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 본격 애묘 개그 만화
강아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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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도 감당할 수 있으면 키워라!

인류에게 던지는 고양이 집사 최후의 경고!

 

책 뒷 표지에 쓰여진 경고 표시가 먼저 눈에 띄는 책이네요. 북폴리오에서 출간된 여러 권의 고양이 만화책을 읽어왔던 터라 <<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라는 만화책도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기대하며 읽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고표시라니요? 도대체 어떤 만화책이길래 이런 무시무시한(?) 경고부터 하고 있는 걸까요? 기대감이 한껏 업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나! 이 책은 그동안 읽어왔던 고양이 만화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마디로 '리얼' 그자체였지요. <행복한 길고양이><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의 작가 종이우산 역시 이 만화책에 대해 '공감 100% 극사실주의 고양이 만화'라고 얘기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여기에 등장하는 고양이 초승달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지금껏 사랑스럽게 그려진 고양이 만화를 보고 단순하고 막연하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없이 고양이를 키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고양이를 키우는 자신의 삶을 그저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써 책임감과 각오(?)를 가르쳐주고자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했지요.

 

 

작가 강아는 페이스북에서 꽤나 유명한가 봅니다. 만화책 읽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읽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몰랐는데 만화를 좋아하는 큰 아이는 잘 알고 있네요.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은 셋입니다. 집사 1호기인 작가 자신, 그리고 회사원인 일명 브로콜리인 집사 2호기 그리고 노량진 출신의 고양이 초승달이지요. 초승달은 회사 옆 폐가가 철거되면서 홀로 남게된 아기 고양이였습니다. 그 초승달이 지금 여섯 살이 되었지요. 이 책에는 초승달의 아기 고양이 시절이 아닌 지금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답니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의 고양이, 애교 넘치는 고양이를 상상하면 결코 안됩니다. 승달이을 의인화해보자면 아이돌 그룹의 잘생긴 미소년의 모습에서 지금은 40대의 배나오고 창피함은 개나줘버렸을 법한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아저씨의 모습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왜 승달이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이는걸까요?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이부자리를 다 빼앗기고 집사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으며, 옷에는 온통 냥고라로 인해 이성마저 상실하는 지경이 오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했지만 북폴리오에서 출간된 고양이 책 덕분에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1인으로서 이 만화는 그동안 고양이에 대해 가졌던 환상을 과감하게 깨주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다시 무서워지고 싫어진 것은 결코 아니에요. 고양이와의 함께 하는 삶은 어떨까? 단순히 상상해보곤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상상을 좀더 사실적으로 하게 된 것 뿐이었죠.

 

 

 

<<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는 그동안 사랑스럽게 그려졌던 고양이 만화와 달리 고양이와의 동거를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물리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냥고라때문에 불편하기도 한, 흡사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고(?)를 해야하지만 이것 또한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의 일부가 아닐까 싶네요. 지지고 볶으면서 더 정은 쌓여져 갈테니까요. 사실적으로 그려졌지만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아니 고양이 집사로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의 꿈을 깨우는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와 -사람이건 동물이건- 함께 산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저 아름답게 보이는 부분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고양이들은 분명 그마저도 감내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묘약이 있지요. 사실적인 표현이 오히려 이 부분을 오히려 더욱 어필한 듯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앞서 언급했던 경고가 더 이상 경고처럼 느껴지지 않았답니다. 이러한 집사의 삶은 어떤 슬픔과 행복이 있을까, 오히려 더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이미지출처: '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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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할 자유 라임 청소년 문학 19
로렌 밀러 지음, 강효원 옮김 / 라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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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에 의존해 살고 있다. 혹여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온 날이면 불안해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2030년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는 스마트폰에 잠식되어 있지 않을까? 라임청소년문학 열아홉번째 이야기 <<실수할 자유>>는 어쩌면 발생할지도 모를 이러한 미래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 낸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곧 다가올 미래는 이 책에서처럼 오늘은 뭘 입지? 어디에 앉지? 누구한테 말을 걸지? 등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의 결정을 스마트기기 제미니의 앱인 럭스가 대신해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혜롭게 행동하는 능력. 나는 그것을 간절히 원해 왔다. 럭스에 묻지 않고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부터 나는 매사에 자신이 없어졌다. 무엇을 결정하기도 전에 이미 내 결정이 옳은지 의문이 드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운동도, 숙제도, 취미 활동도 모두 럭스에게 물어서 결정했다. 심지어 옷을 입는 것조차도. (본문 50, 51p)

 

이 책의 주인공 로리는 모든 것에 스마트 기기 제미니를 이용했다. 로리는 이번 테덴 영재 학교 지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결정을 럭스에게 맡겼다. 친구 벡은 스마트 기기에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럭스 대신 '마음의 목소리'라 불리는 다웃을 믿었다. 다웃은 뇌의 결함으로 일어나는 청각 이상 장애 중 하나로, 어른의 경우에는 신경성 질환으로 취급되었다. 이에 대부분은 다웃이 들리지 않기 위해 애썼고, 로라 역시 더 이상 다웃을 듣지 않게 되었다.

 

로라가 테덴으로 합격하자, 아빠는 제왕 절개를 하고 난 뒤 호흡 곤란을 겪다가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유품을 건넸다. 혹시 로라가 테덴에 입학하게 된다면 전해주라는 것이었다. 이제 로라는 엄마가 테덴에 다녔다는 사실과 아빠 조차 알지 못했던 엄마에게 일어났던 어떤 일에 대한 의구심을 안고 테덴에 입학하게 된다. 자신을 감시하는 룸메이트 허쉬, 자신을 미워하는 타서스 선생님, 그리고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한 다웃과 엄마도 가입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비밀 동아리의 가입 등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로라는 엄마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실수할 자유>>는 이렇게 음모를 파헤치는 스릴러를 통해 긴장감을 주고 있지만, 입학식날 허쉬와 함께 들렀던 카페에서 알게된 노스와의 로맨스도 함께 가미하고 있어 또다른 재미도 주고 있다. 혼자서는 아무 결정도 할 수 없게 된 머지 않은 미래, 그 속에서 한 소녀가 거짓과 맞서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용기있게 나아가고자 하고 있다. 그것이 혹 잘못된 선택이 될지라도. 우리는 매 순간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선택이든 쉬운 것이 없기에 가끔은 누군가가 결정해주길 바랄 때도 있지만, 선택은 온전히 나의 몫이기에, 그에 따른 책임과 인생도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때론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삶이 아니던가. 이 책은 이렇게 혹 일어날지도 모를 머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이를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너무 방대한 스케일 탓에 개인의 선택, 그로 인한 책임 등의 관한 주제의 초점이 조금은 빗나간 느낌이 들지만 그 배경만으로도 독자는 선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덧붙히자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실수할 자유'가 스마트폰에 잠식당해가는 현실로 인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또한 우리 선택의 몫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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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사랑해
아네스 안.프란체스카 안 글, 노석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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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꼭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를 난처하게 하는 '엄마,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 '엄마, 동생은 어떻게 생겨?' 등의 질문이지요. 사실 요즘 부모님들은 이런 질문에 크게 난처해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해도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넌 다리밑에서 주워왔어'라고 대답하셨죠. 나중에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서야 엄마가 난처하고 당황하셨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왜 그런 대답을 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요즘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해주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도 많이 출간되는 탓에 이제 더이상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와 같은 답은 통하지 않게 되었지요.

 

<<고마워 사랑해>>는 엄마와 아빠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기를 낳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이 과정 속에서 아이들에게 '너는 정말 특별한 존재다'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그림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인 듯 하지만,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스스로 특별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내용을 덧붙여지면서 굉장히 특별한 그림책이 되었어요.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엄마의 만삭 사진을 보고 엄마의 배에 머리를 들이밀며 자신이 어떻게 엄마 배 속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너무나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고 자매가 함께 기획하고 글을 쓴 작품이라고 하네요. 엄마의 마음으로 담은 그림책이기에 더 따뜻한 그림책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아빠가 엄마를 만났을 때 엄마는 달나라 공주님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엄마가 아빠를 만났을 때 아빠는 해나라 왕자님처럼 눈부시게 멋졌지요. 엄마 아빠는 온 세상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을 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요.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꼬옥 껴안았어요. 그러자 아빠의 몸에서는 아주 많은 아기씨들이 생겨났어요. 엄마의 사랑을 받은 아주 작은 아기씨들이지요.

 

 

이제 아빠의 아기씨들은 엄마의 몸속으로 긴 여행을 떠납니다. 엄마 몸 속에는 큰 아기씨가 있는데, 큰 아기씨가 있는 곳은 세상 어느 곳보다도 따뜻하거든요. 하지만 먼 길을 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수많은 작은 아기씨들은 도중에 길을 잃거나, 지쳐서 여행을 관두기도 합니다. 이런 작은 아기씨들 중에 가장 열심히 달리는 일등 아기씨가 있어요. 일등 아기씨는 오랜 여행이 힘들었지만 따뜻한 곳을 향해 계속 나아갔고 마침내 큰 아기씨를 만났어요. 둘은 엄마 아빠처럼 꼬옥 붙어 떨어지지 않았지요. 그리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기씨는 점점 변해가요. 엄마 닮은 예쁜 눈이 생겨나고, 아빠 닮은 손과 발도 생겨나지요.

 

 

아기씨는 작은 아기가 되어 엄마가 먹는 음식을 함께 먹었고, 아빠가 부르는 자장가를 함께 들었어요. 아기는 날마다 자랐고, 조금씩 커졌습니다. 아기는 엄마 아빠의 얼굴이 보고 싶었고, 엄마 아빠도 아기의 얼굴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누굴까? 누굴까? 그 아기는? 누굴까?

바로 너야. 사랑해! (본문 中)

 

 

<<고마워 사랑해>>는 이렇게 어떤 과정을 통해 아기가 태어났다는 것은 단순히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엄마 아빠의 사랑 속에서 생겨났으며, 오랜 기다림 속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아기씨 중에 태어난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지요. 그렇게 고마운 존재이며,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한가지 덧붙히자면, 부모 역시 이 그림책을 통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뉴스에서 아이가 공부를 안한다고 심하게 폭행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오랜 기다림 속에서 태어난 아이었지만, 우리는 이렇게 아이에게 욕심을 갖게 되네요. 뉴스를 접한 후에 본 그림책이라 그런지 그동안 내 아이가 이렇게 너무도 사랑스럽고 고맙고 특별한 존재임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임신과 출산 속에서 아이를 향해 가졌던 그 기쁨과 환희과 감사함을 자꾸 깜빡깜빡 잊는 엄마가 되어가는 걸까요? 이 그림책을 자주 들여다 보면서 내 아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기억해야겠어요. 이렇게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 <<고마워 사랑해>>였습니다.

 

우리 두 아이들, 고마워! 사랑해!

 

(이미지출처:' 고마워 사랑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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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생일 너른세상 그림책
하영 그림, 이한준 글 / 파란자전거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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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작은 녀석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새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 디자인이 아니라해도 새 것이라면 그냥 무조건 OK이지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겠지요. 이렇게 새 것만 좋아하는 아이지만 오래되고 낡은 물건임에도 소중히 간직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그 물건에는 소중한 기억, 추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누구에게나 이렇게 낡고 오래되었지만 소중한 물건이 하나씩은 있을 것입니다. 추억을 오롯이 간직하는 있는 그 물건은 아무리 낡고 빛바랬어도 넓은 우주와도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책 주인공의 구두처럼 말입니다.

 

 

주인공 여자 아이가 작고 빨간 구두를 소개합니다. 아이는 자랑하듯 소개하지만 사실 구두는 한 눈에 봐도 아주 낡아보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낡은 구두를 신습니다. 이 구두는 느릿느릿 산책도, 소풍도 따각따각 어디든 함께 가는 친구니까요. 아이는 코가 벗겨지고 구슬이 떨어져도 이 구두가 정말 예뻐보이는가 봅니다. 구두를 보며 한없는 미소를 짓네요. 엄마는 버리자고 했지만 아이는 울고 버텼어요. 그래서 엄마와 아이는 구둣방을 찾았지요.

 

 

아저씨 가게엔 구두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굽이 닳은 구두, 창이 벌어진 구두, 색이 바랜 구두가 있을 뿐 반짝이는 건 별로 없네요. 아저씨는 아이의 빨간 구두를 수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가 솔로 털자 먼지가 떨어져 나갑니다. 낡은 굽을 뜯고 새 굽을 달고, 접착제를 발라 창을 꼭 붙이고 새 리본도 멋지게 달아주고, 구두약을 솔에 묻혀 헝겊으로 윤을 내고, 손으로 약을 발라 문지르고 또 문질렀더니 구두는 아기처럼 새로 태어납니다. 구두가 빨간 별처럼 빛나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바로 구두 생일날입니다.

 

 

정말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네요. 아주 낡은 구두가 새 것처럼 빛나는 구두가 되었습니다. 저희 동네 재래 시장 한 구석에는 아직도 작은 구두 수선집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해도 구두 수선집이 여러 곳 있었는데 이제는 한 곳만 남아 있네요.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은 없지만, 그곳을 지날 때마다 구두약 냄새와 구두약이 묻은 이제는 검은 색이 되어버린 하얀색이었을 헝겊을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해 괜히 정겹게 느껴집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코가 조금 닳은, 굽이 약간 닳은 구두를 수선할 생각보다는 새 구두를 구입하곤 했네요. 구두를 버리면서 저의 기억도 함께 잊혀진 것 같아서 이 그림책을 읽고 있자니 왠지 속상해집니다. 새 것만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이 그림책은 낡고 오래된 물건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 기억의 소중함을 선물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 것도 좋지만, 나와 함께한 기억이 오롯이 담긴 물건이 더 소중할 수 있음을 가르쳐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의 낡은 구두에 대한 이야기 <<구두 생일>>은 이렇듯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낡은 구두를 소중히 여기는 아이,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알고 마법을 부려준 아저씨, 그리고 아이에게 되돌아온 행복.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마법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마법처럼 펼쳐졌네요. 구두를 신고 깡충 뛰는 아이처럼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구두 생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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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이승환 글.그림 / 그림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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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제목을 보아하니 대략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갑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그림책을 접하다보니 비슷한 내용의 그림책들을 발견하곤 하지요. 하지만 그 그림책마다 색다른 매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의 다른 느낌과 만나게 됩니다. 이 그림책은 자신의 생일날 설레여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나타낸 이야기입니다. 생일날이 되면 아침일찍 일어나 자신의 생일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면서 아이들은 하루종일 설레여하지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생일임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죠. 꼬마곰 베리는 바로 그런 우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친근하고 사랑스럽지요.

 

 

꼬마 꼼 베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숲을 걷다 옆집에 사는 양양이가 보이자, 베리는 양양이에게 물어봅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하지만 양양이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러다 잘 생각해보라는 베리의 말에 오늘 몸의 털을 깎아야 하는 날임이 기억났지요. 다시 걷던 베리는 이번에 꿀통에 꿀을 나르고 있는 꿀벌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는 베리의 질문에 꿀벌도 역시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러다 여왕벌의 꿀단지를 바꿔줘야 하는 날임이 기억났어요. 꿀벌은 베리에게 고맙다고 말합니다. 꿀벌과 헤어진 베리는 낮잠을 자는 뿌꾸를 만났고 또 같은 질문을 건네지만, 뿌꾸는 귀찮다는 듯 모른다고 대답하네요.

 

 

연못에 뛰어다니는 개구리는 오늘이 올챙이들이 알에서 나오는 날이라고 대답했고, 마당에서 재주넘기를 하던 여우는 오늘이 공중돌기를 세 바퀴 성공한 날이라고 말합니다. 나무에서 울고 있는 부엉이 아저씨는 부엉부엉 대답할 뿐이고 흐물흐물 춤추고 있는 뱀은 새로운 춤을 배우는 날이라고 하네요. 그때, 베리의 집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베리는 엄마 목소리에 집으로 달려갔지요. 이번에는 엄마가 베리에게 묻습니다.

 

 

"베리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베리는 신 나서 대답하지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베리의 생일날이었습니다. 그다지 신선한 소재는 아니었지만 이 그림책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숲 속의 다양한 동물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그 첫 번째이지요. 동물의 특징을 살린 귀여운 캐릭터와 숲 속의 다양한 배경들을 볼 수 있는 삽화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리고 반복되는 스토리가 주는 운율이 재미있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이들은 다음에 일어날 내용이 무엇일지 미리 짐작하고 기대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나이만큼 손가락을 펼 수 있는 구성입니다. 엄마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물었고, 베리는 오늘은 내가 ( )살이 되는 날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우리 아이들이 되는 순간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나이만큼 베리의 손가락을 펼치면 되거든요. 베리의 손가락을 접고 펴면서 아이들은 스토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아니?>>는 생일을 맞이하는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더욱 특별한 그림책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베리의 다섯 손가락을 접고 펴면서 1~5까지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겠지요? 재미있는 구성이 마음에 드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의 캐리턱들을 스마트기기로 만날 수 있고, 키재기자로 선물로 받을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그림책이네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가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거 같아요.

 

(이미지출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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