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키라
보도 섀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을파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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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간혹 요즘 아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물론 내가 어린시절보다 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고,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아이들이 안쓰럽지만, 아이의 책을 꺼내 읽다가 이렇게 마음에 드는 동화책을 발견하게 되면 내가 어린 시절에도 이런 책이 나왔더라면, 나는 좀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좋은 책 한권은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열세살 키라]는 올해 13살이 된 딸에게 분명 삶을 풍성하게 해 줄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후속편인데,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접해보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위한 경제동화로 학교 추천도서목록에도 기재된 책이여서 관심있게 보던 책이였는데도 말이다. 13살이라는 키라의 나이가 내 딸의 나이와 같다는 단순한 이유로 관심을 갖게 된 [열세 살 키라]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한번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13살 즈음에는 인격이 형성되어가는 시기라 볼 수 있다. 전편이 올바른 경제 개념을 심어주는 책이였다면,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돈보다 더 소중한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자기계발서이지만, 판타지를 살짝꿍 가미한 모험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을 자라게 할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는 경제 개념을 익혔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듯 하다. 돈에 대한 개념을 익힌터라 돈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키라에게 여러 번의 고비가 찾아오게 된다. 
캘리포니아 여름학교에 가기위해 인터뷰를 하러가는 날, 에르나 고모의 방문부터가 키라에게는 커다란 고비이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고모가 키라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사관에서 도착해서 엄청나게 뚱뚱한 아줌마를 본 키라는 "엄마, 저 뚱녀 봤어요?"라는 말로 당사자를 화나게 만든다. 키라는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듯 하다. 대신 장학금 결정에 따른 숙제인 ’옛날 동전의 양면에 대한 작문’ 을 쓰게 된 건 뚱뚱한 아줌마의 화풀이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 키라는 숙제로 인해서 점점 인간관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하넨캄프 할머니의 도넛 이야기, 트룸프 할머니의 흰 돌이야기는 키라에게 어려운 이야기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바이스 할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작문 숙제를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리오 레드우드 아카데미에 가게 된다.

비행기에서 만난 페터, 그리고 페터를 죽이려는 수상한 구레나룻의 남자로 인해 키라의 아슬아슬한 모험은 시작된다. 학교에서 만난 샌디와 나이스 선생님 그리고 첫날부터 키라를 미워하는 후버트,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안네와의 만남은 키라를 성장하게 하는 <<일곱 가지 교훈>>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인연이 된다.

친절하고 겸손하기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지기
다른 사람의 장점을 칭찬하기
주위 사람을 돕고 베풀기
모든 것에 감사하기
항상 배우는 자세 가지기
자신과의 약속 지키기


키라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세상은 돈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며, 나 혼자만 살아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돈 그리고 사람이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이 곧 재산이라고 말이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내가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 인격이 필요하다. 그말은 곧, 다른 사람과 어울릴 줄 아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키라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그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13살...성장의 과도기에 놓여지는 나이인 듯 하다. 내 딸에게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인물들이 책 속에 모두 모인 듯 하다. 친구가 되어 줄 키라와 멘토가 되어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줄 골트슈테른 아저씨와 스미스 선생님이 바로 그들이다.
보이는 것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돈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열세 살 키라]를 통해서 내 아이의 마음이 한뼘 더 성장하리라 믿는다. 분명 가치있는 동화책이 되리라는 것도.

"도넛의 링이 돈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상징한다면, 그럼 구멍은 뭘 상징하죠?"
"구멍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알맹이를 상징한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알맹이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눈에 보이는 성공만을 따르지만 행복해지려면 물질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좋은 알맹리를 갖추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좋은 알맹이가 뭔데요?"
"그건 바로 너의 인격이란다. 인격은 돈을 주고서는 살 수 없지. 훌륭한 인격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우선 너는 이 세상에 혼자 사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을 도와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단다. 다른 사람들의 세계가 너로 인해 좀더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말이야."
(30~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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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니쩌
레이너 더 펠스니어르 지음, 정신재 옮김, 힐더 스퀴르만스 그림 / 세상모든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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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예뻐서 자꾸만 눈독을 들이게 되는 동화책이였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딸에게 잘 어울릴 듯한 분홍색의 예쁜 표지가 인상적이였다. ’니쩌’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던 책이기도 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꼭 권해보고 싶은 책이라는 것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법,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는 법 등 아이들의 심리를 그려낸 동화가 사춘기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거라 확신한다.
표지만큼, 그리고 ’니쩌’라는 이름만큼 예쁘고 재미있었던 동화였다.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양한 육아서를 통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느껴왔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페이를 통해서 더 절실함을 느낀 것은, 내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페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시간에 딴 생각으로 집중하지 못하는 페이는 케시 선새님에게 여러 번 지적을 받는다. 페이는 항상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던 아빠 생각, 좋아하는 스테인의 생각 등으로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페이는 아주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다. 남자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여자 아이들은 줄넘기 놀이를 하고 있지만, 페이는 늘 다른 친구들을 지켜볼 뿐 함께 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페이에게 날아든 아주 작은 종이 [날 찾아봐!]
페이는 누군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지만, 작은 서랍장을 열어보라는 다음 쪽지를 발견한 후 서랍장에서 작은 안경에 까만 모자를 쓰고 짙은 콧수염을 하고 있는 작은 쥐를 발견하게 된다. 더군다나 말을 할 줄 알고 글을 쓸 줄 아는 생쥐라니...

"사실 말이야, 나는 내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걸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35p

페이는 학교에서 조별 토론으로 남들과 함께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서 손톱을 물어뜯곤 한다. 아이들의 토론을 들을 뿐 자신의 생각을 말할 줄 모르며, 발표라도 하게 되면 심장이 떨린다.
좋아하는 남자친구인 스테인이 자신을 지루하고 이상한 애라고 생각할까봐 걱정할 정도 자신감이 없는 아이다.
 머리가 아프다던 아빠는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으시게 되고, 엄마는 페이를 돌봐줄 수 없게 되어, 할머니 댁으로 잠시 가게 된다. 아빠의 아픔과 혼자만의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진 페이는, 남들이 보기에 창피한 원색의 옷을 입는 할머니와 니쩌를 통해서 조금씩 힘을 얻으며 친구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길을 걸으면 말이다. 사람들은 내 옷차림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뭐라고 한단다. 내 나이대의 여자가 이런 옷차림을 한다고 말이지. 하지만 난 그런 말에 개의치 않는단다. 설령 내가 바나나 모양의 옷을 입는다 해도 내가 나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 게다가 할머닌 좀 더 다채로운 삶을 좋아하거든." 64p

’차라리 화장실에 숨어 있는 게 낫겠어. 화장실로 돌아가고 싶어.’ 83p
"넌 할 수 있어, 페이. 넌 할 수 있어." 85p

페이는 니쩌의 도움으로 점점 자신감을 회복하고, 용기를 얻게 되고, 늘 관심과 애정으로 페이를 돌봐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페이는 점점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스테인과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빠의 아픔으로 걱정이 많았던 페이는 그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게 되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된다.

니쩌는 처음 페이를 만나서 이런 질문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멈추고 그 순간만 영원히 반복된다면 어떻게 할래?’

처음 페이는 힘든 일만 계속 되는 삶은 싫다고 말했으나, 니쩌를 만난 후  아주 어렵고 고통스럽고 슬픈 순간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페이는 항상 옆에서 응원해주는 니쩌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으며,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다. 이제는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고 말할 줄 아는 페이는 세상으로 한걸음 들어서게 된 것이다.

내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인 나는, 칭찬과 격려보다는 잔소리를 더 많이 하는 케시 선생님과 같은 존재이다. 내 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케시 선생님이 아니라, 자신을 늘 응원해주는 ’니쩌’가 필요함에도 말이다. 페이가 다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보지 않는 케시 선생님이 아니라, 페이의 고민을 걱정해주고 함께 울어주는 니쩌와 같은 엄마이고 싶다.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 [고마워 니쩌]의 페이를 통해서 내 아이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 그것이 바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니쩌와 같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니쩌와 같은 친구를 꿈꿀 것이다. 니쩌는 아이들의 ’마음’일지 모른다. 심호흡 한번 길게 내뱉고 용기있게 도전해보는 마음이 바로 ’니쩌’ 는 아닐까? 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자신의 마음 속의 니쩌는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사진출처: ’고마워 니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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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갖고 싶니? 웅진 세계그림책 124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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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는 ’엄마, 나 이거 사줘!’ 가 아닐까 싶다. 친구들이 갖고 있는 재미있고 멋진 장난감을 보면 갖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너도 갖고 싶지??" 하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내 아이 기살리기 프로젝트에 가담이라도 한 듯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갖고 싶은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럼 아이들은 어떤가? 몇 번 가지고 놀다가 또 다른 장난감에 눈독을 들인다.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전거? 장난감? 공? 사탕?

독특한 그림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앤서니 브라운>
그는 <<너도 갖고 싶니?>>를 통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샘과 제레미의 상반된 두 캐릭터를 통해서 물질적인 소유가 아닌 풍부한 상상력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으며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산책을 가는 샘 앞에 제레미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이것 봐. 새로 산 거야." "너도 갖고 싶지?"

제레미는 새로운 자전거를 자랑하며 타다가 넘어지고 만다.
이번에 제레미는 새 축구공을 자랑한다. 둘이 함께 축구를 했지만, 잘하지 못하는 제레미는 축구공을 뻥 차다가 유리창을 깨고 아저씨에게 혼이 나게 된다.
막대 사탕이 가득 담긴 커다란 봉지를 든 제레미는 샘에게 "너도 먹고 싶지?" 하며 자랑하면서 혼자 사탕을 다 먹어 치워 결국 배탈이 나고 만다.
샘 앞에 고릴라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났으나, 그것 역시 새로 산 고릴라 탈을 자랑하는 제레미 였다.
이번에도 제레미는 사나운 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숲에 있던 샘은 해적 옷을 입은 제레미를 또 만나게 되고, 제레미의 자랑에고 샘은 무심하기만 하다.
그러나 제레미는 숲 속 해적 친구들에 의해 물에 빠졌고, 샘은 제레미를 꺼내 준다.

"우리 아빠가 오후에 동물원에 데려간다고 했단 말이야. 너도 가고 싶지?"

온갖 자랑을 늘어놓는 제레미 앞에서 샘은 부러워하거나, 샘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샘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샘이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풍요로움과 샘만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인 것이다.

숲을 바라보는 샘의 눈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보인다. 부엉이와 돼지, 기린과 악어 등등 샘의 상상력 속에는 제레미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재미있고 즐거움이 담겨져 있다.
물질적인 소유를 자랑하는 제레미는 늘 엉뚱한 일만 당한다. 어쩌면 이것은 함께 할 줄 모르고, 소유욕만 가득한 제레미를 혼내주고픈 앤서니 브라운의 재치일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에는 독특함이 있다. 숨은 그림 찾기,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그림은 시시각각 새로움을 전달한다. 이 그림들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전거와 장난감보다 더 좋은 상상력을 갖게 되리라.
이 이유가 바로 내가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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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
줄리어스 레스터 지음, 김중철 옮김, 김세희 그림 / 검둥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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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력이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운동을 했고, 흑인들과 삶과 역사, 정치문제에 관심을 많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줄곧 써 온 작가는 [자유의 길],[인종이야기를 해볼까?] 라는 책을 썼다. 이런 이력을 가진 작가가 노예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 낼지 무척 궁금하다.
절망과 슬픔과 삶의 그늘만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표지 그림은 노예인 그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 자유와 생각을 빼앗긴 그들에게 웃음은 어쩌면 사치였을 것이다. 표지의 슬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책을 펼쳤다.

연극의 대본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공간 속에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이 지문으로 등장하고, 생각이 독백처럼 담겨져 있다.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연극 무대를 상상한다. 주인공 엠마를 둘러싼 인물들을 따라 버틀러 농장과 헨필드 농장으로 그렇게 무대를 상상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공유하였다. 그 상상을 통해서 나는 엠마의 슬픔과 아픔을 느꼈다. 사람 위에서 군림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악행이 무섭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가 실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1859년 3월 2일과 3일에 미국 역사상 최대의 노예 경매가 조지아 주 사바나에서 있었는데, 7억 원에 가까운 돈을 주식과 노름으로 잃었던 피어스 버틀러가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노예 429명 (혹은  436명으로 전해진다)을 팔았다.
경매가 시작되면서 이틀 동안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고, 경매가 끝나자마자 비가 그쳤다고 하여, 그 경매를 "눈물의 시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건 비가 아니야. 하나님의 눈물이지."

노예폐지론자였던 버틀러의 아내인 패니 켐블이 집을 나간 후, 버틀러의 두 아이 프랜시스와 세라를 돌봐준 것은 엠마였다. 엄마의 성향을 닮은 세라와 아빠를 닮은 프랜시스는 노예에 대한 생각마저 각각의 부모를 닮아있었다.
엠마의 엄마 매티와 윌은 어린시절부터 버틀러와 형제처럼 자랐고, 버틀러는 유모였던 엠마의 엄마에게 키워졌다.
버틀러에 의해 딸 엠마가 노예 경매에서 팔리게 되자, 매티와 윌은 심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한편 헨필드 농장으로 팔려간 엠마와 그리고 후에 엠마의 남편이 된 조는 그곳에서 ’자유’를 찾아줄 수 있다는 헨리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자유를 찾아 신시네티로 가게 된다. "주인님" 이나 "주인마님" 이 아닌 "아저씨" "아가씨""아줌마" 불러 주기를 원하는 백인들이 있는 그곳에서 패니 켐블을 만나게 되고, 도망친 노예를 붙잡아 다시 노예를 팔 수 있는 미국의 새 법을 피해 패니 켐블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로 또 다시 도망을 가게 된다.

마지막 장은 엠마의 독백으로 막을 내린다. 엄마 아빠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경매에서 팔려졌던 자신을 걱정할 엄마와 아빠에 대한 그리움, 노예를 자유롭게 해 줄 전쟁에 참가한 남편 조의 죽음 등에 대해 손녀달 제시 메이에게 이야기한다. 

이 삶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거란다. 고통 받는 사람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면, 착한 마음씨를 지닌 거란다. 160p

자신이 경매에서 팔렸을 때 슬프게 울던 버틀러의 딸이였던 세라를 기억하면서 엠마는 자신의 딸의 이름은 세라라고 지었다. 그리고 엠마는 말한다. 백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악은 아니었다고 말이다. 

책 속에는 경매부분을 묘사해 놓았다.  번호 347 - 톰 22세, 목화 일꾼 130만 원에 팔림 ....
이 글귀를 읽어내려가면서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연극의 무대가 바뀌면서 "막간극"을 통해서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의 독백을 읽게 된다. 노예제도가 있는 남부의 생활 방식이 깨지는 모습을 속터져 하는 주인, 백인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평생 먹고 자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노예 샘슨 등의 이야기는 자유를 갈망하는 엠마와 조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었다.

이제 노예제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난 역사 속 노예 이야기를 들추어 내는 것은 그들의 자유를 향한 열망과 노력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역사는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다. 우리가 역사를 들추어보지 않는다면 역사 속의 오점들이 다시 미래에 야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현실 앞에서 역사에 대한 감사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물의 시간]이 다시 재생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그들의 만들어낸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다. 





(사진출처: '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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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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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붙혀진 포스터를 보면서 배우 안성기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친구의 딸과 사랑을 하게 되는 남자의 심적인 부분을 아주 잘 표현했을 거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였다. 51살의 남자와 25살의 친구 딸의 모습을 담은 표지가 어색하기보다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든다. 
영화만 개봉을 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책이 출간되었었나보다. 궁금하던 영화였는데 책으로 먼저 볼 수 있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껏 책에서 받은 느낌을 영화로 잘 표현한 작품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인지 영화보다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책을 읽은 내 느낌에 대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왠지 영화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사랑스러운 로맨스’라는 문구에 비하면 전반적인 내용이 좀 어둡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랑의 느낌을 표현하기 보다는 51살의 남자가 뒤늦게 성장통을 앓고 있는 모습이 더 강하게 묘사되었고, 사랑의 진행방식이 먼가 앞뒤의 연결고리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고등학생의 성장통을 앓는 듯한 주인공 형만의 모습은 책을 통해서라기보다 배우 안성기를 통해서 더 잘 묘사가 되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5p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우연에서 시작되는 일이 많은 듯 하다. 그 우연을 바꾸려는 노력없이 그냥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그 우연은 분명 우리 인생에서 필연으로 작용되고 있을 것이다. 우연히 큰아버지 댁에 간 것도, 우연히 큰아버지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고치게 된 것도 모든 것이 우연이 되어, 51살이 되도록 카메라 수리를 하게 된 형만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 말한다.
누구나 51살이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형만이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 말하는 것은 어쩌면 마음 속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자신에게 사기를 치고 도망친 친구 기혁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키지 않는 걸음을 한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기혁은 형만에게 자주 들러봐달라며 딸을 부탁한다. 
그런 형만은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살아가는 자신이 밉고,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야속하다.
뱃속에서부터 도망만 다니고 살아서 좀 불안정하다는 기혁의 딸은 놀랍게도 25살의 대학생이였다. 
형만은 기혁의 딸 남은을 통해서 젊은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낸다. 빨래를 잘 한다며 자랑스레 이야기 하던 남은은 형만의 작업실에서 같이 밥도 먹고, 빨래감을 정리하고 설거지도 하고 때로는 작업일까지 도우며 형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내 마음 다 알죠? 알면서 그런 거죠? 알면서 그러는 거면 정말 나빠요." 130p

사춘기 성장통을 앓듯 온몸이 으스러지게 아픈 형만은 오래전에 두어번 만난 종희를 생각하면서 누군가의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소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형만은 그렇게 남은에게 달려간다.

"내가 오십 년 넘게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살았거든. 근데 세상엔 나쁜 놈들 많아. 사기 치고, 돈 떼먹고, 꼭 니 아빠를 얘기하는 건 아니고."

"무슨 말씀이세요?"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싫고, 남이 나한테 그러는 것도 싫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너랑 나랑 같이 있는 게 뭐가 문제냐는 거지.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피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 내 얘기가 무슨 얘긴지 알겠니??

"그게 지금 프로포즈 하는 거예요?"
 155p

형만은 지금 살아가는 삶의 모든 것이 우연이라 생각하면서도 우연을 바꾸려고 한 적이 없다. 사람들에게 휘둘려지며 결정 지어진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우연을 원망하면서도 말이다. 그런 형만을 남은은 바꿔보려고 한다. 남은은 형만이 작업실에서 나오기를 원하지만, 형만은 쉽게 변하지 못하는 나이 탓을 한다.
변하려고 하지 않는 형만과 변하기를 꿈꾸는 남은을 통해서 형만은 자신의 비겁함에 대해 깨달아간다.

51살!!! 50여년을 살다보면 삶의 규칙이 정해지면서 지금의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서 살아간다. 만족이든 불만족이든 그저 익숙함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남은은 형만이 자신의 삶을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인물로 존재한다. 사랑 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형만에게 25살의 남은은 이미 삶의 규칙에서 벗어난 일이였고 그것을 계기로 형만은 새로움을 꿈꾸게 된다.

2009 부산 국제 영화제가 선택한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라는 표현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듯 싶다.
책의 이야기나 구성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책은 아름다운 로맨스를 기대하면서 읽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 사춘기 성장소설같은 느낌이 더 어울린다고 해야할 듯 싶다.
책을 읽고나니, 영화가 더욱 기대된다.
책 속에서 부족했던 로맨스를 배우 안성기를 통해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리라.

삼십대에 들어서면서 나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겁을 먹게 되었다. 이제는 무엇을 시작하면 안 될거 같은 나이가 되어버렸다고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 칭하는 형만처럼, 우연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 나는 살아온 날들보다는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이 남았으므로...

우리, 다시 시작해요. 230p

어쩌면 남은은 사랑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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