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 2004년 윗브레드 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5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11월 10일 수능시험을 앞두고, 뉴스에서는 연일 수험생의 자살 소식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의해 아이들은 유치원에 입학함과 동시에 경쟁 속에 살아가게 된다. 좋은 대학입학이 모든 아이들의 인생목표가 되었고, 성적의 좋고나쁨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대학의 당락이 마치 인생의 실패와 성공을 판단하는 조건이 되어버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수능시험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되었고, 그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나 자살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마치 대학의 당락이 인생을 좌우되는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지만, 정작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인생은 대학의 당락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년동안의 학교 생활을 한번의 수능시험으로 결정해버리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그동안의 노력은 수능시험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많은 빛을 발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수능시험을 못 봤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야>>라는 책 제목은 마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홍수로 온 세상이 사라진 듯 했지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처럼,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 이 책을 펼쳐보았다. 

영국 최고의 청소년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럴딘 머코크런은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작가라고 하는데,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야>>역시 '윗브레드 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로서 저자는 윗브레드 청소년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등장인물을 보며서 참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은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청소년 소설로 담아냈는데, 신의 입장으로서가 아니라, 노아와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 대홍수라는 혼란 속에서 겪는 인간의 심리가 묘사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에는 노아와 세 아들인 셈, 함, 야벳이 등장하지만, 이 책속에는 이들의 아내와 노아의 딸 팀나, 그리고 풍랑 속에서 구해준 소년 키팀 등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며, 팀나는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노아의 방주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소재로 자주 등장하지만, 대홍수의 혼란 속에서 방주 속 인물들은 어떻게 보냈으며,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지에 대해 다룬 책은 극히 드물 것이다. 방주 속 인물들은 처음에는 살아남았음에 기뻐하지만, 인간의 가진 내면의 본성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특히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은 아버지 노아를 따라 점점 자신이 하느님의 개시를 받은 자라 여기며 권력을 내세우기 시작하는 큰 아들 셈의 변화는 너무도 두렵게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질투와 우정 그리고 남성우월주의도 보여진다. 또한 주인공 팀나와 그 가족들 뿐만 아니라 대재앙 앞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이 느끼는 생각까지 묘사하고 있어 서로간의 입장을 표명한다. 

어머니는 가끔씩 이렇게 나를 지겹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럴 때면 어머니의 눈이 "자식 많다고 대수는 아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차피 딸은 아들처럼 환영받지 못한다. "노아는 셈, 함, 야벳의 세 아들을 두었다." 앞으로 백 년 후 사람들이 우리 집 얘기를 할 때 언급될 이름은 이 셋뿐이다. 나는 끼지도 못할 게 뻔하다. (본문 10p) 

대재앙 앞에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지만, 살아남은 방주 안의 인물들도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 고통 속에서 서서히 병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처연하기만 하다. 그러나 팀나와 키팀은 반란을 꿈꾼다.
방주 안의 인물들의 삶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굉장히 힘들고 지친 상황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힘겨운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함은 아닐었을까 싶다.  

이제 거의 끝났다. 악몽이 행로를 거의 다 마쳤다. 머지않아 우리는 다시 얼어나 일상을 되찾게 될 거다. 나쁜 일들은 모두 뒤로하고, 모두 더러움과 두려움의 탓으로 돌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 어쨌거나 '세상 저편'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다. (본문 213p)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모티브의 영향탓인지 내용면에서 기독교적인 성향이 너무 강하게 배어난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이니만큼, 주인공 팀나가 혼란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묘사가 더욱 필요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청소년들에게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라는 의미가 좀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 되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소견과는 상관없이,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주 안의 리얼한 묘사,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인 변화묘사는 압권이었다.
하느님은 인간의 악을 뿌리뽑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켰다. 2012년 세계의 종말이 예언되고 있는 가운데,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 가짐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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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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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책을 읽고 난 뒤에 내가 처음 한 말은 탄식이었다. 정말 완벽하게 속고야 말았다는 작은 탄식과 기발한 트릭을 사용한 저자에 대한 감탄이 합쳐진 말이었다.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놀라운 트릭을 밝혀낼 수 있는 독자는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저자의 트릭은 놀라웠다. 

로트레크는 프랑스의 화가로 유명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열네 살 때 의자에서 떨어져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고, 그다음 해에는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져버려 그의 다리는 더는 자라지 않았고, 결국 그는 15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하반신이 짧은 난쟁이 형상으로 살아가야했다. 로트레크의 그림은 웃음 뒤에 가려진 인간의 비애를 누구보다 절묘하게 잘 잡아내었다고 하는데,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에서는 로트레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시게키를 통해서 로트레크가 가졌을 아픔과 고뇌를 담아낸 듯 보인다. 

나와 시게키가 여덞 살을 맞이한 해 여름, 다리를 쭉 뻗은 채 엄청난 기세로 미끄럼틀을 내려가던 나는 미끄럼틀 중간에 멈춰버린 시게키를 걷어찼고, 시게키는 약 2미터 반 정도의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높이 10센티미터짜리 미끄럼틀 받침에 모퉁이에 척추를 부딪치게 되었고, 하반신이 더이상 성장하지 않게된 시게키를 옆에서 돌보고 헌신했다. 그 관계가 20년동안 이어졌고, 스물여덞 살의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해 여름 초대를 받아 구도 다다아키와 함께 로트레크 저택으로 휴가를 가게되지만, 그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을 접하게 된다. 로트레크 저택의 주인인 기우치 씨의 딸 노리코와 동갑이자 동창인 마키노 히로코와 다치하라 에리가 두 발의 총상에 의해 순차적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처음 히로코가 죽은 후 경찰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리코와 에리의 살인사건이 또 일어난 대담한 사건으로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가 된다.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것보다는 이 곳에 숨은 트릭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범인이 밝혀진 후 저자는 65페이지에 해당하는 범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트릭의 내용을 밝힌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내가 속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신선한 트릭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라는 표현이 전부이다. 이 굉장한 반전에 책을 다시 읽어봐야했는데, 속았다는 느낌이 싫다기보다는 유쾌한 느낌이었다.
트릭을 알고 다시 읽어본 내용 역시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이 느낌은 책을 읽어봐야 알 것이다. 이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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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화세상 2011-12-06 10:57   좋아요 0 | URL
답변드렸습니다~
 

2011년 12월 첫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1.12.1~20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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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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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루뚜아 아저씨- 2010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이덕화 글.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1년 12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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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야, 미안해!
원유순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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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작은도서관 37
정영애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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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달력 한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쉬운 엄마와 달리, 우리 집 작은 아이는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한층 설레여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었던 큰 아이는 초등4학년이 되어서야 지금껏 엄마 아빠가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꽤나 섭섭해했는데, 초등1학년인 작은 아이는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는 믿음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런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달라고할지 한창 고민중인 작은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요즘, 재미있는 제목과 표지를 담은 동화책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을 만나게 되었다.
어린시절 산타 할아버지를 직접 보겠다며 늦은 밤까지 졸린 눈을 부릅뜨고 꾸벅꾸벅 졸던 추억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하지만 정작 읽어본 책의 내용은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설레임과 추억보다는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주는 이야기였다.  

요즘 우리사회는 편부모 가족이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있는 추세이다. 부모의 다툼과 갈등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속에서 가장 큰 혼란과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에서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열 살 국수가 해체된 가족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아빠의 부재로 인해 느끼는 허전함,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여부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맞물리면서 유쾌하게 그려냈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국수네 집은 2층으로 된 연립 주택인데, 1층에 엄마 방, 거실, 부엌이 있고, 2층에 넓은 거실과 국수의 공부방이 있는데, 지하실에는 '귀신 방'이라고 불리는 국수의 놀이방이 있다. '귀신 방'은 국수가 가지고 노는 별의별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기 때문에 엄마가 지언 준 이름인데, 국수는 친구나 다름없는 귀신 방에서 놀 때가 제일 기쁘고 행복했다.
귀신 방에서 놀던 국수는 귀신 방 창문으로 엄마 다리와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 다리를 보게 되는데, 곧 엄마와 함께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엄마와 친구가 되고 싶은 '민병기'라고 소개한 아저씨는 눈이 찢어져 나쁜 마법사 같이 생긴데다 국수의 이름을 가지고 놀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일은 국수가 '면접교섭권'을 얻은 아빠와 처음 만나는 날이다. 느닷없는 임신과 결혼으로 힘들어하던 아빠가 떠나고, 엄마는 홀로 국수를 키웠다. 그런 아빠가 국수를 만나게 해 달라며 법원에 재판을 신청하고, 법은 아빠에게 '면접교섭권'을 주어 한 달에 두 번, 국수를 아빠를 보게 되었다. 

"엄마는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아빠와 헤어졌어요? 우린 가족이니까 내 의견도 물어봐야지요."
"그땐 네가 너무 어려서 말을 못했으니까!"
"그러면 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죠. 이건 반칙이에요." (본문 38p) 

  

평소에 아빠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국수는 아빠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점점 자신에게 소홀하고 귀찮아하는 듯한 아빠를 보며 국수는 실망스러워한다.  

'아빠가 없으면 어때. 외할아버지하고 같이 목욕탕을 가면 돼. 난 아빠가 없어도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마음과 달리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본문 98p) 

한편, 반에서는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 없다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시작되고,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는 아빠가 없는 집에만 가나 봐.그러니까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거야. 난 우리 아빠가 선물을 주는 데 말이야." (본문 84p)라는 선민이와 예온이의 말에 속이 상했고, 꼭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잡아 아이들에게 큰 소리 치고 싶었다. 이른바 '산타 할아버지 사로 잡기 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귀신 방에 굴뚝을 세우고, 산타 할아버지가 창문으로 들어오면, 튜브로, 튜브를 빠져나오면 미끄럼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샌드백 덫에 빠지게 되는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비록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 잡겠다는 국수의 작전은 엄청나게 큰 사고로 끝을 냈지만, 국수를 서로를 걱정하는 과정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깨달아가게 된다. 아빠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함께. 

  

안 될 줄 알지만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본문 102p)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잡겠다는 국수의 엉뚱한 발상이 너무도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그 내면에 자리잡은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함으로 채워주고 있다. 아빠에 대한 국수의 알쏭달쏭한 마음, 엄마와 국수의 서로 다른 마음들을 풀어냄으로써 가족간의 서로 다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더욱이 자신의 의견도 없이 헤어진 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보이면서 국수는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게 된다.
추운 겨울 따뜻함을 전해주는 가슴 찡한 가족 이야기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가족'은 그 의미를 다하게 된다는 것을 가끔은 잊고 지내는 듯 하다. 가족구성원의 노력이 없이 가족은 존재할 수 없음을 다시한번 되짚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사진출처: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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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도둑
매튜 딕스 지음, 노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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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한 도둑이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특별한 도둑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우리는 홍길동을 도둑이라 부르지 않고 의적이라 부르는데, 제목처럼 아주 특별한 도둑이 아닐 수 없다.
제목과 표지가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코믹하게 그려진 도둑의 모습처럼 책을 읽다보면 이 도둑 '마틴'을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참 묘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도둑'을 생각하면, 빈집에 들어와 값진 것을 마구 훔쳐가는 나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런데 마틴이 훔치는 물건의 목록을 보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치약 몇 개, 세제 조금, 휴지 몇 개, 어쩌다 훔치게 되는 값진 물건은 몇 달 동안 관찰 끝에 주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고른다. 그가 이런 물건을 훔치게 된 것은 열아홉 살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의 이혼, 혐오스러운 의붓아버지,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강요되었던 독립, 힘겨운 독립 생활이 지금의 그를 있게했다. 열아홉 살, 독립한 지 넉 달 째 화장실 변기는 완전히 콱 막혀 버렸지만, 배관 세첵제를 비롯한 생필품을 살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았기에 도와 달라고 할 작정으로 부모님을 찾아갔지만, 모두 외출한 탓에 캄캄한 창문을 보고 돌아서려 했지만, 아직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뭘 좀 먹기로 결심하고, 토스트를 해 먹고 필요한 생필품을 몇 가지 챙겨나오다 의붓아버지와 마주치게 된다. 

도둑질이라 몰아세우는 의붓 아버지는,
"네가 도둑이 될까 봐 걱정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이건 너무 어설프잖아? 다시는 나를 속일 생각 마라. 너는 그럴 주제도 못 되지만 여하튼 나는 못 속인다. 알아들었냐?"
"속이지 못한다고 하셨습니까? 예?" (본문 134,137p) 

그렇게해서 시작된 마틴의 사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집때문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마틴은 고객의 집을 방문할 때는 늘 신중했으며, 남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마틴은 고객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오히려 그들을 친구처럼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동안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던 마틴은 클레이튼 부부의 집에서 칫솔을 변기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한다.
변기에서 건져 올려 제자리에 올려놓으면 그만이었지만, 신디 클레이튼이 더러운 칫솔을 사용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 도저히 그녀를 그냥 배반할 수 없어 자신의 작업 철칙을 위반하고, 똑같은 새로운 칫솔을 구입해주려다 위험에 빠진다.
새 칫솔을 놓아두려다 옷장에 갇히게 된 마틴은 남편 앨런이 처음 데이트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아무 이유 없이 주는 장미 한 송이를 받고 싶다는 신디의 투덜거림을 듣게 되고, 위험에서 탈출하게 된 마틴은 철칙을 무시하고 앨런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틴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런 뜨거운 열정에 휩싸였다. (본문 151p) 

그 후 마틴은 오랜 고객인 대니얼과 저스틴 애쉴리 부부 집을 방문하여 작업을 하던 차에, 저스틴이 남편 대니얼의 생일날 깜짝 파티를 주최하기로 했는데 친구인 로라가 날짜를 착각하여 선물과 함께 미안하다는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긴 것을 듣게 된다. 잘못하여 깜짝 생일파티가 밝혀지게 될 위기에 놓이자, 클레이튼 부부에게처럼 고객(혹은 친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마틴은 아무 의심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로라와 우정이상의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마틴은 펄 부부네 집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성폭행범인 클리브 대로우가 자신의 고객인 소피 펄을 다음 범행으로 삼고 있음을 알게 되고, 마틴은 다시 한번 소피를 구할 방법을 강구한다. 

생계를 위해서 고객의 집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신은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고도 있다고 말이다. (본문 226p) 

마틴은 정말 이상한 도둑이다. 구 년을 한 집에서 도둑질을 하면서 들키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 고객들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그들을 도와주는 모습도 아이러니하다. 변기에 떨어진 칫솔 하나로 마틴은 그동안 지켜왔던 철칙을 무너뜨리게 되었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돕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친구 짐에게 조차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마틴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에도 어려움을 느꼈는데, 상대방도 모르는 채 혼자 친구로 느꼈던 그 고객들을 통해서 마틴은 인간적인 면을 찾아가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만나지 못했던 친아버지와의 재회와 로라와의 관계가 지금까지의 마틴의 삶을 깨뜨리게 된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학구적이었던 그를 대학에 보내주지 않았던 의붓아버지와 어머니, 힘든 그를 감싸주지 않고 다그쳤던 그들로 인해 마틴은 고독, 외로움, 아픔을 갖고 있었고 강박증으로 표출되었지만, 마틴은 스스로를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마틴은 자신의 삶이 바뀌어가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마틴이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결말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그 기쁨을 이제 막 알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마틴의 모습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 결말을 통해서 독자들은 더 큰 희망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마틴은 도둑일까? 아니면 안티히어로(나쁜영웅)일까? 내가 학창시절 홍길동에 대해 배울때는 홍길동은 의적이었다. 세대가 바뀌고 논술, 토론이라는 걔념이 중요시되면서 홍길동이 진정한 영웅이었는지, 단순 도둑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는데, 이는 생각하는 사람들에 따른 견해의 차이로 보면 좋을 듯 싶다. 마틴도 마찬가지다.
소피는 마틴을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집을 몇 년동안 찾아오고, 결코 없어진지 몰랐던 물건이었지만 도둑질을 한 마틴을 결코 안티히어로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틴이 도둑인지, 안티히어로인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나는 마틴을 인간적인 면에서 접근하고 싶다. 나는 그가 거짓말처럼 말하던 소설가로서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가끔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가 있다. 옳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되돌아갈 용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마틴이 새로운 삶을 살 희망과 기쁨을 알게 된 것처럼, 우리는 옳은 길로 가는 방법을 안다면 충분히 용기를 낼 수 있음을 마틴은 보여준 것이다.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중간중간 긴잠감을 맛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도둑이지만 너무도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도둑 마틴. 그를 도둑이냐, 안티히어로냐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인간적인 성장에 촛점을 두고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혹여 우리집에도 오랫동안 안 쓰고 있던 물건 중 사라진 물건은 없었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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