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마이클 에니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포르투나-잔혹한 여신의 속임수>>는 1502년 이탈리아에서 토막 살해된 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공존하며 학문과 예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르네상스 시대 속에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에서 함께 일했다는 사실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되었다. 인류가 낳은 대표적인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현재까지도 큰 영향력을 과시하는 고전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갑자기 체사레를 떠나고, 이후 피렌체에서 함께 일했다(책 표지 中)는 역사적 기록은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으리라.

<르네상스의 역사와 철학, 정치학이 정교하게 얽힌 최고의 지적 미스터리>인 이 작품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방대한 시대상황과 문화를 녹여 낸 작품인지라 오롯이 이해하기에는 역사적 지식이 미흡한 나에게는 조금 난해한 작품이었다.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허구인지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가 보여주는 긴장감이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접근만으로도 내게는 의미있게 다가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발단이 되는 후안 보르자의 살인사건이 역사 속에서 미제로 남아 있는 실제 사건이라는 점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다소 난해할수도 있을 작품이 흥미로운 소재 속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작품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16세기 초 이탈리아보다 더 심하게 역설적인 상황은 역사에 다시없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그리고 마키아벨리가 공존했던 시대다.)의 탁월하고도 혁신적인 면이 극에 달했을 때 이탈리아는, 정치적인 배신과 혼돈의 늪 속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베니스 공화국 같은 아주 뛰어난 나라들에서부터 무수히 많은 작은 도시국가들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자주 독립체들로 조각나 있는 상태였던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군소 왕조들과 '콘도티에로'라고 알려진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용병대장들, 그리고 외국 군대들이 서로 경쟁하는 각축장이었다.

이런 대혼란 가운데에 놓인 이탈리아인들은 신과 교회에서 치유책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대신 자신들을 운명의 여신(고대 로마 문화에 존재했던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의 재현)이 지배하는 백성이라고 여겼다.......한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런 무정부상태적인 상황을 거부하고, 수학과 일반적인 원리들에 의해 질서가 잡힌 자연계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비슷한 목적으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고대사와 현대사를 분석하고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워니를 추론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이같이 새로운 과학을 통하여 이탈리아의 불운한 지도자들이 위기를 미리 예견하고 운명의 여신이 가할 맹공격에 대비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본문 6,7p)

 

이 작품은 두 가지의 시선으로 다가간다. 전반부는 후안 보르자의 연인이었던 고급 매춘부 다미아타가 사건을 쫓아가는 행적을 아들 지오반니에게 들려주는 편지글 형식으로 이끌어가며, 후반에는 마키아벨리가 화자가 되어 사건을 추적한다.

후안 보르자의 죽음으로 다미아타는 아들과 함께 숨어지내지만, 결국 교황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고, 교황은 아들을 볼모로 후안 보르자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라고 한다. 다미아타의 집으로 가던 중 살해를 당한 후안, 그 후 5년 뒤 토막살해 된 여자의 사체의 손에서 후안의 부적이 교황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결국 다미아타는 이몰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서기관 마이카벨리를 만나게 되고, 이후 시신을 발굴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 바로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가 함께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 둘의 영혼이 공모해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 같지 않나요?"

나는, 다미아타가 더 높은 천상으로 나를 인도할 단테의 베아트리체인지, 아니면 내 몸과 영혼을 마법으로 홀려 버린 키르케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네. (본문 251p)

 

역사적 사건의 줄기 속에서 레오나르도와 마키아벨리 그리고 고급 매춘부인 다미아타가 살인사건을 쫓아가는 행적은 가히 흥미진진하다. "네가 찾고 있는 진실을 조심하라"라는 경고가 담겨진 스토리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깔려져 있었으며, 16세기 초 이탈리아의 시대적 배경와 역사와 맞물려진 이야기 속에는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모델이 체사레 보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내 영혼에 영원히 자리 잡은 그녀의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그저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로만 남았겠지. 그 안에 필요한 인물은 발레티노밖에 없었느니까.....이쯤에서 나는 <군주론>에 영감을 주고 또 다른 내용 자체가 되어 버린 이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속임수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려 하네. 그리고 나는 자네에게 인류의 대소사를 모두 관장하는 이 한 가지 진실을 남겨 두겠다. 발렌티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운명의 영원한 변덕을 이길 수 있는 위대한 계획이라는 건 없다네. 오로지 사랑만이 운명을 이길 수 있을 뿐이야. (본문 592,593p)

 

<<포르투나>>는 역사적 미제 사건에 따라 사건을 해결해가는 흥미로운 소재를 쫓아가다보니 16세기 초 역사적 배경과 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레오나르도, 마키아벨리, 다미아타를 쫓는 동안 바라보게 된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와 사상 그리고 <군주론>에 대해 좀더 폭넓은 지식에 대한 갈구가 생겨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내개 큰 의미를 지닌다. 오롯이 이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이 시대에 대한 기본 지식이 미흡했으나, 사건을 쫓아가는 동안 어느 새 세 명의 인물에 동화될 수 있는 작품의 흡입력은 실로 대단했다. 덧붙히지마녀, 이 스릴러 속에 잘 스며든 러브스토리도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밀한 구성으로 엮어낸 미스터리소설이자 정치스릴러이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가장 뛰어난 역사소설들이 늘 그렇듯 독자를 다른 시공으로 데려가는 책" - 타임아웃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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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이광표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눈에 펼쳐보는>시리즈는 눈여겨 보는 작품인데 이번에 시대별 문화재와 5,0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담은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램책>>가 출간되었다. 역사를 알아감에 있어서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연표 형식으로 구성된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이 연표를 문화재를 중심으로 정리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많은 문화재 사진을 수록하여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였기에 시각적인 면을 이용한 이미지 학습에 도움이 될 듯 싶다. 문화재는 역사적 배경과 사건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화재를 통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역사를 다가가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퍽 마음에 든다.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은,

선사 시대의 문화재 / 삼국 시대의 문화재 / 고려 시대의 문화재 / 남북국 시대의 문화재 / 조선시대의 문화재 / 근대 문화재

로 나뉘어 풍부한 사진을 통해 역사를 흥미롭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단순히 시대 속 문화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통한 시대의 정치와 사회까지 익힐 수 있어 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에 걸맞는 내용이 알차다.

특히 각 단원마다 [똑똑해지는 문화재 퀴즈]를 수록하여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하고 있어 내용을 되짚어보는 효과와 재미있는 학습으로 이어준다.

 

 

물고기 잡이, 식물채집 등을 하며 생활을 한 구석기 시대의 뗀석기, 간석기를 생활 도구로 활용했으며 곡물을 담아 놓을 수 있는 빗살무늬 토끼를 만들어 사용한 신석기, 벼농사를 시작하여 '농업 혁명'이라 불리며 청동이라는 금속으로 생활 도구와 문기를 만들게 되면서 권력을 지니게 된 청동기 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의 토대가 된 철기 시대는 '원삼국 시대'라 불리기도 한다.

 

고구려의 기상을 보여 주는 벽화 고분, 힘찬 기상을 잘 전해주는 불꽃뚫음무늬 금동보관, 고구려 사람들이 어떻게 사냥을 즐겼는지 보여 주는 귀중한 벽화인 수렵도,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우해 만든 광개토대왕비 등은 고구려 사람들의 일상생활 풍속과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문화재이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깊게 고뇌하는 백제의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한강 유역을 점령한 뒤 560년경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신라의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등 사찰과 탑 등 불교에 바탕을 둔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다. 이 문화재들로 삼국 시대는 한반도의 문화와 문명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남북국 시대는 남쪽의 통일 신라, 북쪽에는 발해가 있었던 시대를 말한다. 불교 국가로서 한국 고대 문화를 완성시킨 통일 신라, 고구려가 멸망하고 10년 뒤 대조영 등 고구려 유민이 고구려의 옛 영토에 세운 발해는 경주 구황동 금제불 좌상, 석가탑, 다보탑, 석굴암, 석등과 돌사자상 등으로 그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한 고려에는 관촉사 석조 미륵보살 입상, 월정사 8각 9층 석탑, 청자 상감 구름 학문의 매병, 팔만대장경,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 수전 등의 문화재를 통해 우리의 문화가 한층 더 성숙해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려 불화는 세계 불표 역사상 가장 화려한 미술품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직지심경은 뛰어난 금속 활자 인쇄 기술을 보유한 나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불표 문화를 토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고려에는 다양한 문화재를 통해 역사를 익힐 수 있다.

 

새로운 문화재를 남긴 조선은 유교적 정신을 반영한 것이 많이 전해져 오는데, 경복궁, 종묘, 용비어천가, 몽유도원도, 원각사터 10층 석탑, 법주사 팔상전, 창경궁, 동의보감, 측우기, 대동여지도 등 개인의 창의성과 이념을 두루 담아낸 뛰어난 예술품이 많이 만들어졌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예술 문화재가 많은 조선 왕조의 문화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궁궐인데, 조선 시대 역사의 중요한 사건이 이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문화재는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고류를 막는 쇄국에 치중한 탓에 나라가 어려워진 탓에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문화재가 많다. 외국 선박의 강화해협 접근을 막겠다는 흥성 대원군의 의지가 담긴 흥선 대원군 척화비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허나 19세기 말~20세기 초 다양한 근대 문물들이 들어 오면서 1899년 전차와철도가 도입되었고, 서울역, 한국은행, 명동성당, 정동교회 등의 근대 건축물도 세워졌다.

 

 

풍부한 사진과 그림 그리고 간결한 설명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문화재와 정치와 사회를 문화재 속에 담아 연표로 풀어낸 구성은 5,000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특히 풍부한 사진으로 보는 문화재의 시대별 특징이 잘 드러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 단원별로 [한눈에 쏙!]을 통해 시대적 특징을 요약 정리해 준 부분도 이해를 돕는데 유용했다.

문화재와 역사를 한눈에 담은 연표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은 통합적 사고력을 높이는 구성과 풍부한 사진, 간결한 설명을 통해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큰 판형으로 보는 생생한 문화재 사진을 통한 이미지 학습으로 역사를 더욱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구성이라 사료된다.

 

(사진출처: '한눈에 펼쵸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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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23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동화세상 2013-02-23 16: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펫에 숨겨진 비밀 쪽지 마음이 자라는 나무 33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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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본문 60p)

 

마음에 새겨 둘 좋은 글귀 하나를 알게 되었다. 작년 네팔에 살고 있는 아동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후원을 결정하고 아이와 결연을 맺는 일은 마우스 몇 번의 클릭으로 너무도 쉽게 이루어졌지만, 후원을 결정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행동하기까지 몇 해의 시간을 보낸 듯 하다. 이런 일을 겪은 경험이 많은 탓인지 '행동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라는 글귀가 그렇게 내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다. <<카펫에 숨겨진 비밀쪽지>>는 2억 5천만 어린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들의 절박한 이야기는 우리의 행동할 때 비로소 희망을 엿볼 수 있음이 이 글귀 한 줄에 압축되어 있었기에 그 의미가 내게 더 크게 다가온 듯 하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크발'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네 살 때 카펫 공장으로 팔려 가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던 그는 어린 노동자들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다가 열두 살 때 총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이 책에는 9명의 이크발이 존재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2억 5천만 이크발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행동할 때, 비로소 그들은 자유를 얻을 수 있으리라.

 

스페인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알베르토는 인도 여행을 마치고 막 돌아온 사촌 형 마르틴의 저녁 초대를 받게 된다. 마르틴 형의 인도 휴가로 알베르트가 예정에 없던 인도 여행을 다시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은 크게 바뀌게 된다.

사람들은 대개 인생을 뒤흔드는 진실을 접하게 되면, 마음 깊숙한 곳에 품고 있던 가치관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면 살아가게 된다.

진실의 힘이 주는 선물이다. (본문 14p)

형수는 인도 여행을 통해 카펫을 샀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카펫을 자세히 살펴보던 형은 카펫 가장자리에 시접 처리한 부분에서 신문지 조각을 발견했다. 영자 신문지 아래쪽 귀퉁이의 하얀 여백에는 여기저기 철자를 빼먹은 데다 글자도 삐죽빼쭉한 대문자로 쓰여진 영어로 된 문장이 있었다.

 

살려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는 노예들. 자유. 이크발 (본문 24p)

 

그 누구도 찾기 힘든 곳에서 보내온 은밀한 구조 요청을 보게 된 알베르토는 '그 어떤 일에도 절대 눈을 감고 있지 않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믿는 아내의 말에 힘입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는 형과 함께 여행하면서 카펫을 구입한 또 다른 여행자로부터 또 한 장의 쪽지를 발견하고, 여행 안내원으로부터 카펫 가게의 주소를 확인한 후, 인도 여행에 도움을 줄 비정부 기구와 잡지사를 찾아가게 된다.

같은 또래인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인도의 아이들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으로 양심에 불을 지피게 된 알베르토는 십 억의 인구와 열다섯 개의 공식 언어, 약 팔백 개의 방언이 어우러진, 독창적이고 유일한 그들만의 정체성을 오롯이 지닌 인도의 마두라이로 향한다. 알베르토는 카펫을 판매하는 '판카즈 샤' 가게에서 임기응변으로 '판카즈 샤'의 작은 공장에서 아홉 명의 아이들이 일을 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나라얀'이라는 여자 아이의 이름을 알아둔다.

저녁이 되어 다시 찾은 알베르토는 삼 년 전 아버지에 의해 이십 달러에 팔린 나라얀을 통해 열두 살의 이크발이 노조를 만들고, 노예 노동 해방 전선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됨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알버트 아저씨'라고 부르는 나라얀과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알베르트는 이제 9명의 아이들을 구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고뇌하다 해답을 찾게 된다. 아내로부터 바로셀로나에 인도 어린이를 원조하는 농촌개발운동기구인 RDM기관에 대해 알아 둔 알베르트는 밤이 되어 그들을 구출하게 된다. 긴박한 순간에 나라얀은 공장에 불을 지르며 이크발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제 그 누구도 '판카즈 샤 '와 그 안의 아름다운 카펫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정의를 피해 숨어 있던 어둠, 그 어둠이 찬란한 횃불로 바뀌는 걸 막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크발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크발이 이겼다. (본문 153p)

이틀 동안의 긴장감으로 그는 본능에 따라 충동적으로 움직이던 로봇과 같던 자신이 진실한 감정을 지닌 사람으로 되돌아옴을 느끼게 된다. 그는 게임은 이제 시작일 뿐임을 깨닫고 RDM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2억 5천만 어린이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여주기 위함만은 결코 아니다. 이 책에서는 알베르트와 RDM의 벤투라 마스페레트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실제로 행동해야 함의 중요성이 또렷히 보여준다.

우리는 나 하나의 행동이 스스로 미약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비정부 기구 혹은 단체나 우리 개개인의 행동이 없다면 세상 어떤 것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스페레르 씨의 말처럼 지구라는 배의 무례한 침입자인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몸무림칠 차례가 올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는 우리 가운데서 정의를 찾고, 다른 사람들이 파괴한 것을 되살리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동물을, 환경을 위해서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수공예 카펫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앞서 알베르트가 말했듯이 그 진실이 바로 행동의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린이 후원은 의식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쌓인 짐을 덜어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이다. 가난으로 딸을 노예로 팔아야 하는 비인간적인 그들의 행동에 우리는 그들을 향한 손가락질이 아니라, 효과적인 방법으로 행동해 보이면 어떨까?

 

어느 나라가 국가의 손익보다 어린이의 인권 보호를 먼저 선택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희생시키기는 쉽다. 게다가 아이들은 넘쳐난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아이들을 노예로 팔아 버리기까지 하지 않는가. (본문 35p)

 

지구 곳곳에서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는 어린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마음이 저려온다. 그러나 이것이 생각만으로 끝나면 무엇하랴.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알베르트는 작가로서 스페인에서 이런 어린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간디는 '최악의 폭력은 무관심'이라고 했다. 열 살에서 열 네살 사이의 전 세계 어린이 여덟 명 중 하나가 노예 노동을 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지속적 관심은 아닐까?

<<카펫에 숨겨진 비밀쪽지>>는 세상을 향한 의식을 깨워주었고, 행동을 위한 원동력인 진실을 알려주었다. 이 책을 통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결코 나의 작은 행동이 쓸모없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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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비룡소 전래동화 24
성석제 글, 김세현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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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몇 번씩 접해 본 옛이야기입니다. 고구려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우리동네 아차산에는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우리 아이들에게는 특히 더 정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지요.

(이미지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30114/52276235/1')

언뜻 이 이야기는 구전동화처럼 지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고려시대 김부식이 펴낸 [삼국사기]에 실린 이야기이며, 평강 공주는 고구려 제25대 평원왕의 딸이었다고 해요. 우리는 고구려 벽화를 통해서 고구려 시대대 역사의 흔적을 엿 볼 수 있는데, 비룡소에서 펴낸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은 이러한 고구려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삽화를 사용했답니다. 한지 콜라주 기법과 채색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물감으로 찍어 내어 질감을 표현하였다고 하네요. 이 삽화는 옛 이야기와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준답니다.


우리나라가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어 있을때, 고구려의 왕은 평원왕이 다스리고 있었지요. 궁궐이 있는 평양에는 온달이 살고 있었는데, 다 떨어진 옷,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 마구 흐트러진 머리털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불렀어요.
온달은 눈 먼 어머님과 함께 살았는데, 가난한 탓에 먹을 게 없었던 탓에 어머니에게 드릴 밥을 얻기 위해 이 집 저집 문을 두드렸답니다. 그런 그를 보고 아이들은 '거지 온달' '바보 온달' '거지 바보''바보 거지'라고 놀려댔지만 온달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기만 했지요.


임금에게는 평강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아무도 말릴 수가 없을 정도였답니다. 그래서 임금은 울 때마다 바보 온달한테 시잡보내야겠다고 했대요. 그럼 공주는 울음을 뚝 그쳤답니다.
세월이 흘러 평강 공주가 결혼할 나이가 되자 임금은 나라의 으끔가는 귀족 집안에 시집을 보내려 했지만, 평강은 온달과 결혼하겠다고 했지요. 결국 화가 난 임금은 평강을 궁궐 밖으로 쫓아냈고 공주는 온달을 찾아 갔습니다.


온달은 그런 공주를 마다했지만, 결국은 갈 곳 없는 평강과 함께 살게 되었답니다. 공주가 온달을 깨끗하게 씻기고 손주 지은 옷을 입혔더니, 바보, 거지 온달이 아닌 환한 생김새의 멋진 온달이 되었지요. 공주는 궁궐에서 가지고 온 금팔찌로 세 식가구 살아갈 집, 농사를 지을 논밭, 가축 등을 사들였고, 온달에게 말 타는 법과 글도 가르쳤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고구려에서 해마다 3월 3일이 되면 낙랑 언덕에서 열리는 사냥 대회에서 온달은 누구보다 먼저 활을 쏘았고, 누구보다 많은 짐승을 잡아 임금에게 칭찬을 받았지요.

얼마 후 북쪽 나라가 고구려로 쳐들어왔을 때도 온달은 맨 앞에 서 적진으로 쳐들어가 북족 나라 군사 수십 명을 쓰러뜨리는 용맹스러움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고구려 병사들은 힘을 얻어 적들을 크게 무찔렀답니다. 이 일로 온달은 높은 벼슬을 얻었고, 평강 공주도 임금의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답니다.

세월이 흘러 온달을 아끼던 임금이 세상을 떠나고, 공주의 오빠가 새 임금이 되었습니다. 힘이 약하고 걱정이 많은 새 임금에게 힘을 주기 위해 온달은 고구려가 신라에 빼앗긴 땅을 다시 찾고 싶다고 했지요.

"내가 그 땅을 우리 고구려 땅으로 만들지 못하면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소."

싸울 때마다 이겨서 신라 땅 깊숙한 곳까지 쳐들어간 온달은 가슴에 화살을 맞고 숨을 거두게 되었고, 부하들이 온달의 시신을 관에 넣어 평양으로 가려고 했지만 관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답니다.


그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공주가,

"당신은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키셨어요. 사랑하는 온달님, 우리 이제 함께 집으로 돌아가요."

라고 말하자 비로소 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두 사람의 신뢰와 믿음,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네요.


지혜로운 평강 공주, 용감한 온달 장군의 이야기는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 작품은 특히 간결한 문장으로 기록되어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이야기와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삽화, 마치 고구려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삽화가 이야기를 더욱 맛깔스럽게 살린 듯 싶어요.
바보였던 온달이 용맹스러운 장군이 되기까지는 그를 믿고 사랑해 준 평강 공주의 지혜로움이 있었지요.


이 이야기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믿음이 아름답기 때문인 듯 싶네요. 더 재미난 것은 부록으로 수록된 [알고 보면 더욱 재미난 옛이야기]를 읽어보면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고구려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는 점이지요.


아차산 자락에 자리잡은 아이의 초등학교에서는 아차산을 자주 간답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데다, 고구려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죠.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동상도 자주 접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좀더 새롭게 느껴질 듯 싶네요.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독특한 삽화와 옛이야기 속에 숨겨진 역사와 더불어 읽다보니 더 새롭고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마치 온달과 평강 공주가 살고 있던 고구려에 직접 다녀온 듯 그 생생함이 더해지는 느낌이었답니다.

(사진출처: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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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23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았습니다.

동화세상 2013-02-23 16: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