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전교 1등의 24시 - 10대들의 멘토 지은 쌤이 꼭 찍어 주는 365일 자기주도생활법
이지은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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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3학년이 되는 딸아이네 학교에는 1학년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이 한 명 있다. 딸아이는 그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표현한다. 전교 1등은 정말 그렇게 특별한 인물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정작 공부를 해야하는 당사자인 딸은 관심이 없지만, 엄마인 나로서는 그 학생이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가 궁금해진다.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어떤 좋은 학원을 다니는지 등등...그렇다고 딸아이에게 이런 나의 궁금증을 물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반 전교1등의 24시>>는 책 제목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넌즈시 딸에게도 권해보려고 한다. 물론 딸에게 전교 1등을 하라는 압박을 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으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딸아이는 그렇게 받아들이기 만무하겠지만. 하지만 이 책은 의외로 재미있고, 또래 학생들의 고민, 행동을 예로 들고 있어서 위안과 위로가 될 수 있으니 책 제목만으로 무조건 거부하기에는 너무도 아쉬울 것이다. 그러니 속는 셈 치고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우리반 전교1등의 24시>>는,

Part 1. 우리 반 전교 1등의 보통날 24시간

Part 2. 우리 반 전교 1등의 주말 48시간

Part 3. 우리 반 전교 1등의 방학 생활

Part 4. 우리 반 전교 1등의 공부 레시피

로 크게 총 4장으로 수록되었는데, 공부법보다는 효율적인 시간 활용, 마음가짐, 좋은 습관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바른 생활습관이 바로 학습 능률과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교 1등의 하루의 시작은 어떨까? 아침마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마음대로 잠도 못 자면서 공부를 하는 게 과연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는 오늘은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긍정적인 생각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늘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침 한 끼가 발휘하는 엄청난 힘을 통해 매일 아침밥부터 챙기는 습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전교 1등의 학교 생활 역시 습관에서 달라진다. 수업 준비 시간에 필요한 1분이 40~50분 수업 시간을 성공으로 이끌며, 수업을 완벽히 마무리하기 위해 수업 후 1분 복습도 효과적이다. 친구들 사이의 대화, 꼴 보기 싫은 친구륻 대하는 자세에서도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자기의 영향력을 결정짓고 스스로를 현명하게 이끄는 지혜이며 사람을 사랑하는 습관은 세상 모든 것을 얻는 첫걸음임을 감안한다면 공부 습관 뿐만 아니라 행동, 마음가짐에서도 학업 성취도를 높일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뿐만 아니라, 5교시 졸음을 쫓기에 좋은 견과류와 멸치를 간식으로 준비한다거나, 인생의 최종 모습을 수도 없이 떠올리고 고치고 다시 꿈꾸는 과정을 반복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주말은 에너지 충전을 위한 휴식으로, 방학동안에는 자신을 완성시키는 독서를 함으로써 생각과 마음을 키우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이렇게 학생들의 365일 하루 24시간을 그대로 담아냈으며, 아이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추어 시간별로 탐구하였다는 점, 그것을 토대로 학생들의 고민을 예로 들어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알찬 내용으로 학업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준다. 생활법 뿐만 아니라 학습법을 다뤄줌으로써 생활과 성적 모두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관리해준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생활이 잡혀야 한다. 자기주도학습과 자기주도생활 대표 멘토 이지은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는 1등과 꼴등의 습관이 같이 있기에 꼴등 습관을 없애면 자연스레 1등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으며, 이 책에서는 성적은 바른 생활 습관에서 비롯됨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그동안 엄마의 잔소리에 얼굴부터 찡그리던 중학생 딸아이에게 이 책은 너무도 절실한 작품이다. 시험기간만 되면 밀린 공부와 잠과 사투를 벌이는 딸, 이 책은 분명 오랜 잘못된 습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스스로 생활을 체크하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보면 더없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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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일용이 - 30년 동안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 양철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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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매년 학기초에 되면 마음 속으로 기도하는 일이 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쏟아져 나오는 해괴한 뉴스 속에서는 교사의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도 포함되어 있는데다, 선생님에 따라 내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겪어본 터라 그 바램은 해가 갈수록 더욱 간절해진다. 어쩌면 해괴한 사건 속에 몇몇 교사들로 인해 교사에 대한 편견이 점점 굳어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나의 바람이 더욱 간절해질 즈음 <<우리 반 일용이>>를 만났다. 교사에 대한 쓸데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 이 작품이 그동안 가졌던 쓸데없는 기우를 사르르 녹아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으며,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반 일용이>>는 1983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다달이 펴낸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씨기> 회보에서 가려 뽑은 교실 일기를 수록한 작품으로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30년 동안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들이다. 뭉클한 이야기에 가슴 찌릿찌릿함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어린이들에게서 가르침을 받기도 했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웃음을 짓기도 했다. 각각 43편의 이야기 속에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하고, 성찰하기도 하면서 교사로서의 마음을 다잡아 가고 있었는데, 최고의 선생님은 부모라는 말처럼 나 역시도 선생님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부모로서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반성해 보게 되었다. 조금은 느리지만 제 갈길을 오롯이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할 것은 기다림임을 깨달아간다.

 

부모를 잃고 먼 친척 할아버지와 가난 속에서 단둘이 살면서도 한 번도 엄마를 원망하지 않으며 상수리를 따서 팔아 할아버지에게 내복 한 번 사드리고 싶어하는 속깊은 남수는 "저는 부모가 없다고 해서 남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조금이나마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본문 19p) 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에 남아있는 온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 새끼 불량품이야" (본문 34p) 라는 말, 선생님의 단 한 마디에 아이는 불량품이 되었다. 승준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사, 부모가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고 있는지를 보았고, 그런 어른들에게 상처입으면서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히려 선생님을 위로하는 승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른들보다 나은 아이의 모습에 내 자신이 참 많이 부끄러웠다.

독감 예방 주사도 맞으면 안되는 고3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와 자율 학습과 보충 수업에 대한 김명길 선생님의 이야기는 현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져 있다. 고3은 사람도 아닌 현실, 너무도 씁쓸하다. 그들에게 현재의 시간은 미래에 저당잡혀 있을 뿐이다.

 

이상석 선생님이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런 형편없는 선생 노릇을 언제까지 하려는지. 부끄러운 일이다. (본문 74p)

 

가정의 폭력으로 마음도, 몸도 상처입은 아이가 선생님에게 던진 욕설에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전에 애를 다그쳤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선생님을 때리고 성추행까지 하는 요즘 아이들, 그 잘못의 시작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하보면 그들을 탓할 수 있는 자격이 어른들에게 있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결국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과 말에 아이들은 상처입고 아파하고 또 어긋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죄를 누구에게 묻고 있었던가? 이내 마음이 저려온다.

[부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느끼는]에서는 마음도 아프고 몸도 고달프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가족에 대한 사랑, 끈끈함이 있기에 행복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가족에게 감동 받은 일을 풀어낸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이 있어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깨닫는다. 그 행복을 어른인 나에게 알려주는 학생들, 그들에게 고마움을 이렇게나마 전해본다.

2부 달팽이 편에서는 조금 느린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느린 아이들을 보듬어가는 선생님들, 쉽지 않지만 자신을 다독이며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이 참 애틋했다.

 

아아, 나는 정말로 우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넓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선생이 되어 우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금세 나는 현숙이가 밉다. 공부 시간에 아무렇게나 행동해 놓고, 내가 그 쪽지를 보냈다고 날 탓하며 저렇게 서럽게 우는 현숙이가 밉다.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한 마음과 미운 마음이 뒤섞인 채 현숙이 손을 잡는다. 그리고 들썩이는 어깨를 안고 토닥인다. 가슴이 짠하면서도 여전이 미운 이 마음. 나는 언제쯤 진심으로 우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본문 282p)

 

하루에도 몇 번씩 '빨리빨리'를 외치며 두 아이를 다그친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저녁에 잠들기까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빨리빨리'이리라. 큰 보폭으로 걷는 엄마를 따라가기 위해 작은 발걸음으로 뛰다시피 하는 아이들, 나를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며 재촉하는 엄마. 나는 달팽이 친구들을 따라 함께 같은 속도로 걷기로 한 선생님들을 보면서 잠시 발걸음을 늦춰본다.

힘겨워하는 선생님, 그러나 다시 자신을 다독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기꺼이 무릎을 굽히는 선생님들에게 나는 감사한 마음과 쓸모없는 편견을 가진 것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죄송함을 담아내본다.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에도 괜찮다며 맑게 웃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해본다. 차가운 바람에 잔뜩 웅크렸던 어깨가 따뜻한 이야기에 기지개를 켠다. 달팽이 친구들의 이야기가 봄을 재촉하고 있는 듯,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마음과 순수한 동심으로 그릇된 어른들의 행동을 기꺼이 용서하는 아이들이 있고, 아이의 등짝을 내리친 후에 마음 아파하는 선생님이 있고, 학생에게 욕설을 듣고도 스스로를 자책하는 선생님이 있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가진 아이들이 있는 <<우리 반 일용이>>는 내게 좋은 선생님이었다.

이제 나는 아이들을 위해 걸음을 늦추는 연습을 시작하려 한다. 그것이 아이들과 선생님이 내게 내준 숙제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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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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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내가 던진 말은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엄마의 말을 이해하게 될거야, 힘내"라는 말이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 엄마의 격려(?)였다고 자부하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아이, 수능을 걱정해야 할 날이 몇 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이보다 내가 더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정작 아이는 연예인도 좋아해보고, 콘서트에 가서 목청껏 소리도 질러보고 싶고, 친구들과 마음껏 놀며 지금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하는데 나는 또 아이를 책상 앞에 앉혀두었다. 학교가 끝나면 쫓기듯 학원을 다니고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현 교육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보지만, 사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는 딸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내심 불안해하고 있는 나는 또 아이를 책상 앞으로 내몬다. 지금 아이의 시간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듯.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에 관심을 두고 있는 탓에 이미 <<시간 가게>>의 작품 정보를 읽어 본 탓이었을까? 읽어보고 싶어 선뜻 구매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책 표지에 그려진 무표정한 얼굴의 두 아이의 표정이 오늘밤 내 토닥임에 책상 앞에 앉은 딸아이의 얼굴과 닮아 있는 듯하여 선뜻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잘못을 또 책 속에서 보게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그러면서 이내 내 잘못이 아니라 현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로 핑계를 삼아 애써 콕콕 쑤시는 가시를 감추며 책을 펼쳤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굉장히 낮은데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에 성적에 대한 압박에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혹여 내 아이가 이렇게 아프고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급만 마음을 감추곤 하지만, 이내 경쟁이라는 치열한 싸움에서 뒤쳐질까 걱정되는 마음에 엄마의 조급함은 다시금 고개를 쳐든다.

주인공 윤아의 아프고 힘든 마음을 보면서 내 아이의 소중한 '지금의 시간'에 대해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기를 강요한 것이 과연 현명했던 걸까?

 

반 1등이자 전교 1등인 수영이를 이기는 것은 윤아가 아닌 윤아 엄마의 목표다. 전학 오기 전까지는 1등을 놓친 적 없었던 윤아였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수영이를 이길 수는 없었다. 교실 대청소로 인해 학원 버스에 타지 못해 지각할까 걱정스러운 윤아는 교육열이 가장 센 곳으로 이사하고 이곳에서 최고가 되어야 진짜 1등이 되는 거라고,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며 수영이와 친해지기를 권유하는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2학년 때 아빠가 위암으로 돌아가신 후 아빠한테 부끄럽지 않게 윤아를 잘 가르쳐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엄마는 보험설계사로 밤낮없이 돈을 벌기 시작했고, 윤아 역시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고 싶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수영이를 제치고 1등을 하는 것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고 힘들어도 참아내고 있다.

서둘러 노선도를 확인하고 버스를 탔지만 학원 시간이 오 분밖에 안 남자 윤아의 마음이 급하다. 그때 윤아에게 날아온 전단지에는,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시간이 부족한 분께 시간을 드립니다.

-시간 가게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게를 보게 되고 호기심에 들어가게 된 시간 가게에서 윤아는 여느 평범한 손목시계와 다르지 않는 초록색 손목시계를 받아든다.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주면 그 댓가로 하루에 한 번씩 십 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시계가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 쓸 수 있는 십 분을 만들어 줄 거다." (본문 16p)

"시간을 사는 법은 아주 쉬워.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돼. 그때부터 바늘이 움직일 거고 너를 제외한 모든 것의 시간은 멈추지." (본문 19p)

 

그렇게 윤아는 유치원 때부터 친한 친구 다현이를 떠올리며 시간을 갖게 되었고, 시험 시간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아빠를 떠올리고 얻은 시간에 수영이의 답을 베낀 후 수영이를 제치고 전교 1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은 잠시, 전교 1등을 지켜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며 윤아를 재촉한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해 시간을 얻지 못한 윤아는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영에게 지게 되지만 윤아는 시계 탓을 하게 되고, 다시 찾은 시간 가게에서 앞으로는 행복한 기억을 두 개씩 떠올려야 십분의 시간을 살 수 있게 된다. 한편, 수학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자, 엄마는 윤아에게 과외를 시키게 되고 윤아는 자신이 DIY가구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마치 내가 주인의 취향대로 조립되는 DIY가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107p)

 

엄마의 계획표에 맞추어 하루를 보내는 윤아는 시간을 살수록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게 점점 쉽지 않았다. 윤아네 집을 방문한 할머니, 생일 파티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 다현이와의 만남을 통해서 윤아는 아빠와의 기억, 친구와 할머니와의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윤아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되려 시간을 팔게 되지만, 되찾은 기억이 정작 자신의 기억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내 시간을 내가 주인이 되어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인공 윤아 외에도 책 속에는 대학 입시로 인해 DIY 가구처럼 어른들에 의해 조립되어가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간을 유예시킨 아이들은 그렇게 행복이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국제중학교, 전교 1등...엄마의 목표가 곧 자신의 목표인 냥 계획표에 맞추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엄마들은 행복한 기억을 빼앗는 시계를 선물했다. 지금은 행복하지 않는데.......자꾸 곱씹어지는 윤아의 말이 가슴에 콕콕 박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쥐어 준 손목시계를 풀러내려는 아이를 막아서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지금의 우리 모습은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행복해야 할 지금의 시간을 저당잡힌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결국 자살, 폭력, 우울증, 극단적인 행동 등으로 아픔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변하지 않는 우리 사회, 그리고 그 사회의 모순에 쫓고 있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상처를 덧나게 한다.

그 참담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간 가게>>를 보면서 내 아이의 행복을 생각해 본다. 머지 않아 보이는 대학 입시와 힘겨워보이는 아이의 얼굴, 행복해야 할 내 아이의 삶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는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찾아야 할 때인거 같다.

윤아는 과감히 시계를 던졌고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해 힘차게 달렸다. 어쩌면 나는, 내 아이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난 결국 사회에 순응하는 못난 어른이기에. 가슴에 박힌 가시 하나가 온 몸을 아프게 한다. 윤아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줘야겠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모순 속에서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행복이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우리 아이들에게 윤아는 어른들이 결코 가르쳐주지 않을 스스로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함을 알려줄게다.

내일은 딸에게 오늘처럼 힘내라는 다독임이 아닌,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싶다.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본문 150p)

 

(사진출처: '시간 가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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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엄마 1 - 영주 이야기, 개정증보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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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9년 동안 엄마의 딸이었고, 16년째 딸의 엄마이다. 딸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한 여자의 숙명은 참으로 묘하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딸, 그런 딸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그 딸의 딸, 반복되는 애증의 관계의 연속이. 난 이제 엄마의 딸이 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29년의 그 모습 그대로 엄마의 딸로서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이 엄마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영주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고 가슴 먹먹해지는 슬픔 속에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SBS-TV 주말특별기획으로 방영된 바 있다고 하지만, 이 작품을 알게 된 것은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엄마'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늘 눈물을 쏟아낸다. 엄마는 딸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어하지만, 딸은 엄마처럼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마음이 무엇이었는가를 이해한다. 나를 닮은 딸에게 서운함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느낀다. 엄마와 딸, 그 끝나지 않는 관계 속에서 '엄마'는 늘 눈물이 된다.

 

"김선영 환자 동생분 아닌가요?" (본문 15p)

 

환자분이 완치되었다는 정신병원 간호사의 전화에 영주는 그녀가 완치되었을 경우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미친년''미친 바보''바보'라는 수식어를 떼어낼 수 없었던 그녀였기에 더더욱 그러했으리라. 일주일 동안의 고민끝에 영주는 그녀 '김선영'이 입원하고 있던 정신병원을 찾는다. 열다섯이 많은 나이의 그녀는 복잡하고 거짓된 가족의 중심이었고, '언니'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도, '엄마'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도 없었기에 3인칭 '그녀'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바로 위 언니라 여겼던 그녀보다 열다섯 살 어린 늦둥이였던 영주는 가족의 미움을 독차지 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외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면 구박을 받았다. '엄마'라고 부르면 미간을 찌푸렸던 엄마였던 외할머니의 구박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작은 어머니라 부르는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때문이었다. 엄마인 줄 알았던 사람이 외할머니가 되었고, 언니인 줄 알았던 사람이 엄마가 되어버린 순간을 안 순간 영주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언니는 강간당해 나를 놓고는 미쳐버린 바보엄마일 뿐이었다. 매 순간 나쁜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녀가 있었다. 그녀로 인해 영주에게는 늘 나쁜 일이 일어났지만, 되려 여주는 늘 나쁜 사람이 되어야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더욱 미워했고, 그녀에게 더욱 짜증냈지만 그녀는 늘 영주의 편을 들어주고 영주를 감싸안을 뿐이었다.

 

바보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와 관련된 일에서는 다른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민첩한 행동을 하곤 했다. (본문 50p)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에 결혼을 하고 닻별이를 낳았지만, 그녀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늘 무릎 꿇고 비는 것은 영주였고, 10살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한 천재였던 닻별이를 가르치기 위해 대학원을 포기하고 학원 강사를 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것도 영주였다. 그러나 닻별이의 우울증, 자살 시도 그리고 남편의 외도는 그녀를 평범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남편과의 별거, 우울증 치료를 받는 닻별이와의 쉽지 않는 관계 등으로 힘든 영주의 삶에 그녀가 다시 찾아 오게 된 것이다. 닻별이에게 이모로 소개한 그녀와의 동침이 시작되었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되면서 닻별이에게도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녀와 함께 웃고, 그녀와 함께 시장을 보는 닻별이를 보며 영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반면 우울증 치료를 받는 닻별이는 자신에게 맹목적인 엄마의 마음이 부담스럽다. 그것을 알게 된 영주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오버랩된다.

 

"엄마는 슬퍼하는 법도 노여워하는 법도 없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해도.....그렇게 맹목적인 감정이 두려워요. 솔직히 엄마가 이해되지 않아요. 나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 같아요. 바보같이. 내가 어떤 짓을 해도 그냥 받아들여버려요. 바보처럼." (본문 91,92p)

 

난 절대 우리 엄마 같은 엄마는 안 될 거야.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난 절대 우리 딸에게 그런 소리는 안 들을 거야.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도 다른 엄마들과 똑같았다. 그녀가 그랬듯이...(본문 98p)

 

영주는 그녀가 자신 곁에 있을 때만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쁜 일만 일어날 때도 그녀는 자신의 곁에 끝까지 남아 있어 준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그녀만이 곁에 남아 있었주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렇게 달이자 엄마인 영주, 엄마인 그녀와 딸인 닻별이의 관계에 조금씩 변화가 생겨난다.

이제 영주에게 '그녀'는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남편과의 이혼 그리고 남편의 재혼으로 다시 자살을 감행한 닻별이를 위해 영주는 그동안 나서서 한 번도 아이 편이 되어준 적이 없었던 시누이 앞에서 기꺼이 닻별이의 편이 되어준다. 엄마가 그랬듯이...

 

하지만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면 기다리던 내리막은 없고 더 가파른 오르막이 자신을 기다렸듯이 이번에도 영주는 자신이 심부전증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심장이식밖에는 방법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제 영주는 닻별이를 아버지에게도, 엄마는 엄마를 사랑하는 민 원장에게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닻별이와 엄마에게는 자신의 병을 비밀로 한 채 영주는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자격 없는 사람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횡포일 뿐이며 무조건적인 사랑이 지겹고 버겁다고 느꼈던 자신의 지난 날을 후회하며 영주는 그렇게 엄마에게서 멀어지려 하지만, 엄마가 뇌종양으로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엄마는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준비하던 영주 앞에 기적처럼 심장기증자가 나타나고 무사히 수술을 끝내지만 영주는 심장기증자가 엄마임을 알고 더욱 슬퍼한다.

 

"...아파서 기절했다가 깨자마자 뇌사가 될 수도 있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구나. 네게 심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좋아서 웃더라. 고통을 참느라 얼마나 이를 악물었으면 치아에 금이 가서 바스러지는 바람에 어금니를 다 뽑아야 했어. 그래도 웃더라. 고통이 크다는 건 빨리 죽을 수 있다는 뜻이냐고 물으면서 웃더라.....극심한 고통에 머리를 벽에 박으면서도 모르핀 주사는 안 맞겠다고 고집을 부렸어. 그 이유가 뭔지 아니? 혹시 심장에 나쁘면 어떻게 하냐고, 너한테 조금이라도 건강한 심장을 주고 싶다고......그러니 그 사랑을 버리지 마라, 네 가슴속에 들어 있는 네 어머니의 사랑을." (본문 368,369p)

 

영주는 다음 생이 있다면 그 모습 그대로 내 엄마로 다시 태어나 달라고 한다. 그때는 자랑스럽게 내 엄마라고 말하겠다고. 책을 읽을 때도 하염없이 울었다. 서평을 쓰는 이 순간에도 엄마의 사랑이 너무도 크고 벅차 눈물이 흐른다.

바보 엄마였던 선영의 삶은 우리의 모든 엄마들의 삶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바보 엄마인 선영이가 바로 내 엄마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슬프고 아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엄마와 딸, 그 애증의 관계가 사랑과 미움이 아닌 온전한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을 보았다. 애증의 관계의 사슬 속에서 엄마와 딸이 비로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한없이 기쁘고 슬펐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다 바보엄마였다. 자신은 죽어가지만 바로 옆에서 밝게 빛날 자식이 있어서 행복해하는 사람, 바로 '엄마'라는 이름이었다. 슬프고 애달픈 선영의 삶은 세상의 모든 딸에게 보여준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엄마가...........보고싶다.

 

"신성?"

"새로 생겨난 별이라고."

"별도 새로 생겨나?"

"그럼.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그래. 보통 새로 생겨나는 별들은 쌍성인 경우가 많아. 모성, 그러니까 엄마별을 갉아먹으면서 태어나는 거지. 엄마별의 먼지, 바위, 에너지들을 전부 끌어당겨서 자기가 빛을 발하게 되는 거야."

"그럼 엄마별은 어떻게 되는데?"

"어떻게 되긴. 에너지를 다 잃고 죽어버리는 거지. 차갑게 식어가면서. 더 이상 빛날 수 없으니 죽은 거라고 볼 수 있겠지. 결국 저 거대한 별조차도 그렇게 죽어간다는 게 참 허무하지 않아? 그것도 자식한테 먹혀서."

"그래도 엄마별은 행복할 거야. 비록 자신은 죽어가지만 바로 옆에서 밝게 빛날 자식이 있어서 행복할 거야." (본문 164,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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