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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다섯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3.8.25~2013.8.31)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고래는 어디로 이동할까?
타냐 칸트 글, 캐롤린 프랭클린 그림, 이지윤 옮김 / 파랑새 / 2010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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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13년 09월 02일에 저장
구판절판
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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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관한 50가지 궁금증- 독이 되는 약과 약이 되는 독, 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타냐 로이드 카이 지음, 김미진 옮김, 로스 키네어드 그림, 전창림 감수 / 톡 / 2013년 7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3년 09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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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관한 50가지 궁금증 - 독이 되는 약과 약이 되는 독, 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지식톡 시리즈 1
타냐 로이드 카이 지음, 김미진 옮김, 로스 키네어드 그림, 전창림 감수 / 톡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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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해전 <노벨상 수상자가 들려주는 미생물 이야기>를 통해서 출판사 '톡'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톡'이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유인 즉 아이들의 호기심을 '톡' 건드려줄 듯한 느낌이 들었지요. 그렇게해서 간간히 '톡' 출판사의 책들을 몇 번 접하곤 했지요. 원래 톡은 아이들의 생각을 톡(toc) 틔워 주고,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talk)를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네요. 출판사 이름이 정말 정감있고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이번에 톡에서는 다방면의 지식을 폭넓게 다루는 <지식톡 시리즈>를 출간하게 되었고 <<독에 관한 50가지 궁금증>>으로 그 첫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책을 보자마자 아들은 책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과학 분야를 좋아하는 편이라 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다룬 이 책은 아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지요.

 

 

7월 즈음 EBS '다큐프라임-기생' 프로그램을 시청한 바 있습니다. 동물의 목숨을 위협하고,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무시무시한 기생충의 이야기가 정말 충격적이었지요. 3부작으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기생충의 무서움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생충과 우리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죠.

예전에 읽었던 <쫑 나지 않는 해충 이야기>라는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해충, 하지만 이 해충으로 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할 수 있었지요. 우리가 흔히 '독'이라고 하면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독에 관한 50가지 궁금증>>은 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한 문답식으로 풀어내고 있지요. 우리가 독에 관한 진실을 파헤쳐야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50번째 질문 '독을 가진 동물들과 함께 사는 법'처럼 우리가 바로 이들과 공존해야하는 그 진리를 깨우치고자 함은 아닐까 싶네요.

 

우리는 독을 가진 동물들을 미워하거나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을 자연 생태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인간 역시 그들에겐 독과 같은 존재일 수 있으니까요. 독을 가진 동식물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다만 그들의 독을 잘 피하는 방법과 그들의 독을 인간에게 유익하게 활용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추천의 글 中)

 

 

이 책은 독침과 독니 / 벌레의 습격 / 위험한 식물 / 살인 광물 / 가스 폭발 / 어둠 속 범죄자 / 재앙의 물질 / 약이 되는 독 총 8장으로 나누어 50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독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치지요. 세상에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독사가 500종이나 되고, 이빨이 없는 대신 빈 바늘처럼 생긴 작은 독화살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달팽이(원뿔달팽이)도 있으며, 인간이 아직 밝히지 못한 성분의 독을 가진 전갈도 있습니다. 위경련이나 출혈을 일으키는 리신이라고 하는 맹독을 가진 아주까리라고도 불리는 피마자라는 식물도 있지요. 동물, 식물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태우면 생기는 독성은 지구 온나화를 일으키고, 산성비를 내리고 스모그 현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오래된 전자 제품은 수은과 납, 카드뮴을 방충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독으로부터 노출되어 있어요. 생명의 위협을 받을만큼 위험하지만 이 독은 우리에게 유익하게 활용되기도 한답니다. 최고의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는 독성 식물의 즙을 이용하여 만든 약이지요. 심장약부터 진통제까지 독을 이용하는 약은 100가지도 넘는다고 합니다.

 

 

동물이나 식물들이 독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50가지 질문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사냥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지요. 동물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아요. 하지만 인간들은 어떨까요? 동물들에게 먼저 위협을 가한답니다.

 

 

자, 과연 누가 누구를 사냥하는지, 누가 누구에게 더 삶을 위협하는 해로운 존재인지 다시 말해 볼까요? (본문 109p)

 

<<독에 관한 50가지 궁금증>>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동안 잘 못 알고 있었던 내용의 진실을 알았을 때의 신기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지요. 이렇게 독에 관한 진실을 알아가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우고 있어 폭넓은 사고력을 키워주지요. 코믹한 삽화도 아이들의 흥미를 이끄는데 한 몫하고 있네요. 이 책은 '톡' 출판사의 이름에 걸맞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톡 틔워주는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사진출처: '독에 관한 50가지 궁금증'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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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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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월을 살고 죽은 껍질을 둘러쓰고, 다시 또 한 세월을 살고 죽은 껍찔을 둘러쓴다. 매시간 세상과 접한 가장자리의 감각만 남겨두고 온통 죽은 껍질들로 에워싸이고 또 에워싸여 사는 오래된 나무, 그 나무가 죽어 다른 무엇이 되고, 그 무엇이 또 다시 오랜 시간을 거쳐 변한 초자연적인 존재, 우리는 그것을 도깨비라고 부른다. (본문 350p)

 

책 제목 <<404번지 파란 무덤>>은 호기심을 끄는 작품이었는데, 제목과 표지 삽화만으로 뱀파이어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왠지 '뱀파이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지만 주인공 공윤후는 엄연한 '도깨비'다. 보통 도깨비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의 모습은 무섭거나 우스꽝스럽게 생긴 경우(이를테면 키가 작거나 뚱뚱하거나 거대하거나)가 다반사인데 반해, 이 책에 등장하는 도깨비 공윤후는 책 표지처럼 참~잘생겼다. 이건 뱀파이어와 도깨비에 대한 엄연한 도발(?)이지만, 꽤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뭔지는 내 이름으로 알 수 있지.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것인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 " (본문 25p)

 

갸름하게 잘 빠진 턱, 왼쪽 눈썹 끝에 은빛 이슬처럼 맺혀 있는 금속 피어싱, 왼쪽 귓볼과 연골에 알알이 박힌 희고 푸른 옥들, 그믐달 같은 입매 그리고 한여름에도 햇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파란 재킷을 입은 남자. 그가 바로 공윤후다. 공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슬픈 여자들은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외로운 남자들에게는 사랑을 이어주는 마술을 부린다는 것이다.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이 자살을 결심하고, 태어나서 꽃 같은 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자신을 위해 파란 장미를 구입하고 건물 옥상에 들어섰다. 하지만 자살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공이 나타났고, 여자 얼굴에 매달려 있던 육중하고 단단한 살덩어리를 떼버렸다. 마치 혹부리 영감의 혹을 떼어가듯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 앞에서 나타나 행복을 주는 남자, 그가 바로 공이다.

 

미용사인 병구는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민혜를 짝사랑한다. 155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연애 같은 건 해본 적 없던 병구는 우연히 공윤후의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사는 게 너무 외로워 뭐라도 의지하고 싶었던 병구는 공윤후에게 민혜와의 사랑을 부탁하기 위해 윤후를 찾아나선다. 공윤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하던 병구는 '공의 모든 것'이라는 블로그를 알게 되고 공윤후 옆에서 조수처럼 일하던 이순옥의 인터뷰를 녹취한 기사를 보게 된다. 공윤후를 찾아 그의 주소지 도개산 404번지인 공동묘지로 찾아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그를 만나게 되지만, 병구는 블로그의 주인인 닉네임 롬롬을 통해 윤후와 민혜의 정체를 알게 되고 고민에 빠진다.

 

"너 좋을 대로 해.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인간인 거야. 혼자가 무서우면 둘을, 둘이 무서우면 혼자를 택하는 거야. 하나는 불행, 둘은 다행이라지만, 어느 쪽이든 거기엔 반드시 대가가 따르지." (본문 158p)

 

도개산 입구 마을에 사는 산하는 엄마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끝내 엄마의 손을 잡아보지 못했다. 엄마는 명이를 키우고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 있는 동하를 돌보러 다니는 것만으로 늘 피곤했으며 그리움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탓이다. 산하는 엄마가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손을 잡아줬으면 소망했고 이제는 누구의 손이라도 잡고 싶었다. 결국 산하는 엄마 대신 마을로 이사 온 프란츠의 손을 잡고야 만다. 명이는 피부가 불그레한 더벅머리 사내아이가 반팔 티와 반바지 차림으로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큰오빠를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한 눈에 그 아이가 오래전에 실종된, 그래서 이미 사망신고가 된 오빠임을 알았다.

 

죽은 언니의 영혼과 살고 있는 아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동네 베이커리에 손님이 찾아온다. 이 남자는 그녀에게 재킷의 안감과 똑같은 천에 쓴 편지를 돌려달라고 한다. 아완은 언니가 죽은 후 쪽빛 천 조각을 발견하고 편지에 적힌 공랑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공의 모든 것에 집착하는 룸룸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고, 룸룸을 통해 조만간 공윤후가 찾아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아완은 룸룸의 지시대로 윤후와의 만남을 지속하게 되는데, 공은 과거의 연인이었던 허아요와 닮은 아완에게 끌린다.

 

<<404번지 파란 무덤>>은 인간들과의 각각의 에피소드와 활과 공윤후와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각 장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실은 그 모든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조각조각의 퍼즐들이 점차 완성되어가는 구성들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

 사람처럼 오직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 도깨비, 그도 사람처럼 아요의 소유로 살았던 행복했던 한 생의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를 소재로 이렇게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참 놀랍다. 더군다나 100년도 넘는 시간을 행복했던 아요와의 기억으로 살아가며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도깨비라니. 로맨스 소설의 소재의 다양화라고 해야 할까?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재미있게만 읽는 탓에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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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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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던 그 날, 아무래도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라는 표지 문구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고백>을 통해 큰 화재를 낳으면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미나토 가나에는 <<모성>>에 대해 "이 작품 이후 작가를 그만 두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쓴 소설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 작품에 혼신을 다 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그의 질문은 책을 읽는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모성이란 무엇일까.

여성이 자기가 낳은 자식을 보살피며 키워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인 성질. (본문 54p)

 

모성에 대한 사전의 의미는 이렇다. 그렇다면 저자의 질문에 모성은 본능이 맞다고 해야 옳을 듯 싶다. 헌데 간혹 이런저런 사유로 태어난 아기를 버리는 미혼모, 훈육을 핑계로 폭력을 휘두르며 급기야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종종 뉴스에 등장한다. 만약 모성이 본능이 맞다면 이런 여성들의 이야기가 생겨난다는 것에 어폐가 있다. 그렇다면,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는 걸까? 책을 읽기도 전에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여학생이 4층 자택에서 떨어져 의식불명이 되었다. 경찰은 사고와 자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여학생의 담임선생님은 성실하며 특별히 고민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했으며, 어머니는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기른 딸이 이렇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성>>은 자택에서 떨어진 열일곱 살의 여고생의 기사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후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중첩적으로 구성되면서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낸다. 딸아이를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키웠다는 엄마는 왜 그랬냐는 신부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고, 엄마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물네 살 결혼할 때로 돌아간다. 시민 문화센터의 회화 교실에서 알게 된 남편, 다도코로 사토시와의 결혼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애를 썼던 일에서 비롯되었다. '아름다운 집'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에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되었고, 딸의 출산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된 날이었기에 엄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실상은 불행의 시작이었지만 말이다. 엄마는 자신처럼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가 되길 바랐고, 자신이 가장 먼저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말이다. 딸 이야기를 할 때 어머니는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고 똑똑한 아이로 키웠다는 어머니의 칭찬으로 엄마는 늘 행복함을 느꼈다.

그러나 딸의 회상은 달랐다.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준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이었지만, 엄마는 귀하게 길러주신 것은 분명하지만 조건 없는 사랑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는 엄마가 그린 행복이라는 그림의 일부분, 소도구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딸은 '이걸로 됐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늘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기에 엄마가 가르치는대로 따랐다.

 

그리고 결혼하고 7년, 엄마가 막 서른한 살이 된 가을, 태풍으로 인해 뒷산이 무너져 흙더미가 밀어닥치면서 함께 자고 있던 어머니와 딸을 덮쳤다. 엄마는 어머니를 구하려고 하였고, 어머니는 아이를 먼저 구하라고 했다. 엄마는 자신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은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였고, 아이는 다시 낳으면 된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딸을 구하라고 했다.

 

"부탁이다, 엄마 말을 들어. 나는 내가 사는 편보다 내 생명이 미래로 이어지는 게 더 기쁘단다. 그러니...."

"너를 낳아서 엄마는 진심으로 행복했단다. 고마워. 너의 사랑을 이번에는 저 아이에게 쏟아부어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길러주려무나."

엄마의 마지막 유언이었습니다. (본문 74p)

 

이 사건으로 아름다운 가족을 그린 그림은 불길에 타버렸고, 가족은 아빠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시어머니에게 늘 구박을 받는 엄마 편에 서서 대신 할머니에게 대들고, 엄마를 도와주며 엄마에게 칭찬받으며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은 딸, 두 번 다시 엄마가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줄 일은 없다는 생각에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지곤 하는 엄마. 그렇게 엄마는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딸을 사랑하지 못했고, 딸은 그런 엄마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기를 원했다.

 

나는 소중하게 길러졌다.

그러나 나카타니 도루는, 그런 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고 나에게 말했다. 형식적인 거라고. (본문 120p)

 

나의 단 하나뿐인 소원은 엄마가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는 것이다. 열심히 애썼구나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를 바랐다. 그런 사랑을 원했다.

그러니까 엄마, 이 손을 놓지 말아줘.... (본문 136p)

 

이렇게 엇갈린 두 사람의 마음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숨겨져 있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딸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어 자살을 감행했고, 엄마는 비로소 딸의 손을 움켜지면서 딸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모성>>은 진짜 엄마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엄마의 어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 이 세 사람을 통해 모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엄마와 딸'에 관한 감동적인 스토리와 만나왔고 그 속에 담겨진 진한 모성애를 통해 엄마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곤 했다. 이제는 엄마가 된 딸들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슬픔을 느끼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딸에 대한 벅찬 감동을 느꼈었다. 하지만 <<모성>>은 달랐다. 작가는 '모성은 본능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독자들은 그 질문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모성은 인간이라면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학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모성애가 없다고 지탄받으면 그 엄마는 학습 능력이 아니라 인격을 부정당하는 착각에 빠져서, 자기는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틀림없이 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말로 위장하려고 한다.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기른 딸...(본문 55p)

 

사춘기 딸아이의 중2병이 극에 달했을 때, 달라진 딸아이의 모습이 당황스러워 미울 때가 있었다. 내가 낳은 딸인데도 미울 수가 있다니? 그때의 나는 '엄마'인 내 모습에 혼란을 겪은 듯 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모성을 읽은 후) 아이가 태어나던 날, 그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벅찬 감동과는 다른 내 모습을 보며 우울했던 것은 아마 이런 혼란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 엄마는 책 속의 엄마의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길러주셨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 엄마처럼 내 딸을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 나는 두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일까? 좋은 부모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일까? 내 엄마의 마음처럼 두 아이를 대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수많은 질문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모성이 후전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면 나는 <<모성>>을 통해서 모성을 조금 더 배우고 길렀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건넨 질문에 확신할 수 있는 대답은 결코 할 수 없지만, 모성은 아이가 생겨나는 순간 벅찬 감동과 함께 내 안에서 아이와 함께 자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전에는 엄마의 마음 조차 이해하지 못하던 딸이었으나, 아이가 생겨나면서 조금씩 그 마음을 이해해가는 걸 보면 말이다.

 

"아이를 낳은 여자가 전부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에요. 모성이란 게,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성질도 아니고, 모성이 없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태어나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모성애가 싹트는 사람도 있을 게 분명하고요. 거꾸로 모성이 있으면서도 누군가의 딸이고 싶고, 보호를 받는 입장이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무의식중에 자기 안의 모성을 배제하는 여성도 있어요." (본문 229p)

 

누군가의 딸 혹은 누군가의 엄마라면 꼭 읽어보시라 적극 권하고 싶다. 그리고 작가가 건네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엄마에 대해, 이제는 딸이자 엄마인 나에게 대해 그리고 딸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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