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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왕따 일기 2 파랑새 사과문고 73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파랑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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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추천도서 목록 중에 <양파의 왕따일기>가 수록되어 있었고, 독서퀴즈대회의 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렇게 접하게 된 책은 지금 초등 2학년인 작은 아이의 학교 추천도서 목록에 여전히 올라있다. 이렇듯 <양파의 왕따 일기>는 아주 오랜시간 어린이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만 해도, 왕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대두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파의 왕따일기 2>>가 나온 현 우리 사회는 심각한 왕따 문제와 학원 폭력으로 몸살이를 앓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이 작품이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요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왕따를 소재로 한 동화는 우리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한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이 출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권에서 왕따를 당한 정선이가 전학을 간 일은 정화의 마음 속에 가시처럼 자리잡았다. 그렇게 정선이의 빈자리에 양다솜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러나 다솜이는 미희 눈 그물에 낚인 물고기가 되었고, 제 2의 정선이가 될 듯 싶었다. 정화는 자신처럼 책을 좋아하는 다솜이와 친해지고 싶었고, 미희에게 찍한 다솜이와 양파를 중재하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허나 여름방학의 시작과 끝으로 교실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방학동안 다솜이와 양파의 연숙이, 예진이, 소정이가 친해지면서 다솜이도 양파의 일원으로 추천되었으나 미희는 다솜이가 눈엣가시라 반대한다. 무조건 미희의 말만 따르던 아이들이 정선이의 일로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씩 어필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희가 주축이 되어 양파를 이끌어갔다. 허나 어쩐일인지 여름 방학이 끝나면서 연숙이는 많이 달라졌고, 다솜이가 양파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미희가 왕따가 되어 버렸다. 이제 미희는 양파에서 뿐만 아니라 반 전체의 왕따가 되고야 만다.

 

정말 연숙이 말대로 미희는 당해도 싼 것일까? 갑자기 도토리를 몽땅 빼앗긴 다람쥐 신세가 된 미희를 바라보니 머리가 벌침에 쏘인 것처럼 쑤셔 왔다. (본문 75p)

수업 시간 내내 친구 맞느냐는 미희의 외침이 내 머릿 속에 메아리쳤다. 미희 말대로 내가 아니 우리가 그렇게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본문 84p)

 

 

 

미희가 한 짓이 괘씸했던 아이들이 미희에 대한 왕따 정도가 심해지면서 정화는 정선이 일로 앞으로는 왕따 안 시킬 거고, 그런 친구가 있음 내가 손 내밀어 주겠다고 다짐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미희가 뿌린 것을 거두고 있는 생각이 들었고, 섣불리 미희에게 손 내밀면 미희처럼 왕따가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정화는 미희가 쓴 '숨이 턱턱 막혀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다, 정선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내가 죽으면 그때는 엄마 아빠가 날 보러 비행기 타고 오실까?' (본문 107p) 라고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미희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미희와 양파 사이의 중재 역할을 쉽지 않았고, 결국 담임 선생님까지 알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명 인간 놀이'가 시작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내몰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의 말씀대로 한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게 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알았다. (본문 167p)

 

 

 

<<양파의 왕따 일기 2>>에서는 1권에서 왕따를 주도했던 미희가 순식간에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가 되어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했을 정선이를 생각하게 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어봄으로써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롤링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그동안 찾아보지 않았던 친구들의 장점을 보는 방법을 배운다.

 

상대의 장점을 더 많이 바라봐 줄 수 있는 긍정적 시선이 더 소중한 거였다. 물론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본문 159p)

 

점점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 그 해결의 실마리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었다. 사실 요즘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너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다, 그 해결책마저도 너무 일관적인 탓에 <<양파의 왕따 일기 2>>는 다소 식상한 결말로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인 고통이 잘 묘사되고 있어 여타의 작품과는 차별화 된 듯 싶다. 덧붙히자면, 경쟁구조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른들로 인해 이기심과 경쟁심을 앞세우게 되는 것을 질책하고 있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맡이 갖게 되었다. 왕따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안타까움은 더했는데, 성적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인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양파의 왕따 일기><<양파의 왕따 일기 2>>는 씁쓸하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시리즈가 출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참 마음이 아프다.

 

(사진출처: '양파의 왕따 일기 2'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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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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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인데다 독특한 제목과 표지로 몇해전 이 작품을 눈여겨 보았던 터라,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는 묘한 행복감,만족감을 느꼈다.

120여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 페이지마다 가득한 삽화와 짧은 글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구성이었는데, 이 짧은 글 속에 '사랑'에 대한 많은 것을 함축시켜 놓았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

이 작품은 사랑을 신비감을 주는 듯한 삽화와 이야기로 담아냈는데, 내전과 종교적 갈등 등의 시련과 고통,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작품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더욱 크게 와닿는 듯 하다.

 

 

 

어느 날 저녁, 작은 별 하나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거대한 우주 속에서 길을 잃고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라는 도시에 떨어졌다. 너도나도 별을 가지려했지만, 그 별은 베오그라드의 한 병원 분만실에 자정 무렵 태어난 싸냐라는 여자아이의 왼쪽 무릎에 살포시 내려앉아 이내 작고 귀여운 점으로 변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바냐라는 사내아이도 태어났다.

바냐는 눈같이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싸냐에게 첫눈에 반했다. 이들은 병원을 나와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우연히 시소를 타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늘 함께했고, 바냐는 싸나에게 아내가 되어달라는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내 아내가 되어 주겠어?"

"응!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나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니?"

"그럼! 맹세하고말고!"
"그건 매우 중요한 거야. 왜냐하면 말이지, 네가 만약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면 난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난 네가 사랑하는 그때까지만 살 수 있을 것 같아." (본문 45p)

 

하지만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의 결혼 생활은 바냐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른 여자에 대해 은밀한 생각을 가질때마다 싸냐의 키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작아지고 작아져 결국 싸냐가 사라져버릴 때까지.

 

 

 

바냐는 싸냐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걸어 다닙니다. (본문 111, 117p)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땅바닥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잃은 버린 후에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아간다. 사랑없이는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서 자라고, 사랑을 통해서 행복함을 느낀다. 헌데 요즘 이 사랑에 진정성이 사라져버렸다.

쉽게 만나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방식이나, 사랑보다는 조건을 내세운 결혼, 쾌락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에 관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랑이 너무 퇴색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태어나서는 오랜 시간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았고, 자라서는 친구와의 우정으로 사랑을 배우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랑으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아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오랜시간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 있지만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싸냐를 통해 미약하나마 사랑의 정의를 내려볼 수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바냐를 원망하지 않고,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였던 싸냐의 모습은 바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기에.

 

괴롭힘으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 가족의 해체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이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었지만 천륜을 거스르는 자식들, 아이들에게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르는 부모들...사랑이 사라져가는 세상의 각박함이 너무도 무섭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땅바닥만 바라보며 찾고 또 찾기보다는,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행복하지 않을까? 옮긴이의 말을 빌어 말해본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때라고.

 

(사진출처: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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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놀 청소년문학 14
로즈 임피 지음, 서민아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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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발칙한(?) 제목에 이끌린 작품이다. 도대체 이 가족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엄마를 '그 여자'라고 칭하게 된 걸까? 포크레인에 앉아있는 엄마를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는 소년의 모습을 담은 표지가 심각성을 느끼게 하지만, 왠지 코믹함도 묻어난다. '가족애'는 굉장히 흔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사춘기 딸을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 엄마와 자녀의 문제를 다룬 작품에는 늘 마음이 끌린다.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는 그런 의미에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열세 살 조던 기본스는 집에서 1.5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곳에서 땅속 2미터 아래 상자에 사는 엄마가 걸어온 전화소리에 깨어났다.

'설사 무슨 문제가 생긴다 한들, 이 이상 더 큰 문제가 어디 있겠어.' (본문 9p) 조던에게는 산 채로 땅에 묻힌 엄마의 문제가 너무도 심각했다. 엄마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오래 전 수립했다가 빼앗긴 '구덩이 속에서 오래 버티기' 세계신기록을 다시 되찾기 위해 땅 속에서 살고 있다. 세계 신기록 갱신을 코앞에 두고 있어, 아빠와 형은 엄마를 심란하게 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한 터라, 조던은 엄마에게 따지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또 눌렀다.

엄마가 땅 속으로 들어간 이후 조던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학교에 지각하는 것은 물론이요, 학교 생활도 엉망이 되었고, 성적은 점점 떨어졌으며 썩는 냄새가 폴폴 나는 옷을 입고 다녀야했고,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족 어는 누구도 신경 써주지 못한 탓에 습진은 도져버렸다. 무엇보다 엄마가 없는 허전함을 달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조던이 엄마가 없는 허전함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어린 강아지 젯을 키우게 했지만, 조던의 정신을 쏙 빼놓는 젯이 그 허전함을 채워줄리 만무하다.

 

산 채로 땅속에 묻히겠다는 엄마를 둔 애는 몇이나 될까? 그것도 기껏 기네스북에 오르겠다는 이유로, 외할아버지가 30여 년 전에 세운 그 한심한 기록을 되찾아보겠다는 이유로! (본문 15p)

 

엄마의 세계 신기록 도전을 반대한 누나는 할머니 집으로 가출을 했고,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상황 속에서 조던을 위로해주는 것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즐기던 낚시였다. 낚시터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던 시간을 추억하는 일은 조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조던은 생활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마저도 엉망이 되었는데, 엉망이 된 자신의 생활이 엄마의 한심한 도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엄마에 대한 원망이 점점 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던은 18일이 남은 순간부터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엄마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사실 조던의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힌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엄마는 도채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에 그토록 오랜 시간을 들인다는 사실. 엄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건 바로 그런 사실들 때문이었다. (본문 113p)

 

이렇게 엄마를 원망하지만, 조던은 엄마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고 있다. 그 동안 엄마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는 사실도.

10일 후면 상황이 종료됨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위험때문에 엄마의 도전이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끝까지 목표를 채우려 한다는 사실 그리고 오히려 그 기간을 연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던은 더욱 힘들어졌다. 결국 엉망이 된 상황은 조던을 조여오고, 결국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조던의 감정이 터지고 만다.

 

......하루하루 사는 게 엄청 재미없고,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다 끝마쳤을 때, 지금 이 과정이 꼭 토할 때와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말을 하는 동안 끔찍하고 괴로웠지만, 모두 다 게워내고 나면 한 결 편안해지는 것처럼 말을 다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본문 299p)

 

가족애를 다룬 많은 작품에서 내놓는 결론은 바로 '소통'이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었던 엄마의 부재,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는 아빠, 강압적인 형으로 인해 조던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친구 아난드. 마틴과의 관계도 얽혀버린 탓에 조던은 철저히 외로워진다. 그것을 모두 엄마의 부질없는 신기록 수립 탓으로 돌려버린 마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마침내 조던이 힘들고 지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을 때 가족은 더 가까워졌다. 가족간의 갈등 그리고 화해라는 주제는 사실 너무도 진부하고 뻔한 결말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감동과 유쾌함을 전달하는데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는 엄마의 세계 신기록 수립이라는 다소 엉뚱한 소재로 그 진부함을 털어낼 수 있었던 거 같다.

엄마는 2미터의 땅 속에 있었고, 이들은 파이프나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핸드폰을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했다. 이 2미터라는 거리는 가까운 가족간에도 서로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여기서 보여주는 소통의 도구는 가족간의 소통의 한계를 비유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추측해본다.

 

조던 외에도 그의 친구 아난드와 마틴 역시 서로 다른 가족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처럼 가족간에는 크고 작은 갈등을 갖고 있으며,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너무도 가까운 사이라고 서로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서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사춘기를 겪은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딸이 원하는 바를 잘 알지 못하고, 딸 역시 엄마가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작은 오해가 큰 갈등을 빚을 수 있음을, 그렇기에 지금 사춘기 딸과 나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임을 너무도 잘 일깨워 준 작품이다. 다소 엉뚱한 소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못했지만, 그 엉뚱함 속에 진부한 소재를 웃으며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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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리 - 제1회 한우리 문학상 대상 한우리 문학 높은 학년 1
최은순 지음, 장호 그림 / 한우리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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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네이버지식사전')

 

방구리, 물을 길어 나르거나 음식물을 담아두는 동이모양의 작은 오지그릇으로, 양쪽에는 손잡이가 붙어 있고 뚜껑은 없으며, 크기는 물동이보다 약간 작다. 이러한 모양의 방구리는 질그릇으로 된 것도 있고, 오지그릇으로 된 것도 있다. (네이버 지식사전 中)

70년대 중반에 태어난 나에게도 '방구리'라는 단어가 생소하여 검색 후 사진을 보며 아~이걸 방구리라고 하는구나, 하며 아이에게 알은 체를 해보았다. 요즈음 가정에서 방구리를 쓰는 일은 거의 없지만, 식당에 가면 작은 방구리를 쓰는 곳을 종종 볼 수 있어, 이름은 생소하지만 쓰임새와 모양은 그다지 생소한 그릇은 아니다.

"구름아, 우리 엄마 어딨냐?" 책 띠지에 쓰여있는 글귀에 솔깃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엄마가 된 후 가족애를 소재로 한 작품에는 더욱 마음이 쏠린다.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제1회 한우리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 <<방구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가족애만을 다룬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그 외에도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그릇 방구리의 우수성과 제작과정 그리고 산업개발로 인한 병폐 등을 개성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인공 길수가 사는 마을은 1975년을 배경으로 한, 질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점말'이다. 길수가 태어나기 전에는 산에 칡이 많아서 '칠울'로 불리었다가 옹기 마을로 유명해진 다음부터는 점말로 불리었다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점말은 저자가 태어나 자란 고향이고 아버지가 질그릇을 만들고, 엄마는 질그릇을 내다 파는 일을 하셨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런 저자의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정이 책 속 녹아들면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어 눈 앞에 점말이 펼쳐진 듯 했다.

 

"할머니, 그런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왜 질그릇만 만들면서 살게 됐어요?"

"언제 적부턴지 모를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질그릇을 만들며 살아온 동네란다. 할미가 시집왔을 때도 모두 질그릇을 만들고 있었제. 집집마다 물레 돌리는 일만을 대대로 물려받아 살다보니 가난도 대물림이 된 게야. 만호네 말고는 논, 밭이 없어서 오직 그릇 만드는 기술이 밥줄인걸." (본문 36,37p)

 

 

 

달랑 일곱 집뿐인 마을에서 이제는 다섯 집만이 질그릇을 만든다. 일찌감치 물레 일을 물려 받은 길수 아버지는 말을 더듬는 탓에 정신이 조금 모자란 베필을 만나 길수와 동생 분이를 낳았다. 길수 엄마는 일찍 부모를 잃고 고아처럼 자란 사람이었는데, 크고 작은 방구리를 잘 만들었으며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알았고 부부금실도 참 좋았다. 헌데 할머니를 대신 그릇을 팔러 다니던 엄마는 요즘처럼 찔레꽃이 한창이던 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먹고살기 위해 질그릇을 팔러 다녔지만, 많이 늙으신 탓에 길수는 학교를 그만두고 그릇을 팔러 다니게 되었다.

길수는 방구리를 보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간직했고, 할머니와 함께 이 마을 저 마을로 그릇을 팔러 다니면서 엄마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도 했으며, 학업을 마치지 못했던 의기소침했던 마음 대신에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고치고 싶은 성격이 있으면 처음 한 번은 용기가 필요해." (본문 40p)

 

한편 3년 전인 1972년 이 마을에 전깃불이 들어오더니, 이제는 읍내에 멜라닌 수지 공장이 생기게 되었다. 마을에서 제일 잘사는 만수 아버지의 권유로 사람들은 이제 잘 팔리지도 않는 질그릇 대신에 예쁜 플라스틱 그릇을 만드는 공장에 다니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고집스럽게 질그릇을 만드는 길수 아버지를 나무라기도 했지만, 공장에 다니던 만수 아버지가 공장 병이 생기고, 플라스틱 그릇의 해로움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다시 물레 앞에 앉으려한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길수를 학교에 보내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 손주에 대한 애틋함, 쌀밥을 먹고 싶어하는 동생 분이에 대한 안쓰러움 등 길수네 가족이 서로를 감싸안은 푸근함에 내 마음도 따스해졌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방구리'에 대해 알게 된 것에 대한 즐거움이 상당히 컸는데, 질흙에 박힌 왕모래나 지푸라기 같은 거친 것들을 걷어 내는 일을 하는 '깨끼질'을 하는 건아꾼, 질밭의 흙을 파서 흙이 불도록 물을 부어 놓는 수비꾼, 물에 하룻밤을 재운 흙을 넓은 마당에 펼쳐 놓고 햇볕에 말리는 일을 하는 '생질꾼' 등 생소하면서도 친숙한 느낌을 주는 방구리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단어를 알아가는 재미와 유익함이 있다.

 

"방구리에 밥을 담으면 질밥통에 넣어 둔 밥처럼 한참 지나도 금방 한 밥처럼 맛있느니라, 질그릇을 그렇게 오래 썼어도 몰랐는데 네 엄마가 일러 줘서 깨닫게 됐지 뭐냐. 엄마가 시집와서는 쓰던 사기그릇을 다 없애고 방구리로 죄다 바꿨다." (본문 42p)

 

잊혀져가는 아니,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방구리를 소재로 하여, 질그릇의 우수성과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주면서 옛 것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았다.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켰고, 삶의 풍족함과 여유로움을 가져왔지만 그에 따른 병폐도 있었는데, 1975년 고요했던 점말에 불어온 변화는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생겨난 이기심과 삶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공장 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은 많아도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다는 마음만은 그대로였다. 그사이 동네 사람들도 많이 변했다. 질그릇을 만들며 살 때는 호박죽이나 팥죽 등 음식을 만들면 먹어 보라고 정을 내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공장에 다니고부터는 너도 나도 시장을 봐 와서 각자 만들어 먹곤 했다. (본문 130p)

 

 

 

<<방구리>>는 우리 전통 그릇을 소재로 하여 끈끈한 가족애와 학업중단으로 의기소침했던 길수가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화 속에 사라져가는 질그릇의 우수성을 녹아냄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조상의 지혜로움을 일깨우고, 1970년대 점말에 불어온 산업의 발달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산만하지 않은 탄탄한 구성력은 이야기에 몰입도를 높여주는 듯 하였고, 다소 어두운 주제에도 침울하지 않은 것은 경험에서 녹아든 점말의 아름다운 묘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희망을 갖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길수는 독자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요,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자연의 푸근함을 느껴지는 삽화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리라. 짧은 글 속에 많은 것을 담아낸 <<방구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시사하는 바는 작품에 대한 긴 여운을 제공한다.

 

(사진출처: '방구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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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들려주는 대장부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5
임옥균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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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에 푹 빠져있는 나는, 철학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중 이다. 사실 철학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까다로운 분야인데, 이시리즈를 만나고 난 뒤에는 철학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게 되었다. 초등전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라 쉽게 설명했다는 장점도 있지만, 철학이 무엇인가를 무조건 알려주기보다는 동화적 스토리를 통해서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는 데 더 큰 의의를 둔 시리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읽어보게 된 다섯 번째 이야기는 <<맹자가 들려주는 대장부 이야기>>로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이자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사상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맹자처럼 세 번을 이사하게 된 철구네 가족은 이번에 철학대학교 앞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시장 통에서는 장사꾼 흉내를 내었다가, 코딱지만 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에서는 곡소리를 흉내내었다가 '맹모삼천지교'의 주인공인 맹자처럼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이사를 통해 철학대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3년이나 돼는데도 취직을 못하고 오로지 지하 단캉방에서 책만 읽으면서 사는 괴짜 형님과의 만남을 통해 철구는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사상가인 맹자를 알게 된다.

철구의 아빠는 철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철구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 탓에 철구는 유명해져서 아빠가 자신을 쉽게 찾기를 바라는데, 괴짜 형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열심히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가야, 무슨 일이든지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야 한다. 중간에 그만 두면 엄마가 잘라 버린 이 베처럼 쓸모가 없게 되는 법이란다. 네가 공부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 결국은 공부도 완성하지 못하고 훌륭한 사람도 되지 못한다. 그러니 앞으로 부지런히 공부를 하기 바란다.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사람 키의 아홉 배를 파덨라도 물이 나올 때까지 파지 않으면 소용없다. (본문 33p)

 

여름방학을 맞이한 철구는 괴짜 형님이 배고픔을 빵을 훔쳐먹고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괴짜 형님을 구할 방법을 모색하는데, 자신의 꿈에 나타난 맹자의 환영을 통해서 그 방법이 책 <맹자>에 있음을 알게 되고, 맹자의 사상을 이용해 괴짜 형님을 구하게 된다. 이후 철구는 괴짜 형님에게 철학을 공부하게 되고, 인간은 본래 착하다는 성선설과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다는 네 개의 덕인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배우게 되며, '호연지기'를 배우게 된다.

철구로 인해 대통령 후보가 된 괴짜 형님은 맹자의 사상을 토대로 순식간에 인기를 얻게 되고, 사람들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생각이 되는 맹자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호연지기는 의를 행함으로써 기르는 것이다. 의를 행하는 것을 집의(集義)라고 해. 그러니 아무리 호연지기를 기르겠다고 수십 번 말해도 행동을 하지 않으면 길러지지 않는단다.

그 기운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니, 올바른 행동으로 길러서 해치지 않으면 천지 사이에 꽉 차게 된다.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는데, 자기의 마음속에 만족이 없다면, 그 기운은 줄어든다. (본문 131,132p)

 

대장부란, 큰 뜻을 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을 말하며, 자신이 원하던 뜻을 이루더라도 결코 잘난체하거나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또 뜻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비굴해지지 않아야 한다. <<맹자가 들려주는 대장부 이야기>>는 괴짜 형님과 그의 제자 3인방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통해 대장부의 의미와 호연지기에 대해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맹자> 책은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전쟁을 그치고 백성을 잘살게 만들까를 고민하면서 쓴 책이라고 한다. 괴짜 형님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활동하는 내용은 이런 맹자의 사상을 잘 드러내게 해주는 부분이었는데, 대통령 임기가 얼마남지 않아 정치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맹자의 이런 사상으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정치를 하는 인물이 당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힘을 바탕으로 한 패도정치가 아닌, 덕을 바탕으로 한 왕도정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맹자가 들려주는 대장부 이야기>>는 맹자 사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동화적 스토리를 통해서 까다로운 철학으로의 접근이 아닌 드라마틱한 소재를 통해 맹자 사상을 이해하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맹자가 이야기한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사랑, 옮음, 예의, 지혜는 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이 작품은 맹자의 사상을 너무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 철학과 중국 고시대의 사상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시리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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