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이재익 작가의 이름은 책 보다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로 먼저 들어본 바 있는데, 놀랍게도 그가 쓴 작품은 모두 열일곱 편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아버지의 길>은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재익 작가의 작품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특히 이번 소설은 올봄 네이버 웹소설을 통해 연재했던 작품으로 작가는 창작의 의도보다는 오로지 읽는 쾌감만을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흔히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본다고들 하는데, 사실 소재면에서는 딱히 참신함이 없었고 불륜, 욕망이라는 썩 유쾌하지 않은 소재였음에도 디테일하면서도 과감한 정사신이나 액션신 등이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스릴러물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범인을 추리해보는 재미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듯한' 소재에 대한 아쉬움은 충분히 달래줄 수 있었다.

 

20대의 사랑은 환상이다. 30대의 사랑은 바람기다. 환상도 깨지고 바람도 피워본 뒤 40대에 이르면 비로소 진짜 사랑을 알게 된다. (본문 10p)

 

서른여덟 살의 인기 아나운서 한석호는 아홉 살 딸 은혜와 세 살인 아들 준우 두 아이의 아빠이자 사랑스러운 아내 미선의 남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십대의 막내 작가 은정의 호피스텔에서 깊이 공감했던 괴테의 글귀처럼 열렬히 사랑을 나누는 중이다.

한석호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인기 절정의 라디오프로그램 <해브어 나이스 데이>의 청취율은 동시간대 1등인 반면, 동료 아나운서이자 사촌 처남인 재우는 늘 석호와 비교당한다. 그런 석호는 재우를 늘 불쌍하게 여겼는데, 재우의 아내인 연이가 대학시절 자신에게 순정을 바치며 사랑한 여자였다는 사실 탓에 남모르게 그를 더 동정했다.

석호가 자신을 온몸과 영혼을 송두리째 내놓고 사랑했던 연이 대신에 연이와 같은 과, 같은 학번 친구인 미선과 공식 커플을 선언하게 된 것은 미선이 방송국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충격으로 연이는 학교를 휴학했는데, 이후 사촌 처남댁이라는 애매한 관계로 석호의 인생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먹이사슬의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말 테야.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출구 없이 꼬여버린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성공이란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을 부르는 술 같았다. 미선과의 결혼은 그가 쟁취할 것들의 사이즈를 단 번에 열 배, 수십 배 불려줄 기회였다. (본문 29p)

 

미선의 소개로 연이를 만난 재우는 연이에게 흠뻑 빠져 결혼하게 되었지만 연이와의 결혼은 순탄치 않았다. 우울증 약을 먹는 연이는 늘 위태로워보였다. 특히 재우와 연이와의 관계를 짐작하고 있는 듯한 재우의 어두움은 독자로 하여금 그를 의선상에 올려놓게 한다. 석호는 연이의 연락으로 오랜만에 재회하게 되고, 재우가 출장으로 집을 비운 사이에 연이와의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음을 그들을 모른 채 말이다.

 

결혼한지 십 년이 넘었지만 아내의 아버지는 장인어른이 아닌 언제나 회장님이었는데,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회장이 석호를 비서실장으로서 경영에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표했고, 이로인해 석호는 어린시절 식모였던 엄마가 작은 사장님이라는 작자에게 강제로 겁탈을 당한 뒤 합의금으로 집과 가게를 구했던 치욕스러운 기억으로부터, 어린 시절의 분노와 갈증을 모든 여자를 짓밟는 것으로 그리고 불륜으로 풀어냈던 증오심으로부터 새로 태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자신에게 다가온 조태웅이 보여준 자신의 정사신이 담긴 사진은 그가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그는 조태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조태웅은 점점 더 그의 숨통을 조이고, 결국 그는 조태웅의 지시에 따라 은정, 연이, 미선 중 한 명을 직접 죽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연이와의 재회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석호는 연이에게 모질게 대하고 결국 연이는 우울증과 충격으로 자살을 감행하게 되는데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석호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는 깨달았다. 그에게 단 한 명의 여자는 아내라고. 그녀뿐이라고. 만약 그에게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미래가 허락된다면. 허락만 된다면....(본문 329p)

 

석호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숭고함과 이 지옥에서 반드시 나가겠다는 집념으로 조태웅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남들처럼 아들을 키울 수 있다면 뭐든 참을 수 있다고 다짐했을 부모님의 마음을,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조태웅의 등장을 시작으로 스토리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는데, 특히 한석호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그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조태웅과의 대립에서 보여주는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졌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는 무엇보다 조태웅의 배후 인물을 추리하는 일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모든 것을 끝났다고 생각할 때 즈음 독자의 허를 찌른 반전의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복수의 탄생>>은 저자가 의도한 바대로 읽는 쾌감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작품이다. 성공을 위한 욕망으로 점점 몰락해가는 한석호가 진정한 사랑,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부모님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를 해소해가는 심리변화로 인한 긴장감의 고조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인간의 욕망에 반기를 든 복수 속에서 거대한 욕망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파헤치는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의 크기를 가듬케 해본다. 이 소설은 디테일하면서도 파격적인 묘사, 넘치는 긴장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움이 올여름 최고의 스릴러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싶다.

 

- 이카루스라고 알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던 이카루스 말이야. 날개가 훌륭하면 훌륭할수록, 날아오르는 높이가 높아질수록 추락할 위험도 커지지. 적당한 바위 위에 안착해야 해. 그러나 어떤 이들은 멈추지 못하고 점점 더 높이 날 수밖에 없는 거야. 태양에 밀랍 날개가 녹을 위험을 무릅쓰고! 너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지. (본문 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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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 운영자입니다.

이달의 당선작 발표 당첨 안내 메일이 늦어진 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알라딘 사이트에서 작성해주신 포토리뷰가 이번 이달의 포토리뷰 당선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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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 일기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5
공지영 지음, 허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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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책을 자주 읽는 편인데 동화책을 썼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쓴 동화는 어떨까? 굉장히 궁금해지더군요. 소설가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일기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미미는 열 번째 생일날 아빠에게 일기장을 선물 받게 되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여 '제제'라는 이름을 붙여주지요. 그럴싸한 이름인데 '제제'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과정이 참 재미있네요. 미미는 제제에게 자신을 스스로를 아주 우아한 얼굴과 몸매를 지닌 십대 소녀라고 소개합니다. 그런데 제제에게 자신을 소개한 것과 달리 사실 미미는, 반에서 제일 키 작은 땅꼬마이고, 엄마도 없고, 자기 집도 없이 세 들어 사는 아빠를 가졌고, 공부도 잘 못하지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동화책을 읽은 아이랍니다. 무엇보다 밝고 명랑한 미미의 캐릭터는 정말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미미는 할머니, 아빠와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어린 시절 아빠와 이혼한 후 재혼하여 따로 살고 있지요. 미미네 집 이층에는 심술 할머니와 그 아들, 며느리 그리고 쌍둥이가 살고 있는데, 말썽꾸러기 쌍둥이 때문에 미미는 골탕을 먹곤 한답니다. 생일날이었지만 미미는 슬픈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학교로 가는 길, 미미의 생일을 축복해 주려는 듯이 하얗게 마치 눈처럼 벚꽃이 떨어져 내리는 숲을 보다가 산 위에 있는 호텔 수위 아저씨에게 혼이 난데다 지각한 탓에 벌을 서게 되었지요. 벚꽃이 그렇게 아름답게 떨어져 내리는 날은 일 년에 딱 한 번밖에 없는 숲의 생일같은 날인데, 선생님은 미미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은 채 벌을 세우셨답니다. 설상가상 생일 잔치에 그토록 기다리던 현수 대신 심술 할머니가 쌍둥이 형제들을 맡겨 놓은 탓에 친구들과 함께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요. 그래도 친구들과 쌍둥이들을 벽장 속에 가두고 재미있게 놀 수는 있었지만 할머니와 아빠에게 혼이 났답니다. 더군다나 아빠의 여자 친구인 진희 아줌마가 아줌마의 아기인 언제 쌍둥이 형제처럼 말썽꾸러기가 될 지 알 수 없는 한 살된 해동이를 데리고 왔고, 아빠와 한 달 후에 결혼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지요. 정말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생일이었어요.

 

 

다음 날, 현수는 미미의 생일 선물을 사가지고 집으로 왔지 뭐예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수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아빠와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말하는 현수에게 화가 났답니다. 그래도 다음날 사과를 한다면 받아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현수는 미미를 오히려 말괄량이에다가 버릇없고 가정교육도 못 받은 엄마 없는 아이 취급한 탓에 화가 난 미미는 주먹으로 현수를 때리고 말았지요. 이렇게 미미는 또 한 번 사고를 치게 되지만, 왜 때렸는지 물어보지 않은 채 미미만을 탓하는 선생님이 미워졌습니다. 더군다나 엄마를 학교로 모시고 오라니요. 학년 초에 제출한 가족 사항을 다 읽어 보고시고도 자신을 잊어버린 선생님이 미미는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미미의 일기는 학교 생활, 가족과의 갈등이 담겨져 있습니다. 야속하기만 한 선생님을 이해하게 되고, 새로운 식구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지요. 미미의 솔직한 내면의 고백을 읽다보면, 독자 어린이들은 자신에게만 걱정꼬리가 달려있는 것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빠의 재혼, 친구와의 갈등, 선생님과의 갈등 등 여러 가지 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어린이들에게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지요.

<<소설가 공지영 선생님이 들려주는 미미의 일기>>는 이렇듯 십 대가 된 미미의 성장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여기저기에 옹이가 패이고 생채기가 나면서 자라는 것이지요. 미미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렇게 자라고 있었답니다.

 

 

날마다 저를 꼭대기로 올려다 주는 이 커다랗고 튼튼한 미미밤나무에도 얼마나 여기저기에 옹이가 패이고 생채기가 나고 있는지 말이에요.

제제, 나는 엄마 말씀대로 착하고 명랑하고 예쁜 소녀가 되고 싶지만 아픈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겠어요. 나무에 오르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팔과 다리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면서 무럭무럭 크겠어요. (본문 213p)

 

사실, 이 작품은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미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부분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지요. 열 개가 넘는 학원을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는 현수를 통해 현 교육실태를 비판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어른들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어른들의 잘못을 꼬집기도 하지요. 뿐만 아니라 진희 아줌마를 통해서 환경에 대한 문제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담에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한 번밖에 없는 십대는 가고 있는데요. 우리들도 사는 건데요. 어른 되어서 좋아야만 좋은 건 아니잖아요. 아이 때 좋아도 좋은 건데요. (본문 90p)

 

소설가 공지영 작가가 풀어놓은 십 대의 성장 이야기 <<미미의 일기>>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듯 합니다. 공감하고 배우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죠. 미미가 일기를 쓰면서 성장하고 가족,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듯이 우리 어린이들이 제제와 같은 친구를 곁에 두면 좋을 듯 싶네요.

 

(사진출처: '소설가 공지영 선생님이 들려주는 미미의 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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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간 재키 the bear's school 베어스 스쿨 1
아이하라 히로유키 글, 아다치 나미 그림, 이선아 옮김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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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란색의 예쁜 색감에 열두 마리의 다양한 표정을 가진 귀여운 곰을 담은 표지 삽화가 눈길을 끄는 책이네요.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군요. 2002년 처음 탄생한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시리즈라고 하는데,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출간이 되었나봅니다. 유치 단계의 어린이를 위한 책이니만큼 둥근 모서리로 처리한 부분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네요.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열두 마리의 곰 중 딱 한 마리만 얼굴 색과 신발의 색이 다르네요. 아마 요 녀석이 주인공인 재키인가봅니다.


꼬마 곰 유치원의 꼬마 곰은 모두 열두 마리이고 모두들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열두 마리 꼬마 곰 가운데 첫째부터 열한째까지는 모두 남자이고, 맨 마지막 열두째 재키가 바로 주인공이자 딱 하나뿐인 여자 동생이네요. 재키는 가장 어리지만, 가장 장난꾸러기에 가장 고집쟁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엄마처럼 나름대로 오빠들을 돌보는 의젓한 모습도 가지고 있답니다.


열두 마리의 곰들이 유치원에 갔어요. 첫째 시간은 책 읽기 시간이죠. 나란히 나란히 사이좋게 책 읽는 모습이 아주 의젓하네요

둘째 미술 시간에는 커다란 종이를 마당에 펼쳐 놓고 그림을 그려요. 셋째 체육 시간에는 모두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뭇가지에 매달려있지요. 마치 어른 곰이 되기 위한 훈련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재키는 사다리에 앉아있군요. 아직 막내인 재키에게는 어려운 일인가봅니다. 으깬 감자 샐러에 고소한 콩 수프, 그리고 따끈한 우유로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청소를 해요. 그런데 재키는 막내라서 그런가요? 청소는 안하고 장난만 치고 있군요. 가장 장난꾸러기라는 재키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었군요.


이렇게 꼬마 곰 유치원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그런데 밤이 오자 씩씩하던 꼬마 곰들이 엄마가 보고 싶어졌나봐요. 가장 울보인 피터가 울기 시작하자 앨버트도 따라 울고 앤톤이 따라우는군요. 그리고 결국에는 모두 일어나 큰 소리로 울고 맙니다.
재키는 그런 오빠들을 달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이 바빠요. 그래도 다행이도 재키 덕분에 오빠들이 기운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재키가 울고 있네요. 씩씩해보였던 재키도 엄마가 보고싶은 아이었네요.

엄마 없이 보내게 되는 유치원 생활, 아이들 모두 의젓하게 수업을 받아요. 물론 장난꾸러기 재키는 가끔 딴청을 피우기도 하지만요. 그런 아이들이 밤이 되니 엄마가 보고 싶어 울고 마는군요. 그런 오빠들을 달래는 재키는 수업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재키고 아이었던 거지요.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밥 먹는 것도 서툰데 밥은 잘 먹을지, 의사표현이 서툴어 오해는 없는지,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수업내용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말이죠. 엄마의 눈에는 마냥 아기만 같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는 의젓하게 잘 생활하고 있더군요. 학부모 상담을 하다보면 유치원 생활에서는 집에서의 모습과 정말 많이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집에 오면 어리광 피우고 싶은 어린 아이였던 거지요. <<유치원에 간 재키>>는 우리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유치원에서의 의젓한 모습과 달리 집에 오면 마냥 아이같은 우리 아이들, 그 마음을 열두 마리의 곰들을 통해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네요.


열두 마리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어요. 귀가 긴 곰, 귀가 동그란 곰, 혓바닥을 내민 곰, 귀가 뾰족한 곰 등등...모두 조금씩 다르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열두 마리의 친구들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네요.
책을 읽다보니 개성만점인 귀여운 재키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인 거 같아요. 1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었네요.
앞으로 재키가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시리즈가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사진출처: '유치원에 간 재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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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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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길고양이에 대한 공포가 종이우산님의 <행복한 길고양이><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을 통해 극복했다면 이용한 작가의 <<흐리고 가끔 고양이>>는 내게 길고양이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동화나 소설에서 강아지가 꽤 흔한 소재였다면, 요즘 출판계에서 길고양이는 신선한 소재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길고양이는 예전과 달리,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 탓이다. 물론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불편한 시각의 잔재가 뿌리깊이 박혀있긴 하지만.


고양이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나는 좀 더 오래 이 여행을 즐기고 싶다. 설령 그 길에서 아프고 슬픈 고양이를 만날지라도 그 낱낱의 사연과 희로애락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 세상에 이런 고양이가 살다 갔다고. 그것은 때로 눈물겹지만 아름다웠다고. (시작하며 中)



이용한 시인은 제주 가파도에서 울릉도까지, 전남 구례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2년 반 동안 만난 전국 60여 곳의 고양이들의 삶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들과의 만남에는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320여 컷의 사진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사람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제인 구달은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보호할 의무 있을 뿐이다." (본문 158p) 라고 말했다. 길고양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갈 권리를 가진 자연의 한 부분임을 사진 속 고양이들은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양식 어장의 쥐 때문에 필요에 의해 고양이를 키웠던 거문도에서는 더 이상 고양이가 필요없어지자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살처분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무서운 이기심탓에 고양이 500마리를 대량으로 살처분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08년에도 민원이 이어지자 '거문도 고양이 살리기 운동본부'가 구성되었는데, 과연 거문도의 생태계 파괴는 고양이가 주범일까? 고양이가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인간이야말로 더 커다란 혐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존'과 '공생'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욕지도의 작은 포구 마을인 목과 마을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속력을 내고 해안 도로를 달리다가는 높치기 십상인 마을이다.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고양이들의 행동은 달라지게 되는데, 저자는 사람과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고양이 마을'로 지정했다.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저 무심했다. 고양이가 선착장에 앉아 있거나 말거나, 화단에 누워 잠을 자거나 말거나, 수돗가에 와서 물을 마시거나 말거나. 이렇게 무심한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저렇게 자유롭고 저렇게 평화롭다. 어쩌면 사람과 고양이의 진정한 공존의 모습은 저런 무심함에서 오는지도 모르겠다. (본문 43p)



애월항의 식당 주인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으로 동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이년아'라는 욕을 먹으면서도 몇 세대를 거치면서 고양이들을 돌볼고 있었고, 김녕미로공원에서는 고양이 공원을 꿈꾸는 캣대디 노릇을 하는 김영남 박사는 더 많은 어른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조계사의 캣맘 보살은 스무 마리 남짓 되는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어쩌면 사무소' 카페의 면장 고양이, 대학로 카페 그린빈 2호점의 단골손님인 고양이 세 마리, 연남동 주택가의 '연남살롱'이자 '야옹살롱' 그리고 홍대 카페 '로닌' 그리고 부산 깡통시장 옆 곱창 골목 작은 족발집의 만복이와 자갈치시장의 상인들과 고양이 등은 사람과 고양이와의 공존과 공생의 모습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이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는 않다. 캣맘 보살님은 절 근처에 있는 노숙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의 눈으로 젓가락으로 찔러 애꾸눈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과 지붕 위의 고양이가 시끄럽다고 돌을 던지며 해코지를 일삼는 사람에 대한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냥 앉아만 있음에도 둘둘 만 신문지 뭉치로 고양이를 위협하는 할아버지, 인심이 야박해서 더 고달픈 가파도 고양이들의 묘생, 시골 오일장 가축전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아기 고양이의 외침은 슬픈 아기 고양이의 눈 때문에 마음이 더 아프다.



고양이의 접근을 막기 위해 쳐놓은 철조망이 안전하다고 믿고 그 속에서 쉬는 고양이, 그 철조망은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인 사람들의 마음같이 뾰족하기만 하다. 그러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난간을 따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료를 주는 용두산공원의 캣맘과 나란히 줄을 서서 사료를 먹는 고양이의 모습은 철조망 같은 사람들의 마음도 녹여낼 수 있을 거 같아 흐뭇하기만 하다.
고생뿐인 묘생의 삶, 그러나 욕을 먹으면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보다.



고양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신이 존재하는 그 이유와 같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버림받으면 슬프고, 폭력이 무섭고, 고통이 두렵고, 아프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것. 먹고살기 위해 앴는 것.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행복과 평화를 바라듯 고양이도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 고양이는 먹어야 할 권리, 사랑할 권리, 살아갈 권리조차 무시당한다.어떻게 인간과 동물이 같을 수가 있느냐고 따지고 싶다면, 당신이 믿는 신에게 한번 물어보라. 그리고 당신이 사는 지구의 의견도 경청하기 바란다. 어느 쪽이 이 세상을 망치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지. 어느 쪽이 가해자이고, 어느 쪽이 피해자인지. (본문 343p)



저자는 사람들이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고양이 여행을 하면서 저자가 만난 고양이와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슬픔과 분노와 절망을 주어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만, 때때로 웃음과 행복을 주기에 함께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어 그래도 마냥 아프지만은 않다.

예전에는 무섭고 시끄럽게만 들렸던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어느 순간 내게는 슬프게 들리기 시작했다.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고양이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음에도 먼저 마음을 열어 발라당해주는 그들의 마음과 척박한 환경과 사람들의 해코지에도 부성애와 모성애로 자식들을 키워내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비로소 보이고 있다는 뜻일 게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려보았다.
'고양이도 먹고, 사람도 먹고, 고양이도 살고, 사람도 살고.' (본문 11p)



함께 먹고 산다는 것, 그리 어려운 것만 아닐 게다. 그들의 존재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여기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으리라. 슬픔이라는 미래를 가진 고양이, 그 연민으로 고양이 발자국을 따라 나섰고 사료를 배달하게 된 작가, 가끔은 한국에서 고양이로 살아가는 것만큼 고양이 작가로 사는 것이 힘들지만 그가 있어 사람들은 고양이를 바라볼 수 있는 법을 배운다. 작가 그리고 많은 캣맘, 캣대디가 있어 지금은 비록 흐리고 가끔 고양이지만 내일은 대체로 고양이 맑음을 예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사람들의 무서운 이기심탓에 고생스러운 묘생을 살아가게 된 한국의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함께 전해본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나는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인함에서 더욱 철저히 보호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이 유명한 발언은 우리가 지금도 새겨들어야 할 뼈아픈 충고인 것이다. (본문 161p)


(사진출처: '흐리고 가끔 고양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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