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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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처럼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는 없다. 여자에게 엄마는 더더욱 그러하다. 결혼 전에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 라는 애증이란 감정이 더 컸지만, 결혼한 뒤에야 엄마는 온전한 울타리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엄마를 잃은지 9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엄마는 애달픈 존재가 되고 말았다. 딸이었지만, 엄마가 된 나와 같은 여자 입장에서 엄마라는 단어는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갖게하는 대상이 된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나는 세상 천지에 나 혼자가 된 듯한 느낌으로 너무도 많은 울음을 토해냈지만, 남동생은 왠지 담담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문득문득 복받치는 감정 때문에 울컥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남동생은 어느새 현실의 삶에 충실한 듯 싶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말라. 동생 역시 엄마의 죽음에 굉장히 슬퍼했으니. 다만 감정을 표현하는 자체가 달랐을 뿐이다. 물론 그 당시 그런 감정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나, 이 작품을 읽은 지금에서야 그 슬픔이 얼마나 묵직했음을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많이도 울었다. 그런데 김주영 작가가 쓴 <<잘가요 엄마>>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남자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어떤 느낌일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처럼 복받치는 오열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묵직한 슬픔은 존재했다.

 

"내려오셔야 하겠습니다."

새벽 세시에 걸려온 전화가 예사로울 리는 없었다. (본문 7p)

 

엄마의 부음을 알리는 이복 동생의 전화를 받은 후, 요란했던 전화벨소리에 청각이 마비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진 그는, 조금씩 기억의 파편을 모아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고집이 쎘던 어머니는 당신의 시간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갔는데, 어머니가 타고난 지지리도 못난 팔자를 당신 자신이 짊어지고 살아온 내력이 은연중 몸에 밴 탓일 것이리라. 집에서 이십킬로미터 이상을 벗어난 적이 결코 없는 어머니는 이십오 년 전 아들이 서울 아파트에 입주한 첫해의 늦여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울에 다녀갔던 날을 떠올렸다. 버릇없는 손주, 소원한 며느리와 지내다 이른 새벽에 함께 올라온 동생과 조심스레 내려가신 어머니.

 

아직도 잠이 덜 깬 내 이마에 어머니의 차가운 손이 가만히 내려와 얹혔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간혹 내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던 어머니의 손바닥은 더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는 기억은 가슴속으로 뭉클했다. (본문 22,23p)

 

여행을 떠나고 없는 아내와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고, 애당초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 시신을 염습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부음 소식을 듣고도 열여섯 시간을 하는 일 없이 보내고 말았다. 이튿날 새벽녘이 되어서야 H시에 당도한 그는 아직 입관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우에게 화를 낸 후, 어머니의 시신이 연소실로 들어가기 전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허나, 그는 연소실로 되돌아 온 후에야 비로소 눈물이 쏟아졌다.

 

연소실로 돌아온 나는 햇볕이 드는 벽 아래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꺼내물었다. 비로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먼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제 할 수 없이 흘러내린 눈물이 입에 문 담배를 적셨다.

"엄마."

....아우의 전화 통기를 받고 서울을 떠나온 이후 비로소 흐릿하고 아득하게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지금처럼 애간장을 태울 만큼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적은 없었다. (본문 74p)

 

풍광이 좋은 곳에 유골을 뿌린 곳은 초등학교 사학년 가을소풍 때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아버지의 부재, 월사금 한 번 내지 못했던 가난은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이제 그는 아우의 손에 이끌려 하나둘 돌아보게 된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품팔이를 하는데도 두 식구가 끼니 걱정을 그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알 수 없었던 이유들이 어머니가 죽은 뒤에야 퍼즐이 하나둘 맞춰지면서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재혼으로 절망감에 치를 떨며, 어머니를 미워하며 아파했던 자신의 어린시절에도 어머니 안중에는 자신밖에 없었음을 그는 비로소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의 과장과 속임수는 그 발단이 어머니를 증오하는 데서 비롯되었고 증오가 깊어갈수록 이상하게 가슴속은 편안했다. (본문 200p)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어머니가 밉살스러웠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속을 썩으면 썩을수록 쾌감을 느낄 만큼 어머니가 싫었지만...(본문 219p)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미움 속에서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 겪은 고통과 상처를 그는 고향의 모든 이들과의 단절로 풀어내려 했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던 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퍼즐을 완성해나가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듯 보였다.

사람은 어리석은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한 줌 먼지가 된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비로소 부드럽고 따뜻했던 기억을 그리워할 줄 아는, 뒤늦은 후회로 땅을 치며 후회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어머니와 고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그것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머니가 살았던,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던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찾았으니 말이다.

 

결국 우리 인생에서 남는 것은 혼자 가만히 앉아 있으려면 딱히 누구랄 것도 없이 막연하게 그리움이 있다는 것, 그 한 가지뿐이라는 것이다. 채우지 못한 무엇이 있어서겠지. (본문 266p)

 

'엄마'라는 소재는 진부하지만,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소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은 없었지만, 묵직하게 내려앉은 슬픔이 오히려 더 큰 슬픔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엄마를 보낸 지 9년이 지난 지금은, 울컥 복받치는 감정에서 무뎌졌다. 그러나, 주인공이 연소실에서 비로소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엄마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그날을 떠올리면서 눈가가 촉촉히 적셔졌다.

 

"잘 가요, 엄마."

안개처럼 씨앗처럼.....한평생 무겁고 가혹한 삶의 중력에서 벗어날 날 없었던 어머니는 결국 한줌의 먼지였다.....그렇게 해주 최씨였던 어머니는 끼닛거리 마련에 평생을 박해받은 이승에서 처연하게 소멸되고 말았다. (본문 88,89p)

 

자신을 향한 미움, 분노, 증오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중에는 끝내 자식밖에 없었던 박복했던 어머니의 삶이 진부하지만, 처연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이 세상 모든 누군가의 어머니들의 삶은 늘 그렇게 진부하지만, 늘 그렇게 처연하고, 또 그렇게 아름다운 존재임을 김주영 작가의 필체로 묵직하고 담대하게 적어내려 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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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자왕은 백제를 망하게 했을까? - 의자왕 vs 김부식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10
양종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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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라이벌을 법정에 세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도록 이끌어주는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시리즈는 원고와 피고 그리고 역사 속의 다채로운 인물들이 증인으로 등장하면서 흥미롭게 진행되는 역사 이야기이다.

역사는 승자 중심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전해 오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로 우리나라 고대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역사서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고 있는 『삼국사기』가 역사의 승자였던 신라 중심으로 쓰여진 다분히 편파적이었다고 평가가 되고 있다.

물론 『삼국사기』가 우리나라 삼국 시대의 역사와 지리, 문물, 제도, 인물 등에 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새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 준다(본문 50p)는 의미에서 우리 역사의 보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로서의 역사가 아닌 기록으로서의 역사였던 『삼국사기』의 기록이 모두 사실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삼국사기』에 기록된 역사 속 패자에게는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으리라. 그 억울함으로 김부식을 소송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백성을 돌보지 않은 채 그저 여자와 술만 즐기며 왕위를 누린 방탕하고 무책임한 임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의자왕이다.

 

<<왜 의자왕은 백제를 망하게 했을까?>>에서는 백제의 제31대 왕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나라를 망친 술주정꾼에 3천 명이나 되는 궁녀들과 놀아난 음탕한 인간으로 만든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을 사실을 왜곡한 공문서 유조죄와 명예 훼손 혐의로 고발하게 된다.

재판 첫째 날은 『삼국사기』가 승자의 기록인지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삼국사기』가 과연 어떤 책일까?에 대해 심층분석한다. 원고 김부식은『삼국사기』는 개인적으로 편찬한 책이 결코 아니며, 고려 제17대 왕인 인종의 명을 받아 자신을 포함한 11명의 학자가 편찬에 참여했으며, 독단적인 서술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헌에 전하는 기록들을 모아서 재구성한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한다. 이에 증인인 김유신은 『삼국사기』는 고구려나 백제 사람보다 신라 사람에 대한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의도적이었다기보다는 신라보다 고구려와 백제가 일찍 망해 자료들이 없어진 탓에 정보부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흑치상지는 후삼국 시대의 인물을 신라인 39명, 고구려인 8명, 백제인 4명만을 기록했음을 감안할 때 신라인에 대한 김부식의 애착을 엿볼 수 있다고 증언한다.

 

이어 둘째 날은 의자왕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삼국의 국제 정세와 의자왕이 신라를 공격한 이유 등을 통해 의자왕이 실제 어떤 정치를 했는지 알아간다. 피고측은 봄 가뭄으로 백성이 굶주렸다거나 태주궁을 화려하게 수리했다는 기록, 의자왕이 궁녀들과 음탕하게 지내며 술을 마시고 놀았다거나 왕의 서자 41명을 좌평으로 임명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내세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 없으며 결국 백제말기의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무능한 통치자로 결론을 낸다.

그러나 원고 의자왕은 중국의 역사 기록을 찾아보면 예로부터 패망한 나라의 마지막 임금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망한 나라의 마지막 임금들을 사치와 향락에 빠진 군주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백성은 가뭄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또는 전쟁 등으로 고통을 겪는다는 왜곡된 사실이 많으며, 하늘의 명령에 의해 나라가 바뀐다는 중국의 천명(天命) 사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표명하면서 『삼국사기』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사실과 다른 기록들을 받아들였음을 밝히고, 뒤이어 셋째 날 백제 멸망이 의자왕의 탓이었는가를 둘러싼 공방으로 치열했던 법정이 마무리된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판사가 되었다면 어떤 판결을 내리고 싶은가? 그동안 우리의 역사교육은 신라나 중국 등 승자 중심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삼국사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정의롭고 자애로운 임금'이라는 뜻을 가진 의자왕이 저평가 된 것에 대해 반론을 논문을 통하여 줄곧 제기해 왔다는 저자를 비롯 많은 역사학자들을 통해 역사의 진위를 계속 밝혀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삼국사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변함이 없는 사실이지만,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하지 않을까. 역사의 진실에 대한 올바른 역사 교육을 통해 중국이나 일본에서 자행되고 있는 역사의 왜곡에 보다 떳떳하게 우리의 주장을 펼칠 수 있을 때, 현 독도 문제와 같은 억울한 일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에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은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며,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진실만을 기록하려 해도 역사가 역시 사람인 이상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겠지요. 개인적인 감정 또는 선입관, 어쩔 수 없는 능력의 한계, 사회 환경이나 시대 분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역사가들의 입장은 서로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역사가들이 쓴 역사책 속에서 진실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역사책을 읽을 때 우리는 항상 이러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본문 39p 증인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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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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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서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너무도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라 저자의 신작<<바람을 뿌리는 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기대를 가졌던 작품이다. 저자에 대한, 작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도 컸던 탓일까?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으며 중반부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후반부에 들어서서야 조금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전반적으로 책에 대한 흡입력은 전작에 비하면 다소 떨어진다.

 

"윈드프로는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위조된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그건 저희가 직접 의뢰한 두 건의 평가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생 동식물 보호 지역이었던 숲을 파괴하고 그곳에 서식하던 야생 햄스터 떼를 멸종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본문 88p)

 

풍력에너지 개발회사 윈드프로와 윈드프로의 풍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대립을 통해 저자가 환경문제에 대해 어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는 단지 소재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비중이 약했으며, 대신 욕심 앞에서 진실은 무의미하며 돈 앞에서는 그 어떤 극악무도한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촛점을 맞추어 놓았다. 특히 선과 악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를 통해서 인간의 양면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돈, 결국 또 돈 때문이로군." (본문 570p)

 

윈드프로의 경비원이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원드프로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 피아는 윈드프로의 사장인 파이센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곧이어 풍력발전소 건립의 핵심이 되는 땅을 소유한 루드비히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땅에 욕심을 낸 루비드비히의 세 자식과 윈드프로와의 마찰로 회사를 그만둔 재니스 등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용의자에 대한 윤곽이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았을 무렵, 루드비히의 거액의 땅이 형사 보덴슈타인의 아버지에게 남기지면서, 보덴슈타인이 사건에 연류될 뿐만 아니라, 비밀스러움을 감추고 있는 등장인물에게 사사로운 감정까지 갖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정말 그저 복잡할 뿐이다.

 

<<바람을 뿌리는 자>>를 읽는동안 몰입하기 힘들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너무도 많은 등장인물에 있었다. 특히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추리하는 맛'을 느끼기에 용의자의 수가 너무 많았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이었을 때의 반전이 주는 희열이나 추리한 인물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짜릿함을 느낄 수 없었던 수많은 용의자들로 인해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퍼즐이 맞춰져갈 때의 후련함은 있었으나,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나 반전은 다소 빈약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2009년 5월 11일 월요일을 시작으로 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된 이야기와 1997년 9월을 시작으로 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소개된다. 얼핏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두 개의 이야기가 후반부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사건의 맥락이 잡혀가는데, 아쉬운 점은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어가면서 그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아나카의 이야기가 흐지부지한 결말로 끝났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에 대한 설정도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마르크에 대한 설정이 너무 아쉽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환경문제를 소재로 내세우면서도 이 부분을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움 점에 추가해야 할 거 같다.

기대를 하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바람을 뿌리는 자>>를 통해서 너무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이 가진 양면성처럼 말이다.

 

"바람을 뿌리는 자는 폭풍을 거두는 법입니다!" ( 본문 331p)

인과응보라고 했더가. 욕심 앞에서 철저히 진실을 외면하는 인물과 바람을 뿌리면서 거대한 폭풍을 거둬들이게 된 인물을 통해서 사람답게 사는 법이 무언가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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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셋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2.9.9~201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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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세 편식 걱정 없는 매일 아이밥상- 성장기 두뇌발달에 좋은 레시피 134
김윤정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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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콜렉터 : 시간을 찾으면 인생도 찾는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명진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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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법전사 헤르메스 1 : 사라진 코델리아
제프 리 시나리오, 프레데릭 필로 그림, 장영준 영어콘텐츠, 하얀날개스튜디오 기획.제작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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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아저씨네 축구단
김하은 지음, 유준재 그림, 조광제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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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 세계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하는 희망의 초대장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4
류태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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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애국심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를 볼 때,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 그리고 한국인이 외국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을 때이다. 내가 인정받은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러움이나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박지성, 박찬호, 박세리, 양학선, 조수미, 강수진, 장영주, 반기문총장, 지휘자 정명훈 그리고 요즘 말춤으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싸이까지...그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다~!! 라는 뿌듯함.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이들은 어떻게 지금 그 자리에 올라섰을까? 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들의 생활모습, 그들의 마인드 그리고 실패와 실패를 이겨낸 방법과 부모인 나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부모가 해 준 역할이 무엇인가에도 큰 관심을 갖는다.

명진출판에서 출간되고 있는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잘 풀어낸 작품이다. 이들의 성장배경이나 사고방식, 실패를 딛고 이겨냈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반기문 총장의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2>에 이어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이다.

나는 클래식에 문외한이고, 내 아이들이 클래식을 전공할 것도 아니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음악을 알고자 함이기보다는 그를 통해서 리더쉽과 열정 그리고 인생을 배우고자 함이기에 세계인의 마에스토로인 그의 삶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휘자는 많게는 1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편성되는 대악단을 통솔하고 책임지는 존재로 그만큼 리더십의 필요하다. 정명훈은 한국이 아닌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지휘하면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기에, 그의 삶이 어찌 우리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음악의 비밀을 찾아서, 음악의 비밀을 알아낸 마에스트로로 나뉘어진 그의 총 7장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의 어린시절 성장배경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를 항상 응원하는 어머니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의 어머니는 정명훈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피난길에 오를 때도 아이들을 위해 무거운 피아노를 가지고 다녔던 그녀의 열정을 자식들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나보다. '어머니의 존재감이 내 음악의 탯줄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그녀의 존재감이 가히 정명훈을 능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머니의 존재감만으로 그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가 된 것은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도 있었지만,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더욱이 형제 셋이 모두 줄리어드에서 공부하였고,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다고 했지만,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자 조건이 좋은 학교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그의 모습 또한 독자들에게는 좋은 지침이 된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믿음과 희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명훈네 가족은 희망이 있었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타고난 재능이 세상을 빛내줄 그날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족 누구도 한시도 잊지 않았다. (본문 65p)

 

지휘자는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는 돋보이는 한 사람의 연주가 아닌 많은 인원들의 음악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진정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얻었지만, 지휘자가 되기 위한 새로운 길을 걸었던 명훈은 비로소 인생을 긍정하는 법을 배웠고,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법칙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상적인 롤모델은 지휘자 카를로 마리니 줄리니다. 그는 줄리니를 통해서 지휘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배우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고, 조화와 균형이었다.

 

'정말 새롭다. 단원들을 존중하면서도 저렇게 완벽에 가까운 앙상블을 이끌어낼 수 있구나. 묵직한 깊이도 생생한 선율도 살아 있어. 결국 그의 근본엔....사랑이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삶, 원하는 모습이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평생 지휘자로 사는 일이 얼마나 행복할까?' (본문 118,119)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에서는 정명훈이 줄리니를 통해서 배우고 느낀 많은 것들을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 예술을 좌우하는 이기기 힘든 싸움에 대항했던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고집스러움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꿈을 다 이루었고 꿈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던 정명훈은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을 통한 남북 화해와 통일이었는데, 줄리니에게 배운 사랑이 그리고 음악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만나 꾼 꿈은 아닐까 싶다.

마에스토로 정명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그의 팬이 되었다. 천재로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른 그의 열정과 희망이 우리 아이들에게 줄리니 못지 않는 롤모델이 되어주리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선택을 믿어주고,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주었던 부모님의 모습은 나의 롤모델이 되어주었다.

고로, 이 책은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을 선물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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