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9
이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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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고물섬>>이라고 적혀있는데, 나는 '고물상'이라고 읽고 있다. '섬'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보니, 망망대해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외딴 섬에 홀로 있다는 막막함을 가지고 있을 듯한 한 소년의 모습을 떠올린다. 스스로를 고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안타까운 소년을 만나기 위해 나는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소통의 부재로 고립된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고물섬'은 고립의 의미가 아니라 신기루 같은 의미였다.

 

이 책의 주인공 영래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였지만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하동철 패거리로 인해 확대해석해서 지레 겁먹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겁쟁이가 되고 말았다. 보호와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철저히 소외되었고, 완벽한 무력감과 허탈함으로 더 이상 버틸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 두겠다는 영래와 유학을 제안하는 엄마와의 실랑이 끝에 공황 발작을 일으킨 영래는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던 할아버지의 불길한 예언, 어쩌면 엄마는 자신을 선택했던 실패를 인정하고 막을 내릴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공개 입양아였던 영래는 숨 가쁘게 달려온 18년의 가속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공황 발작이후 서서히 자멸 중인 가족, 엄마는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겠다는 단호함으로 보여주었고, 아빠는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잦아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아무래도 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본문 53p)라고 말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그를 괴롭힌다. 칭찬받으려 조바심치던 꼬마는 엄마의 추억 속으로 영원히 추방되고 있었다.

 

어김없이 12시 정각이면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광부들이 갱도를 밝히느라 사용했음직한 케케묵은 머리등을 쓰는 남자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를 따르는 맘보라 불리는 산만하기 짝이 없는 꾀죄죄한 백구 한 마리에 대한 궁금증에 영래는 그를 쫓아가게 되고 회색 패널에 '고물섬'이라고 적힌 고물상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다 고물 도둑으로 누명을 쓴 영래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고물상에서 일하는 오봉호에게 학생증을 담보로 잡힌 채 고물상에서 일을 하게 된다.

 

"안 굶어 죽으려고 그런다. 하긴 너같이 세상만사 삐딱하게만 보는 녀석이 뭘 알겠냐? 부자 부모 밑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누릴 거 다 누리면서 배가 처불러서 지랄이지...부모 울타리 안에서 먹고 입고 잘 데 걱정 엇이 사는 거, 잘난 네놈이 그렇게 하찮게 여기는 걸 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알겠어?"

"하긴 먹어보지 않고야 단지 쓴지 모르겠지. 답답하다, 인생을 통째로 바꿔볼 수도 없고."

"안 될 것 없지." (본문 75p)

 

엄마 아빠가 오봉호와 자신이 바뀐 걸 알아챌지 모를지 궁금하다는 유치한 호기심에서 영래는 오봉호의 말대로 일주일동안 바꿔서 살게 된다. 이렇게해서 아주 스펙터클한 영래 인생의 2막이 시작된다. 표류가 될지, 항해가 될지 알 수 없는. 불완전한 변신 속에서 고물상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된 영래는 사람들 속에 섞이게 되고, 참고 참다가 적당한 자기 합리화로 스스로 위안하며 도망치던 자신의 유일한 생존 방식 속에서 살아오던 자신을 되돌아본다.

 

"속이 부글부글 끓지? 그런데 왜 가만히 있어? 너한테 필요한 게 뭔지 내가 가르쳐줄까? 액션이야, 액션. 생각만 하지 말고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날리란 말이야." (본문 104p)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보낸 일주일은 영래에게 사전수전 다 겪은 비장한 기분을 들게했다. 다시 돌아온 집, 영래는 아빠의 노트북을 쓰기 위해 서재에 갔다가 '동심원'이라고 적힌 사진 한 장을 발견하게 되고, 사회복지시설임을 알게 된 영래는 흩어진 퍼즐조각을 맞추기 위해 액션을 취하게 된다. 봉사활동을 가장(?)하여 사진 속 영조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영래는 드디어 다이어리 속 사진과 같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사진 속 인물의 이름이 '영조'가 아닌 다른 이름임을 확인하고 놀란다. 그렇게 숨겨져 있는 은밀한 가족사를 알게 된 영조는 보고 싶은 것만 보았던, 자신을 자책한다.

 

나는 여태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왜? 증오할 거리가 많을수록 내 탓이 아니라고 자위할 수 있으니까. 내 안의 상처와 결핍, 두려움까지 모두. 입양아, 난 오직 이 하나의 버전으로만 살아온 거다. 스스로를 울타리 속에 가두고 운명의 희생양인 양 자기 연민에 빠져 웅크린 채. (본문 207p)

 

공개 입양아였던 영래를 향한 친척들의 어긋난 시선, 자신을 빈틈없이 보살피고 좋은 교육과 환경을 베풀기 위해 노력한 엄마를 향한 혐오와 감사 사이에서 왔다 갔다 종잡을 수 없었던 영래는 자신을 버린 사람들처럼 언젠가 엄마 아빠에게서 또다시 버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소통의 부재와 두려움으로 스스로를 가둬버린 고립 속에서 괴로워하던 영래는 그렇게 아파트 속에서 신기루처럼 남아있던 고물상에서 고립에서 벗어나 액션을 취하게 된다. 소통의 부재로 서로의 입장을 다독이지 못했던 영래와 엄마, 꼭꼭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서로의 마음을 내보이지 못했던 부분들을 들춰내고 소통함으로써 그들은 서로 보지 못했던 마음을 보게 되었다. 비로소 소통이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그 소통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했다.

 

간혹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소통의 부재로 가족이 서로 단절되어 각자의 섬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각자 보고 싶었던 부분만 본 채 서로에 대한 오해와 원망 속에서  각자의 섬에서 살아가던 그들이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보지 못했던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소통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이렇듯 현 사회에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작품이었고, 고립된 섬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고물섬>>은  공개입양, 비밀스러운 가족사라는 소재를 통해서 소통의 부재와 고립으로 고통받는 영래가 스스로를 가둬 두었던 껍찔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 재미와 감동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덧붙히자면, 사진 속 인물에 대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이 작품에 대한 재미를 더해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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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 의사 - 상경계열 의학계열 적성과 진로를 짚어 주는 직업 교과서 1
와이즈멘토 글, 문다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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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김영사 <직업체험동화>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동안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꿈을 키우는데 주력했다면,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의 꿈을 구체화하여 꿈을 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판타지 기법을 통해 주인공이 직접 미래의 직업을 체험해보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 시행착오를 줄여 주어야겠다는 의도에서 출간된 작품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구성이었다.

주니어김영사에서 이번에 출간된 <적성과 진로를 짚어 주는 직업 교과서>는 <직업체험동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진로성숙도를 높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학생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독자대상을 높여 내용에 더욱 충실했다.

 

그럼 여기서, 진로성숙도란 무엇일까?

초등학생인 A학생은 꿈이 과학자였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꿈이 과학자였다.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에도 여전히 꿈은 과학자였다. 일관된 꿈을 가졌지만 이는 사실 진로성숙도가 높아지지 않는 상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로성숙도가 높은 것일까요?

B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초등학생 때 '과학자'라고 답을 합니다. 중학교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핵물리학자'가 꿈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핵물리학자가 되어서 미국 NASA와 같은 곳에서 연구를 하고 싶다'라고 말을 합니다. 이렇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꿈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바로 진로성숙도입니다. (머리말 中)

 

 

<적성과 진로를 짚어 주는 직업 교과서> 그 첫번째 이야기는 상경 계열/의학계열의 호텔리어/의사를 다루었다. 직업의 정의, 하는 일, 장단점, 필요한 능력, 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업이 자신과 잘 맞는지 아닌지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적합도 평가,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가이드도 수록되어 있는데, 해당 직업을 갖기 위해 도움이 되는 관련 교과목, 교과 외 활동을 소개하여 학습과 활동 설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이 꿈꾸는 직업을 탐색하면서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직업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

 

 

호텔리어는 호텔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로, 부서 운영을 지휘하는 관리자와 고객을 직접 상대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무자로 나뉘는데, 요즘 호텔레서는 각종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연회부와 여가 활동을 즐기거나 건강을 단련시키면서 휴식을 취할 수는 공간으로 호텔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레저 사업부가 뜨는 부서로 주목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직업이든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호텔리어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접한다는 장점과 항상 웃는 모습을 고객을 대해야 한다는 어려운 점을 가진다.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학과, 호텔경영학과 등에 진학하여 호텔 학교나 관련 학원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관련자격증으로는 호텔 경영사, 호텔 관리사가 있다고 한다. 담당 분야에 따라 진출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직업인 의사는 어떨까? 안정적인 전문 직종으로 경제적인 안정고 사회적인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 과목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기 때문에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이과를 선택하고, 과학 탐구 과목 중에서는 생물과 화학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과학 중점 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좋다. 의사는 전문 직종이기 때문에 반드시 의과 대학을 진학해야 하며, 의과 대학을 졸업하면 의사 국가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는다.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의 기간을 거쳐 전문의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자연사 박물관을 체험하면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거나, 해부 모형을 보면서 인체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각각의 신체 기관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배우면서 의사의 꿈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병원이나 종합 병원에서 여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본문에서는 Step by Step 구성을 통해 호텔리어와 의사가 되기 위한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이렇듯 진로를 탐색하고 적성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미래를 구체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직업 적합도 평가는 스스로 자신의 적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독자를 위한 맞춤형 진로, 적성 개발을 위한 안내서로서 손색이 없는 알찬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로봇 과학자가 꿈인 아들에게는 09권 로봇 공학 기술자 & 머천다이저를 통해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아직은 구체적인 직업을 찾지 못한 딸은 공무원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05권 고위 공무원 & 문화재 보존가를 통해서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듯 싶다. 무엇보다 꿈의 설계가 아직 뚜렷하지 않는 관계로 이 시리즈를 통해 자신과 맞는 적성을 찾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려한다.

 

 

100가지 직업의 모든 것을 알려주며, 직업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적성과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는 <적성과 진로를 짚어주는 직업 교과서>시리즈는 진로를 탐색하고 적성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미래에 한 반짝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로서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사진출처: '호텔리어 & 의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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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클래식 보물창고 1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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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전 <위대한 캐츠비>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5월 개봉을 앞두면서, 많은 독자들이 고전 <위대한 캐츠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고전을 자주 읽는 편임에도 <위대한 캐츠비>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탓인지 나 역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우연한 계기로 <위대한 캐츠비>에 앞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다른 작품 <<벤자민 버튼이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먼저 읽어보게 되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영화로 먼저 접했었던 바 있다. 진한 여운을 남겼던 이 영화는 로맨스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책으로 만나본 이 작품은 영화와는 사뭇 다른 사회와 인생살이에 대한 풍자적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본 독자라면 영화와 원작이 주는 각기 다른 매력을 떠올리면서 읽는다면 더 재미있을 듯 싶다.

 

피츠제럴드는 평생 동안 로맨스, 판타지, 희곡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16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으며, 작품을 통해 당시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을 세심하게 그렸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 중 11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당대의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 마지막 말괄량이들'을 부제로 한 작품에는 젤리빈, 낙타의 뒷부분, 노동절, 자기와 분홍 등 4편의 단편을, 유쾌하면서도 기괴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부제 '상상의 세계'에는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벤자민 버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적갈색 머리 마녀가! 등의 4편의 단편을 그리고 그 외에도 '미분류 결작'인 행복이 지나간 자리, 이키 씨, 산골 소녀 제미나를 수록하여 그 시대의 젊은이, 시대적 배경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작품 속 등장인물을 통해 나태하고, 무기력하고 방탕한 청년들, 신여성임을 가장한 무분별한 여성의 모습으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비판하기도 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한 그 시대적 상황을 표현하여 물질주의에 대한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젤리빈'에서 보여주는 젤리처럼 약하고 흔들거리는 젤리라는 별명을 가진 짐, 기존의 여성과는 달리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는 낸시의 모습이 이런 부분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당시의 젊은이였던 피츠제럴드는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운 때였으며 길 잃은 청춘의 모습에 집중된 그 시기를 '재즈 시대'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 그런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낙타의 뒷부분'은 파티에 얽힌 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잘나가는 변호사 페리가 낙타가 되어야만 했던 사건과 결말이 재미있게 그려졌는데, 저자는 이 이야기를 가장 적게 수고하고 가장 많은 즐거움을 느낀 작품이라고 했다. '노동절'은 부유한 젊은이 딘과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고든을 통해 빈부 격차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는데, 결국 자살을 택하는 고든을 통해 빈부 격차로 인해 올 수 있을 부작용을 미리 예견하듯 담아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진한 여운 때문인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이 11개의 단편들 중 많은 흥미를 갖고 읽어 본 작품이다. 로맨스 위주의 영화와 달리, 이 작품에서는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 아기로 삶을 마감하는 거꾸로 된 인생경로를 통해 인생에 대한 풍자적 내용을 담아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자라면서 너무도 당연시 되어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거꾸로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은 모든 변화를 또렷하게 인지하고 기꺼워하거나 슬퍼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통념에 의해 노인이지만 다섯 살이기에 유치원에 가야하는 벤을 보면서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의 씁쓸함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로맨스에 치중하여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서 찾아보게 됨으로써 영화와 원작이 주는 서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문득 <위대한 캐츠비> 영화 개봉에 앞서 원작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클래식보물창고 시리즈 <벤자민 버튼이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저자 피츠제럴드가 16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던 단편소설의 대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번역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준 완역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집필 후기를 수록해 작품에 대한 뒷 이야기, 작품에 대한 저자의 애착 등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작품이 된 듯 싶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스콧 피츠제럴드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현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어 고전에 대한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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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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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알게 된 작품이었다. 2011 내세녈북어워드 수상, 2012 뉴베리상 수상이라는 경력도 눈에 띄는 작품이지만, 베트남 소녀 하가 전쟁 중인 고향을 떠나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적응하는 1년 간의 일기를 운문체로 담았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쟁으로 아빠를 잃은 슬픔, 피난을 가면서 겪는 고통, 새로운 나라에서 이방인이 되어 살아가는 아픔 등의 감정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려는 하의 심리적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저자 역시 주인공 하처럼 열 살 때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를 목격하고, 가족들과 앨라배마로 도망쳤으며, 전투 중 아버지가 실종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주인공 하 속에 잘 녹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어.

양측이 제각기

맹목적인 자기 신념만

떠들어 대고 있으니!" (본문 32p)

 

1975년 열 살이 된 하는 엄마와 부리스 리 흉내를 내는 부 오빠, 코이 오빠, 꾸앙 오빠와 살고 있다. 아빠는 9년 전 해군에 징용되어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되었고, 엄마는 아버지의 귀환을 빌고, 하는 생일 소원으로 아버지가 집 문간에 나타나 걱정 근심으로 늘 아래로 처진 엄마 입고리가 귀밑까지 올라가서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필 수 있기를 빈다. 뒤뜰에 휙 던진 파파야 씨앗 하나가 쑥쑥 자라 파파야가 열린 걸 바라보길 좋아하는 하, 하지만 엄마는 고향을 떠날 준비를 한다. 다섯 식구는 1센티미터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꽉 채워진 갑판밑에 서로 꼭 붙어 있을 수 있는 멍석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바다에서 딱딱하고 곰팡내 나는 주먹밥을 먹으며 한때 알았던 것들에 대해 조금씩 잊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중 미국 배에 의해 구조되고 괌의 텐트촌의 생활이 시작된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후견인을 기다리던 하 가족은 앨라배마에 사는 후견인을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된다. 하는 그를 카우보이라고 불렀고 그의 도움으로 앨리바마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가 사는 곳은 카우보이네 집 맨 아래층으로 창문이 너무 높아 해와 달을 보려면 의자에 올라간 다음 차 탁자 위에 올라서야 할 정도였다. 설상가상 엄마는 영어에 완전히 숙달할 때까지 영어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도 말고, 생각지도 말고, 바라지도 말라고 한다. 엄마는 나쁜 일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아버지도 떠나온 고향도 옛날 친구도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절망과 아픔 속에서 남몰래 우는 엄마를 보면 하는 마음이 아프다.

 

카우보이는 프린세스 앤 가에다 집을 구해 주고 세 달치 월세를 미리 내 주었는데, 엄마는 주소가 생기자마자 아버지 형제들이 조상들의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 북베트남으로 편지를 쓰지만 이렇다할 아버지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제 가족들은 엄마는 공장에서 재봉 일을 시작하고, 꾸앙 오빠는 자동차 수리 일을, 나머지 식구들은 학교에 가서 각자 마무리하지 못한 학년 과정을 다시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드디어 학교 가는 날은 하에게 생애 최고로 길었던 날이었다. 머리카락도 희고 눈썹도 희고 속눈썹도 흰 분홍색 얼굴의 핑크 보이가 놀림으로 하는 탓에 하는 영어를 빨리 배우고 싶어졌다. 언젠가 핑크 보이를 영어로 한껏 비웃어 주기 위해서.

영어로 대꾸할 수 있을 때까지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하는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신발만 쳐다보며 숨어 있고, 점심 시간에는 저녁때 남겨둔 딱딱한 빵을 먹으며 화장실에 숨어 있고, 운동장에 나가 노는 시간에도 똑같은 화장실에 숨어 있다. 하지만 하는 부 리 오빠에게 호신술을 배우며 투명인간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시작한다.

 

나는 지금

투명인간에서 벗어나는

연습 중이다. (본문 174p)

 

다행히 이웃인 과부이며 은퇴한 교사인 워씨-잉턴 아주머니에게 영어를 배우게 되지만, 핑크 보이의 놀림을 알아 듣게 되니까 못 알아듣던 때가 그립다.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워씨-잉턴 아주머니가 있어 기분이 좋고, 팸, 씨-티-반이라는 친구가 생겨서 학교에서 제일 마음이 놓인 날을 맞게 된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본문 210p)

 

핑크 보이에게 되받아치고, 부 리 오빠가 있어 든든해진 하는 이제 살맛 난다. 무엇보다 친구의 놀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할 줄 알게 되었다. 이제 하 가족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가 어디에 계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해 한다. 가족은 새해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행운을 기다린다. 그리고 하는 더 싹싹한 딸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1년동안 슬프고 아프고 절망 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하의 당찬 용기가 커다란 희망을 느끼게 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다음

다시 눈을 감았다.

올해는

날아차기를

꼭 배우고 싶다.

사람을 걷어차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중을 날아 보고 싶어서. (본문 279p)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이 그리운 하에게 이방인으로서의 일상은 너무도 힘들었다. 그 힘들었던 하루하루를 딛고 일어선 하는 진한 여운과 감동을 선물한다. 살아가다보면 느끼게 되는 절망, 하지만 밑바닥에 떨어져버린 것 같은 시간도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 그 시간을 이겨냈을 때야 나중에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오는 법이다. 언젠가는 날아 오르는 날이 오리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화장실에 숨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을 하는 몸소 보여주었으며, 그로인해 용기라는 큰 선물을 준 셈이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암울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을 품어내고, 씩씩하게 낯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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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 운영자입니다.

이달의 당선작 발표 및 당첨 안내 메일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알라딘 사이트에서 작성해주신 포토리뷰가 이번 달 포토리뷰에 당선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마음을 담은 사찰음식]-내 몸과 마음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 사찰 음식 - 동화세상
<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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