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I LOVE 그림책
릭 윌튼 글,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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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아기그림책의 고전으로 남게 된 것은 사랑스러운 아기를 향한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삽화 또한 한 몫을 차지했다. 바로 캐롤라인 제인 처치의 귀엽고도 앙증맞은 캐릭터가 엄마와 아기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 이후에 출간된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를 통해서 그 입지를 단단히 했다. '사랑해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처치의 그림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포용하고 있는데, 이번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를 통해서 그녀가 가진 놀라운 힘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아가가 태어나는 순간 엄마는 아가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앙증맞은 손과 발,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 어느 한 구석 사랑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은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처음으로 웃던 날, 처음으로 뒤집기를 한 날, 처음 기었던 날, 첫니가 난 날, 처음으로 '엄마'를 말하던 날, 처음으로 걸었던 날 등등등 우리 아가가 자라면서 처음 무언가를 시작했던 날들은 모두 행복한 날로 기억된다. 엄마 아빠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가슴벅찬 일이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던 우리 아가의 역사적인 순간에 엄마 아빠가 속삭였던 온 마음을 다해 했던 그 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를 읽으면서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아이들의 역사적이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렸다. 이 그림책을 통해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가가 태어난 첫날이다.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살살 안고 부드럽게 아가에서 했던 첫 번째 뽀뽀를 했던 그 설레임과
자그만 입, 자그만 턱 그리고 자그마한 웃음, 아가의 첫 번째 미소에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를 살살 어르며 놀아주면 아가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그 행복해하는 첫 웃음소리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내 마음을 아가는 알고 있을까?

공을 잡으려고 처음으로 앙금앙금 기었던 그 날과
어느 새 잇몸에 첫 니가 나던 그 가슴 벅찼던 날,
입으로 잘근잘근 씹으며, 던지며 예쁜 그림을 보기 시작했던 그 날을 기억한다.

옹알옹알 무슨 말일까? 궁금했던 어느 날, '엄마'하며 처음으로 말을 하던 날, 터질 듯한 기쁨과 가슴벅참에 눈물이 났던 그날도 가슴으로 또렷히 기억한다.
한 발을 내딛고, 넘어지며 걸음마를 했던 그 날, 엄마 품으로 오려고 힘겹게 한 발을 내딛었던 그 날도 내 가슴은 벅차올랐었다.

행복한 기억을 안겨주었던 1년, 마침내 첫돌을 맞이했던 날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너무 고마웠던 그날, 아가 덕분에 너무도 가슴벅찬 1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더 고마웠던 그 날.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야!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내 아가, 그리고 내게 온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내 아가. 그 가슴벅찼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는 사랑을 표현하기보다는 내 욕심을 먼저 표현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게 한다.
아가가 성장해가는 1년의 기억은 평생동안 행복한 감동을 준다. 그 감동을 선물해준 내 아가들아, 정말 사랑한다.

이 그림책은 출산을 앞둔 부모에게, 첫 돌을 맞이하는 부모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듯 싶다. 사랑받기에 충분한 아이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처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은 그 행복했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마력을 가진 듯 싶다. 이 작품은 또 한번 '사랑해 신드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사진출처: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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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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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월요병에 시달린 듯 지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나는 금요일이 주는 설레임을 느끼고 있다. 30대 후반으로 갈수록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흐르는 탓에 가끔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일주일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로 인해서 인터넷 강국이 되기도 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다. 쫓기듯 하루를 보낸 뒤, 하루를 뒤돌아봤을 때 밀려드는 허탈함에 깊은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내 자신을 돌아볼 사이도 없이, 내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볼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만 가는 지금의 삶에서 나는 행복을 느끼고 있는걸까? 도대체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는 누가 주는걸까? 

옛 원형극장 터에 어린 소녀인 모모가 살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모모에게 친절히 대해주었고, 음식을 갖다 주기도 하였으며, 모모가 살고 있는 반쯤 허물어진 집을 깨끗이 치워주고 수리해주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모모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기울여 들어주는 것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사람들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본문 23p)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모모가 사는 극장 터에서 놀면서 늘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냈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튼 모모에게 가 보게!" (본문 21p)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간을 대상으로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있는 회색 신사들의 등장으로 이 마을의 평화는 깨지고 말았다. 누구에게나 모든 것이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순간이 있는데,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의 그런 순간을 노려 그들의 시간을 빼앗았다.  

"일을 하다 보면 도대체 제대로 된 인생을 누릴 시간이 없어. 제대로 된 인생을 살려면 시간이 있어야 하거든. 자유로워야 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평생을 철컥거리는 가위질과 쓸데없는 잡담과 비누 거품에 매여 살고 있으니." (본문 79p) 

"바라시는 대로,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시간이 충분하다면 아주 다른 사람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바로 시간이에요. 맞습니까?" (본문 81p)
"선생님, 시간을 어떻게 아끼셔야 하는지는 잘 아시잖습니까! 예컨대 일을 더 빨리 하시고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세요. (중략) 무엇보다 노래를 하고, 책을 읽고, 소위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본문 91p) 

시간을 아끼면 곱절이 시간을 벌 수 있다! (본문 94p) 손톱만큼의 자투리 시간도 남지 않을만큼 시간을 알뜰하게 쪼개 썼지만 시간은 수수께끼처럼 그냥 사라졌고, 사람들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안정을 잃어 갔다.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옷을 잘 입긴 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었고, 눈빛에는 상냥한 기미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이제 시간이 없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방치하게 되었고, 모모는 자신을 찾아온 회색 신사인 영업사원 BLW 553 c호를 통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라. 모모는 여태껏 제 목숨을 구하려고 도망쳤다. 그 동안 내내 자기만, 자기의 쓸쓸함과 자기의 두려움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곤경에 빠져 있는 건 친구들이었다. 아직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모모 자신이었다. 회색 신사들을 움직여 친구들을 풀어 주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그러나 적어도 시도는 해보아야 했다. (본문 301p) 

인간의 일생을 먹고 살아가는 회색 신사들에게 사실을 알게 된 모모는 철천지 원수가 되고,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주는 호러 박사의 도움으로 모모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회색 신사들에 맞서는 모험을 하게 된다. 

시간 절약. 나날이 윤택해지는 삶!
시간을 아끼면 미래가 보인다!
더욱 보람찬 인생을 사는 법 -시간을 아끼라! (본문 95p)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서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아끼면서 아둥바둥 바쁘게 살아간다.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학교, 학원을 오가며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며 바쁘게 공부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있지만, 분명 허탈함도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야하는 치열한 전쟁을 치루며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사회는 점점 삭막해졌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시간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모든 걸 이루고나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해. 허나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거지. 그러면 그 사람은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 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본문 328,329p) 

우리가 말하는 시간의 소중함이란 '빨리 빨리''아둥바둥'이 결코 아니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본문 98p)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비밀을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세상은 점점 더 시간에 쫓기어 바쁘게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판타지를 통해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 작품에서 시간의 의미에 대한 사람들의 오류를 되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나는 이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난 일인 듯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앞으로 일어날 일인 듯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본문 364p)라고 말했다. <<모모>> 작품 속 아둥바둥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에서도 존재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모모를 통해서 시간에 대한 우리의 소홀함을 꼬집고 있으며, 나 스스로의 하루하루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 나는 회색 신사와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라는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시간, 친구, 이웃, 행복 이 모든 것들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모모>>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었는데, 그 의미와 즐거움은 전혀 반감되지 않았다.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는 그 누구도 아닌, 내 가슴 속에서 주는 것임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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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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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은 ’어머니’를 ’엄마’라고 고쳐쓴 후에야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머리에 하얀 수건이 벗겨질 날이 없고, 아이들에게 한 수저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며, 집안 살림 하나하나 손 때를 묻혀가며 자신의 삶은 버린 채, 가족의 삶을 우선시 하는 그녀들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단어속에 함축되어 진다. 그것은 ’엄마’ 두글자 뿐이다. ’엄마’라는 직함을 가진 나의 이름과 내 엄마였던 ’엄마’의 이름은 왜 이렇게도 다른건지...

’엄마..........’ 가만히 이름을 불러본다. 
엄마를 불러본 지가 언제였던가......? 6년전 중환자실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든 엄마를 미친듯이 부르며, 뻣뻣해져가는 엄마를 일으켜세웠다. 내가 그렇게 부르면 엄마가 다시 눈을 뜰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에 나는 수십번 엄마를 불렀다. 미동도 없는 엄마를...
그리고 6년의 세월동안 나는 엄마의 이름을 ’온전’하게 불러본 기억이 없는 듯 하다.
엄마의 기일, 엄마의 생일 그리고 명절이 되어서야 간혹 불러보는 엄마의 이름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온전하게 불러보지 못한 엄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로 시작되는 글은 ’나’가 아닌 ’너’로 이야기가 이끌어진다. 말하는 주제가 누구인가? 처음엔 그 궁금함으로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아버지와 함께 아이들이 있는 서울에 온 엄마는 서울역에서 아버지를 놓친 후 사라졌다. 엄마를 찾는 광고문을 제작하면서 아이들은 엄마와의 기억을 하나둘 끄집어 내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1장은 작가의 직업을 가진 셋째 큰딸의 이야기다. 큰 딸인 ’나’가 아닌 큰 딸인 ’너’가 화자가 되어, 너가 보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가 전개 되어진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본문 26p)

글을 전혀 모르는 엄마는 큰 딸에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고, 딸은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엄마에게도 자신의 인생을 꿈꾸던 소녀시절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으므로...
아파도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를 내버려 둔 것이 후회로 밀려왔을 것이다.
큰 딸은 나를 보는 듯 하여 마음이 아프다. 10여년을 병과 싸운 엄마를 나는 온전히 바라보지 않았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나를 위로해주는 말처럼 나는 그말을 철썩같이 믿고, 엄마에게 퉁명스러운 나를 포장하기 급급했으니까.
엄마가 사라진 뒤에 비로서 엄마의 존재를 느끼는 이 ’늦음’이 왜이렇게 가슴을 쓰리게 하는 걸까?

-헛돈 좀 썼단다. 새 뚜껑을 사러 갈 적에는 돈이 아까워 쩔쩔 맸는디도 멈출 수는 없더구나. 독 두껑 깨지는 소리가 내겐 약이었어. 속이 후련허구 답답증도 가시고.

-너도 밥하기 싫음 접시라도 하나 던져서 깨보련? 아구, 저 아까운 거 싶은디도 속이 뻥 뚫리기도 헐 것이다. 하긴 결혼도 안했으면서 밥하기 싫고 말고가 있겠냐마는.
(본문 74~75p)

2장은 ’너가’ 아닌’ 그’로 큰 아들을 통한 엄마의 이야기다. 집안의 장남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엄마의 희망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였다. 늘 자랑스러운 큰 아들을 위해 장독대에 몰래 숨겨 둔 라면을 몰래 끓여주는 엄마는 ’미안하다, 형철아’라는 말을 그에게 자주 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에게 엄마는 무엇이 그토록 미안했던 것일까?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곳은 뜻밖에도 자신이 서울에 올라와 머물렀던 곳이였다. 극심한 두통과 아무도 몰래 견디었던 뇌졸증 증상으로 기억이 사라져버리는 엄마는 오래 전 가끔 들렀던 그 곳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너무 오래 걸어 엄지 쪽 발등이 깊이 패어 뼈가 들여다 보이고 상처가 곪아터지고 또 터져서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인 발에 겨우 파란 슬리퍼에 의지한 엄마는 어떻게 그곳에 갔을까?
슬픔에 목이 메인다. 

3장은 ’당신’이라는화자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
늘 남편을 기다리던 엄마는 ’나 왔네.’ 라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인제 오요!’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없는 줄 알면서도 이방 저방의 문을 열어보는 남편은 젊은 시절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한다. 아픈 그녀에게 약 한번 사주지 못하고, 생일날 미역국 한번 끓여주지 못했던 자신이 미워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4장은 ’너’의 화자인 둘째딸의 이야기, ’당신’ 이라 부르는 곰소의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시어머니처럼 무서웠던 ’고모’ 이야기다.

잘 있어요....난 이제 이 집에서 나갈라요.

’너’’그’’당신’ 모두 엄마의 이야기였다.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어딘가에서 자식과 남편의 손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면서 읽어내려갔다. 
엄마의 얼굴이 겹쳐지는 듯해서, 내게 잘못을 용서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나의 엄마와 겹쳐지는 듯해서, 끝내 내 가슴에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남겨둔 엄마와 겹쳐지는 듯해서....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본문 262p)

엄마가 그랬다. 어려운 살림에 억척같이 살아온 엄마였다. 이제 조금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을 발견할 수 있을 때 허무하게 내 곁을 떠난 엄마는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위로도, 고맙다는 인사도, 사랑한다는 고백도 받지 못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엄마’와 같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6년동안 온전하게 부르지 못했던 엄마의 이름을 오늘은 수도 없이 불렀다. 책 속의 엄마가 내 엄마 같아서, 이렇게 나를 지켜보고 있을 엄마가 그리워서,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었을 엄마가 가여워서 부르고 또 불렀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비처럼 내 눈에서 비가 쏟아진다.
그녀처럼 나도 누구를 향한지 모를 소망을 빌어본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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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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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상실의 시대>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많은 인기몰이를 했고 읽고자 하는 욕구도 상당했지만, 어쩐 일인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어린시절 읽었던 <상실의 시대>가 나에게 썩 유쾌한 작품이 아니였기에 저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3권이 얼마전에 출간이 되었고 <1Q84>에 대한 인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몰입되어 책을 읽고있는 나를 문득 느끼면서 저자의 명성과 책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65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은 아오마메와 덴고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중구조를 가지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1Q84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에 책장은 자꾸 넘어간다.

택시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게 된 아오마메는 기묘한 느낌을 갖는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어쩔 수 없이 도로보수 공사원이 사용하는 비상계단을 통해 시부야로 넘어간다.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그다음의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본문 23p)

수학강사이자 작가지망생인 덴고는 신인상 응모작 중 17살 후카에리가 쓴 <공기 번데기> 작품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편집자 고마쓰는 문장이 서툴다는 것을 단점으로 내세워 덴고가 이 작품을 리라이팅하기를 부탁한다. 엄연한 사기행각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덴고는 이 작품의 리라이팅을 맡게 되고, 디스렉시아(난독증)를 앓고 있는 후카에리와 만나게 된다.

’증인회’ 신자로 종교에 심취했던 부모에 이끌려 다니며 선교활동을 해야했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귄 친구의 자살로 고통을 받았던 아오마메는 노부인을 만나면서 법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일을 하고자하는 암살자이다.
어린시절 NHK 수금사원이였던 아버지를 따라 일요일이면 집집마다 방문하며 아버지의 옆을 지켜야했던 덴고는 한 살 반이였던 아기였을 때 엄마의 모습을 뚜렷이 기억하며 그로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후카에리와 만나면서 발을 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3년동안 있었던 굴직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던 아오마메는 현실에 대한 가설을 내세우게 된다. <신포니에타>라는 음악과의 어떤 접점에 대한 가설을 내세우고, 자신이 알고 있던 현재의 1984년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 독자적인 명칭을 만들어낸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1Q84년이다.
(본문 240p)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이중구조 형식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되어가면서 두 사람사이의 공통분모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덴고는 후카에리의 보호자 에비스노를 통해서 듣게 된 그녀의 출생과 성장 배경을 통해서 지금은 종교단체가 된 ’선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아오마메는 끔찍한 성폭행을 당하고 노부인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쓰바사를 통해서 ’선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후카에리와 쓰바사는 ’리틀 피플’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일절함구 하고있어 리틀 피플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가지만, 두 소녀는 언급을 회피한다.
아오마메의 잊어버렸던 시간 속에 존재하는 모토스 호수 사건, NHK 수금원 사건이 ’선구’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게 진행되어가고, 아오마메와 덴고의 공통분모가 생겨나면서 두 사람의 재회에 잔뜩 긴장하게 된다.

그녀는 오랫동안 열 살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모조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내 인생은 실제로는 열 살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이전의 일은 모두 비참한 꿈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기억은 어딘가에 내다버리자.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걸핏하면 그녀의 마음은 비참한 꿈이 세계로 다시 끌려갔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그 어두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에서 양분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먼 곳으로 가려고 해도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오야 하는구나, 하고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나는 그 ’리더’를 저쪽 세계로 이동시켜야 한다, 아오마메는 마음을 정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본문 575p)

1권에서는 드러나있지 아오마메의 비밀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느낀다. 그녀의 기억 속에 사라진 두 사건,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덴고는 어떤 일에 직면하게 될까?
두 개의 달을 보게 된 아오메마와 후카에리의 <공기 번데기>에 등장하는 두 개의 달, 그리고 두 개의 달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덴고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후카에리. 이들은 정말 현재의 1984가 아닌 다른 세계 1Q84에 살고 있는 걸까?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무섭게 몰입했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에 대한 상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이들은 타인에 의해 이 사건에 휘말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선구’의 비밀을 파헤치고 희생당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인가? 왜 하필 이들이였을까? 이들은 ’선구’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 걸까? 수없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서둘러 2권을 집어들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을 것같은 호기심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힘인가? 나는 지금 <1Q84>의 세계에 흠뻑 취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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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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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피플’은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아오마메와 덴고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 라는 깊은 호기심에 서둘러 2권을 집어들었다. 실종된 후카에리, 비밀스러움을 내포하고 있는 ’선구’ 그리고 아오마메 눈에 비친 두 개의 달. 1권에서는 사건이 수면 위로 오면서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떤 독자할지라도 1권을 읽고서 서둘러 2권을 읽지 않을 수 없을만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2권은 쓰바사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성폭행을 당하고 노부인에게 온 쓰바사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것을 계기로 아오마메는 ’선구’의 리더를 다른 세상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다.
덴고에게 낯선 인물이 찾아왔다. ’신일본학술예술진흥회 상임이사’라는 직함을 들고 온 우시카와는 덴고를 후원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지만 덴고는 완곡하게 거절한다. 그 거절에 우시카와는 후카에리의 리라이팅을 맡았던 일로 덴고에게 묘한 협박을 하게 된다.
그 후 덴고의 걸프렌드는 상실되었다는 말로 더이상 덴고와 만날 수 없게 되었고, 갑자기 사라졌던 후카에리는 덴고에게 돌아온다.

고전적으로 표현하자면, 당신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기는 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파워풀한 조합이었다. 각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서로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본문 187p)

아오마메는 선구의 리더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임무에 착수하게 되고 선구의 리더 즉, 후카에리의 아버지에게 리틀 피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20여년을 그리워했던 덴고의 이야기와 선구의 리더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된 아오마메는 함께 1Q84의 세계에 살고 있는 덴고를 위하여 선구의 리더를 다른 세상에 보내는 일에 성공한다. 선구의 리더에게 들었던 정보를 토대로 후카리에와 덴고가 쓴 작품 <공기 번데기> 를 읽으면서 아오마네는 덴고를 만나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한편 덴고는 후카리에와의 교접 이후 두 개의 달을 보게 되고, 아버지의 병실에서 공기 번데기와 대면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끌림으로 덴고와 아오마메는 같은 두 개의 달을 보게 되고 아오마메는 덴고를 찾아내지만 서로 만나지 못한다.

"이 1Q84년에서 자네들 두 사람을 동시에 구해주는 건 현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선택의 길은 두 가지. 하나는 자네가 죽고 덴고가 살아남는다. 또 하나는, 아마도 그가 죽고 자네가 살아남는다. 그중 하나야. 유쾌한 선택은 아니라고 처음에 양해를 구했을 거야." (본문 339p)

아오마메는 1984년으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찾아가지만 출구는 사라지고 없었고, 아오마메는 자동권총을 입 속에 넣는다. 그리고 덴고는 아버지의 병실에서 만난 공기 번데기 속에서 열살의 아오마메와 마주한다.덴고는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아오마메는 끝내 자살을 한 것일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덴고 앞에 아오마메는 그림자로 나타난 것인가? 서로가 마주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장면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같은 세계로 이끌기는 했지만, 그들은 만남은 언제 이루어지는 것일까? 생리가 없는 후카에리는 혹 본인 자신 마더가 아닌, 분신인 도터가 아닐까? 
현 세계 IQ84는 후카에리가 쓴 <공기 번데기>를 통해서 1984년의 세계와 분리되었고, 그들은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세계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마더가 아닌 도터인 그림자가 살아가는 듯한 환영같은 느낌을 준다. 과연 그들은 실제의 인물인가?
1Q84의 혼란스러운 그들의 모습은 2010년 현재의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듯 하다.
우리는 무엇을 쫓고 있는 걸까? 진실은 외면한 채, 보이지 않는 허울을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본문 276p)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본문 295p)

마음이 만든 세상,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으로 인해서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악한 마음이 가져온 사회의 병폐와 무서운 범죄는 우리 마음 속에서 이미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2010년이 아닌, 또 다른 세상 201Q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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