바로 가장 효율적인 나인 셈이지.
이쯤 되면 "에이, 그건 눈에 안 보이는 미시 세계 이야기잖아!"라고 하겠지?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순간에도, 우리 손안에서는 더 기가 막힌 '초능력'이 벌어지고 있다.
앞에 아주 높고 단단한 담벼락이 있다. 공을 던지면 튕겨 나오고 달려가면 부딪힌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절대로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이 '고전 역학'의 세계다.
그런데 양자 세계의 입자들은 좀 황당하다. 벽 앞에서 "어? 벽이네? 근데 난 파동이기도 하니까..." 하면서 벽 너머로 '스르륵' 통과해 버린다. 마치 해리포터가 9와 4분의 3 승강장 벽 속으로 쑥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양자 터널링'이라고 부른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싶겠지만, 이게 없었으면 우린 지금 인스타에 사진 한 장도 저장하지 못했을걸?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의 플래시 메모리가 바로 이 '벽 뚫기' 원리를 이용한다. 전자가 단단한 절연체 벽을 터널링으로 통과해야 비로소 데이터가 저장되는 거다. 결국 우리는 매 순간 분신술(중첩)로 최적의 길을 찾고, 벽 통과(터널링)로 정보를 저장하는 마법 같은 물리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데, 저자가 일상의 언어로 콕 집어주면 마치 SF 보듯, 법정 드라마 보듯 너무 재미있다는 거다. 이제 계산은 수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저 이 경이로운 세계를 즐기자!
복잡한 수식 한 줄 없어도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거다. 이제 길가에 핀 꽃 하나를 봐도 "오, 너 지금 양자 중첩으로 효율 뽑고 있구나?" 하고 아는 척할 수 있다. (난 준비됐다구)
아인슈타인: "의심하게"
보어: "믿어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