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학교 가자
안 부앵 지음, 오렐리아 프롱티 그림, 선선 옮김, 상드린.알랭 모레노 사진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12월
절판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선생님, 우편 집배원, 소방관, 경찰관, 패션 디자이너, 어부, 의사 등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우리는 세상을 배우게 되고, 그들을 통해서 꿈을 꾸기도 한다.

사계절 출판사 <일과 사람> 시리즈는 우리 이웃과 주위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들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데, 8권 <<얘들아, 학교 가자!>>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이웃은 바로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선생님이 화자가 되어 아이들에 대한 마음과 선생님이 하는 일 등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선생님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선생님이 꿈인 아이들에게는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내 주위부터 둘러보는 일일게다. <일과 사람> 시리즈는 바로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폭넓은 관점을 길러주는 이야기다.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새학기가 되면 엄마인 나는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며, 장점을 부각시켜줄 수 있고, 차별없이 대해주는 선생님을 통해 아이가 일년 동안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올해 담임선생님은 부족한 아이의 모습을 다독일 줄 아는 분이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서툰 아이들임을 이해하고 천천히 조금씩 변화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는 분이라 마음이 놓인다. 담임 선생님을 통해서 아이는 자신감을 얻고, 어른들이 보기에는 미흡하지만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좋지 않은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지만, 여전히 좋은 선생님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꿈을 꾸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올해 이 학년을 맡고, 아이들을 맞은 준비가 한창인 선생님은 준비할 게 많다. 자기소개를 하는 첫날부터 수업부터 삐끄덕거리지만 선생님은 꾹 참고 아이를 기다려준다. 점심을 먹을 때도, 점심 나들이 시간에도 아이들을 살펴보느라 바쁘다.

수업을 마치고도 내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하고 준비물을 챙긴다. 회의 시간에는 학교 행사와 맡은 일을 점검하느라 행사가 많으면 좀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을 위해 마음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시험 시간이 되면 문제를 내느라 바쁘다. 선생님에게 일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알아보려고 치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왜 할까? 깨닫고 배우기 위해서야.

세상가 사람, 자연과 사물들이 어떻게 이루어져는지 배울 수 있어.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갈고닦은 지혜와 문화와 예술도 익힐 수 있지. 성실하게 공부할 줄 안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도 있어. (본문 32p)


방학이 되면 선생님도 맨날 놀아서 좋을까? 방학이 되면 선생님은 수업도 듣고, 숙제도 하고, 시험도 봐야한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선생님도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생님들을 아이들이 한 해를 마치면, '이 학년 삼 반이어서 참 즐거웠어.'하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낸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이웃, 선생님을 통해서 한해 동안 하는 을 보게 되었고,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숙제를 내고, 시험을 보고, 잘못에 대해 꾸중하는 선생님이 마냥 편하고 쉬워보였을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선생님의 일과 관점, 생각 등을 알아감으로써 세상에 대해 하나를 또 배울 수 있었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일에 책임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이런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은 너 나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과 사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일과 사람을 보고, 또 그들을 통해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제공한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하는지 등 이 책에서는 미래와 꿈, 인성과 교양 등에 대한 해답이 담겨진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출처: '얘들아, 학교 가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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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북 클래식 보물창고 39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존 록우드 키플링 외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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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물창고의 <올 에이지 클래식> 시리즈를 읽으면서 명작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동안 읽어왔다고 생각했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나의 착각을 깨달으며 처음으로 이 작품을 완역본으로 읽는 즐거움을 누렸으며, <<정글 북>>에 대한 나의 잘못된 상식도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정글 북>>을 읽다가 갑자기 생소한 <하얀 물개> 이야기가 등장하여 깜짝 놀랐다. 정글 북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생각에 좀더 읽어보았지만 더 이상 모글리, 바기라 등이 등장하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껴 옮긴이의 말을 먼저 들춰보았다.

<<정글 북>>은 늑대 굴에서 자란 늑대 소년 모글리의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었던 게다. 모글리의 이야기가 워낙 유명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정글 북>>을 모글리 이야기로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 <<정글 북>>은 모드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키플링의 단편집이었던 게다. 이런 세상에!! 그동안 <<정글 북>>을 영화, 만화영화, 그림책 등을 통해서 수없이 많이 접해왔는데 이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너무도 당황스러웠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기쁨 또한 느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런 이유로 요즘 명작을 읽는 재미에 쏙~ 빠지고 말았으니, 완역본으로 구성된 <올 에이지 클래식>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리라.

 

 

 

이 작품에 수록된 총 7편의 단편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글리의 이야기를 담은 <모글리의 형제들><카의 사냥><호랑이!호랑이!> 세 편 외에 <하얀 물개><리키티키타비><코끼리들의 투마이><여왕 폐하의 신하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모글리의 이야기는 늑대 굴에서 자라게 된 늑대 소년 모글리가 정글에서 성장하게 되는 모험을 담은 성장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는데, 이 작품에서 만난 모글리의 이야기는 그동안 흥미, 재미 위주의 모글리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늘 유쾌한 이야기로만 접했던 탓인지 이 작품에서 만나는 모글리의 이야기는 제국주적인 맹목적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커플링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좀더 두각되어, 유쾌함보다는 인간세상을 비판하는 느낌을 주고 있어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약육강식의 냉혹한 정글의 세계와 나와 다른 이에 대한 편견이 모글리를 통해서 강하게 표현된다. 그러나 모글리를 사랑하는 늑대형제와 발루, 바기라를 통해서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이 사회를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가를 강하게 전달한다.

특히 인간 사회로 돌아간 모글리가 인간들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다시 정글로 쫓겨가는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잘못된 사고가 얼마나 비정한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덧붙히자면, 인간들 속에서 태어났지만 인간들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쳐 나온 바기라를 통해서 현재 불거지고 있는 돌고래쇼 사건과 맞물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기에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는 아닐까 생각해보게 한다.

이것은 인간의 횡포를 피해 꿈의 섬을 찾아 떠나는 하얀 물개 코틱의 이야기를 담은 <하얀 물개>, '검은 뱀'이라는 뜻을 가진 칼라나그 코끼리와 조련사 작은 투마이와의 우정을 다룬 <코끼리들의 투마이>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정글 북>>은 이처럼 의인화 기법을 통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있는데, 모글리 이야기는 인간 세상의 비정하고도 비열한 약육강식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접해왔던 <<정글 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낯설기는 하지만, 작품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가 이 작품 속에 잘 묻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완역본으로 읽는 즐거움은 아닐런지.

 

 

 

p.s 이 작품에 수록된 삽화는 저자 러디어링 키플링의 아버지이자 화가였던 존 록우드 키플링의 작품이다.

 

(사진출처: '정글 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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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지도 따라 굽이굽이 역사 여행 500km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30
김하늘 지음, 박지훈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0월
절판


고구려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아차산은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서 올라 서울을 내려다보면 시원하게 흐르는 한강의 모습에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모두 보듬고 있는 한강은 장엄한 느낌마저 준다. 잘못된 역사나 인간의 그릇됨마저도 폭넓음으로 모두 보듬고 유유히 흐른다.

얼마 전 읽어본 타 출판사의 <우리나라 도읍지 지도책>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세워졌던 나라들은 농사짓기에 적당하고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강 유역에 터를 잡았다. 특히 한양은 산이 동서남북을 둘러싸고 있고 한강이 흘러 도읍지로 삼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으니, 지금까지도 서울은 우리나라의 도읍지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렇듯 한강은 우리 문화의 역사를 모두 경험했으니, 한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큰 줄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듯 보이지만, 그동안 한강은 역사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았고, 한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이에 <<지도 따라 굽이굽이 역사 여행 500km 한강>>의 출간은 반가울 뿐만 아니라, 굉장히 뜻깊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아래에 있는 검룡소에서 퐁퐁 솟아올라 서해 바다까지 힘차게 흐르는 강으로, 씩씩하게 검룡소를 떠난 물은 골지천이라는 이름으로 졸졸졸 흐르다가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만나 조양강이 되고, 장선읍에서 동남천과 만나 동강이 된 후, 다시 영월에서 서강과 만나 비로소 큰 강이라는 뜻인 '한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고 한다. 한강은 단양을 지나고 충주를 지나 양수리에서 가장 큰 한강 지류인 북한강과 어우러져 서울로 흐르고, 김포와 파주 사이에서 마지막 지류인 임진강을 만나 강화 해협을 통해 서해 바다로 들어간다.


이제 한강이 시작되는 곳 검룡소를 시작으로 500km의 한강 역사 여행이 시작된다. 한강 여행이 시작되면서 펼쳐보기 페이지가 등장하는데, 페이지를 펼치면 한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강의 시작인 검룡소에서는 검룡소에 얽힌 재미난 전설을 볼 수 있으며, 검룡소에서 강으로 태어나는 아우라지에서는 패망한 고려 신하들이 숨어 살면서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시인 정선 아리랑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한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영월에서는 김삿갓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탄생되었고, 남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고구려와 북으로 밀고 올라가려는 신라가 맞선 싸움터였던 단양에서는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다.
댐 수문에서 걸음을 멈춘 한강 물이 모인 충주호는 우륵이 가야금을 탔던 탄금대를 볼 수 있으며, 큰 배를 띄울 수 있을 만큼 깊어지는 목계를 지나 북한강을 만나는 두물머리에서는 선사 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탓에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을 도읍으로 삼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였던 한강은 서울을 지나 파주, 기름진 땅인 김포 그리고 서해 바다 들머리에서 강화도를 만나 서해 바다로 들어간다.
이렇게 한강은 5백 킬로미터를 흘러 선사 시대, 삼국 시대, 조선 시대 그리고 현재의 역사를 보듬어 안고 긴 여행을 마치게 된다.


검룡소을 따라 시작된 역사 여행은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으며, 그에 얽힌 전설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한시도 지루함이 없었다. 역사의 흔적이 담긴 문화재와 유적지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한강을 따라 가보는 여행도 뜻깊은 시간이 될 듯 하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을 수록하여 보는 즐거움도 더하는 신 나는 한강 역사 여행은 우리 역사를 보듬고 있는 한강을 주제로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데, 역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가는 역사 이야기가 즐거움을 줄 듯 싶다.

(사진출처: '지도 따라 굽이굽이 역사 여행 500km 한강'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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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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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뵤오~를 외치고 특유의 인상을 쓰며 쌍절곤을 휘둘렀던 이소룡,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바바리코트를 휘날렸던 주윤발은, 남자라면 이들을 따라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6살 차이가 나는 나의 막내 삼촌 역시 이들을 따라했다. (여자들은 한때 유행을 선도했던 김희선을 따라 하곤했다.) 이들을 따라했던 사람들 중에는 이들을 우상으로 삼아 배우가 되기를 꿈꾼 사람도 있을테고, 이소룡처럼 되고 싶어 쿵푸를 배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왠지 개그맨 이경규가 떠오른다). 누군가 말했다. 제2의 누구누구라는 호칭은 제1의 누군가를 따라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므로, 제2의 누구라는 호칭이 나쁜 것만은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렇게 제2의 이소룡, 제2의 주유발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은 꿈을 좇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 좌절을 맛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제2의 이소룡이나 제2의 주윤발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을 봐서는. 인생은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가혹하다. 제 2의 브루스 리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 브리스 리처럼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소룡을 흠모했던 평범한 사내들 중 하나인 권도운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야기는 주인공 권도운을 정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그의 조카 상구가 화자 '나'가 되어, 삼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끌어간다. 이소룡은,

산다는 것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본문 10p)

라는 말을 했다. 이소룡을 흠모하는 삼촌은 이소룡의 말처럼 바로 꾸역꾸역 순전히 살아내야 하는 삶을 보여주었다. 여기 삼촌의 삶을 제대로 표현한 글귀가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삼촌의 삶을 표현한 이 글은, 책을 다 읽은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표절과 모방, 추종과 이미테이션, 나중에 태어난 자 에피고넨에 대한 이야기이며 끝내 저 높은 곳에 이르지 못했던 한 짝퉁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말이다. (본문 11p)

 

권 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었던 농촌마을인 학촌에 삼촌이 등장한 것은 10여 년 전 가을, 삼촌의 나이가 여덟 살때였다. 동네에서 매우 신망이 두터운 어른이었던 할아버지의 서출로 단둘이 살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오갈데 없던 그가 친부를 찾아 온 것이었다. 이미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였지만, 할머니는 삼촌을 받아주었고, '나'에게는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삼촌이 생겼다. 함께 살면서 삼촌은 말을 더듬게 되었고, 흔히 말하는 눈칫밥을 먹었다. 그러던 삼촌은 이소룡에 열광했고, 이소룡처럼 무도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수련을 했다. 삼촌은 제2의 이소룡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삼촌을 사랑한 오순이의 헛된 욕망에 그의 꿈은 좌절되고 결국 서울로 도망쳐야했다. 중국집에서 배달원이 되었던 그는, 다시 한번 홍콩에서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 오디션을 보고자 했지만, 그의 꿈은 홍콩을 눈앞에 두고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단순히 꿈을 이루지 못한 좌절을 맛본 것은 아니었다.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그의 삶을 좌지우지했으며,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상구가 삼촌의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흘러가지만, 삼촌의 삶 뿐만 아니라, 삼촌을 둘러싼 인물들과 자신의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진다. 특히 삼촌을 우상으로 삼은 상구의 친구 종태의 삶 역시 녹록치 않았는데, 종재와 '나' 그리고 종태와 삼촌의 어긋난 삶 역시 볼거리다. 특히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은 애써 감추려하지 않는, 애써 미화하지 않으려는 표현력에 있다. 가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글은 맛깔스러움이 묻어나는데, 남성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유쾌함을 선사할 듯 싶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이소룡을 좇으려던 한 남자의 희극 혹은 비극이 되는 삶을 담아낸 이야기가 전부일까? 답은 NO다.

1권에서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후반을 사회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삼촌의 삶은 이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있으며, 역사적 소용돌이가 가장 심했던 이 시기의 정권이나 사회적 부조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권 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인 학촌은 관습을 꼬집는 장소적 배경이 되었고, 서출이라는 점은 편견을 꼬집는 그럴싸한 소재가 되었다. 또한 무도인이 되고자했던 삼촌의 경력 또한 편견의 한 장애물이 되었으니 그의 삶이 녹록치 않을거라는 것은 인물 묘사에서 이미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뿐인가. 조직원이 되고 싶은 도치, 삼청교육대의 교관이나 서 형사 등은 권력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삼청교육대와 광주민주화 운동 등 그 시대에 행해졌던 사건들이 주인공과 그들을 둘러싼 등장 인물을 통해 서술되어, 단순히 이소룡을 좇았던 한 인물의 삶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너무도 많다.

이 때문인지 이소룡을 좇는 삼촌에 대해 열거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중반부까지는 너무도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그 시대상을 배경으로 문제점을 꼬집어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살짝 지루하게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권에 대한 궁금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작가의 필력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삼촌의 삶에서 희극을 보고픈 독자로서의 바람 때문은 아닐까 싶다. 화자가 되는 상구, 그리고 종태의 새로운 모습 그리고 브루스 리가 되고픈 삼촌은 과연 어떤 삶을 보여주게 될까.

 

그것은 언제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으나 절대로 다가갈 수는 없었다. 허겁지겁 달려가면 저만치 멀어지고 다시 달려가면 그만큼 더 멀어지는 안타까움에 삼촌은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엄청난 상실감에 허겁지겁 담배를 찾아 급하게 빨아대곤 했다. (본문 3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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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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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그만큼 그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어필되고 있다는 의미일게다. 오히려 친숙한 이름이지만, 그의 작품은 내겐 너무 낯설다. 언젠가는 읽어보리라 생각했던 작품들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아직 그의 글맛을 맛보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그의 신작 소식은 내게는 특히 더 반가운 일이다. 이왕 그의 글맛을 맛보려면 신작이 더 맛나지 않겠는가. 그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원더보이>>라는 제목도 마음에 들었기에 책을 구입하는 것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왠지 원더우먼이 떠올랐기에 더욱 제목에 이끌렸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이었던 터라, 기대가 컸다. 일단은 읽는동안 참 많은 것을 곱씹어봐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묵직한 소설보다는 가벼운 소설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1980년 사회를 반영하는 내용과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체때문에 오랜시간에 걸쳐 책을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곱씹어본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나, 나와는 조금은 거리감이 있는 소설이다.

열다섯 살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먼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1980년 대를 살아가는 한 소년이 변해가는 사회의 물결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보고 배우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하면 좀 나으려나. 부족한 나의 표현력에 잠시 고개를 떨군다. 그냥 어렵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해두자.

 

1980년대 초에 나는 국민학교(책속 표현대로 초등학교라는 말 대신 국민학교로 하는 것이 더 나을 거 같다. 실제로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으니 말이다.)를 다녔다. 고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 했던 때였다. 한참이 흐른 뒤에야 80년대에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국민학생으로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벌어질 거야. 웃고 행복하다가 또 괴롭고 슬플 거야. (표지 中)

 

1984년, 열다섯 살 정훈은 시간이 멈출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곧 '원더보이'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트럭에서 사시사철 각종 과일과 열매 들을 파는 아빠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빠는 목숨을 잃었고, 정훈은 혼수상태에 빠진 지 일주일 만에 깨어났다. 정훈이 기억하는 아빠의 마지막 얼굴은 우주비행사처럼 밤거리의 불빛을 향해 나아가던 그 옆모습이었다. 이 사고로 아빠는 살해하는 임무를 띠고 남파된 간첩을 향해 돌진한 애국지사가 되었으며(그냥 그렇다면 그런거다.논리는 필요없다), 정훈은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간절하게 원한 탓에 기적을 일으켜준 희망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그리고 또하나, 이 사고로 정훈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얻었다.

결국 이 사고와 능력으로 정훈은 권대령에 의해 정치적 희생양이 되지만, 초능력자인 마스터 피터 잭슨을 통해 아빠의 에너지가 아직 자신과 연결되어 있으며, 엄마의 메시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돌아갈,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도망친다.

그 이후로 정훈은 저마다 상처와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껴 살아가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두 눈동자로 바라볼 때,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나 생생한 연극 같았다. 무공 아저씨의 말처럼 산은 더욱 산이 되고자 하고 물은 더욱 물이 되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인생에서 내가 할 일은? 그건 더욱 내가 되는 일이었다. (본문 159,160p)

 

1980년대와 현 2010년대는 너무도 다르다.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1980년대는 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고, 여기저기서 화염병이 터졌다. 불과 30년의 시간동안 세상은 너무도 달라졌다. 이는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투쟁, 죽음 등이 만들어낸 기적이라 말해도 좋으리라.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도 기적은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1천65억 개 중의 하나인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기적을 이미 갖고 있으니 말이다.

 

1천65억 개 중의 하나라는 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걸 뜻한다. (본문 309p)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던 정훈이 만난 사람들, 선재 형,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강토 형, 무공 아저씨와 재진 아저씨가 그랬듯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일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괴롭고 슬픈 어두움 속에서 헤매일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이 어둠이 빨리 걷히기를 바라며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 어둠이 있을 때 '기적'은 비로소 '기적'이라는 이름의 값어치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314p)

결국 슬픔과 아픔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하나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둠이 기적을 기적으로서 빛날 수 있게 할 수 있듯이.

 

책을 읽는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 이렇게 미약하나마 서평이라는 글을 쓰면서 조금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소년이었던 정훈의 성장과 맞물려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아가는 정훈을 통해, 평범해지고나서야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된 정훈을 통해, 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인식한다. 1천 65억 개의 하나인 개개인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것을.....우리는 개개인이 바로 '원더보이'라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원더보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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