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비룡소 전래동화 15
유은실 지음, 홍선주 그림 / 비룡소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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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삐삐’ 시리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은실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물론 이 작품은 린드그렌 선생님 뿐만 아니라, 유은실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뒤 유은실 작가의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우리동네 미자 씨><멀쩡한 이유정>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린드그렌 선생님 못지 않게 유은실 작가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국기 소년>으로 제28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을 수상하고, <멀쩡한 이유정>으로 2010 IBBY 어너리스트를 수상한 유은실 작가가 처음으로 쓴 그림책 <심청전>은 어떻게 그려질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심청전>은 다양한 연령대에 맞게 재구성되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많이 출간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이다. 심청이의 효심이 강하게 드러나는 전래동화로 어린이라면 누구나 접하게 되는 작품 중의 하나인데, 사실 다양하게 출간된 전래동화 중에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전래동화의 내용에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과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왕이면 우리의 것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을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비룡소 전래동화>>는 ’우리의 것’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유은실 작가가 쓴 <심청전>에는 이야기 속에 우리의 문화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운율이 있는 시조를 첨가함으로써, 내용에 전래동화의 맛깔스러움을 담뿍 담아냈다. 

닭아 닭아 울지 말라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는 건 서럽지 않지만
불쌍한 우리 아버지
누굴 의지하고 살아갈까


뿐만 아니라, 삽화 속에서 느껴지는 한국적인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빨강, 파랑, 검정 등 화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색으로 과감한 대비를 주었다는 홍선주님의 그림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복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다홍치마의 빨강과 색동한복의 예쁜 색감이 느껴지는 알록달록 어여쁜 색깔들의 조화가 맛깔스러움이 풍기는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전래 동화의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는 듯 하다.



 비룡소 전래동화의 <심청전>에는 기존에 심청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효심’과 더불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심청이의 모습을 많이 두각시키고 있다.

청이는 자존심 센 소녀가 되었어.
바느질하고 길쌈하고 부지런히 일하며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갔지.



이는 권선징악, 효심으로 부각되어 있었던 기존의 전래동화와는 차별화되어있음을 볼 수 있다. 옛 이야기를 좋아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전래동화를 통해서 현 세대에 맞게 재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삽화 속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데, 예쁜 얼굴보다는 다부지고 당찬 모습을 많이 부각시킨 심청이의 얼굴이 부처님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이를 다시 만나게 된 아버지가 청이의 간절함에 눈을 뜨는 장면에서는 잔치에 왔던 모든 맹인들이 눈을 뜨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간절한 바램을 가지고 있다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서 크게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은실 작가가 그려낸 <심청전>은 기존의 심청전과는 사뭇 다른 풍성함을 주고 있으며,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많은 작품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우리의 것’을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는 이 그림책은 심청이의 효와 더불어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심청이의 다부지고 당찬 모습까지 엿볼 수 있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심청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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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맨 학교로 출동/한권으로 보는 그림문화재 백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폴리스맨, 학교로 출동! 시공 청소년 문학 38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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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을 따라 함께 걷던 아이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길과 만나는 시점이 바로 청소년 시기이다. 원하는 꿈, 원하는 목표를 찾아서 아이들은 제각기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찾아 가게된다. 그 중에는 스스로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선택된 길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윤현상은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목적지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자신이 원했던 일이었는지 조차 잊고 지금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아이들 조차 간혹 이 길이 과연 옳은 것이라를 고민하는 때가 생긴다. 주인공 윤현상처럼 말이다.

참 독특한 제목이지만, 인물의 캐릭터들은 정말 더더욱 독특하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지만, 그 속에 조심스레 녹아들어 있는 사회문제들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강한 자성을 가지고 있다.
학교 가기 전에 영어 듣기 연습을 하기 위해 줄곧 5시 30분에 일어났던 모범생이었던 17살 윤현상은 이제부터 자신안에 숨어있는 ’모범생’을 밞아 주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각종 영어 대회에서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었던 현상이지만, 외고를 떨어진 뒤 현상이는 ’낙오자’가 되었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있다. 오늘은 다른 낙오자들처럼 꼭 지각을 해주겠다며 운동화를 구겨 신으며 나름 복장 불량 흉내를 내며 지각을 한 현상이는 선도부에게 걸려 낙오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낙오자들만 모인다는 K고, 이 K고에서도 낙오되어 벌을 받던 진정한 낙오자들, 그중에서도 나만 혼자 낙오가 되다니!
"으하하하하! 으하하!"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본문 17p)

영어시간 아이들을 선동한 죄로, 현상이와 머리카락들이 일제히 위로 삐죽삐죽 솟은 새둥지는 전직 경찰이었던 우리 학교의 ’배움터 지킴이’ 폴리스맨으로부터 매일 정신 개조훈련을 받게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새둥지였지만, 폴리스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폴리스맨의 뒤를 캐기 시작하면서 현상이는 조금씩 낙오자가 된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 세상을 둘러보게 되었고, 친구보다는 경쟁자가 되어버린 아이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우정이라는 따뜻한 느낌도 점차 알게된다.

중학교 3년 내내 함께 문제집을 풀고, 함께 경시대회에 나가고, 함께 인터넷 카페 활동을 하던 아이들....그러나 내가 외고 시험에서 떨어지자마자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활동하던 카페에서 나를 강제 퇴출해 버린 아이들....친구라 생각했으나 단 한번도 그들의 체온을 느껴 보지 못했던 아이들....그 아이들에게서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나는 뜻밖에도 새 둥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본문 116p)

독자들은 현상이, 새둥지와 함께 폴리스맨을 쫓아가면서 주택 재개발 문제와 노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주스 아줌마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까지 다루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엄마의 미래이자 꿈이자 로또였던 현상이와 그 엄마를 통해서 지나친 사교육 문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낙오자가 되어 갈 길을 잃어버린 현상이와 억압된 생활에서 자유가 그리워 날개짓하는 신유, 자신을 버린 엄마를 그리워한 채 엄마가 쥐어진 노란색 크레파스를 버리지 못한 채 꼭 쥐고 있는 새둥지 승준이, 그리고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폴리스맨의 폭주족 손자 상수,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직 경찰이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폴리스맨을 통해서 이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낙오자였고,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렸던 현상이는 친구 그리고 폴리스맨과의 뜻밖의 일들을 통해서 진정 자신이 원했던 일이 무엇이었나는 깨달아간다.

"그림은 좋으니까 그리는 거야."
어디선가 신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나는 특목고에 가려고 영어 단어를 외운 것이 아니었다.
좋으니까...........그뿐이었다.
그래, 내 자리는 바로 여기다.
지금의 내가 맞서 싸워야 할 자리가 바로 여기다!
(본문 251,p252p)

이 책은 "스카이, 스카이, 스카이! 그놈의 스카이!" (본문 20p)로 판단되어지는 인생의 성공점이 결코 좋은 대학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이라는 무서운 사회에서 벗어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모범생이었던 현상이가 자신의 꿈조차 잃고 헤매었던 것은 부모들의 끊없는 기대감과 억압때문이었다. "시작이 다르면 평생 죽어라 쫓아가도 안 돼!" (본문 86p)라며, 스카이에 들어가야만 성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엄마의 핍박이 영어가 좋아서 공부를 했던 기억조차 잊게했던 것이다.
저자는 현상이를 통해서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꿈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꼭 여기 들어와야 되는 거야? 그래야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잖아?"
"난 날고 싶다고! 훠이- 훠이-." (본문 136p)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결코 아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은 무수히 많이 있다. 이 책은 경쟁 속에서 숨 조차 쉬기 힘든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게하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 ’폴리스맨, 학교로 출동!’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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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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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연재된 작품이라는 것을 책을 본 후에야 알았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정보 하나없이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책의 표지를 통해서 작품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곤 하는데, 책 표지와는 정말 다른 결론을 내고 있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근 자주 읽게되었던 ’기욤 뮈소’의 여러 작품에서 작가는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상처와 대면했을 때 비로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강조하고 있는데 <그녀에 대하여>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역시 상처 가득한 한 소녀가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아냈지만, 기욤 뮈소와는 사뭇 다른 전개로 아니,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로 치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소설 속에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트라우마는 성격, 사랑, 일 등 많은 면에서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가족을 통해 얻은 트라우마는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가족의 사랑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가족과 소통의 물꼬를 틀면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상처와 대면하고 극복하면서 가족을 하나로 묶게 되는 경우를 소설과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종종 접하게 된다.
허나 일생을 좌우하는 큰 트라우마를 남긴 가족이 모두 죽고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하느님, 오늘 밤 잘 곳을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목숨을 잇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본문 48,49p)

혼자가 된 후로, 잠든기 전 이런 기도로 하루를 마감하는 유미코는, 아무튼 살아 보자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간다. 이렇게 사는 것이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함께 소꼽놀이를 하던 사촌 쇼이치가 십몇년이 흐른 뒤 이모의 죽음과 유언을 알리려 유미코를 찾아오게 된다. 

"네가 어린 시절의,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쇼이치에게 도움을 받으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친부모가 건 저주를 푸는 것은 쉽지 않단다. (중략)
너의 혼을 네가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 (본문 24,25p)

이모의 알 수 없는 유언이지만, 왠지 흥미로움에 유미코는 쇼이치를 따라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과거로의 동행을 시작한다.
엄마와 이모는 쌍둥이였고, 마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공인된 백마녀가 된 할머니로부터 상처를 받은 두 소녀는 클리닉에서 상당 기간 재활 치료를 받으며 살아왔고, 쌍둥이였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힘을 얻는 일에 밖으로 사용했던 엄마와 꾹 억누르면서 안족 세계를 키워 나갔던 이모가 꾸렸던 각각의 가족은 위태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유미코와 모든 것에 확고한 토대가 있는 쇼이치라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두 사람을 만들어내었다.
모든 기억이 뒤죽박죽이었던 유미코는 쇼이치와 과거 사건이 있던 집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비록 큰 상처를 받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생각하면서 누군가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유미코는 상처만 남았다고 생각한 인생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네가 찾아와 준 데다, 다소나마 마음에 걸렸던 일이 하나씩 풀려 가는 게 난 정말 기뻐.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라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사실은 상관없지 않았어.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던 거지."

누군가가 나를 위해 격의 없는 배려로 움직여 주는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은 몰랐다.
(본문 110p)

살아 있다는 거 이런 거 잖아. 이렇게 살아도 충분하잖아. 엄마가 저지른 짓 때문에 훨씬 더 엄청난 일을 이뤄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지 못하면 내내 머리를 조아리고 하루하루를 지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사촌과 여행을 하면서 조금 좋은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먹은 것을 내 몸으로 소화하고, 오늘 하루의 시작을 차분하게 이 눈으로 보고, 그러면 족한 거네. 이게 인생의 거의 모든 요소였어. 그렇게 생각했다. (본문 139p)

이야기의 전반은 어린시절 큰 상처를 안고 나약하게 살아가는 유미코가 자신을 도우려했던 이모의 마지막 유언을 따라 자신에게 온 쇼이치를 통해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상처와 대면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생각지 못한 엄청난 반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주술사와 마녀, 주문 등의 독특한 소재로 상처 치유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반전이라고 생각했던 결말이지만 사실 저자는 이야기 곳곳에 앞으로 다가올 반전에 대해 미리 암시를 주고 있었고, 읽는내내 유미코의 삶에 치중한 나머지 독자들은 암시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 어쩌면 저자도 그 점을 노리고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저자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내용 전반에 걸쳐 상처 치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나는 ’죽음’에 대해서도 함게 생각하게 되는 결말이었다.

이모의 말처럼 죽음이란 이 세상의 이런저런 것들과 헤어지기 서운한 이별인 것이다. 죽음에 이르러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축복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삶이 진짜 삶은 아닐까. 유미코의 삶, 그리고 상처와 대면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나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일생의 가장 큰 문제에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행복한 순간들이 있음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그 행복했던 기억들이 우리안의 상처를 다독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살아가는 동안 잊지 않으리라.

(사진출처: ’그녀에 대하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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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의 여름 레인보우 북클럽 13
줄리 존스턴 지음, 김지혁 그림, 김선희 옮김 / 을파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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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 프레드의 모습이 수채화와 어울러져 호수의 고즈넉함을 느끼게 한다. 표지에서 느껴지듯 이야기는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고, 열여섯살이 된 프레드 역시 그렇게 조심스럽게 성장해가고 있다.
는 말더듬이 프레드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괜한 화를 내고 있었다. 엄마를 잃은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은 프레드를 주눅들게 하는 아버지로 인해서 프레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프레드 아빠만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다. 1900년대초 사랑한다는 표현보다는 부모라는 권위를 앞세우는 것이 더 부모답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그 시절에 볼 수 있는 아버지들의 대표적인 모습이었겠지만, 프레드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그 모습에 왠지 짜증이 났다. 기다리기를 잘 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내 모습을 대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904년 8월 2일 열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프레드릭은 동생들과 함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사는 퍼스에서 지내게 되었다. 퍼스에서 할아버지의 배를 타고 태이 운하를 따라 리도 호수로 가면 ’서니뱅크’라고 이름 붙힌 외할아버지의 여름 오두막이 바로 프레드가 지낼 곳이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프레드가 대신 성취해주길 바랐던 바람은 프레드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숱한 징후들로 인해서 그저 당신의 직물가게에서 일을 배우고 가업을 물려받기를 바라는 것으로 그치게 되었다. 

"이래선 안 돼, 프레드릭. 너한테 가장 좋은 곳은 곳은 도시에 있는 일터란다. 그곳에서 넌 맞서 싸워야 해. 강해져야 한다." (본문 21p)

말더듬이 프레드 때문에 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되는 아버지 때문에 프레드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런 프레드가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버지는 늘 프레드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게 되고, 프레드는 더 주눅이 든다. 아버지는 호수에서 프레드가 한결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할머니는 프레드에게 감색 가죽노트로 된 엄마가 쓰던 일기장을 건네주고, 프레드는 호수가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일을 쓰게 되는데 단락단락마다 프레드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그 일기 속에서 행간의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프레드는 삼촌에게 배를 모는 법을 배우고, 가족들 앞에서 멋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는 등 모든 일을 혼자서 척척 해나간다. 늘 아버지의 따가운 눈초리와 억압으로 인해 주눅 들었던 프레드는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는 이 곳에서 마음 편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에 듣게 된 낡은 오두막의 살인자 올리버의 이야기와 가슴 떨리는 첫 사랑을 시작하게 된 프레드는 오두막을 둘러싼 모험과 사랑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된다.
리드 호수가에 땅을 사기 위해 호수로 오게 된 아버지는 프레드의 마음이나 생각과는 무관하게 여름이 지나면 재봉일을 배우라고 말한다. 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만큼 아버지의 권위에 눌려있는 프레드는 결국 아버지에게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쪽 일에 조금도 흥미가 없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싶었다..(중략)..내 길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그 말은 내 입에서 나오지 못할 거다. 그래도 난 시도했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두 눈이 불거지고 입이 비뚤어졌다. 아버지는 그런 날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시도해 봤자 소용없었다..(중략)...밤이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버지 얼굴에 번지는 흡족함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막 프레디의 커다란 문제를 풀고 난 것이다. (본문 197p)

프레드는 첫사랑 노라를 통해서 어린 시절 기억에 대한 트라우마로 정신을 놓곤하는 아담스 할아버지를 알게 되고, 오두막의 실체를 점점 알아가게 된다. 낡은 오두막을 사려는 아버지와 살인자 올리버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프레드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더듬지 않고 말하게 된다. 오두막의 진실을 낱낱히 파헤치려는 아버지에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평생을 힘겹게 살아온 악몽의 희생자인 아담스 할아버지를 위해 진실을 덮어두는 것이 최선이라 여기는 프레드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아빠’ 대신 처음 ’아버지’라고 외치는 자신이 부쩍 크고 느름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 사랑의 상처를 이겨내고, 재봉사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마음을 아버지에게 말하게 된 프레드는 그렇게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성숙해진다.

늘 그렇듯 책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세상을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프레드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는 자신이 못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위압적인 모습만을 보이려고 한다. 그것이 프레드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는 수영하자는 아이들의 요청에 초췌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에게
 "이제 자네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라고 애들한테 시키지 말게나. 내가 보니 자네는 반쯤 얼어 있군. 내 옆에 여기 그냥 앉아 있게나." (본문 207p) 
라는 말로 프레드의 일기 속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듯 말씀하셨고,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아담스 할아버지 역시, 프레드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준다.

’시간이 흐르면 진실은 드러난다’라는 글귀가 새긴 프레드의 시계처럼 오두막의 진실도,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프레드에 대한 마음도 드러났다. 여름을 보내게 된 호수에서 프레드는 사랑과 아픔 그리고 아담스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진실을 통해서 내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아름다운 호수를 둘러싼 프레드의 심경 변화는 살인자 올리버의 전설만큼이나 흥미로웠다. 프레드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낯설고 떨렸던 아버지 역시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프레드가 자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압적인 행동으로 드러났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 프레드와 자신의 나약한 점을 드러낼 용기를 얻게 된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결말을 이끌어냈다.
수채화로 그려진 아름다운 호수 풍경만큼이나 프레드가 보낸 열 여섯살의 여름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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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1 - 개정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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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있자니, 옆에서 다들 드라마 이야기를 건넨다. 사실 <연애시대>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는,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호평에 이 책에 더 많은 호감이 갔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이 주는 감동이나 감정을 100% 재연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드라마의 호평은 원작 소설에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였던 손예진과 감우성의 연기가 눈에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원작 소설 속 주인공 리이치로와 하루에 대한 성격, 심리묘사 등이 섬세했다는 증거일게다.

결혼생활 13년인 지금, 연애시절 느꼈던 콩닥거림이나 애틋한 사랑에 대한 감정은 오히려 생소한 느낌이다. 어른들 말씀에 부부는 ’정’으로 살아간다고들 하는데, 신혼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말이 이제 비로소 이해가 간다고 해야할까? 항상 내 몸에 붙어있는 신체의 일부처럼 혹은 소중하고 귀한 줄 모르지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기처럼 13년이 아니라 지금껏 늘 나와 함께하고 있었던 것과 같은 익숙함때문에 부부는 정으로 살아간다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이런 익숙함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오래된 부부사이의 설레임이나 애틋함은 괜한 우스개소리처럼 치부하고 있었는데 <연애시대>를 읽으면서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끄집어내게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이라는 감정과 혼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있기에 살을 맞대고 살아가고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을 나는 잊고 살았는가보다.

대부분의 커플은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안고 적대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주인공들은 1년 3개월의 부부 관계를 청산하고도 여전히 결혼기념일에 만나 저녁을 같이 하고,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참 아이러니한 커플이 아닐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커플의 이야기는 라이치로와 하루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2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라이치로의 감정과 하루의 감정이 코믹하게 다루어진다. 진지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코믹함을 가미시켜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라이치로의 미소에 첫눈에 반한 하루는 초등학교 4학년때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해 꿈꾸었던 내용이 현실로 다가왔고, 라이치로 역시 하루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늘 중요한 순간에 뒤로 빠지는 우유분단한 성격을 가진 라이치로는 하루와의 결혼에 고민을 하게 되고, 호텔의 연회 담당자 나카토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첫 남자였지만 라이치로에게 대담했던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일곱번째 남자라고 말하는 하루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동생을 소개하고, 아버지를 소개시켜주는 등 라이치로가 빠져나갈 구멍을 막아 놓는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아이가 사산되면서 끝이 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마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이 아닌 주위의 사람들은 여전히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그들은 다시 합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다툼 중에 그들은 상대방에게 서로에게 맞는 짝을 소개하기로 하는데, 하루는 라이치로에게 초등학교 친구인 가스미를, 라이치로는 자신의 결혼 상담을 맡아주었던 나카토미를 하루에게 소개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상대방의 연애 진척도에 관심을 보인다.

"다시 한 번 서로에게 반할 수는 없나...." (본문 77p)

사랑은 참 묘한 감정이다.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일게다. 연애든 결혼이든 언제까지고 서로에게 반할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하기는 없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면서 서로를 좋아했던 감정은 조금씩 사그러든다. 그러면서 서로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면서 맞추어가고 이해해가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무르익는 것일게다.
현실을 도피하려는 라이치로와 그런 라이치로에게 상처를 받았던 하루는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그렇게 이혼으로 서로를 피해왔던 것이다. 아직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싸우면 좀 어때! 남자와 여자가 어린애 같아지는 것이 부부라면 우리는 좀더 싸웠어야 했어. 애들처럼!" (본문 207p)

그들은 이혼을 한 후에야 서로가 가졌던 마음과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사산된 아이 신노스케는 그렇게 현실에 맞서기 싫었던 두 사람에게 이혼의 계기가 되었을 뿐이지, 그들은 20년동안의 위자료 지급이라는 명목하게 그렇게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고, 서로의 근황에 궁금해하면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게다.
사랑이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 조차도 온전히 건네지 못하고, 위로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온전히 할 수 없는 감정도 함께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은 늘 사소한 오해로 다툼을 만든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괜한 자존심으로 건네지 못한 그들이 2부에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결혼 13년동안 남편과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참 많이도 다투었다. 그 다툼이 오히려 ’내 마음을 좀 알아달라, 난 지금 네 옆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라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다툼이 그야말로 아이들의 ’사랑 싸움’이었다는 생각에 괜한 웃음을 짓게 한다. 싸우면서 힘들었던 부분을 이겨내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내 삶의 일부로 생각하면서 익숙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괜한 설레임을 느낀다. 
이들의 다툼 역시 그런 설레임을 느끼기 위한 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부디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나는 이 설레임을 안고 남편과 연애를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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