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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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여자를 모른다><하악하악>에 이어 세 번째로 이외수의 작품과 만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얻은 지혜와 느낀 점을 짧은 글로 풀어낸 작품들 속에서 그의 연륜이 느껴진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어른들의 이야기는 죄다 잔소리처럼 느껴지곤 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짧은 삶을 살아왔지만 그 시간동안에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고 보니, 그것이 ’잔소리’가 아니라, 삶의 ’지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의 잔소리라고 치부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른들의 잔소리는 그들이 옳은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와 다를 바 없다. 이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나는 그의 이야기가 잔소리가 아니라, 삶을 살아오면서 알게 된 깨달음이라는 것을 안다.

젊은이의 말이라고 다 큰소리가 아니듯이 노인의 말이라고 다 잔소리가 아니지요. (본문 81p)

세상은 점점 삭막해져간다. 과학의 발달로 생활은 점점 편리해져가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도 역시 풍요로워져야 마땅하거늘, 사람들의 마음은 사랑과 여유 대신에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욕심만 커져가고 있어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삭막하고 건조하다.
작가의 말처럼 아파트의 벽 두께는 20센티이고, 옆집과의 물리적 거리는 20센티 밖에 안됨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의 거리는 2만 리가 되었다.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 친구와 경쟁을 하며 살아가야 하고, 그 친구를 제껴야만 내가 살아남는 세상이 우리 마음 속에 그만큼의 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작가는 그런 건조함이 싫어 감성마을에서 ’외롭지 말입니다’라고 외치면서도 그곳을 사랑하는가보다.

예술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술을 사랑하고, 독자와의 소통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글 속에서 묻어난다. 지금껏 접했던 이외수 작가의 세 작품은 서로 일맥상통한다. 그의 주절거림을 닮은 듯한 짧은 글,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정태련의 삽화가 그러하다.
세상에 대한 쓴소리,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치, 사랑의 거대한 힘이 작가의 짧으면서도 깊이있는 글로 새로 태어났다.

문학은 단순한 소통이나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소통이나 전달은 모스 부호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모스 부호로는 수백만의 인명을 구제할 수는 있어도 수백만의 영혼은 구제할 수는 없다. (본문 79p)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점점 무섭고도 삭막해지는 것에 대해서 이외수 작가의 쓴소리가 등장한다. 양심을 버리는 사람들, 겉은 사람인체  하며 속은 짐승이 되어버린 사람들, 모든 것에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있거늘 자신만은 늘 봄이기를 바라는 헛된 욕망을 가진 사람들, 많은 것을 배우고도 베풀 줄 모르고 많은 것을 배우고도 자신만을 위하려는 사람들. 저자는 그들의 사랑없는 마음,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을 툭툭 내뱉듯 던져 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아무리 학벌이 좋고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양심을 팽개치고 사리사욕에 눈물어 있다면 짐승보다 무가치한 인간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정작 해당되는 장본인들은 젠장할, 예술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 글을 절대로 안 읽는다. (본문 60p)

세상 돌아가는 판세가 내 소설보다 몇 배나 기상천외하구나. (본문 181p)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옛 추억에 젖어들게 된다. 어쩌면 점점 인정, 인간미가 사라지는 요즘 세상에 대한 회한때문에 옛스러움이 더 그리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들어 옛 친구가 그립고, 옛 가요가 정겹고,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질 소리가 반가운 것은 사랑이 메말라가는 나 자신에 대한 회한때문에 어린시절의 순수함과 정겨움이 그리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저자 역시 그런 의미로 옛 것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책 속에서 그리움이 묻어난다. 저자의 그리움으로 나 역시 잠시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껴보았다. 
그의 말처럼 과학적인 근거 제시가 중요한 요즘인지라 예술적인 것도 과학적이어야 하는걸까? 쫌 슬퍼진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일학년 국어책에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나중에 없어졌는데 달은 구체니까 공처럼 둥글다고 해야지 쟁반같이 둥글다고 하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거참, 꼭 과학적이어야 했을까. (본문 207p)

책을 읽으면서 서글픔 반, 통쾌함 반, 공감 반, 즐거움 반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어찌보면 푸념처럼, 혼자 주절거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 많은 속뜻이 내포되어 있으며, 그가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 그리고 시간의 주인이 되라는 충고.
책 속의 모든 내용을 다 잊었다해도 결코 잊지 못하는 글귀와 만났다. 세상을 눈부시게 만드는 여덞 음절.

겨우 여덞 음절의 말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당.신.을.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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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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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북한과 일본. 하지만 우리는 이들에게 다른 나라와는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6.25 전쟁과 남침, 식민지와 독도문제 등 여전히 우리는 이들 나라와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있고, 역사의 아픔이 여전히 우리들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 감정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기에 그 아픔과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나와 같은 세대가 이러할진데, 내 자녀들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걸 더욱 분명한 사실이다.
역사를 배우면서 그 역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분노는 느끼고 있는 것일게다.
그 감정은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경기를 통해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역사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조국’’민족’이기에 그 감정은 하나로 통일되고 있는 것인가 보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역사의 아픔만을 간직한 채 서로 올바른 교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봉주르, 뚜르>>는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깊은 감정의 골을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메우고 있는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는 어린이 문학작품이다. 분단의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뚜르’를 배경으로 한 이 동화는 봉주가 뚜르로 이사하던 날, 자신의 방 책상에 적혀진 한글을 보고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살아야 한다’

간절함과 비장함이 느껴지는 글씨는 보면서 안중근을 떠올리게 된 봉주는, 집주인은 듀랑 할아버지에게 전에 일본인 가족이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봉주는 발표 수업날 한국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일본인 친구 ’토시’와 작은 언쟁을 통해서 봉주는 화가 난다. 토시와의 삐걱거리는 사이에 봉주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고 그로 인해, 토시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람이야." (본문 162p)

"...현재 내 국적은 일본이야. 하지만 난 그래도 공화국 사람이야. 공화국에서 태어났고 우리 부모님이 공화국 사람이기 때문이야. 네가 한국인인 것처럼. 난 내가 일본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네가 여기서 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과 똑같아. 내가 일본 국적을 갖게 된 건 부모님이 일본에서 공화국을 위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야. 당연한 거지. 우린 공화국 사람들이니까." (본문 186p)

봉주는 인터넷을 통해서 북한에 대해서 알아보았지만, 유쾌하지 않은 북한의 기사에 북한 아이인 ’토시’와 친구가 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만 토시와 좋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한 곳에 오래 머물수 없는 토시는 봉주에게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이제 겨우 ’친구’ 사이가 된 이들은 다시 만나지 못하는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봉주와 토시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게 될 ’우정’이라는 감정이 가득 채워졌다.



초등 6학년인 딸 아이는 북한과 일본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로인해 나는, 간혹 우리의 교육과정에서 어떤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역사에 치중한 나머지 지금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살아왔던 봉주 역시 토시가 북한 아이이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오랜 시간동안 서로 다른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살아왔던 두 나라가 쉽게 융화하고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을테지만, 지금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서도 우리는 지금과 같이 서로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으리라.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은 중요한 일지만, 현실과 미래에 부합할 수 있는 중요 포인트는 놓치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해 봐야할 듯 싶다. 봉주와 토시는 분단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드러난 인물이 아니라, 그들의 안타까운 우정을 통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원하고 있는 듯 하다. 

(사진출처: ’봉주르, 뚜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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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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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서술어가 없다. 아무도....’없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의 일 이외에는 서로 무관심한 사회의 모습을 질타하기 위한 내용일까?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으로 책에 대한 내용을 짐작해 보았다.
짧은 단편들이 담겨진 책이다. 그 단편들의 결론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맡겨놓은 듯 하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하는 생각에 다각도로 생각을 해보면서 짧지만 긴 여유을 만끽하면서 책을 읽었다.
평범한 일상일 듯 보이는 이야기들 속에서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 일들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이 든다. 분명 일이 일어났지만 결국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는 느낌.
어쩌면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일에 대해 관심이 없는 제 3자의 시각으로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분명 일이 일어났지만, 결말은 굉장히 고요한 느낌이 든다. 

삶에 찌들어있는 수경에게 다가온 자신을 로봇이라 말하는 남자 이문상.
자신의 현실이 아닌 ’라고 치고 게임’을 통해서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수경은 결국 이문상을 사랑하게 되지만, 이문상은 수경을 떠난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듯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온 수경의 모습이 쓸쓸해보인다.
<로봇>에서 말하고 있는 로봇 3원칙은 현실의 딜레마에 빠진 수경의 모습을 빗대고 있는 듯 보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단편 <여행>은 구질구질한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 말해버린 수진이가 입을 다문다면 결코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게 된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제목과 많이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는 단편이였다.

늘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일이 사라져 버렸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게 된 주인공이 갑자기 사라졌던 일이 얼마 후에는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만다. <악어>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일에 대한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짧은 이야기다.

13편의 단편을 담은 이야기들은 짧지만 강한 느낌을 전해준다. 어떤 글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긴 여운을 남겨주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일들을 겪는다. 그 일들을 통해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또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함은 무엇일까? 급변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일상처럼 받아들이라는 것일까? 혹은 그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는 것일까?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듯 하다. 사실 내 이해력 부족에 대한 좌절을 느끼면서 많이 헤깔리고 있다. ㅡ,.ㅡ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그 일들을 다 깨닫고 이해하고 알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러나 그 일들은 이미 내가 지나온 시간들의 일상 속에 포함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모르는 일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관심이라...말해도 좋을 것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일들에 대해서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여유가 일상을 좀더 색다르게 만들어 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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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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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에서는 덴고, 아오마메의 이중구조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3권에 들어서자, 우시카와, 덴고 그리고 아오마메의 3중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차별화를 두었다. 우시카와는 2권에서 덴고를 찾아왔던 인물로 덴고와 후카에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덴고를 후원하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했었다.
덴고의 거절로 조용히 사라졌던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3권의 첫장을 장식하고 있었고, 중요한 인물로 떠오른다.
어쩌면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 준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시카와는 아오마메가 선구 리더를 죽였을 때, 리더를 경호하던 두 명의 인물(스킨헤드, 포니테일)과 거래를 하게 되었고, 우시카와는 아오마메를 찾아야 하는 업무를 맡았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누구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 적이 없으며, 가족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외롭고 고독한 인물이다. 리더 사망 소식을 접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오마메를 찾아야 하는 업무를 맡은 우시카와는 아오마메를 찾지 못한다면 선구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자신이 무사할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오마메의 행적을 찾는 일에 사력을 다한다.

한편 2권에서 입안에 총구를 넣었던 아오마메는 죽음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듯 한 느낌을 받고, 덴고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미끄럼틀을 관찰하며 다시 한번 덴고와 마주하기를 고대한다.
아오마메는 분명 성관계는 없었지만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뱃 속의 아이는 30여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덴고의 아이임을 확신한다. 

아버지의 병실에서 아오마메의 공기 번데기를 보게 된 덴고는 집에 후카에리를 남겨두고, 아버지의 병실에서 지내게 된다. 병원 근처 여관에 묵으면서 아버지의 병실을 지키던 덴고는 간호사들과 저녁시간을 갖게 되고, 간호사 아다치 구미로부터 이 고양이 마을을 빠져 나가라는 충고를 듣게 된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후카에리는 누군가의 감시를 피해 집을 나가게 되었고, 덴고는 편집자 고마쓰로부터 선구에게 납치되었던 내막을 듣게 된다.

아오마메와 덴고와의 연결고리를 찾은 우시카와는 덴고가 사는 아파트에 숨죽여 살면서 덴고를 감시하게 되고, 미끄럼틀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덴고를 미행하다가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오마메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키게 된 우시카와는 역으로 미행을 당하게 되고, 그 일로 아오마메는 덴고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낸다. 20년만에 미끄럼틀 위에서 두 개의 달을 함께 바라보게 된 두 사람은 1984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들은 1Q84의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정체의 도로를 피해 도로의 비상계단을 넘어서야 했던 아오마메, ’공기 번데기’의 리라이팅을 맡게 된 덴고는 서로 다르게 시작했지만, 이제 함께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속에서도 서로를 끌어들이는 힘만은 강력했던 1Q84의 세계를 그들은 떠나려고 한다.

3권이 마지막 권이 맞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3권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741 페이지를 다 넘겨서야 비로소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은 끝없이 일어났고,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우시카와가 방향을 틀면 그곳에 아오마메가 있기에 긴장감이 지속되고, 아오마메와 덴고가 서로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못함에 안타까워 긴장을 하게 된다.
뒤늦게 덴고와 아오마메의 연결고리를 찾은 선구의 마지막 추적, 우시카와의 공기번데기를 만들어내는 리틀피플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제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 혼자 건넜던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1Q84는 이제 덴고와 아오마메 두 사람이 함께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은색 벤츠 쿠페’는 1Q84의 속편을 기대하게 된다. 어쩌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던 1Q84 세계에서 끝나지 않은 선구의 추적과 리틀피플이 만들어내고 있는 공기 번데기가 1984의 세계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만남에 중심을 둔 결말이 이들에 대해 확실한 결말을 주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속편에 대한 예고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1Q84 세계를 독자 나름대로 상상해보라고 던져주었을지도 모른다.
1권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시작되었던 긴장감은 3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사라졌다. 아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긴장감을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미스터리물처럼 끝없는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였지만, 결국은 찐한 로맨스 소설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역경과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않고 끌어당겼던 그들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간절함이 만들어낸 로맨스.

어디서였건 상관없다, 덴고는 생각한다.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보고 있었건 그녀는 지금의 내 얼굴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깊은 기쁨이 그의 온 몸을 채웠다. 그 이후로 내가 그녀를 줄곧 생각해온 것과 똑같이 그녀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덴고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거세게 변화하는 이 미궁과도 같은 세계에서, 삼십 년 동안 얼굴 한번 마주한 일 없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 소년과 소녀의 마음이 - 지금껏 변하는 일 없이 하나로 이어져왔다는 것이. (본문 6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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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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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었던 책, 리뷰어들의 서평을 보고 더더욱 읽어보고 싶었던 책, 그래서 그만큼 많은 기대를 품었던 책이였다. 
너무 큰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는 재미를 덜(??) 느끼기는 했지만, 정말 괜찮은 책이였다. 책을 잡은 후 놓을 때까지 잠을 자지 못 했다는 점은 큰 기대만큼이나 괜찮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이렇게 막장 구성원을 가진 가족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어느 하나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고,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기 펴고 살고 있다. 그것이 ’가족’ 이기에 가능한 일이였을 것이다. 가족(엄마는 더더욱이나...)은 그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설사 그들 하나하나가 절대 멀쩡하지 않을지라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는 마흔여덞의 중년 남자로 영화감독을 하다 홀딱 말아먹고 지지리 궁상처럼 살고 있다. 아내와...(미안하지만 아내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누구보다도 먼저 실패의 냄새를 맡았고 그 즉시 보따리를 쌌다는 사실만 밝히겠다. 11p) 헤어진지는 오래였고, 집주인으로부터 당장 집을 비워달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신세였다.
그런 그를 구해준 것은 닭죽을 먹으러 오라는 칠순이 넘은 엄마의 전화였다.
쪽팔리고 민망한 일이지만 이미 엄마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쉰 두 살 된 형과 함께 같이 얹혀살게 되면서, 이 집안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흥행 실패 이후 막다른 지점에 도달한 완전한 패배자인 나 오인모,
이 집의 장남이자 폭력과 강간, 사기와 절도로 얼룩진 전과 5범이 변태성욕자, 정신불구의 거대한 괴물..한마디로 인간망종인 쉰두 살에 백이십 킬로그램인 형 오한모,
그 뿐인가,
딴 남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을 당한 여동생 미연이와 그녀의 딸 싸가지 장민경까지 합세를 했으니, 
오합지졸이 다 모인 격이다.


최근의 엄마에겐 의아한 대목이 하나 있었다. 그것이 온 식구가 한데 모여살면서부터 엄마에게 알 수 없는 활기가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엄마는 이미 칠순이 넘은 노인이었다. (중략)

그날,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기를 먹다 문득 엄마를 쳐다보니 그녀는 어느새 젓가락을 내려놓은 채 우리들이 먹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엇던 것이다. 그 표정은 오래 전, 엄마 앞에서 제비새끼들처럼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 어린 우리들을 지켜보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본문 57,58p)

번듯하게 자란 자식하나 없지만, 어릴 때 제대로 못 먹이고 정부미만 먹여 애들이 부실해서 걱정이 된 칠순 넘은 엄마는 그렇게 고기를 사다주면서, 자식들의 잘못이 마치 자신의 탓인 양 안타까워하는 듯 하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다 걸린 조카의 용돈을 삥 뜯는 삼촌, 조카의 분홍 팬티를 손에 쥔 채 성욕을 해결하는 삼촌, 혼자 피자 시켜먹으면서 삼촌들은 주지도 않는 조카, 피자 한 조각에 조카를 구박하는 삼촌, 새로운 남자 친구와 카섹스를 하다가 오빠에게 걸려 흠씬 두들겨 맞는 미연의 남자친구..어쩌면 이렇게 평범한 일은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친형제인 줄만 알았던 이들의 관계와 엄마의 과거사까지 밝혀지면서 가족의 울타리가 허물어지는 듯 보였다.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헐뜯는 듯 보이지만 이들은 "가족"이였다. 허물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들은 절대 허물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끈끈하게 맺어지고 있었다. 흔히 싸우다 정든다고 말한다. 이 가족들의 모습이 딱~!! 이 모습이다. 저자는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은 침울한 가족의 모습을 ’침울하게’ 가 아닌, ’유쾌하게’ 그려놓았다.
’나’ 오인모는 비록 인생에 실패했지만, 그나마 평범하게 살아가던 인물이였다. 그런 그에게 말도 안되는 가족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 뿐이였다. 그러나 그는 그들 가족에서 소외되어 보였다. 가족 중에 혼자 대학을 나오고 영화감독을 하고, 스튜어디스랑 결혼을 했던 그가 가족들에게는 어려운 존재였으리라.
그래서일까? 가족들의 공공연한 비밀조차 모르고 있던 그는 가족들과 아웅다웅하면서 점차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듯 했다.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싫어하던 형을 위해 기꺼이 몰매를 맞고, 가출한 조카를 찾겠다고 일어서는 (일어서기만 했다) 그는 비로소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된 듯 보인다.

저자 천명관의 책을 접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였다.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 강한 그의 문장력이 매력적인 듯 하다.
공감과 유머와 생각거리를 함께 적절하게 배합해 놓은 그의 탁월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였다.
감동적으로 이끌어가는 듯 하지만 결국엔 빵~!! 터지게 하는 그만의 독특한 컨셉이 마음에 든다.
정말 막장 가족이다. 이보다 더 막장일수는 없다. 도대체 멀쩡한 인물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기’ 팍팍 세워주는 엄마, 자식 먹는 모습에 흐뭇해 하는 엄마, 가진 것 없고 보잘 것 없지만 동생을 자랑스러워하는 형, 그토록 싫어한 형임에도 불구하고 종내는 그를 사랑하게 된 동생. 가족이 있어 그들은 더이상 실패한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우리는 ’가족’ 구성원이지만, 가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서로 부대끼고, 서로 아웅다웅 싸워가면서(?) 가족도 알아가는 것인 듯 하다. 서로간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면, 가족은 가족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유쾌한 이야기로 읽는 내내 즐거웠지만,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면서 나름대로의 감동을 전해주었다.
각자의 삶을 찾아간 후에야 엄마는 편안(?)해졌다. 마치 앞가림 못하는 자식들이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터득하고, 각자의 터전을 마련해서야 엄마는 자신의 임무를 다 끝냈다는 듯이...엄마는 그렇게 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요, 구세주였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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